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가 주로  B급 영화 감성이라서, 우리 집에 와서 DVD 목록들을 본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 간다. 명화 시리즈 혹은 고전, 이런 건 거의 없다.

 

영화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끔 왔다가, 도저히 취향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젖고 간 적이 있었다.

 

취향이 아니라, 그냥 B급 정서라니까.

 

하여간 요즘 너무 책을 사댔더니 용돈이 간당간당해서 한동안 DVD를 못 사다가, 큰 맘 먹고 5천원씩 하는 영화 두편, <YMCA 야구단>과 <사하라>를 샀다. 오래 전에 보기는 한 건데, 그래도 가지고 싶은 것이라서...

 

<YMCA 야구단>은, 워낙 야구 얘기를 재밌게 생각해서 처음 볼 때에는 꽤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까, 그새 감성이 변했는지, 음...

 

예전에는 "잘하세"라는 구호가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까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좀 밋밋했다.

 

그냥, 스페셜판까지 같이 들어있는 두 장짜리, 요즘은 거의 제작되지 않는 DVD가 4,900원에 할인해서 팔린다는 게 가슴 아프다는 감성을 남겨놓았다.

 

<사하라>...

 

이건 광양의 포스코 사건을 연상하게 하여주었다. 이 얘기의 소제는 사하라에 산업 폐기물 처리시설을 유치하는 것과 UN 기구 - 아마 WHO가 아닐까 - 에서 전염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 그리고 여기에 미국 남북전쟁의 오래된 전설까지 뒤범벅이 되는 그런 얘기인데...

 

판데믹과 생태적 위기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보는 중이라서 그런지, 아주 재밌었다.

 

광양 주민들의 피부질환과 관련하여 역학조사를 하자, 말자, 그런 싸움에 개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진저리를 떤 것은, 포스코에서 부탁을 하니까, 대부분의 신문에서 싹 기사를 뺐던, 벌써 수 년 전의 일이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문사 편집국장 회의가 실제로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야,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영화 <사하라>에서는 그 정도가 아니라 그냥 총 들고 와서 갈겨버리는.

 

그 후에도 몇 번 더 광양에서는 유사한 환경사고들이 발생했는데, 여전히 언론에서는 아주 조그맣게 혹은 거의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광고주가 그렇게 무섭더냐, 한 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나도 사실 한 마디도 못했다.

 

포스코에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 사고들을 왜 맨날 덮으려고만 할까, 그런 질문들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영화 <사하라>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삼성 태평로 본관에 석면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하여간 뭔가 조치를 하기는 했다는데, 삼성 내부에서도 별로 그 건물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가 없기는 없나보다.

 

결국 어떤 회사가 들어가기로 했는가본데, 직원들이 과연 그 건물에 들어가면서까지 삼성에 다녀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지, 좀 고민하는 것 같다.

 

기술적 조취를 취했다는데, 노후한 건물에서 석면에 대해서 무슨 조치를 취한 건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직간접적으로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나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몰라서.

 

그냥 니 맘대로 하세요.

 

그런 몇 가지 장면들이 영화 <사하라>에 오버래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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