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민주주의 관련해서 카페 만들었습니다. 혹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나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씀이나, 아무 거나... 많이들 이용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cafe.daum.net/workdemo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일단 이론적으로, 잘 정의되고 탄탄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론이라기 보다는 방향성 그리고 좀 더 감각적인 얘기다.

최근에 겪은 일이 하나 있다. 대기업 계열사다. 직접 얘기하기 좀 그래서 건너서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더니, 아주 생난리를 친다. 지가 뭔데 건방지게 차 마시자 말자, 이 지랄이야... 뭐, 이런 얘기다. 말은 정상적인 우리 말인데, 이래저래 건너 붙은 얘기들을 '사람의 말'로 해석하면, 거의 저주에 가까운.

이런, 누군 대기업 직원 안해봤나...

사람들이 복잡하게 실무자들하고 말 섞지 말고, 그냥 바로 사장하고 얘기하는 게 나을 거라는.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해 본 적은 없다.

싫으면 마슈. 니들이랑 안 놓아.

나도 그러고 말았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워낙 내 흔적을 잘 안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 이름으로.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6개월 전에 즈그들이 제발 좀 같이 하자고 했었던... 그렇지만 나도 같이 있었는지는 몰랐.)

나야 그냥, 싫으면 마슈, 그러고 툭 털면 그만인데. 평소에 얼마나 어마무시하게 갑질들을 해대고 있었는지, 느낌이 팍 들었다.

내가 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그냥 일반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그런 상업활동하는 부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공헌 비슷하게 회사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이윤과 상관없이 추진하는 그런 일 담당하는 곳인데.

갑질 치고는 겁나 살벌틱하게. 그보다 백 배 아니 천 배쯤 큰 돈을 움직이는 회사 직원들과도 종종 만난다. 조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팀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편안한 얘기를 못하는 건 아닌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별 큰 돈 움직이는 팀도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공익적인 일을 한다고 광고하면서, 자그마한 돈에 목숨줄 내 건 사람들 대하는 거 보면서...

이건 또 뭔가 싶었다. 그런 게 전형적인 투자자의 오버 액션인데.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권력을 어깨에 탁 붙이고, 마치 어마무시한 사람인 것처럼 군림하는 현상.

회사 안에서도 그렇고, 회사 밖에서도 그렇고. 이런 건 좀 그렇다 싶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이론 작업을 지금부터 할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는 지난 몇 달간 큰 틀은 정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살갑게 배달할 것인가, 그런 게 지금 더 큰 고민이다...

Posted by retired
,

다음 달부터는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아직 좀 더 이론적으로 확인할 것도 있고, 기본적인 인터뷰 작업도 좀 해야 한다.

요즘 책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좀 더 다양하고 급진적인 실험들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매 번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별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책 쓴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이제 점점 더 익숙한 방식에 기대려는 습관 같은 게 생겼다.

<88만원 세대> 때에는 블로그에 20대들이 댓글을 많이 남겼었다. 하여간 별의별 사건들이 다 있었다. 어쨌든 지내놓고 보니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들이 했던 얘기들에 어떤 식으로든 내가 답하려고 노력을 했다.

직장 민주주의는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까운 주제이다. 저자로서 욕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것...

지금 딱 필요한 건 익명으로 쓸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건데, 이게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제일 편한 건, 다음 카페를 가지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좀 나누는 방식이다. 이 경우 나쁜 점은, 이상한 게 막 엉키는 것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쓰레기통처럼...

귀찮은 것과 안 귀찮은 것 사이에서 마지막 고민 중이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 그런 생각과 혹시라도 벌어질 부작용 사이에서 저울질 중?

지금 상황은 그렇다. 아직 마음을 먹지 못했다...

Posted by retired
,

내년도 출간 일정이 거의 확정된 것 같다. 예전에는 3년치씩 미리 확정을 지었는데, 그 때만 해도 내가 30대였고, 에너지도 넘쳤다. 뒤로 넘기거나 취소한 것들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거의 소화를 했다.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앞으로는 딱 1년치씩만 확정을 하려고 한다. 권수도 2~3권 정도로 좀 낮추고. 그리고 정말 쓰고 싶은 책만 쓰기로.

50이 넘어가니까, 이제 돈도 필요없고, 명예도 필요없고, 심지어는 실속도 필요없다. 하면서 재미 없을 건 안한다. 의무감으로, 이런 것도 필요없다. 나말고도 할 사람 많다. 가벼운 것도 안 할 생각이다. 굳이 그런 것까지 내가 해야할까,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끔 돈 되는 책 하자고 연락하는 분들이 있다. 고마운 얘기기는 한데, 돈 되는 책도 별로 안 하고 싶다. 지금 와서 그런 걸 하면, 내가 살아온 지난 시간이 너무 불쌍해진다. 그리고 나는 씀씀이가 워낙 작아서,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한 삶도 아니다. 적당히, 그걸로도 충분하다.

태풍의 씨앗을 만드는 일, 그게 내가 정의한 책을 비롯해서 뭔가 만드는 일이다. 태풍을 쫓아다니는 일은 또 하고 싶은 사람들 많다. 조용한 곳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태풍의 씨앗을 만드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뭐가 태풍으로 자라날지 모른다. 진짜로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 씨앗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크게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는 책 쓰면서 이게 팔릴까, 저게 팔릴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가끔은 그런 생각도 좀 한 게 사실인데, 이게 별로 재미없는 방식이다. 이게 의미있을까, 저게 의미있을까, 이게 태풍이 될까, 저게 태풍이 될까, 그렇게 상상하는 게 더 재밌는 방식이다.

하여 나는... 책을 준비하면서 돈과는 아무런 연관을 짓지 않고, 의미와 재미, 이런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진작에 이렇게 생각을 했더라면, 한 권 한 권 준비하면서 더 그 과정을 즐겼을 것 같다. 별로 그렇게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지난 10년을 참 바보처럼 살았다.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였을텐데, 팔릴지 안팔릴지, 매번 나도 가슴을 좀 졸이기는 했다.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을 하면서, 술만 처먹고, 결국 살만 쪘다. 이게 뭐냐, 애들한테 돼지 소리 듣게 생겼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과정을 좀 즐겨야겠다. 박민규가 말했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고. 원래 인생이 그렇다. 열심히 하면 어려운 것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것, 착각이다. 괜히 힘만 들고, 살만 찐다. 그거 아닌 것 같다.

Posted by retired
,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데, 나는 출판사를 고르지는 않고 에디터를 고르는 편이다. 같이 호흡 맞춰서 일하는 에디터가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 글쎄... 출판사에 따른 변화는 크지 않고, 에디터와 호흡이 더 큰 편이다. 그래서 내 책 손 본 에디터들과는 굉장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다. 사장 거치지 않고 직접 일하면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데, 길게 보면 좋은 점이 더 많다.

 

<아날로그 사랑법>이 요즘도 팬레터가 종종 오는 책이다. 에디터가 나중에 회사를 옮기면서 한동안 연락 못했다. 간만에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더니, 그 사이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두 달 되었단다. 오매나야... 견디다 못해서 언니 도움을 좀 받으려고 오늘 이사하는 날이랜다. 애 둘 키우면, 둘이 키우면 둘이 뻗고, 셋이 키우면 셋이 뻗고, 넷이 보면 한 명이 그래도 좀 쉰다. 엄마, 아빠, 두 명이 감당할 노동량을 넘어선다. 막 웃는다. 그렇단다.

 

간만에 책 얘기도 좀 했다. 나는 몰랐는데, <아날로그 사랑법>이 좋은 에세이로 선정되어서 정부 지원도 좀 받고 그랬었단다. 정부 욕 잔뜩 해놨었는데. 예전에 공지영 작가님이 나에게 <봉순이 언니> 얘기를 몇 번 하신 적이 있다. 내가 좀 헤맬 때였다. 써놓고 잊어버린 책이었는데, 그 책이 나중에 다시 살아났다고. 꼭 그런 것까지는 아니지만, 쓸 때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책과 실제 팔린 책 사이에는 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영혼 한 부분을 떼어넣는다고 생각하면, 책들이 다 의미가 생기기 마련이다.

 

간만에 부인 출근이랑 애들 어린이집까지 다 챙겨보내고 잠시 커피 한 잔 마시고 예전 지인이랑 옛날 얘기 좀 했다. 오후에는 식구들 다 데리고 바닷가로 여행 간다. 노는 게 남는 거다, 인생의 철학이 되었다.

Posted by retired
,

 

 

(홍대앞 버거킹. 애 키우다 보니, 이런 몸에 안 좋은 불량품성 음식들이 자꾸 먹고 싶어진다...) 

 

내 주변에서는 이런 책 해보라고 하고, 저런 척 해보라고 하는 제안들이 정말 많다. 다 즐거운 얘기들이다. 최근에는 자사고, 과학고 등 특성화고와 혁신고 비교하는 얘기들을 해보면 좋겠다는 게 많다. 최근의 생활 쓰레기 관련된 문제를 추가해서 이제는 절판된 <생태요괴전>을 재출간하면 어떻게냐는 얘기도 한다.

 

최근에 나한테 오는 주제들이 대부분 생활형 질문들이다. 어떤 고등학교가 좋으냐, 이런 소소하지만 개인들에게는 중요한 얘기들. 다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들이다. 별 거 아닌 얘기들 같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우울했던 근현대사의 비극들이 드러나는, 그런 얘기들을 좀 해보고 싶다. 시원과 기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것들. 생활 주제들에는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50이 되면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인지도 모른다. 당장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압박이 좀 사라졌다고나 할까. 난 딱히 누구 편은 아니다. 그냥 우리가 잘 되면 그걸로 행복하다. <국가의 사기>에서 그런 입장을 한 번 정리했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진짜 지겹다. 그리고 그것만 붙잡는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문제가 풀리지도 않는다.

 

너무 거창하지 않고, 각 딱 잡고 들어가는 주제들이 이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소소하지만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 이런 얘기들은 생활에 많다. 나도 해 볼 생각이 있고, 일정이 문제이기는 한데, 어차피 애들 보느라고 고정적이고 장기적인 일은 못한다. 너무 멀리 가야 하는 일도 못한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위인들, 예전에 정리된 얘기들이 이제 우리 시대의 눈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세종 얘기 했다고 그걸로 끝난 것일까? 그건 그 시대의 눈으로 본 것이고, 우리 시대에는 좀 다른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지영희 선생 얘기를 다루려고 한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너무 바빠져서 못하기도 했지만, 유족이 너무 많았다. 유족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려고 생각을 해보니까, 외국 가 계신 분들도 있고변호사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안하는 게 좋겠다고. 그 중에 한 명이라도, 이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송 걸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고영화까지 전체적으로 연류된 큰 일이라서, 결국 포기했다. 게다가 이후로 내가 너무 바빠지기도 했고.

 

현대에 관한 얘기들은 그냥 좋다, 다 좋다 아니면 유족들의 소송에 시달리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건 이래서 피하고, 저건 저래서 피하고.

 

그런 거 피해 나가도 사람들이 다루지 않는 생활밀착형 주제들은 굉장히 많다. 소소하면서도 의미있는 일, 그러면서도 준비하는 과정에 너무 인상 쓰고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일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서 난감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만 하면, 50대 내내 이런 소소하면서도 가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럴 때에는 내가 공부한 것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얘기를 잡고, 어떻게 족보 파악을 제대로 하면서 황당하고도 잘못된 오류 위에 논리를 세울지, 그런 훈련을 많이 받게 된.

 

원래도 그랬지만 나는 점점 더 생활밀착형 학자가 되는 것 같다. 작은 일을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다. 나는 내가 활동하던 시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살기에 좋았던 시기이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시기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유럽에 엄청나게 잘난 학자들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나 그런 학파가 맹활약하던 시기가 더럽게 힘든 시기였다면? 그런 사회나 경제 이론들이 뭔 필요가 있지?

 

내가 살았던 시기가 정말로 좋았던 시기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 그게 생활밀착형 학자로 내가 잡은 입장이다. 시민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삶, 그런 걸 원한다.

 

Posted by retired
,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책 마지막 순간까지 남뽕이라는 개념을 넣을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 길게 보면, 넣을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논의 좀 더 하는 게 나쁠 게 없을 것 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

강한 남성 강요하는 ‘남뽕’ 구조를 돌아보다

젠더 감수성’ 배우는 사람들 ① 고민하는 요즘 아빠

아버지 위한 잡지 ‘볼드저널’
젠더 감수성 주제로 강연회
아들 교육 고민하는 30대부터
육아휴직 경험 50대 한자리에

“남여? 남남간 차이 더 클 수도”
“학교가 아빠 참여 유도했으면”
“사회 곳곳에 평등 가치 퍼지길”
“내 몸 잘 알아야 남도 존중해”
아버지 세대와 다른 ‘요즘 아빠’들이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나만의 취향을 공유하길 원하는 3040 남자들. 40대인 김치호 볼드피리어드 대표(오른쪽 셋째)는 2016년 5월부터 요즘 아빠들을 위한 잡지 <볼드저널>을 펴내고 있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하기 전까지 야근이 잦은 직장생활을 했다. 어느 날 6살 아들이 폭탄을 던졌다. “아빠 저리 가!” 나는 왜 회사에 목숨을 걸고 있을까? ‘원래 그렇다’는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볼드저널>을 창간했다. 잡지를 만들면서 ‘젠더’(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성)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여성 관련 단어인 줄만 알았는데 남편·아빠가 되면서 생긴 고민과 닿아 있었다. 올해 초 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젠더’ 이슈를 다뤄보겠다고 했다. ‘피곤한데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얼마 뒤 ‘미투’가 터져나왔다. 고개를 갸웃하던 아빠들이 ‘그게 뭔지 알아야겠다’고 했다. 최근 출간한 <볼드저널> 8호 주제는 ‘젠더 감수성’. 3월28일 늦은 저녁, 잡지를 만든 사람들과 독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북카페 디어라이프에 모였다. 젠더 감수성 강연이 시작됐다.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아버지 세대와 다른 ‘요즘 아빠’들이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나만의 취향을 공유하길 원하는 3040 남자들. 40대인 김치호 볼드피리어드 대표(오른쪽 셋째)는 2016년 5월부터 요즘 아빠들을 위한 잡지 <볼드저널>을 펴내고 있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하기 전까지 야근이 잦은 직장생활을 했다. 어느 날 6살 아들이 폭탄을 던졌다. “아빠 저리 가!” 나는 왜 회사에 목숨을 걸고 있을까? ‘원래 그렇다’는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볼드저널>을 창간했다. 잡지를 만들면서 ‘젠더’(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성)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여성 관련 단어인 줄만 알았는데 남편·아빠가 되면서 생긴 고민과 닿아 있었다. 올해 초 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젠더’ 이슈를 다뤄보겠다고 했다. ‘피곤한데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얼마 뒤 ‘미투’가 터져나왔다. 고개를 갸웃하던 아빠들이 ‘그게 뭔지 알아야겠다’고 했다. 최근 출간한 <볼드저널> 8호 주제는 ‘젠더 감수성’. 3월28일 늦은 저녁, 잡지를 만든 사람들과 독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북카페 디어라이프에 모였다. 젠더 감수성 강연이 시작됐다.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8502.html#csidxd70c7bea0d3e1089190004e43e566f7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디터와의 오래된 관계들...  (0) 2018.04.06
생활밀찰형 학자  (0) 2018.04.05
사회적 경제 책과 봄이 오는 연남동  (0) 2018.03.22
농업경제학 일정 등  (0) 2018.03.21
책에 관한 노트  (0) 2018.03.14
Posted by retired
,

 

 

 

 

봄이다. 그저께 눈이 왔지만, 오늘은 화장하다. 간만에 홍대 앞에서 점심을. 그리고 연남동에서 커피 한 잔.

 

 

 

 

사회적 경제 책은 문예출판사의 진승우와 2년 가까이 작업한 책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보냈는데, 사진 한 장 없어서, 일부러 무리해서.

 

내가 다른 저자와 약간 스타일이 좀 다른 건, 출판사를 크게 안 따진다는 점일 것이다. 출판사 사장과 만나는 것도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고. 에디터들과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고, 그냥 그 얘기 같이 했던 에디터 있는 곳에서 책을 낸다. 대부분의 책들이 이렇게 나왔다.

 

힘든 것은, 출판계가 워낙 이직이 많아서, 자꾸 출판사를 옮겨 다니게 된다는.

 

나는 에디터와 긴 시간을 얘기하고 책을 준비한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에디터 잘 안 바꾸려고 한다. 진승우와는, 몇 권 더 하고 싶다.

 

사회적 경제 책은, 나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책이다. 꼭 대통령 추천사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굉장히 정리하기 어렵고, 또 현안도 복잡하다. 게다가 잘 안 팔릴 게 거의 확실한 주제. 인기 없는 주제다.

 

사명감까지는 좀 그렇고, 보람 하나로 정리한 얘기인데, 다행히 결과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진짜로 보람이 있었다. 고베 얘기를 꼭 넣고 싶었는데, 그 시절에는 너무 돈이 없었다. 고베에 갈 형편이 안 되어서 결국에 넣지 못했다. 출판사에서는 출장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렇게 쓴 돈 만큼 책이 더 팔릴 거라는 자신이 없어서. 고베는 올 여름에 간다. 가을에 한 번 더 갈 생각이다. 다음에 내는 '농업경제학'에 그 얘기를 제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레비 스트로스 강연록을 선물로 받았다. 재밌을 것 같다.)

 

문예출판사와는 이래저래 인연이 깊다.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아마 나의 50대 삶이 편안하고 즐겁다면, 문예출판사에서 받았던 도움이 씨앗이 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노 사장님이 경제학 전공이다. 내년에 한 권 더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신다. 뭘 하면 좋을까?

 

아직 계약 끝나지 않은 책들이 좀 있기는 하다. 이래저래, 한참 내년 구상 중이다.

 

 

(홍대앞, 이런 가정집에서 영어 학원을 하고, 여기에서 영어 유치부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잠시 씁슬.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다.)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밀찰형 학자  (0) 2018.04.05
강한 남성 강요하는 ‘남뽕’ 구조를 돌아보다  (0) 2018.03.31
농업경제학 일정 등  (0) 2018.03.21
책에 관한 노트  (0) 2018.03.14
국가의 사기, 2쇄 찍을 때쯤...  (2) 2018.02.21
Posted by retired
,

 

 

한동안 일정을 못 잡고 헤매던 농업 경제학이 내년 초로 출간 일정을 잡았다. 3월에 맞춰 낼 수 있으면 제일 깔끔한데, 모르겠다. 아이 둘 보고, 다른 일도 하면서 쉬엄쉬엄 하는 거라서, 앞의 책들이 제 때 나갈 수 있을지 잘 몰라서. 그래도 나중에 미루더라도 일단은 그렇게 잡기로 출판사랑 얘기를 했다. 민음사에서 나간다.

 

제목도 정했다. '농업 경제학 2019'...

 

요즘 출판계가 진짜로 힘들다고 난리다. 내 책들도 헤매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워낙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니, 나는 힘든 티도 못 낸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니까, 책 제목은 너무 딱딱하고 고루한 것만 피해서 정직하게 하는 편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정직하게 제목을 단 책들이, 초반에는 엄청나게 힘을 쓰지는 못해도 꾸준히 버티는 것 같다. 나도 점점 더 정직하고 직설적인 제목을 달게 되고, 책 내용도 기교 같은 것들을 줄이고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누가 독자가 될 것인가? 농업 경제학의 경우는, 비교적 쉽다.

 

올해는 농업경제학을 어떻게든 정리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연락 온 곳이 한살림과 몇 개의 생협이었다. 지금은 손 놓은 지 오래지만 한 때 한살림 등 생협의 기본 전략을 내가 짜던 시절이 있었다. 전설 같은 시절이었다.

 

생협에 가입할지 말지, 혹은 막 생협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왜 생협이고 왜 농업인가, 그런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조금 더 진도를 나가면, community-supported agriculture, 이런 내용들이다. 여기에 푸드 플랜에 해당하는 내용들까지.

 

이번에 송파을에 출마하는 송기호 변호사, 자살한 수의사 박상표, 이런 사람들과 함께 농업의 최전선을 형성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인으로는 강기갑 의원 정도가 같이 했다. 그 때는 농림부 장관 바뀌면 장관실에서 연락 와서 밥도 먹고 그랬다. 그 시절에 같이 하던 사람 중의 한 명이 윤석원 교수였다. 그 팀이 몇 년 더 움직였으면 어쩌면 한국 농업의 양상이 지금과는 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상표는 벌써 자살했다. 윤석원 선생은 후보 시절의 MB 농업특보가 되었다. 나한테도 상의를 하셨는데, 그냥 하시라고 그랬다. 그 때 우리가 그렸던 한국 농업의 밑그림이 상당 부분 MB한테 갔다. 우리는 그 때 다 윤석원 선생이 농림부 장관 되는 줄 알았다. 결국 키위 정운천이 장관이 되었고, 촛불 집회 터지고, 기타 등등 생난리가 한 번 났다. 다 옛날 일이다.

 

그 후로도 내가 농업에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내가 하던 많은 활동들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처럼, 농업도 그렇게 했다.

 

그렇다고 내가 농업 경제학에서 한국 농업 운동사를 정리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이제 막 생협 조합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알려주는 형태로 정리하려고 한다.

 

나한테는 이 책이 기념비적인 책이 될 것 같다.

 

대학원 시절, 국제자원 분야에서 석사 논문을 쓰게 되었다. 그 때는, 분야를 학교에서 정해주었다. 올해는 이거, 내년에는 저거, 이런 식으로 논문들을 집중시켰다. 나 때에는 국제자원 쪽이었다.

 

한동안 난감해하다가 국제 쌀 시장을 잡았다. 부활절 휴가 때 집중적으로 작업을 해서, 나는 겨우겨우 날짜 맞춰 내느라고 죽는 동 사는 동 했다. 아직도 이유는 모르는데, 이 논문이 평가를 엄청 잘 받았다. 진짜로 잘 받았다. 초기 시험을 잘 못 봐서 유급을 하게 될지, 겨우겨우 통과하게 될지 그냥 악전고투로 버티던 중이었다. 논문 점수가 무지막지하게 잘 나온 데다가 워낙 논문이 비중이 크니까, 전체 1등은 아니고 분과 1등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점수가, 그 친구들 표현으로, fantastic...

 

그 논문 덕분에 박사 과정 들어갈 때에는, 이름, 주소 정도 간단하게 적은 진짜 조그만 등록증 하나 적고 행정절차 끝이었다. 이게 참, 이래도 되나 싶게, 전체 1등이 박사과정에 진학을 안 하는 바람에, 박사과정에 1등으로 들어갔다. 시험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데, 이게 뭔 1등이냐... 싶은데, 하여간 행정이 그랬다. 그래서 박사 과정 들어갈 때부터 요란버쩍지근해져서, 사실 받을 수 있는 특혜라는 특혜는 거의 다 받고 지냈다. 박사 논문도, 그냥 쓰고, 내고 싶을 때 내라고 했다. 그래서 다 쓰고 냈고, 그냥 쟤가 냈으니까 끝났겠지, 그렇게 진짜 간단하게 학위 심사가 끝났다.

 

그 출발이 쌀시장에 대한 국제 분석이었다. 내가 농업을 심각하게 고민한 첫 순간이었다. 논문 쓸 때는 고통스러웠는데, 그 결과물이 진짜로 달콤했다.

 

농업경제학은, 나한테는 양심 같은 것이다. 이거 한다고 나한테 생기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봐야 할 것, 정리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지금부터 해서, 그렇게는 책이 안 되고, 15년 정도의 경험에 기반해서 최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

 

소위 진보는 농업에서는 좀 다를까?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 이게 보수 쪽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08년의 일이다.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이번에 한살림도 깃발 듭니다."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는 한살림이 단체로 집회에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첫 깃발을 든 것이 2008년 촛불집회 때의 일이다. 그 때 가슴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촛불을 든 한살림의 조합원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진심을 전달하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농업 경제학이다.

 

아쉬운 것은, 내 뒤를 이을 사람이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공들여서 쓰고 싶다.

 

부제는 아직 생각 못했다. '과일방'을 넣을 것, 그 정도밖에.

Posted by retired
,
최근에 몇 권의 책을 내고 가지게 된 생각을 잠시 정리해보았다.

1. 책 제목은 정직하게. 기교나 은유 같은 것을 너무 많이 쓰는 것보다는 그래도 정직하게 제목을 잡는 게 나은 것 같다. 엄청나게 팔리지는 않지만, 최악은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편이, 진짜로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버티는 힘을 주는 것 같다.

2. 너무 얕게 쓰지는 않는다. 최근 출간 트렌드상, 덜어내고, 슬림하게 하고, 그리고 가능하면 얕게 하는 게 유리하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그렇지는 나는 그렇게는 안 하고 싶다. 그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극한이라고 할 정도로 최전선에 서 있고 싶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내가 책을 쓰고 있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최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그게 늘 최전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우리 시대의 얘기를 극한까지 끌고 가고 싶다.

책 마무리 작업하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