오랫만에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을 다시 보았다.

 

그래, 우리가 이 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었다. 꼴찌 만세, 찌질이 만세, 마이너 만세... 한국에도 그런 것들이 아름다운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도 멋진 것이라고 박수 치던 시절이 있었다.

 

2004년, 불과 5년 전의 일이지만, 꼴찌에게 기꺼이 박수를 치던 우리의 모습이 너무 멀어보인다.

 

언제부터 우리가 지금과 같이 힘을 숭배하고, 대세론이 거대한 파도를 만드는, 그런 시기가 되었을까?

 

감사용과 박철순,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투사하고, 누구를 응원하면서 살고 있을까?

 

진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영화로 본 삼미슈퍼스타즈는, 분위기만큼은 괜찮았다. 비록 꼴찌 팀이지만 팀내 에이스가 패전처리 투수에게, 왜 자꾸 존대말 쓰냐고 얘기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그 승리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무슨 상관이랴.

 

우리는 꼴찌, 패배자, 그런 것들에게 너무 아무런 가치를 주지 않는다.

 

꼴찌들이 꼴찌를 응원하지 않고 승자만을 응원하는 이 기이하며 그로테스크한 2009년의 모습, 감사용을 돌아보면서 2009년을 살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박철순의 20승 게임이 끝나고 혼자 덕아웃에 앉아서 우는 감사용 아니 김범수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턱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기고 싶었어요, 나도 한 번 이기고 싶었어요. 이길 수 있었어요."

 

이 대사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펑펑 울었던 기억도 꽤 오래 갔다.

 

힘에 대한 열광, 힘에 대한 집착, 이게 좋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세상의 대부분은 패자이고, 이제 패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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