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2쇄 찍는답니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사회적 경제 책이 얼마 전에 3쇄 들어갔구요. 예전에 10쇄는 간단히 넘어가던 시절에는, 쇄 넘어가는 줄도 잘 몰랐고, 그런가보다 했었습니다. 옛날 얘기입니다. 요즘은 책이 진짜로 잘 안 팔립니다. 쇄 넘어갈 때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 건가, 요즘에야 좀 느껴집니다. 역시 좀 어려워져야 고개를 숙이는... 출판사에서 대학생 티타임도 하면 좋겠다고 해서, 그것도 고맙습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음도 그렇더군요.

한동안 사람들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사회과학 전업작가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여기에 더해서, 출판사 사람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했던'이라는 수식어를 더 달아줍니다. 출판계가 다 어렵지만, 사회과학은 초죽음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저도 이제 그만 써야겠다고 몇 번 생각을 했는데, 사회과학 md를 비롯한 요 쪽 분야 사람들이, 그래도 명맥이라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시라, 요렇게 가끔 부탁들을.

저는 아직도 한국의 사회과학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좋은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꼭 한 번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만에 날이 풀려 볕이 따사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따사한 볕이 드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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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좋은 건 아닌데, 나 같은 경우도 2~3년치 출간 계획이 미리 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책 한 권 준비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폭풍처럼 조사하고, 바로 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능력이 그렇게 안 된다. 조사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고, 계속 생각을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게 1~2, 출판사랑 얘기하고 또 실제 나오는 데에도 2~3, 그렇게 필요하다. 뚝딱뚝딱, 그걸 할 수 있으면 내 삶이 이렇게 피곤하겠나...

 

하여간 몇 년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나도 출간 리스트가 사라졌다. 그만큼 내가 대충 살고, 막 살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나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출간 일정이 다 찼다. 송곳 하나 찔러 넣을 공간도 없다. 농업경제학까지, 내년으로 밀리지 않고 올해 소화할 수 있으면 최선이다.

 

내년에는 상반기, 하반기, 그렇게 딱 두 권만 일단 계획을 잡으려고 한다. 둘 다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고, 실제 조사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무리하지는 않게 잡으려고 한다.

 

도서관의 역사라고 일단 잡아놓은 책은, 권양숙 여사에게 바치는 책의 형식을 가지려고 한다. 겉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몇 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 자택에서 권양숙 여사와 길게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말씀을 하시다 보니까 아주 길어졌다. 그 때 내가 가졌던 느낌이 있다. 그게 다시 몇 년에 걸쳐서 내 안에서 커지고 커졌다. 우리나라 도서관에 관한 얘기다.

 

도서관과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될텐데, 실제 얘기의 줄기는 '도서관의 역사'라고 하는 쪽이 훨씬 더 비슷하다. mb와 박근혜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들이었고, 치 떨릴 정도로 바보였는지, 도서관을 살펴보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체적으로는 '지식경제학'이라고 경제학 분류에 해당한다. 그 중 도서관에 특화를 해서 분석을 해보려는 것이고. 이면에는 4차 산업혁명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식이 뭔데? 기술이 뭔데?

 

권양숙 여사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이었고, 큰 기여를 한 것인지, 그걸 분석해보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지나온 날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위해서, 이건 꼭 써보고 싶었다. 바로 쓰지 못하는 것은, 역사라는 이름을 달아서, 나도 자료들 정리하고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

 

젠더 경제학은, 오래 된 숙제 같은 것이다. 주변의 여성 경제학자들이 나에게 이런 거 정리해보라고 얘기한 게, 그러니까 15년 정도 되나? 그 때 이걸 했으면 아마 어마무시한 이 분야 선구자 같은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때는 내가 아직 저자로 데뷔도 하기 전이고, 또 먹고 사는 거 해결하느라고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제는 더 늦추면 안될 것 같다. 뭐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고, 뭐는 분석이 불가능한 것이고, 나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내년보다 더 늦추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출판사랑은 얘기도 안 해봤다. 확정 짓지 못하는 것이, 너무 바빠지면 아예 못 쓸 위험도 있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누가 젠더 경제학을 또 쓰겠나? 기왕에 쓸 거면, 틀걸이를 제대로 잡고 하는 게 낫다는 생각...

 

이런 건 좀 정부에서 지원받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대로 하려면 지표도 잡고 지수작업도 잡아서, 팀으로 몇 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기는 하다. 혼자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몇 년 전이지만, 오세훈 쪽에서 이런 연구에 관심이 있었고, 좀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건너건너 왔었다. 5천만 원 주겠다나? 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확 심통을 냈다. 내가 거지야?

 

아직도 전국 단위의 조사 같은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는 한데, 5억 밑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다. 딱 마음 먹었다. 10억 정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 아니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선의로 뭔가 해보려고 하면, 공무원들은 꼭 학자를 거지로 대한다. 거지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굽신굽신 비위 맞춰가면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규모를 아주 작게 잡으면, 차라리 그냥 틀걸이에 대한 얘기만 하고 실증 분석은 안 하는 게 낫다. 이런저런 이유로 젠더 경제학은 아직도 확정을 짓기가 쉽지는 않다.

 

여유가 되면, 내년에도 에세이집 한 권쯤은 내고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직 주제가 잡힌 것은 없다. 억지로 생각해서 밀어 넣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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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장석준이 번역한 책이다.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작업장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써보자는 제안이 왔다. 보통은 고민하지 않고,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는 능력이... 요렇게 바로 답변을 한다. 이게, 내가 성격이 좀 더러워서 그렇다. 무슨 고상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책들은, 어쨌든 마무리는 짓게 된다. 스타일상,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장면과 마무리에 사용할 내용이 잡혀야 책 작업을 시작한다. 그게 안 잡히면 아예 시작을 안 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강렬한 인상이 있어야 크게 헤매지 않고 종점으로 가게 된다. 물론 하다 보면 결론이 바뀌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게 없으면 마무리 자체가 어렵다.

 

남이 제안한 내용들이 부실하거나 의미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면, 별 신경도 안 쓰게 되는 경우도 많고, 신경을 쓰더라도 결국 마무리를 못하게 되는 일이 많아서였다. 지금까지 작지 않은 책을 쓴 것 같다. 그 중에서 누가 해보자 거나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쓴 책은 한 권도 없다.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점이 한 가지가 있다. 책이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누구한테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내가 뭘 잘 못했을까, 무슨 생각을 잘 못 했을까, 그렇게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원래의 패턴대로라면, 못 한다고 바로 말하는 게 답인데...

 

며칠째 고민 중이다. 안 할 이유는 아주 많다.

 

민주주의 얘기를 너무 많이 한다. 민주주의가 나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별 내용 없이 그냥 민주주의라고 밀어붙이고 갖다 붙이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하나마나한 얘기에 메뉴 하나를 더 올리게 될 위험이 아주 많다. 내가 하면 다를 것이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여기에 별 시덥지도 않은 소소한 이유들도 따라붙는다. 경제학과 민주주의, 사실 본질적인 얘기는 아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처럼 민주주의를 소소하게 분석하는 훈련도 별로 받은 적이 없고, 그렇게 절차와 과정을 나누는 것에 대단한 흥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그래도 고민을 하는 이유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회사, 여전히 개판이다. 이젠 좀 괜찮아질만도 한데, 여전히 개판이다. 치사하고 은밀하고, 뒷거래 많고... 마슬로의 동기 이론이 나온 게 언제인데, 과연 보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회사가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는 곳이라고 생각할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회사 가는 거 아닌가?

 

문제를 풀 수는 없더라도 완화시키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읽고 보고, 만나야 할 작업량이 너무 많을 것 같다는 점.

 

예전에 남재희 장관이 내 책에 추천사 달아주면서 부지런한 사회부 기자 같다고 쓴 적이 있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어지간한 기자보다 더 많이 현장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례들을 조사했다.

 

이제는... 애 둘 키우는 아빠가, 도서관 가기도 쉽지 않은데. 언감생심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면 거의 처음부터 이론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겁부터 난다. 하여... 계속 고민 중이다.

 

나도 이제 50이다. 아픈 데도 많고, 무리할 수도 없고, 아이들도 봐야 한다. 돈도 조금씩은 벌어야 하고. 하여,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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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출간 일정은 이미 다 찼고. 어지간해서는 그 뒤로는 일정을 안 잡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내 주변 여성들이 요즘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읽는 열풍이다. 나도 그걸 보면서 느껴지는 게 좀 생겼다. 도서관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한 번 써보기로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근대식 도서관은 전형적인 자본주의 산물이다. 도서관과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한 번쯤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폴 로머가 도서관 얘기는 안했는데, 한국의 교육열과 문맹률 얘기는 한 적이 있다. 폴 로머가 노벨상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경제학자 활동을 그만두어서 참 아쉬었다. 그가 회사 차리지 않고 계속 했으면 아마도 도서관을 다루기는 했었을 것 같다. 젊은 시절의 로머가 도서관에 대해서 했을 법한 생각, 그런 시각으로 도서관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려고 한다. 간만에 거시 시계열 분석도 하고, 추세 분석도 하고, 계량도 돌려보려고 한다. 여유가 되면 간단한 시스템 다이나믹 모델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만한 형편이 될지는.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원래는 도넬라 메도우의 워드 모델을 좀 더 로컬 버전으로 바꿔서 시스템 다이나믹스 모델링까지 하는 게 애초의 기획이었다. 건강상의 문제로, 도저히 못하겠다, 중간에 모델링을 접었던 적이 있다. 도서관 얘기로, 계량작업 정도는 해보려고 한다. 덤으로... 미국사 공부도 좀 하게 될 것 같다. 영화 기획 공부하면서 미국의 건국 신화들 공부한 이후로 몇 년만에 다시 미국사를 붙잡게 된다. 알아 두어서 나쁠 일은 없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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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 삶이 막막하던 나와 내 동료들은 이 근처에서 매일 만났었다...)



2013년 이후로 따로 출간 계획을 잡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았다. 그만큼 정신도 없었다.


 


요즘은 하는 일도 없고, 딱히 계획된 일도 없다. 그리고 계획을 잡을 예정도 없다. 그래서 내년에 나올 책이나 미리 잠깐 정리해보기로 한다.


 


<국가의 사기>는 출간 일정은 1월인데, 이건 이미 대부분의 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편집 작업 중이라, 사실상 올해 작업 분이다.


 


1. 경차가 멋진 나이


 


50대 에세이는 요즘 한참 쓰는 중이다. 2년 전부터 구상을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50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약간 특색이 있는 것은, 내 책 중에서 처음으로 내 친구들에게 하는 얘기들이다. 징헌 80년대를 보냈던, 그 시절의 친구들에게.


 


2. 발전 소설


 


발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얘기다. 6년 전 <모피아> 준비할 때 같이 했던 그 팀들과 아직도 작업 중이다. 2년 전 여름에 첫 구상을 시작했는데, 다른 책들에 밀려서 아직도 본격적으로 쓰지는 못했다. 내년 6월이 목표다.


 


40대 여성 세 명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내 주변에 각양각색의 아줌마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 아줌마들이 맹활약해서 세상 구하는 얘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홍대에서 목동까지, 여기가 주요 배경이고, 인천과 태안 그리고 제주도가 큰 축으로 등장한다.


 


3. 농업 경제학


 


원래는 이 자리에 에너지 경제학이 있었는데, 시점도 좀 아닌 것 같고, 내용도 아직은 충분치 않아서 고민하다가, 결국 농업 경제학으로 자리를 바꿨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로 시작해서 경제 대장정 12권짜리 책을 구상한 적이 있었다. 9권까지 나갔는데, 그 후에 MB 시절, 나도 사는 게 너무 힘들어져서 잠시 내려놓았다. 1권이 <88만원 세대>였다. <괴물의 탄생> 4권이었고.


 


이 시리즈를 완간할 생각은 없다. 11권인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에 넣을려고 했던 핵심 내용들은 <국가의 사기>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12권인 <언론의 경제학>, 쓸 마음이 없어졌다.


 


얼마 전, 언론과의 관계가 여전히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언론이나 방송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길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다. 가끔은 교차하기는 하지만, 같은 길은 아니다. 학자의 길과 방송인의 길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언론의 경제학'은 쓰고 싶지 않아졌다. 중요한 얘기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별로 그걸 연구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농업경제학이 사실상, 경제대장정 시리즈를 마감하는 책이 될 것이다. 2003년 즈음, 처음 농업경제학 공부하기 시작할 때, 주변에서 말리던 것이 기억이 난다.


 


전농과도 다르고, 농협과도 다르며, 생협과도 또 결이 다른 내 스타일의 농업 이론이 생겼다. 팔 자신은 없지만, 재밌게 쓸 자신은 있다.


 


내년 10월 발간이 목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다음 해에는? 아직은 잘 모른다. 그건 내년 이맘 때 다시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에세이집 한 권, 경제학 책 한 권, 그렇게 매년 낼 수 있을까? 생각은 그런데, 여력이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는 대로 사는 게, 제일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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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초고를 끝내고


 

(이 블로그가, mb 촛불집회 때 공식적으로 깃발 들고 참여했던 블로그였다...)



1.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보면, 이 순간이 뼈저리게 그리워질 정도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네 살, 여섯 살, 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에 진짜로 중요한 것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도, 좀 안정이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번 돈과 쓴 돈이 딱 똔똔이었던 것 같다. 쓰는 건 고정적으로 썼는데, 번 돈이 딱 거기 맞았다. 애들 병원비가 많이 나갔고, 이래저래 애들 쓰는 돈은 고정적으로 나간다. 아마 6월이었나? 진짜 몇 년만에 처음으로 흑자가 되었다. 원래 나는 2년 생활비 밑으로 현금이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와 함께, 한동안 가진 돈을 쓰면서 버티기도 했다. 줄기만 하던 잔고가, 몇 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몇 달 안되었는데, 이래저래 들어올 돈들 생각하면 내년 생활비까지는 되는 것 같다.

 

좀 이상한 일이지만, 원래 나는 집에 가만히 있을 때가 소득이 제일 높다. 아무도 안 만나고 있으면 쓰는 돈이 없고, 가만히 있을 때 돈 버는 일이 가장 많이 생기니까, 가만히 처박혀 있는 게 제일 돈 잘 버는 길이기는 하다.

 

둘째 아픈 것은 이제는 좀 안정기가 들어갔고, 요즘 몸무게도 부쩍 늘고, 키도 좀 자랐다. 큰 애가 가을 내내 감기를 달고 있기는 했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애들 데리고 산책 다니고, 같이 운동하는 시간도 좀 더 늘렸다.

 

이렇게 살아가는 와중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행복은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행복은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저녁에 간만에 불고기를 만들었다. 애들 둘이 정말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었다. 아내도 밥 비벼서 간만에 한 공기 넘게 먹었다. 나도 두 공기 먹었다. 이런 게 행복이다.

 

오늘은 <국가의 사기> 초고를 끝낸 날이다.

 

2.

<국가의 사기>에 대한 생각을 시작한 것은, 정확히는 작년 총선 다음날이다. 그날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사기꾼 얘기는 몇 번 같이 나눈 적이 있었는데, 하여간 뭔가 한 번 준비를 해보기로 얘기를 했다. 그 때 그는 <군함도> 크랭크인 준비 막 시작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원래는 너무 분석 분량도 많고, 줄기 세우는 것도 까다로울 일이라서, 안하고 싶었다. 아이들 보면서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쯤에는, 마음 속으로 포기하고 있었다.

 

동료들이 이건 꼭 좀 했으면 좋겠다고, 몇 날 며칠을 날 볼 때마다 물고 늘어졌다. 아내도 이건 좀 하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들이, 간곡하게 부탁을

 

책 준비하는 데,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매달려서 이건 좀 해야 한다고 그런 적은 없었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그 와중에,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3.

내가 아는 얘기는, 진짜로 탈탈 털어 넣었다. 처음 시작할 때 나하고 했던 다짐이, '하나마나한 소리'는 절대 안 한다

 

하나하나가 키우면 별도로 책 하나가 될만한 아이템들을 절 하나에 쑤셔 넣었다. 그게 이 몇 페이지에 들어갈까 싶은 것을, 줄이고 줄여서 쑤셔넣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 중량이 적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히 날렸다. 새만금에 앞으로 들어갈 돈이 대략 20조원쯤 되는데, 그 정도면 미니 아이템이다. 털어내버렸다.

 

앞 부분에 들어가 있던 이론적 얘기들도, 나중에는 다 들어냈다. 아담 스미스의 자연이자율 얘기는 이번에는 꼭 하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다 들어냈다. 다루어야 할 소재들을 위해서 분량 확보를 하느라고. 중간에 1/3 정도를 덜어내고, 비중 있는 것들을 꽉꽉.

 

키우면 책이 하나 될만한 아이템들도 절도 아니라 그냥 브리지 신으로 태워버렸다. 진짜, 주머니에 들고 있던 아이템들을 얘기를 강화시키는 부연설명 정도의 브리지로, 다 태웠다. 태우고, 또 태웠다.

 

4.

원고를 쓰는 과정에 내 생각이 바뀌었다.

 

언론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었는데, 불가근 불가원. 방송도 불가근 불가원.

 

나는 학자의 길을 간다. 내 길과 언론의 길은 다르다. 가끔 교차하며 만날 뿐이다.

 

방송 제안도 약간은 있고, 고정 제안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게 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 쓰던 칼럼들도, 이래저래 정리했다.

 

나는 만드는 사람이다. 소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해도 된다.

 

책은 이슈를 만드는 매체 중에서, 가장 숨이 긴 매체다. 신문 기획기사, 몇 달 준비하면 정말 길게 하는 것이다. 방송사 다큐도 2~3달 정도, 특집 방송이라고 해도 6개월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은, 1년이면 정말 짧은 거다. 짧으면 1, 보통은 2~3년 후에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얘기를 그 때 만드는 일이다. 어지간히 숨 길게 쉬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게 내 길이다.

 

중간에 사외이사 얘기도 몇 번 있었는데, 그런 것도 다 고사했다. 이제는, 내 길이 아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꼬질꼬질하게,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면서 굽신굽신 거릴 이유가 없다. 만드는 일이 내 일이다.

 

그리고 아주 마음이 편해졌다. 걱정도 없어졌다. 근심이 사라진 순간, 어쩌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5.

초고를 끝내고 나니, 지난 몇 달간이 너무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이 끝나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지? 모르겠다. 그 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다.

 

큰 산을 정말 몇 번을 넘었는데, 그런 분석 과정이 즐거웠다. 내가 왜 태어났고, 왜 공부를 했고,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내가 나에게 납득이 되었다. 그게 즐거움이다.

 

지금 계약상으로 남아있는 게 두 권, 어지간하면 내년 여름이 오기 전에 다 끝난다. 그 뒤에는 리스트가 없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 열 권 정도 리스트가 있었다. 어느덧 다 소화하고, 이제는 남은 리스트가 없다. 그리고 그걸 억지로 늘리거나 채우고 싶지도 않다. 순리대로 가는 게 제일이다. 뭔가 생기면 쓰고, 아니면 마는 거다.

 

에세이집은 매년 한 권 정도는 써볼 생각이 있는데, 경제학 책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이 생각한 게 없다. 이제 50이다.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의무감으로, 아니면 허전해서, 뭘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나이도 아니고. 유명한 어른들 중에는 빈 공간이 두려워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나도 편안하고, 나를 보는 사람들도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내 삶에 시간이 좀 더 남아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건 그런 거다.

 

<국가의 사기>를 쓰면서, 나는 정말로 편안하게 되었다. 약간씩 뒤틀어진 아픔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다 사라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 너머의 일은, 내 영역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만하면 되었다.

 

에필로그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 마지막 토막을 쓰면서 눈물이 잠깐 났다. 문득, 내 인생에 이런 글은 다시 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순간이 오늘 지난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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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영 종 상향, 이게 내 인생에 가장 살 떨리는 논쟁이었다...)



<국가의 사기>, 마지막 스퍼트를 위한 숨고르기

 


49, 이제 만 나이로도 50이 얼마 안 남았다. 50살이 되면 무얼 하고 살까? 잘 모르겠다. 준비하지 않고 사는 시간을 좀 가져보려고 한다.

 

<국가의 사기>는 어쩌면 내가 쓰는 본격 경제학 책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쓸 책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될 각오'라기 보다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가지고 쓰는 책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아는 얘기들은 다 넣으려고 한다. 다 털고 나면, 이제는 남는 게 없어서 더는 못 쓸지도 모른다. 하여간, 탈탈 털어 넣는 중이다. 조금만 늘어진다 싶으면 싹 자르고, 꾹꾹 누르는 중이다.

 

언제부터인지 4장 구조의 책이 가장 편하게 느껴진다. 이 책도 4장 구조다.

 

원래는 200페이지 미만의 아주 짧은 팜플렛 같은 책을 구상했었다. 그런데 시기도 놓치고, 또 기왕 늦어진 거, 차분하게 정리를 하자고 생각하면서 책이 커졌다. 특히 2장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1, 2장을 쓰고 나니까, 벌써 보통 책 한 장 분량이 되었다. 커질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무식하게 길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뒤에 쓸 분량을 위해서 1장의 앞의 인트로 몇 절을 덜어냈다. 아담 스미스의 자연이자율 같은 얘기는 꼭 한 번 제대로 다루어보고 싶었던 얘기인데, 분량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구조상, 4장은 산뜻하고 짧게, 스피디하게 매무리짓는 게 낫다. 내용도 감사에 대한 대안 방식 말고는 어느 정도 다 정리가 되어 있다. 그건 순서대로 달리면 되는데

 

3장이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클라이막스인 '분양편'을 다루는 중이다. 클라이막스의 클라이막스니까 며칠째 긴장도를 잔뜩 끌어올려서 쓰는 중이다.

 

1) 자원외교

2) 4대강

3) 분양제

4) 버스 준공영제

5) 도심 재생

6) 새만금

 

요렇게 6개가 내가 고른 '국가의 사기' 메인 테마들이다. 순서대로 다루면 된다고 생각했는데분양편이 생각보다 커졌다. 커져도, 많이 커졌다.

 

저녁 때 내내 고심을 하다가, 새만금을 빼기로 했다. 순전히 분량의 문제다. 물론 그만큼 들여야 하는 에너지의 문제이기도 하고… 6개에서 5개로 줄이고, 새만금에 쓸 분량과 힘만큼을 분양제에 더 쓰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분양제는 3장 다른 절의 두 배 크기가 될 것이고, 내용도 그 이상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나도 거의 사생결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새만금은 나에게는 양심과도 같고, 내 삶의 모터와 같은 존재다. 새만금 때 삭발하고 방조제에 올라갔다가 물대포 맞고 물에 빠진 활동가, 그녀와 결혼했다. 오랫동안 내 주변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새만금 싸움을 하면서 같이 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뺄 수 없는 주제이기는 한데

 

크게 보면, 분양제에 대한 개선과 대안에 힘을 쓰는 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만금을 빼고 그 분량 만큼을 분양제에 사용하는 것, 그게 지금의 내 양심일지도 모르겠다.

 

새만금을 빼고 남은 다섯 개의 주제, 뒤돌아 보면 학자로서의 내 삶을 뒤돌아보는 것과도 같은 사건들이다. 학위 받고 20년 약간 넘는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의 흔적이 새만금까지 6, 그리고 새만금 빼고 다섯 개, 그것 자체가 내 자서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제들 자체가, 내가 살아온 삶이다. 그리고 동시에, 미래의 주제라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고.

 

이제 남은 다섯 개를 털고 나면, 내가 더 아는 게 있을까? 이걸 잘 모르겠다. 사실, 남은 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세상이 진짜로 좋아지기를 바란다면, 진짜로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로 남고 싶다.

 

새만금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룰 기회가 내 인생에 또 올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새만금에 쓸 분량을 들어서 분양제에 사용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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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마무리 준비하며 메모

 

1.

지난 해 있었던 총선은, 아마도 지난 10년 동안 내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사건일 것이다.

 

둘째가 아팠고, 총선일을 경계로,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아갈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하던 일들을 내려놓았다. 둘째 아이가 많이 아프고, 연거푸 폐렴으로 입원한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이 류승환 감독이었다.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냥 약속을 잡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뿐이다.

 

그는 그 때 <군함도> 크랭크인을 준비하면서 아주 바빴고, 나는 아무 할 일이 없어서, 진짜로 간만에 한가했다.

 

하여간 그 때 했던 얘기 중에 사기꾼 얘기가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치고 또 거치다 보니까, 그 얘기가 씨앗이 되어서 자라난 얘기가 <국가의 사기>라는 책이다.

 

2.

처음에는 별로 이 책을 열심히 할 생각이 없었다. 동기도 별로 없었고, 목표점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알게 된 일이 있다.

 

나는, 다단계를 진짜로 싫어한다

 

다단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좀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는 다단계도 싫어하고, 다단계 권유하는 사람도 싫어하고, 다단계 권유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한 마디로, 진짜로 싫어한다.

 

영혼 깊은 곳에서 혹은 무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다단계를 싫어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단계에 대한 얘기들을 골격으로 하는 책은, 나는 쓸 생각도 없고, 쓸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뭘 싫어하는지, 이렇게 진지하고 깊이, 몇 달을 걸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진짜로 깊이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뭘 싫어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약간은 좀 알게 되었다. 깨달음, 뭐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나도 잘 모르던 내 안의 생각들을 나도 좀 알게 되었다.

 

나는 다단계를, 정말로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싫어한다

 

3.

그 다음은 비교적 순탄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뭘 싫어하는지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렇게 살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 뭘 좀 알까? 알긴 뭘 아나결국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자신과 자신을 구성하는 구조에 순치되거나, 약간 저항하는 척하다가 끌려 가거나, 그런 둘 중의 하나의 삶을 살게 된다.

 

어쨌든 책을 고민하면서, 내가 뭘 그렇게 싫어하는지, 약간은 알게 되었다.

 

매듭을 풀 첫 실마리를 찾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약간은 기계적인 일이 진행된다.

 

4.

만약 아이들 보면서 작업해야 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국가의 사기>는 아마도 대선이 끝나고 여름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대선 이후 몇 달을 지켜보면서 내 생각도 좀 변하였다.

 

, 이거 아닌가벼

 

처음에는 200페이지 안팎의 팜플렛 형식의 책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400페이지를 많이 넘지 않은, 약간 두꺼운 책이 되었다.

 

400페이지? 지금 추세로는 그것도 넘기게 생겼다.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제 거의 마무리한 2장만으로도 어지간한 300페이지 책 하나 나올 분량이다. 이 흐름대로 가면, 500페이지는 가뿐히 넘고, 그대로 밀고 가면 600페이지도 넘게 생겼다.

 

잠시 호흡을 다듬고

 

3장과 4장을 조금 슬림하게, 절을 딱 반으로 덜어내고

 

1장 시작하는 세 개 정도의 절을 일단 날리기로 했다. 정 필요한 내용은, 별도로 나중에 쓸 서문에 일부 살리고.

 

국부론의 <자연이자율> 얘기가 처음에는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날리기로 했다.

 

3, 4장에서 결론과 대안을 써야 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분량을 1, 2장에서 해먹었다. 잠시 구조조정.

 

5.

1장은 개인은 왜 속는가, 그런 제목을 가지고 있다. 2장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그리고 3장과 4장에서 결론과 대안을 이야기하는, 그런 구조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4장 구조의 책을 아주 선호하게 되었다. 4장일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쓰다보니까, 그런 구조가 제일 편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제목은 '국가의 사기'지만 별로 음모론적인 책은 아니다. 내가 또 별나게 음모론을 싫어하기도 하고. 구조 분석과 조직 분석에 더 가깝다. 클랜 개념을 새로 만들었고, 이념 현상이라는 용어를 별도로 정의하였다.

 

해보지 않은 분석인데, 필요한 단계마다 필요한 개념을 만들고, 그렇게 오다 보니까, 이 작업이 은근 재밌다.

 

출판사나 에디터에서는 이 책이 나의 대표작이 될 거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 대해서 아는 얘기들을 거의 다 털어내기도 했고, 또 내 무의식까지 탈탈 털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얘기들만 쓰는 중이다.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목숨 걸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뺐다. 남은 얘기들은목숨 걸 가치가 있는, 그 정도로 문제 있는 것들 것.

 

하여간 이제 반환점을 돌고,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간다.

 

3장의 한 개 절 정도, 4장의 한 두개 절 정도, 넣을지 뺄지 고민 중이다.

 

그리고는 달릴 것이다. 구조를 잡고 기본틀을 잡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아고고, 애들 보면서 뭔가 하는 게, 진짜로 힘들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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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마피아 겨우겨우 끝냈다. 클랜편에는 이제 두 개 남았다. 교육 문제와 과학 분야. 교육 토피아와 박사들의 클랜, 요렇게 이름을 붙였다. 원래도 r&d 분야 넣을 생각이었는데, 최근에 청와대의 과학계 인사 보고 조금 충격 먹었다. 이게, 뭐가 이래. 도대체 반성이라고는, 끌끌. 처음에 국가의 기본 시리즈 구상할 때에는 11권에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이 들어가 있었다. 이래저래, 사세 불리하야, 흐지부지... 그 얘기를 절 하나에 쑤셔넣을 생각이다. DJ와 노무현 때에 과학기술은 잘 된 거 아냐? 도대체 누가 그런 신화스러운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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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만든 자랑스러운 '에듀피아', 그 안으로 들어가면 생지옥이 펼쳐진다. 학생 지옥, 부모 착취, 개념 상실, 불신 지옥, 모든 수식어가 논리적으로 다 가능하다...)



교육 마피아야, 교육 토피아야?

 



박정희 시절, EPB 사람들이 재무부 견제하면서 '모피아'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고 알고 있다. 맨 처음 이 단어를 누가 썼는지, 아마도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을 것이다.

 

하여간 그 이후로 공적 영역에 문제를 모피아로부터 변형시키는 일이 유행이다. 박근혜 때는 해피아라고 난리를 치더니, 요즘은 농피아라는 단어도 쓴다. 가끔은 뭘 알고 하는 얘기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악인을 설정하고 상황만 모면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 슬슬 마무리로 들어가는 '국가의 사기'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정리를 못하고 헤매고 있던 게 교육 분야다. 교육에 비하면 나머지 분야는 상대적으로 쉬었다고 할 정도다.

 

공공 부문의 교육, 이게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른 분야는 특정 기능, 특정 출신, 부처의 구조적 형태, 이런 데에서 힘이 나오는데 교육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뭐 이런 게 있나 싶다.

 

교육 분야에서 누가 나쁘지? 많은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는데, 공정택 말고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름이 없다. 모피아, 이러면 몇 사람 이름이 줄줄줄 나오고, 출신 학교, 출신 과, 이런 얘기들이. 정 안되면 박근혜 때 그랬던 것처럼 위스컨신 마피아, 이렇게라도. 그런데 교육에는 딱이 이렇게 형성이 되지가 않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이상한 사람도 별로 없다.

 

억지로 따지면 사범학교 출신과 교대 출신 사이의 갈등이 있기는 한데, 익숙하기는 해도, 그건 너무 옛날 얘기다. 지금도 그럴까? 사범대 출신과 일반 학과 출신의 얘기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건 서울대 얘기다. 교육부와 교육공무원을 서울대가 다 장악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자기들 동창회 같은 얘기인데, 이걸로 한국의 교육 전체를 설명하기는 진짜로 어렵다.

 

최근의 절대평가 기준 등 수능체계 개편을 놓고 진짜 말 많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미국유학파들의 문제를 얘기하기도 한다. 너무 미국식 제도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그냥 미국 입시를 한국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려다 생긴 문제.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이것도 정말로 부분에 관한 얘기다. 전체 교육을 놓고 설명하기에는, 들어가는 입구나 너무 작다.

 

산업과의 유착 관계도 설명이 어렵다. 제일 큰 교육산업이 사교육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사교육계와 교육 공무원이 엄청난 유착 관계에 있고, 퇴직하면 서로 왔다갔다?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부처의 이기주의? 그렇게만 말하기도 어려운게, 교육부가 있고, 또 시도 교육청이 있다. 너무 엇박이 나서 문제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하나로 움직인다,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단체와 보수 단체 사이의 갈등 혹은 정치적 갈등? 그렇게 보이는 면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이렇게 이념만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제 교사 문제가 점점 커져서 학교 비정규직으로 고착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념이 뭔가 작동?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이거 뭐여? 세계 최대의 사교육 국가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린이집에서 대학교 아니 대학원까지 횡행하는데, 도대체 누가 잘못한 거여? 전두환이야, 박정희야, 아니면 이승만이야? 아니면 조희연? 아직 장관 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김상곤? 김상곤 때문에 이렇게? 도대체 이게 뭐여?

 

교육 분야가 이상하기는 한데, 몇 달을 놓고 들여다 봤는데, 흔히 말하는 공공부문의 마피아 현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주로 교육 마피아라는 표현을 쓸 때는 교장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 단위의 비리 현상을 얘기할 때 사용된다. 그럼 교장 때문에 이 문제가 생긴겨? 그건 좀 이상하쟎아.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생각해낸게, '교육 토피아'. 학생들은 모르겠고, 학부모도 모르겠고, 건국 이후로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낸 교육자들의 유토피아, 뭐 이런 거 아니겠슴? 그렇게 놓고 분석하면 의외로 잘 맞는다. '교육 토피아''에듀토피아'라는 두 단어를 놓고 막판 고민하는 중이다. 에듀 토피아는, 벌써 말이 어렵다. 가능하면 쉽고 짧은 게 좋다.

 

그리하여, 교육 토피아라는 개념을 놓고 기본 분석을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하는 시점이다. 이게 마무리되면, 클랜 분석은 일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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