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낸책, 낼책 2018. 9. 23. 11:59

나도 나이를 먹는다. 언젠가는 지금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놓치고 있는 것을 팍팍 잡아내는, 그러지 못하는 나이가 올 것이다.

나이 먹어서 '새로운 것'이 힘든 나이가 오면, 그냥 버티고 채우는 마음으로 평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부 때는 경제사 전공을 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대학원 때에는 국제경제학을, 박사과정 때에는 사상사 분야에 있었다. 물론 그리고 실제로 경제사나 사상사를 계속 공부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평전 쓸 기본 정도는...

그런 마음을 먹으면서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 이완용 평전이다. 그거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한 사람이 가장 많기도 했고,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털어서 무능한 사람으로는 원균이 1번일 것 같고, 유능한 때 나쁜 사람으로는 이완용이 맨 앞일 것이다.

최근에 이완용 얘기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 와, 아직 이완용은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지, 들여다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해보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똑똑하다는 것이 뭔가,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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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생각...

낸책, 낼책 2018. 8. 21. 14:31

"이재영이 죽었다. 나는 공산당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나는 아무에게도 지켜야 할 약속이 남지 않게 되었다. 그는 'MB시대'를 버텨내지 못했다. 50이라는 나이는 그런 나이다. 친구나 지인 한두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 그게 20대와 다른 점 아닐까? 내 친구들은 참 많이도 죽었다. 민주노동당에 재영이가 두 명 있었다. 정책을 맡았던 이재영, 조직을 맡았던 오재영. 나는 두 명의 재영이와 모두 친했다. 오재영은 나와 한 잔 하기로 약속을 잡은 주에 죽었다. 과로사였다. 서울시장 선거에 노회찬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노회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오재영과 그 선거를 치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의사 박상표는 광우병 싸움으로 유명한 인사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영향을 받아서 나는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다. 꽃처럼 아름다웠던 친구들이 50이라는 나이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우리끼리 모였을 때, 너무나 친했던 친구나 지인이 한두 명 죽는 건 술자리 화제 축에 끼지도 못한다. 그게 20대나 30대 시절의 우리와 50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다른 점이다. 이제는 죽음에 조금 더 익숙하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도 준비해나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50대 에세이에 썼던 한 구절이다. 이 귀절에 나온 친구들이 결국 다 죽었다. 그렇지만 이걸 쓸 때 노회찬도 죽을 줄은 진짜 몰랐다. 틈틈이 기억 속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시간을 견뎌나가는 것은 남은 자의 몫이기도 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노회찬과 미처 하지 못한 일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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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에 대체적으로 하고 싶다고 노트에 끄적거렸던 일들을 대부분 했거나, 하게 되었다. 성공과는 별도로 말이다. 아직 그 중에서 손을 못 대고 있는 게 동화책이다. 나도 정신이 없었고, 상황도 그렇게 좋지 않고. 그 사이에 이제 두 아이들도 동화책을 읽을 나이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어쩌지, 어쩌지, 그러는 사이에 그냥 시간만 흘러가는.

동화책과는 별도로, 애니메이션 같이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왔다. 이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이미 하는 일들이 꽉 짜여져서 더는 일정을 빼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동시에.

사는 게 그렇다. 좋아하는 일들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그래도 재밌는 거 하면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빨리 지나간다. (시간 흐르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로...)

50이라는 나이가, 한 번만 더 미루면 다시는 이번 생에 그걸 해볼 수 없게 되는. 어쩌지, 어쩌지, 여전히 나는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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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건물 2층 사무실에 한국 진보정당 초창기 시절의 멤버들이 모여 있었다. 그 시절 공식적인 상근자는 이재영과 지금은 20대 국회의원이 된 노회찬, 단 둘이었다. 내가 이사간 집은 마당이 있는 전셋집이었다. 나와 이재영 그리고 지금만큼 유명해지기 전의 노회찬, 이렇게 셋이 그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날이 있다. '불판'으로 약간 유명해진 노회찬이 그날은 고기 굽기를 담당했다. 그는 고기를 구울 줄 아는 남자였다. 그 두 사람이 아직 너무너무 아름답던, 찬란한 어느 하루의 오후였다. 햇살도 더없이 좋았다. 어쩌면 내 삶에서 그날이 가장 행복하고 화사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 생의 단 하루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그날을 돌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독자 한 분이 50대 에세이의 한 구절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겨울, 노회찬과 삼겹살 구워먹은 날을 내 인생의 가장 화사한 하루라고 썼었다. 이걸 쓴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노회찬과 다시는 마당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걸 쓸 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향한 생각이 아니라, 과거를 향한 생각.. 진짜로 난 그 날이 가장 내 삶의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억은 아니다. 가끔 나는 돗자리 깔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흠칫하게 맞추는 경우가 있다. 오후에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데, 자꾸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내 에세이집 한 구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억으로 노회찬을 남겨놓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정의로운 사람, 강인한 사람, 유능한 사람, 노회찬의 여러 얼굴이다. 나는 노회찬이 크게 웃고, 행복해하던 순간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끼리 모이면, 정치 얘기나 사회 얘기, 그런 얘기들은 하지 않았다. 애 낳아라, 빨리 낳아라, 안 낳으면 나처럼 된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이제 나는 아이 둘의 아빠다. 애 빨리 낳아야 한다고 달달 볶던 사람 중의 한 명이 노회찬이었다. 그 집에서 큰 애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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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표를 보니까 9월에 강연이 하나 있고, 12월에 강연이 있다. 그리고 파주 쪽 도서관에 10월쯤 해준다고 약속 한 게 하나. 지난주, 이번주 강연 부탁 엄청 들어온다.

하루 정도 생각을 했는데, 올해 강연은 이걸로 마감할까 한다. 강연하고 나서 푹 자고, 이런 직업형 인간으로 살면 좋은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강연은 싫은데 참고하는 거라서, 강연하면 소주 두 병은 마셔야 그날 하루가 끝난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안 좋아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더 안 좋아한다. 그 때마다 스트레스 만빵이라, 소주 두 병씩 처먹게 된다. 안 그러면 암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책 나오면 그냥 하는 강연 빼고는, 일단 올해는 이걸로 마감할까 한다. 건강도 좀 신경 써야 하는. 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 일정도 빡빡하다. 후년도 스케쥴 잡는 중이다. 잘못하면 후년도 것도 가을이면 다 잡힐 것 같다.

방송도 명분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면 연말까지는 일단 잠글 생각이다. 예전에 한참 돌아다닐 때에는 땜빵도 하고, 잠깐 떼워주는 것도 하고 그랬다. 이제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연말까지는, 외부활동은 정말 최소로. 그래야 내 동료들 입에 밥이 들어간다.

강연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녔는데, 이제 내 코가 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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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나올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은 도서관 경제학이다. 오늘 이 책 담당할 에디터랑 점심 먹고 잠시 애기 나누었다.

박원순은 왜 그런데요? 겁나게 건면 재건축 하겠다는 박원순, 그냥 도서관이나 동네마다 좀 더 만들고, 그 돈 그냥 여기에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궁시렁 궁시렁. 힘 가진 사람이 죽어라고 자신의 소망을 달성하겠다고 하면, 누군가 목숨 걸기 전에는 막기 힘들다.

도서관 경제학은 돈을 좀 많이 들일 생각이다. 몇 년간 돈이 없어서 책과 관련된 여행도 최소한으로만. 도서관 경제학 서문은 필라델피아에 가서 쓸 생각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필라델피아 갈 생각까지는 없는데, 아내는 돈 대 줄테니까 혼자라도 갔다 오라고 한다. 이런 직관은.. 나보다 아내가 뛰어나다. 결혼하고 아직 내 여행으로 외국에 혼자 간 적이 없다. 아내랑 가거나, 식구들 다 데리고 가거나. 혹은 업무차 출장. 아내가, 이번에는 혼자라도 갔다 오라고 한다.

도서관은 과연 뭐냐? 이 질문에 답 하기 위해서 노력할 생각이다. 도서관은 개떡 정도로 아는 넘들 앞에서, 이게 그런 게 아니다.. 목숨 걸고 만든 것이다, 그런 얘기들을.

도서관은 개 코구녕 같은 것으로 안 대표적인 인간이 명박과 순실 그리고 근혜 같은. 사서 교사가 뭘하러 필요하냐, 그 지랄들 했던.

도서관에 관해서만큼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로 역대급이다. 그만큼 노력한 사람이 없다. 도서관과 우리 문화에 관한 노대통령의 노력과 기여에 대해서는 평가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도서관 하면 노무현, 그건 맞는 것 같다.

가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서관을 찾아 몇 번 여행을 할 생각이다. 일본에도 한 번 가고. 내년 봄쯤 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필라델피아에 가면서 본격 작업 시작. 도서관 얘기, 설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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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책이 좀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농업경제학이다. 1쇄 턴다는 보장만 있어도 벌써 썼을 것 같은데, 자신 없다. 게다가 농업 여건과 제도가 변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10년 전에 정부에서 만든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을 가지고 엄청나게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이겼다. 그 시절에 정부와 벌인 논쟁들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될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농업에서 했던 논쟁들은 대부분 내가 이겼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무용담, 이런 건 재미없다. 그리고 의미도 없다.

 

전체적으로 한 번 업데이트 한다고 하면, 어마무시한 분석 분량이다.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같이 뜻을 나누던 동료들도 다 뿔뿔이.

 

수의사 박상표는 자살. 농업의 아들, 송기호는 송파에서 탈락. 언제나 농업경제학 교수였던 윤석원 선생은 명박 정권과 함께 낙향. 그렇다고 나 혼자 농업 공부 모임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여력이 벅차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할 이유가 한 백 가지 정도 된다. 그런데도 이 주제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내 양심이다. 나는 핸드폰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리하여

 

일단 잡아 놓은 형식은, 1이 된 아들에게 아빠가 보내는 편짓글 형식으로 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큰 애는 아직 7살이라서 택도 없는 얘기이기는 한데.. 사실 상상력만 더 움직일 수 있으면 고1이 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하고 싶다.

 

예전에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13세 소녀가 모델이었다. 실제 모델도 있었는데, 그 사이 시간이 흘러서 대학교 2학년인가? 엄청 커버렸다.

 

주변에 자주 볼 수 있는 고1 소녀가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없다.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단점은,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는. 아무래도 고1의 난이도에 맞추다 보면 정책적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장점은, 얕다는 게 바로 장점이다. 농업경제학 읽은 사람이 그걸 들고 바로 농사지으러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선에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선에서, 이 정도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 맛만 좋으면 되지.

 

이런 얘기 좀 하지 않을 정도.

 

그래서 일단 50~60개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조금씩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농업은 공단 그만두고 나와서 따로 공부를 했다. 생태경제학으로 박사 논문을 쓴 내 양심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한국 버전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꼭 돈 되는 일만 하고, 폼 나는 일만 하고 살지는 않았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도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 그게 나에게는 농업경제학이다.

 

지난 총선 때에도 농업 공약 총괄을 내가 했었다. 그 때 파트너로 일했던 사람이 이재수다. 쪼르르, 청와대로 가더니, 이번에 춘천 시장이 되었다. 그와 마지막으로 푸드 플랜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 설계하던 게 불과 2년 전이었는데. 그렇다고 춘천 시장실에 가서, 같이 머리 맞대고 새로 메커니즘 검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나도 내가 아는 농업경제학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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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얘기...

낸책, 낼책 2018. 6. 26. 16:24

건물주에 대한 걸 한 번 다루면 좋겠다는 얘기를 요 며칠 사이에 몇 번 들었다. 나도 간만에 필드 스터디 많이 하는 그런 작업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우악스러운 건물주,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생각은 그런데, 출간 일정 사이에 찔러넣을 틈이 안 난다. 작업할 시간도 짬이 나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하게 된다. 이런 건 누가 르뽀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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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영화를 다 보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보기 힘든 걸 제외하면 어지간히 보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사극은 망했어도 어지간하면 대충 챙겨서 본다. 망한 영화를 보면 배우는 게 많다. 왜 망했을까, 고통스럽지만 이게 망한 영화를 보는 진짜 이유다. 승승장구, 늘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는 있다. 나는, 수많은 망한 영화에 가까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망한 영화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망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내릴 수 있다면, 시간을 내서 망한 영화를 본 본전은 건진다.

 

그리고 가끔은 뭔가 얘기와 발상의 전환도 건진다. 망한 영화가 완전 꽝인 경우는 정말 드물다. 최근의 한국 영화 시스템에서, 성공한 영화와 망한 영화의 품질 차이라면 아마도 2% 내외일 것이다. 근사치에까지는 간 영화들이 실제로 제작에 들어간다. 물론 얼척 없는 영화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약간의 요소들의 결핍 혹은 과잉들 때문에 망한다.

 

영화 <고산자>는 완전 망했다. 그렇지만 그 소재나 시대 배경 그런 것들 마저도 망한 것은 아니다. 고산자 얘기를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적이라서 망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할 꺼냐? 다른 접근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 <흥부>는 대표적으로 망한 영화다. 개봉도 전에 상태 안 좋다는 소문이 났었다. 얼마 전에 봤다. 한 쪽에 국뽕이 있다면, 그 옆에 백성뽕이 있다. 하여간 백성 엄청 찾는다. 그게 그런데, 사실 별 맥락이 없이 백성뽕으로 기울면 영화 밸런스가 깨진다. <흥부>는 좀 더 개발할 좋은 미덕이 있는 영화이기는 한데, 백성으로 가는 결말을 위해서 중간이 좀 뒤틀렸다. 좀 더 코미디풍으로, 정우의 간데 없는 발랄함을 더 밀어붙였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남는다.

 

그건 그렇고영화보고 나서 홍준표 등 한국당 찌끄레기들이 경제를 살리자고 난리들을 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놀부의 경제학’. 극 중 놀부의 원형이 되는 풍산 조씨의 조항리, 이게 나름 매력 있는 캐릭이다. 왕이 된다고 설정을 지나치게 들이밀지만 않았으면, 딱 한국당 하는 얘기들하고 정확하게 매치된다.

 

트리클 다운 얘기가 한참 세상을 휩쓸고 가더니, 정세균이 분수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썼었다. 발상은 재밌는데, 딱히 이미지가 와 닿지는 않았다. 정세균이 인기가 없어서인지, 분수가 인기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놀부홍준표 스타일의 이미지로는 딱이다. 그간 새누리당 시절 이후로 한국당이 결사 반대해서 통과되지 못한 법률안들과 제도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정리하면 ‘21세기 놀부’, 요런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건물주를 지지하면서 그들이 했던 숱한 괘변들, 집값 내려가면 그 손해는 누가 보전해줄 것이냐, 차와 보행자의 패러독스 같은 얘기들이다.

 

나는 출간 일정이 꽉 차 있고, 더 밀어 넣을 형편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당명을 새로 바꿀 한국당 비대위를 위해서 책 한 잔 드리고 싶기는 하다. 위험의 외주화, 이런 법 정도는 놀부 아니라면 통과시키는 게 맞는 거 아니여?

 

아저씨들이 지금 새로 만든 강령이 놀부경제학이예요. 요런 호쾌하고 경쾌한 중거리 슛을 한 방, 쓰리, , , 고 슛! (베이 블레이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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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인은,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쓰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워낙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동료들한테 책 줄 때는 절대로 사인 안 한다. 우리끼리 무슨 사인이냐고...

 

그래도 책 나오면 사인을 안 할 수는 없어서 그 앞에 쓰는 문구는는 신경 써서 만드는 편이다.

 

이재영 살아있을 때에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를 주로 썼고, 지금도 쓴다. 우리가 친구로서 지냈던 시간과 함께, 그 때 우리가 했던 즐거운 상상들에 대한 추억이다.

 

그리고 저자로서 꽤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조지 루카스. “포스가 함께 하기를!”.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놈도 많이 썼다. 이 두 개가 제일 많이 쓴 거고, 책에 따라,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다른 것들도 썼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50대 에세이집이 나오면서 사인 문구 하나를 추가했다. 완전히 새롭게 바꿀 생각도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명랑 대신, 달달함을 새로운 모토로

 

달달이 함께 하기를...”

 

내가 나한테 하는 얘기기도 하다. 나도 이제는 좀 달달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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