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업에 대해서 하는 얘기는, 옛날 기업에 비해서 지금 기업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물론 당연한 얘기다. 저개발 국가 시절의 기업 제도와 지금의 기업 제도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은 맞다. 그래서 누군가 불평을 하면, 아주아주 옛날에는 말이야, 이런 옛날 얘기로 일장 연설이 나온다. 기업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의 많은 분야가 비슷하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기업이 정상적인가, 이렇게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직장 갑질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사회 일반의 발전 속도에 비해서 기업의 발전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이 균일하게 발전하거나 변화하지는 않는다.

 

21세기 초,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국정 슬로건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로 걸린 슬로건이다. 기업에게 토지수용권을 보다 폭넓게 허용하면서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부터 갖가지 규제 완화가 막 등장한다. 취지는 명확했다. 어쨌든 기업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실제로 그런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 좋은 기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결국 회사가 지옥되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준에서 기업은 예외가 되었다. 큰 데는 커서 못 건드리고, 작은 데는 작아서 못 건드리게 되었다. 삼성도 무섭고, 현대도 무섭고, 큰 데는 다 무서워한다. 작은 데는, 여긴 또 중소기업이라서 더 도와주고, 더 몰아줘야 한다. 이렇게 빼고 저렇게 빼고 나니, 기업 안이 지옥이 되어버렸다.

 

크게 보면, 정치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외치던 시절 이후, 한국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지옥 되기 좋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요즘 젊은 것들, 고생을 몰라, 쯜쯜

 

작년 초, 박근혜 탄핵으로 황교안이 권한대행을 맡았었다. 그 때 황교안이 했던 얘기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였다. 사회적으로 직장 갑질에 대한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딱 직전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10년이 넘었다.

 

늙은 직장 간부들 천국이 펼쳐졌다. 연봉도 오르고, 권한도 오른다. 심지어는 간부 퇴임 후 핸드폰 비용까지 내주는 회사까지 생겼다. 별의별 쪼존한 것까지 다 챙겨준다. 그들에게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것은 맞을 것 같다.

 

그러나 과장 이하, 연봉도 깎이고, 삶도 더 어려워졌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이게 좋은 것인가? 지금처럼 운용하면, 지옥되기 딱 좋은 나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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