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피아>는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책이다. 책 자체 보다도 이 작업할 때 같이 했던 사람들이 결국 내 평생 동료가 된... 이래저래 7년을 같이 했다. 그 연장선에서 영화 <사도>가 나왔고, 지금도 작업은 계속 중이다.

<모피아> 드라마 판권은 나오자마자 팔렸고, 큰 애 낳고 한참 돈 많이 들어갈 때 진짜로 요긴지게 도움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드라마 기획까지만 가고 실제 편성이 되지는 않았다.영화 판권은 성사 직전에서 섰다. 제작자가 안철수를 모델로 만들어볼 생각이 있었는데, 안철수가 정치를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한 듯 싶었나보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아주 사적인 관점에서, 나만큼 안철수가 잘 해 주기를 바랬던 사람도 없을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가 시기가 좀 겹쳐서, 판권 시기 조율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정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판권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제작 검토는 몇 군 데서 한 걸로 아는데, 제작비가 겁나 들어가게 되어있는 설정이다.

하여간 최근에는 실사판과 에니메이션판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 내가 판단을 내릴 일은 아니고... 어차피 이건 내가 직접 하지는 않을 생각으로 쓴 거라서.

5년 전에 상상으로 작업할 때에 비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아졌다. 진짜 돗자리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이 생겨날지는 진짜 나도 몰랐었다. 한국, 참 안 변한다.

<모피아> 후속편은, 원래는 교육 마피아 얘기 다루는 걸 생각했었는데, 1년쯤 준비하다 뒤로 미루었다. 자살하는 고3 남학생과 그걸 지켜본 고3 여학생의 얘기로, 어느 정도 설정은 해놨었다. 그렇지만 자살이라는 얘기가 논리적이기는 한데, 내 심경으로 깊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교육 마피아 얘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소설은 작년 7월부터 시작한 게 있다. 설정만 해놓고, 다른 작업에 밀려서 기술적인 조사 직전 단계까지 가 있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발전소와 현장에 다 가봤고, 전력거래소만 안 가봤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사무실 안에까지는 가봤는데, 나주로 내려간 다음에는... 나주 자체를 몇 년째 안 가봤다. 내 동료들이 아직 이런 설비들을 못봐서.

<모피아>는 김영사에서 냈었는데, 그 때 같이 했던 김영사팀은 벌써 다 다른 데로 옮겨갔다. 이 시리즈는 당분간 그냥 김영사에서 내려고 한다.

정권이 바뀌었고, 처음 몇 주간은 나도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었다. 이젠 좀 알겠고, 나는 예전에 하던 얘기 만들기를 계속 재밌게 하려고 한다. 얘기 만들기는,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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