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좋은 건 아닌데, 나 같은 경우도 2~3년치 출간 계획이 미리 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책 한 권 준비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폭풍처럼 조사하고, 바로 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능력이 그렇게 안 된다. 조사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고, 계속 생각을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게 1~2, 출판사랑 얘기하고 또 실제 나오는 데에도 2~3, 그렇게 필요하다. 뚝딱뚝딱, 그걸 할 수 있으면 내 삶이 이렇게 피곤하겠나...

 

하여간 몇 년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나도 출간 리스트가 사라졌다. 그만큼 내가 대충 살고, 막 살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나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출간 일정이 다 찼다. 송곳 하나 찔러 넣을 공간도 없다. 농업경제학까지, 내년으로 밀리지 않고 올해 소화할 수 있으면 최선이다.

 

내년에는 상반기, 하반기, 그렇게 딱 두 권만 일단 계획을 잡으려고 한다. 둘 다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고, 실제 조사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무리하지는 않게 잡으려고 한다.

 

도서관의 역사라고 일단 잡아놓은 책은, 권양숙 여사에게 바치는 책의 형식을 가지려고 한다. 겉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몇 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 자택에서 권양숙 여사와 길게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말씀을 하시다 보니까 아주 길어졌다. 그 때 내가 가졌던 느낌이 있다. 그게 다시 몇 년에 걸쳐서 내 안에서 커지고 커졌다. 우리나라 도서관에 관한 얘기다.

 

도서관과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될텐데, 실제 얘기의 줄기는 '도서관의 역사'라고 하는 쪽이 훨씬 더 비슷하다. mb와 박근혜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들이었고, 치 떨릴 정도로 바보였는지, 도서관을 살펴보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체적으로는 '지식경제학'이라고 경제학 분류에 해당한다. 그 중 도서관에 특화를 해서 분석을 해보려는 것이고. 이면에는 4차 산업혁명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식이 뭔데? 기술이 뭔데?

 

권양숙 여사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이었고, 큰 기여를 한 것인지, 그걸 분석해보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지나온 날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위해서, 이건 꼭 써보고 싶었다. 바로 쓰지 못하는 것은, 역사라는 이름을 달아서, 나도 자료들 정리하고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

 

젠더 경제학은, 오래 된 숙제 같은 것이다. 주변의 여성 경제학자들이 나에게 이런 거 정리해보라고 얘기한 게, 그러니까 15년 정도 되나? 그 때 이걸 했으면 아마 어마무시한 이 분야 선구자 같은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때는 내가 아직 저자로 데뷔도 하기 전이고, 또 먹고 사는 거 해결하느라고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제는 더 늦추면 안될 것 같다. 뭐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고, 뭐는 분석이 불가능한 것이고, 나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내년보다 더 늦추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출판사랑은 얘기도 안 해봤다. 확정 짓지 못하는 것이, 너무 바빠지면 아예 못 쓸 위험도 있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누가 젠더 경제학을 또 쓰겠나? 기왕에 쓸 거면, 틀걸이를 제대로 잡고 하는 게 낫다는 생각...

 

이런 건 좀 정부에서 지원받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대로 하려면 지표도 잡고 지수작업도 잡아서, 팀으로 몇 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기는 하다. 혼자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몇 년 전이지만, 오세훈 쪽에서 이런 연구에 관심이 있었고, 좀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건너건너 왔었다. 5천만 원 주겠다나? 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확 심통을 냈다. 내가 거지야?

 

아직도 전국 단위의 조사 같은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는 한데, 5억 밑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다. 딱 마음 먹었다. 10억 정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 아니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선의로 뭔가 해보려고 하면, 공무원들은 꼭 학자를 거지로 대한다. 거지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굽신굽신 비위 맞춰가면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규모를 아주 작게 잡으면, 차라리 그냥 틀걸이에 대한 얘기만 하고 실증 분석은 안 하는 게 낫다. 이런저런 이유로 젠더 경제학은 아직도 확정을 짓기가 쉽지는 않다.

 

여유가 되면, 내년에도 에세이집 한 권쯤은 내고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직 주제가 잡힌 것은 없다. 억지로 생각해서 밀어 넣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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