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다음 주제는?

 

오랫동안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정했던 주제는 ‘40였다, 그 글들은 ‘1인분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묶였다. 그 다음은 주제라기 보다는 소재였다. 나랑 같이 지내는 마당 고양이들과의 삶과 애정 그리고 슬픔. 이 글들은 아닐로그 사랑법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아마 다음 주면 시중에 나오게 될 것 같다.

 

요즘은 내 삶도 길을 잃은 듯하고, 사람들도 길을 잃은 듯하다. 대선 이후, 한국은 전체적으로 길을 잃은 듯 싶다.

 

아마 길을 잃지 않고 마음 먹은 대로 가는 사람이라면 변희재와 고성국 정도? , 좀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들이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

 

하여간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살던 대로 살면 그만이고, 하던 대로 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개인적 삶이나 사회적 삶이나, 지는 것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다고 엄청나게 정치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엄청 재밌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재수없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고 그리고 슬프지 않고.

 

그렇게 소일 삼아 새로 생각해보면서 쓸 수 있는 주제들을 요즘 생각해보는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거다 싶은 게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좀 더 아줌마틱하고, 좀 더 수다스럽고, 뭐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방향감만 있는 게 딱 지금 상황이다.

 

각을 잡고 정확하게 테제를 향해서 돌진하는 글, 그렇지만 그런 걸 일상 속에서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살다 보면 아픔도 있고, 실망도 있고, 예기치 않게 남에게 상처주기도 한다. 그런 게 삶이다.

 

40대 후반의 삶을 보내면서, 아기와 함께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중이다.

 

사람들의 지혜를 좀 빌리고 싶다.

 

선거에서 진 우리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으면 좀 재미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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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술 모드로

 

아기 태어나고 대선 치루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 동안 이사도 했고,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내 방은 제대로 정리도 하지 못했다. 스피커랑 스크린, 그런 거 셋팅도 안하고, 컴만 겨우겨우 돌리면서 지냈다.

 

4월말 정도나 되어야 올해 내가 뭐하고 지낼지 결정이 될 것 같았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지만, 아침 방송을 하는 게 하나 있다. 이게 오후로 가면 새벽 작업을 하면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계속 아침 방송으로 남을 것 같다.

 

YTN 뉴스 정면승부에서 주간논평 하는 게 하나 생겼다. 어쨌든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거지만, 그런 창문 하나는 맡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라디오에서 다른 코너의 고정 출연 제안들이 좀 있기는 했는데, 전문 방송을 할 것도 아니라서, 2개면 나에게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팟캐스트 방송 진행 요청도 있기는 했는데, 그것도 무리이다.

 

아직 제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경향신문에서 30회를 목표로, 토요일마다 통면으로 나가는 기획 기사가 하나 있다. 내가 2, 선대인이 한 번, 그 주기로 하기로 했다. 원래는 격주로 할 생각이었는데, 선대인이 한 번만 더 내가 맡아달라고 해서. 광장시장편 첫 원고는 오늘 써서 넘겼고, 다음 회는 포항 롯데백화점을 다루려고 한다. 매번 지방에 갈 수는 없지만, 어쨌든 목요일은 현장 취재하는 날이다.

 

내 작업 스타일상, 인터뷰도 더 많이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는 잘 안 나온다. 소설 작업은 인터뷰를 많이 하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정이 잘 안 잡혀서 고민이다.

 

얼마 전부터 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화요일마다는 상임회의가 열린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맞추면, 1주일에 단 하루도 남지 않고, 단 한 끼도 누군가 식사를 할 공간이 없다.

 

일요일, 월요일은 경향신문 연재 마감하는 날이고, 화요일은 회의와 ytn 방송 원고 쓰는 날. 수요일은 ytn 방송. 목요일은 취재가는 날. 그리고 금요일은 거의 예외 없이 take팀 회식하는 날. 그리고 토요일은 유일한, 휴식일.

 

여기에 한국일보와 주간경향에 순번제로 돌아가는 칼럼들.

 

당분간은 이렇게 일정이 잡히고, 나머지는 아기 보면서 책 쓰는 시간. 8월까지는 이 모드로 돌아가게 된다. 8월에는 아내가 복직한다. 지금 시작한 일 중에서 상당수는 그즈음에,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종료하려고 한다.

 

다음 주에는 포토 에세이인 아날로그 사랑법, 대선 후 나오는 책으로는 첫 책으로 나온다. 이것저것, 공저로 준비하고 있는 책 등, 지금부터는 다시 월간지 모드처럼 될 것 같다. 내가 올해에 혼자 쓰는 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 4권인데, 여력이 안되면 한 권은 내년으로 돌릴 생각이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유학 같이 했던 사람들, 정말 절친한 사람들 못 만나고 산지 10년도 넘는 것 같다. 공식적인 동창회는, 나가본 게 거의 기억이 안 난다.

 

방송도 더는 늘릴 생각이 없고, 책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 외에 더 늘릴 생각은 없다. 일단 무리이고

 

보통은 한 해 계획을 이전 해 10월 늦어도 11월까지는 짜는데, 올해는 대선 치루면서 모든 것이 미루어져서 4월 중순이나 계획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몇 달간,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아기 보고, 놀고, 그렇게만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소개하는 일을 올해는 좀 더 신경써서 해보려고 한다. 그래봐야 블로그에 독서감상문 올리는 정도지만올해는 신경 써서 그런 걸 좀.

 

영화 기획은, 같이 해보자고 온 작업들이 몇 개 있기는 한데, 올해는 무리데쓰다큐 작업은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무리데쓰.

 

하여간 주변 상황과 일상적인 일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시작한다.

 

올해 출판계 상황이 정말 안 좋다고, 대부분이 우울한 전망을 말한다. , 그렇기는 한데, 계속 미루어두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기 돌보면서 책 쓰기, 하여간 새로운 형태의 삶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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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고민을 시작하다

 

벌써 작년 2월에 나왔어야 할 책 하나가 계속해서 헤매고 있는 게 있다.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비슷한 것인데, 일반 대학생은 아니고, 운동권 학생들에게 읽히자는 것, 그런 게 기획의도로 알고 있다.

 

적당히 대충, 빨리

 

이런 게 내가 받은 부탁의 내용인데, 몇 번 거의 탈고 직전까지 갔다가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못잡고 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알뛰세의 책 제목으로 유명해진, 소위 position, position을 잘 못잡고 있어서 그렇다.

 

대선을 앞두고 정리하는 내용과, 대선을 이긴 이후에 정리했을 내용과, 그리고 대선을 지고 나서 정리하는 내용이 각기 다를까? 어차피 아는 게 같은 내용이니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다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시민을 키워드로 정리할 것이냐, 좌파를 중심으로 정리할 것이냐, 이걸 가지고 1년 이상의 시간을 고민했던 셈이다. 그 어느 쪽이든 position이 정해지고 나면, 내가 대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어쩌면 기계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처음에 시작은 좌파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대선을 이기고 나면, 아주 솔직하게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어느 쪽이든, 최선을 다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계속해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 졌다.

 

아주 냉정하게,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만 5년이 지체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솔직하게 그 이상, 그러니까 앞으로도 2번은 더 야당이 집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그 사이에 position의 차이는 엄청나다. ,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미래는 알기 어렵다. 더더군다나 정치의 미래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하듯이 지나면 다음 대선도 아주 어려워 보이고, 워낙 밑바닥이 붕괴된 상태라서 그 다음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나이도 환갑이다. 이명박부터 시작해서 20년쯤 그렇게 보낸다고 하면, 나의 40대와 50대는 그러게 가는 거다.

 

그런 고민 속에 운동권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교과서의 position이 자리를 못 잡고 헤매고 있었다.

 

, 그냥 아는 얘기, 하고 싶은 얘기를 쭉 쓰면 간단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position이 잡혀야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그게 안되면, 단 한 줄도 쓰기 어렵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은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이다. 내가 처음 한 얘기도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다보스 포럼이 이 제목으로 열리기도 하였다. 원 저자는, 하여간 내가 알기로는 밀턴 프리드만의 제자였다. 1995년에 사용된 용어이다. 그 이전에도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그 때가 정말로 처음인지,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 나름대로는 알아보는 중이다.

 

처음 사용된 맥락은 대처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95, 여러 가지로 상상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생태주의자로서의 입장, communalism에 대해서 내가 20대에 생각했던 것 그리고 한국에서 좌파 경제학자로 움직이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게 하는 제목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겨우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가 내가 대학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경제학 얘기의 전부인가, 이건 아내를 비롯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우려와 함께 해준 얘기이다.

 

바로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솔직히는.”

 

이건 내가 그들에게 한 대답이었다.

 

제목은 조금 변주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지난 겨우내 샤르트르와 함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과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 교육에 대한 고민들, 그런 것들도 비슷한 맥락 속에서 진행된다.

 

어쨌든 기존에 써놓았던 원고를 다시 한 번 갈아엎고 새로운 버전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이상향이, 그렇게 고결하거나 높은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나는 이 정도만이라도 하면 좋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박근혜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고결한 사회를 희망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그냥, 이 기회를 빌어서 해보려고 한다.

 

민주당 버전의 전문가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보편적 복지와 같은 몇 가지 프레임들이 있다. 나는 그것과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 얘기를 이번에는 좀 해보려고 한다.

 

지난 대선에는 워낙 복지 프레임이 강했다. 사적으로는 그건 좀 아닌 듯 싶다고 몇 번 얘기를 했었는데, 워낙 그런 흐름이 강해서 내가 하던 얘기는 씨알도 안 먹혔다. 그리고 나도 대선 정국이라서, 그 얘기를 강하게 하지는 않았다. , 일단 이기고 보자, 그런 생각이 나에게도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런 얘기들을 이번에는 좀 편하게 해볼까 한다.

 

여기에 미래학이라는, 아주 한참 날리던 흐름에 대한 내 생각도.

 

2013, 이 아주 독특한 시기에 대해서, 최소한 경제학적 사색 같은 것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대학생들에게 한 가지 얘기를 남긴다면, 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거. 철학은 누군가를 상처주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나, 누군가에게 지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스스로 생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에 있어서도, 철학 공부는 근본적이다.

 

하여간 이런 얘기들을, 나의 학부 시절 도서관에 앉아서 처음 했던 생각부터, 최근에 가지게 된 생각들까지, 그렇게 차분하게 좀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정말로 내가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게 달성될 수 있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었는가

 

이 책의 머리에는 맑스의 포이에르 바하의 테제를 앞에 걸까, 생각 중이다.

 

, 지금까지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려고만 했지,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너무 유명한 구절이다. 운동권들이야 너무 잘 알고 있는 테제라서 굳이 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를 위해서 그 구절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3, 4,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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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세대를 위한 작은 메모

 

지난 대선 전에 꼭 쓰고 싶었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8월에 아기가 태어나는 일정에 밀려서 시킨 책들이 몇 권 있다.

 

그 중, 가을에 마지막으로 살려보려고 했다가 결국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내려놓은 책의 가제목이 세대 전쟁이었다. ‘탐욕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었는데, 그야말로 아기 낳고 난 다음의 삶이 너무 어려워서, 무리다요, 무리! 아쉽지만 결국 내려놓았다. 그게 50대 보수에 관한 얘기였다.

 

‘150만원 세대는 지난 대선, 통합후보로서의 문재인을 돕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책과 표현이다. 청년을 위해서, 기본적인 정책 틀 하에서 내가 해볼 수 있던 거의 최선을 담았다. 그게 다냐, 그 정도가 내가 구상해볼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

 

하여간, 대선은 졌다.

 

그 후에 별도로 책을 낼 계획은 없었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대선도 진 마당에, 뭘 어쩔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 게, 이재영의 죽음이었다. 긴 시간이 아닌, 10년간의 기간을 같이 지냈지만, 이재영은 나에게 영원할 스승이고, 또 영원할 친구다.

 

이재영이 살아서 한 일이 몇 가지가 있다. 앞부분의 일은 인민노련, 뒷부분의 일은 진보정당 건설그리고 우리가 50이 되면 같이 하기로 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출판계와 언론계에 몸 담았고, 그게 레디앙이다. ‘88만원 세대가 결국 레디앙에서 나오게 된 것, 그게 전부 이재영 때문이었다.

 

지난 대선의 패배와 함께 진보정당들의 분할, 그걸 보면서 과연 이재영이 살아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레디앙마저 망하고 나면, 어쩌면 살아서 이재영이 했던 일은 모두 망한 게 될지도 모른다.

 

친구로서 그걸 참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레디앙에서 낼 수 있는 책 한 권을 생각하면서, ‘150만원 세대가 살아난 것이다. 50대에 대한 얘기와 20대에 대한 얘기를 합쳐서, ‘세대 전쟁과는 좀 다른 모티브로

 

속도와 관련해서

 

이미 내용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 상황이라서, 좀 더 빨리할까, 아니면 시간을 가지고 할까, 고민을 좀 했었다.

 

결론적으로는 늦추는 걸 선택했다.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할지, 최소한 인수위 보고서와 장관 인선들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뭔가 먼저 예측하거나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상황을 보고 쓰는 것는 것에 비해서 몇 배의 에너지가 든다. 상상 혹은 예상은, 상상초월 힘들다.

 

그래서 3월 이후, 천천히 상황을 보면서 정리하기로 결정을 했다.

 

올해 사회과학이라는 틀 내에서 내가 할 작업은 딱 두 가지이다. 150만원 세대와 농업 경제학, 올해는 여기까지만 하려고 한다.

 

아기 보면서 뭔가 할 여력이 쉽지가 않고, 요 작업도 두 개 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하여간 올해는 사회과학 책으로는, 이 정도 해보려고 한다.

 

정치적인 생각으로 그렇게 포착한 건 아니다. 그냥 경제적인 특히 정책들만 몇 가지 비교를 해보니까, 대선 전에 내가 내린 결론은 20대와 50대의 전쟁처럼, 경제는 그렇게 갈 거라는 것이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그 때 내가 본 얘기들과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을 모아서 써보고 싶다.

 

부제로는 탐욕과 주눅정도 일단 생각해보고 있다. 탐욕은, 내가 본 50대를 상징하고, 주눅은 역시 내가 본 20대를 상징한다. 한 쪽은 욕심이 너무 많고, 한 쪽은 너무 잔뜩 겁에 질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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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쓸 책, 약간의 마음 정리

 

1.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되든 안되든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편이다.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움직인다.

 

해마다 간이노트를 겸하는 다이어리에 날짜를 빼곡히 적어가면서 움직이는데, 올해는 1월 말이나 되어서 다이어리를 사러 갔더니 이미 올해 것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올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사실 생각해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대선 이후의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안한다, 그런 간단한 생각 외에는 없었다.

 

게다가 아기 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기는 인정사정 봐주는 법이 없다. 아내와 둘이 매달리는데, 그래도 어른 둘이서 쩔쩔 맨다. 아기가 워낙 힘이 좋아서 그런지, ‘늙은 아빠는 정말로 죽을 지경이다. 아기와 지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즐겁다. 그렇지만 평생 마사지나 이런 것에 대한 충동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나도, 근육통을 느끼면서, 마사지 아니 온천이라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

이래저래 벌려놓은 일들은 오지랍 많기도 하다.

 

모피아는 원래는 3권짜리 책이다. 이제 1권이 나간 건데, 2권과 3권은 주제만 정해놓았지, 아직 프레임이나 플롯 등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어떻게 하다보니, ‘모피아드라마 판권이 팔리게 되면서, 2권은 아직 교육 얘기를 한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는데, 판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데가 몇 군데 생겼다. 1권 후에 1년 간격으로, 어쨌든 처음에 계획한 3권까지는 가보려고 한다.

 

3.

생각만 해놓고 전혀 구상하지 못한 얘기들 중 정리해야 하는 게 동화책들이 좀 있다. 이게 좀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인데,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얘기들이 끼면서,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애초에 내가 생각한 것은,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지금은 몇 가지 버전이 왔다갔다 하는데, 아직은 도통 오리무중이다.

 

(사실 성인용 책과는 달리, 어느 출판사에서, 누구를 파트너로 해야할지, 결정을 못한 게 헤매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는 하다. 막상 겪어보니, 아동책 움직이는 방식이 내가 익숙한 성인용 책과는 많이 달랐다.)

 

파트너로 일하는 화가가 있어서, 어쨌든 정리는 하기는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유아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는 하다. 이념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바른생활 스타일도 아닌, 건들건들, 정말로 아동들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런 세계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4. 경제대장정 시리즈

 

큰 맘 먹고 12권으로 기획한 경제대장정 시리즈가 있다. 8권을 건너뛰고 9권까지 왔는데, 10권인 농업경제학부터 대기 중인 게 벌써 1년이 넘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9권인 문화경제학의 실패가 뼈아팠다. 여기에는 시간과 돈을 많이 들였고, 실제 인터뷰 작업도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좀 모질게 말하자면, 원가의 1/10도 이 책으로 건지지 못했다. 물론 원가 상관없이 쓰는 책이 많기는 한데, 이 책은 내가 돈을 너무 많이 들였다.

 

게다가 이 책 준비할 때만 해도 아직은 엑셀 파일 그대로 열어서 쭉 자료분석할 정도는 되었는데, 그새 노안이 심해져서 이제는 그렇게 수치표를 순식간에 볼 수가 없다.

 

게다가 대선 정국을 맞으면서, 이것보다는 중요한 것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래저래 미루어두었던 시리즈이다. 사소하게는 파트너로 일하는 에디터가 아기 낳느라고 출산 휴가 중이기도 했고

 

8권은 건너뛰거나 완간이 끝난 다음에 쓸 생각이다. 그야말로, 손이 안가는 책이기도 하다.

 

어쨌든 올해는 이 책의 10권에 해당하는 농업경제학은 하반기에 출간할 생각이다. 이 책 앞 권들은 한 번에 두 권씩 발간할 정도로, 나도 30대라서 힘이 좋았는데,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다. 눈도 잘 안 보이고, 그 때만큼 체력도 안 된다. 기분 같아서는 내친 김에 끝까지 한숨에 달리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다.

 

상황 봐서, 농업경제학을 올해 발간하는 정도

 

11권은 과학 경제학이다. 좀 길게 보고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이화여자대학교의 에코과학부의 연구원 등록을 하였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익숙한 이공계 사회로 다시

 

한국에 돌아온 후, 대학에서의 주요 활동은 원래도 공대 건물에서 했고, 나는 이공계 건물이 대학으로는 더 익숙하다.

 

어쨌든, 경제 대장정 시리즈는 기왕에 시작한 거니까, 마감을 지으려고 한다. 노무현, 이명박,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정책적으로는 비슷한 시기라서, 어느 정도 내용은 잡아놓았었다.

 

박근혜 시대는, 아직 도통 모르겠다. 실제로 어떻게 갈지, 좀 봐야할 것 같다.

 

그래서 상황도 보고, 전개과정도 보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시리즈 완성을 시키려고 한다.

 

5. 이재영 평전

 

운동권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한국의 운동권은 이재영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재영을 좋아하는 사람, 이재영을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이재영을 모르는 사람.

 

월요일날 이정희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재영이 암으로 죽지 않았다면 그와 밥을 먹지는 않았을텐데, 그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 참 묘하다문재인의 두 번째 광화문 유세, 그 날이 나의 친구 이재영이 장지로 떠나는 날이었다. 그의 공동 장례위원장 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내가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의 마지막 날에도 나는 같이 하지 못했다.

 

짧게 잡으면 20, 길게 보면 25, 인민노련 시절 이후로 오랫동안 우리들의 지도자였던 사람이 이재영이다.

 

그에 관한 평전을 쓰는 것은 의무감과는 좀 다른 일이다.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사람을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까? 그걸 책으로라도 남기고 싶다.

 

그렇다고 무지막지하게 기록물처럼 할 생각은 없다. 한 사나이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좀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심상정 처음 만났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는 이재영을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집에서 이재영과 노회찬이 마당에서 같이 삼겹살 구워먹던 순간도 떠오른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노회찬, 심상정, 모두 이재영과의 우정의 연장선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6. 기타 등등

 

5년은 길다. 나의 40대 초반은 명박과 함께 지나갔고, 그 뒤는 박근혜와 함께 지나간다.

 

기분 더럽다.

 

그렇다고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도모한다고 해서, 뭐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아기 아빠로, 아이 돌보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은 일을 내가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들이 아직은 많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둘째 아이를 낳으려고 아내와 이것저것 작전을 세우는 중이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것은 어차피 뻔하다.

 

그 사이사이에, 영화와 관련된 일을 좀 하게 될 것이다. 기회만 하게 될지, 아니면 제작자로 직접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게 될지, 아직 그것도 모른다. 영화에 대해서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연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간 무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을 가급적이면 편안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내가 이 시대, 아니 정확히는 박근혜 시대, 세상에 무슨 대단한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냥 나 서 있는 곳에서, 그냥 그렇게 서 있는 것. 만약 누군가 나중에 어느 인적 드문 외딴 바닷가에 서 있는 등대 같은 인간이었다고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큰 길을 내가 밝힐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길을 잃지 않도록, 한 쪽 구석을 지키고는 있으려고 한다.

 

대선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고양이들 돌보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대선은 졌고, 박근혜 시대는 너무나 급박하게 우리 곁으로 밀려왔다.

 

어쨌든 내가 할 일을 조금씩 정리해볼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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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세대, 새로운 책을 준비하며

 

150만원은 약간은 사연이 있는 숫자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을 혼자서 받는다고 가정하고, 이걸 월급으로 바꿔보면 대충 그 정도 돈이 나온다. 문재인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정규직 월급 수준의 절반도 대충 이 정도 규모이다. 그 정도 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 수렴이 있었다.

 

숫자가 하나 더 있었다. 88만원에 2배를 곱하면, 176만원이다. 문캠 쪽에서 만든 숫자 중에는 174만원도 있었다. 처음 150만원을 얘기를 했더니, 청년들이, “선생님, 기왕 쓰시는 김에 조그만 더 쓰시지요.” 그래서 초반에는 150만원과 176만원, 두 개의 숫자가 왔다갔다 했다.

 

국민연대 상임대표직을 수락하면서 조국 선생과 같이 문재인 후보를 좀 길게 보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150만원과 176만원, 두 개의 숫자를 모두 설명하면서, 150만원 쪽이 조금 더 현실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결국 150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오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의 기본월급제에 대해서 문캠의 모든 경제라인이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좀 복잡한 논쟁과정을 거쳐, 결국 이게 공약으로 채택되고, 이것과 기타, 묶여있던 몇 가지 공약들을 묶어서 청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조국 선생이다. 그의 엄청난 엄호가 아니었다면, 내 힘만으로는 그렇게 짧은 기간에 이걸 정리하고 공약으로 만드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위 거버넌스라고 부르는, 집행체계와 관련해서는 청년청과 같은 별도 부서를 만드는 방법과 기존 부처에 일을 나누어주되, 종합대책 같이 만드는 방식에 대한 얘기가 좀 있었다. 나는 청와대에 청년특보 같은 자리를 하나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편이 좀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이 건은 종합대책 형태로 가는 게 나아 보였다. 어차피 국회는 새누리당 세상이기 때문에, 정부 직제개편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아무 변화도 오지 않고 그냥 시간만 가는 결과가 생길 위험이 높다.

 

처음 국민연대 대표직을 맡으면서, 조국 선생하고 우리가 했던 다짐이 있었다. 12 19일까지, 즉 대선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대선이 지나면 지금의 권한을 전부 내려놓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그럴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내 건강이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대선까지도, 이미 무리해서 안 움직이는 몸을 억지로 끌고 온 것이다.

 

어쨌든 이제 뒤로 물러 앉아서, ‘88만원 세대의 후속편으로 ‘150만원 세대를 살살 쓰는, 그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현역 경제학자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런 건 이제는 도저히 못하겠고.

 

참 독특한 경험이다. 책에서 그려 보여준 세상과 실제 세상이 내 경우만큼 기기묘묘하게 겹쳐지는 저자도 거의 없을 듯싶다. ‘88만원 세대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난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조금이라도, 어쨌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쩌면 그런 내 꿈이, 혹은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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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전쟁과 이번 대선

 

대선 전 마지막 책으로 준비되던 게, 50대 보수에 관한 책이었고, 가제는 세대 전쟁이라고 붙여놓았었다. 약간 사연이 있는 책인데, 준비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책이다. ‘88만원 세대에서 유신세대라는 이름으로 50대를 분류했었는데, 그들이 요즘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그래서 조금 더 각을 50대 보수라는 시각으로 정리하는 책을 대선 전에 한 권 낼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었다.

 

일단 내 건강이, 수 년째 그렇지만 좋은 편이 아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몇 년간 계속 과로상태였고, 그 사이 나이도 먹었다. ‘88만원 세대처음 쓰고, 경제 대장정 시작할 때만 해도 나도 30대였지만, 이젠 40대 중반이다. 조금 지나면 50대를 생각해야 할 나이다. 이젠 정말 눈도 잘 안 보이고, 몸도 아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와 지내는 시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기에 모피아작업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에피소드 몇 개를 추가하고, 연애 라인을 강화하면서나는 무한대의 돈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정말로 무한대의 시간이 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작업들을 덜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뒤로 밀린 게 세대전쟁이 되었다.

 

게다가 아내가 이 작업에 반대했다. 내가 하는 일들에는 보통은 찬성을 보내는데, ‘세대 전쟁은 그렇게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잘 팔릴 것 같지도 않다고, 반대가 심했다. 물론 안 팔리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의미만 가지고도 아내는 찬성해주고 지지해주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반대가 좀 있었다. 어쨌든 육아를 뒤로 미루면서까지 써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 아니라는, 뭐 그런 의미로 이해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세대 전쟁이라는 양상을 보일 정도로, 세대간 분배에서는 많은 것이 걸린 그런 대선이 되었다.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극렬한데. 그런 조치나 공약들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분석은 기이하게도 거의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조치들이만 실제 효과가 큰 것들이 많다.

 

그리고 맨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 속도들이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걸 좀 차분하게 분석해보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시간도,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단순히 투표율과 표라는 눈보다는 세대 효과가 더 큰 선거가 될 것 같다. 오히려 그 이후에 생겨나는 결과들에 비하면, 투표에서 투표율로 나타나는 양상은 새 발의 피인 것이고.

 

이제는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한 느낌이 드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말,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정말로 패러다임이 변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두 개의 세계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이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 망하는 길인지는 안다. 적어도 청년들에게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다. 좀 더 차분하게 분석을 해보는 사람들이 한국에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

 

맘 먹고 하면 할 수 있을 능력을 충분히 갖춘 젊은 교수들도 정부 프로젝트 딴다고 정신 없고, 얼마 주지도 않는 기업체 강연 한다고 난리들이다. 정당 안에 소속된 사람들도 의외로 자기가 혼자서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 시다바리 한다고 정신들 없고.

 

어떻게 보면, 일반인 만큼이나 한국의 경제학자들도 다들 먹고 사느라고 바쁘다. 그러다 보니, 청년 문제나 이런 세대간 형평성 같이, 딱히 직접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연구들은 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냥 보면 보일 것 같지만그렇게는 안 보인다. 이렇게 맞춰보고 저렇게 조합해보고, 그렇게 해야 뭐가 조금 보일랑 말랑, 그렇다. 그냥 딱 보고 알 수 있다면 이론이라는 것이 왜 있고, 분석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겠는가.

 

하여간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난 늘 결핍이라는 조건 내에서, 그래도 무엇인가 찾아내려고 한 편이다. 현대에 있을 때에는, 정말로 기업 자료들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부 안에 있을 때에는, 복잡하게 따져보기 보다는 직접 전화통 들거나 찾아가서 바로 조사하는 그런 스타일을 더 좋아했다. 총리실에 있을 때 좋았던 것은, 어쨌든 저녁 해가 지기 전까지, 그것이 맞는 자료든 틀린 자료든, 내 자리 위에 해당 부처의 1차 자료가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는난 늘 결핍이라는 조건과 싸웠다. 자료는 늘 부족했고, 시간도 늘 없었다. 그리고 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없었다. 그냥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연구를 했었다. 그걸 밤을 새워서 시간 투입을 늘리고,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또 다른 물량 투입으로 커버하면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전쟁제목의 제목으로 최소한 책 한 권 분량의 읽을만한 분석거리로 세울 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한국은 아직 밀실에서 대충 정하고,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밀어붙이는 그런 정책이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지만

 

내가 20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런 분석들이 보여줄 부정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그래도 이번에는 투표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양심상,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말 못하고, 또 이미 시행하기로 한 황당한 것들을 다 세울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아예 투표도 안 한다면, 정말 대책 없는 결과가 벌어진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한구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것저것 잠시 검색해보고, 이한구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인가, 그 정도만 생각해보면 좋을 듯싶다.

 

50대 보수, 그 모든 것을 집결시킨 상징적 인간 한 사람을 고르자면, 이한구다. 그가 만들어낼 세상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은, 이한구가 누구인지 잠시 검색해서 이해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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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활동에 대한 지불 비용은?

 

경제 대장정시리즈는 지금 9권까지 나오고 표류 중이다. 인간적으로, 이거 너무 안 팔리는데, 조사비용 등 책당 제작비용은 상상초월로 높다. 딱 본전만 나와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내가 연구를 위해서 미리 쓴 돈과 인터뷰 비용을 도저히 뽑을 길이 없다. 물론 잘 쓰면 되는데잘 쓸 능력이 나에게 갑자기 생길 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장정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여놓고, 9권까지 하고 자빠졌다, 그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남은 게, 농업경제학,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 그리고 마지막권으로 언론의 경제학이 잡혀 있다아 놔, 세 개 다, 돈은 엄청 많이 들어갈 연구들인데, 역시 판매는 전혀 안될 주제들이다. 하여나도 모르겠다, 일단 자빠져버렸다.

 

9권인 문화로 먹고 살기의 실패가 아주 뼈아팠다. 하여간 내가 가진 돈은 다 갔다가 넣었는데, 책은 나중에 이것저것 상을 좀 받기는 했지만, 내가 넣은 돈을 회수하기에는 태부족.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문제 안 풀린다, 일단 세워놓았다. , 내가 쓴 책 중에, 가장 큰 적자를 만들어준 책이다. 물론 출판사에 적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건 출판사 사정이고, 나는 연구와 인터뷰에 일단 넣은 돈이 최소한 본전은 나와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래서 일단 여기에서 자빠졌다. 인간적으로, 도저히 더는 못하겠다, 그런 상황이다.

 

그냥 비용을 갖다 박는 건, 나꼽살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그냥 보람으로 참았다. 어차피 대선까지니까, 제한된 시기에 그 정도 출혈은 감수할 수 있다.

 

하여간, 무슨 일이 있어도 농업경제학까지는 하려고 한다. 그 정도는 보람으로 할 수 있다. 11권인 과학과 12권인 언론, 그건 잘 모르겠다. 들여야 할 시간과 돈, 솔직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도 이제 마흔 중반이다. 1권인 ‘88만원 세대준비할 때만 해도, 나는 아직 30대 후반이었고, 청춘의 힘 같은 게 남아있을 때였다. 지금은 그렇게 힘만으로 밀어붙이면서 출혈을 감내하기에, 나는 이제 나이를 먹었다. 안타깝지만, 그럴 힘이 안 나온다.

 

하여간 그런 상황에서… 12권의 맨 마지막 질문 중의 하나가, 인터넷 신문 기사에 대한 willingness-to-pay, 지불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몇 년 전에 싱가포르에서 했던 연구로는, 0원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신문기사에 10원도 자발적으로는 지불할 생각이 없다, 최소한 싱가포르에서는그게 그 얘기이다.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조만간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신문기사를 읽는데 돈을 내라, 그러면 미쳤어? 그런 상황에 갈 것이다. 아직은 좋은 기사에는 좀 돈을 내고, 그렇지 않은 기사에는 안 내고, 그 정도이지만, 몇 년 지나면 미쳤어, 인터넷 보는데 돈을 내게전세계적으로 그럴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종편이라고 불리는 TV를 아예 시청하지 않는 것이 의로운 일이 되었다. , 피차 불행한 일이다.

 

, 그거야 그렇다치고, 몇 년 지나면, 결국은 한겨레나 경향 아니면 그 뭐라도, 독특한 관계망을 형성하지 않은 언론의 기사 외에는 아무 돈도 내지 않겠다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빈 공백을 광고가 매우고, 언론사들의 토건 사업으로 메웠는데

 

이제 조만간 토건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광고? 사람들이 돈이 없는데, 광고를 하거나 말거나, 그런 순간이 올 것 같다.

 

우린 지금까지, 조중동 망하면 좋다,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기자들의 기사에 대해서 지불비용이 0원인 상황, 그건 잘 생각해보면 근대를 형성한 한 축이 붕괴되는 것과 같다.

 

프랑스 혁명 이후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같고, 결국에는 신문이 왕권신수설, 왕은 곧 신이라는 그 독특한 한 시대를 붕괴시킨 힘이다. 편하게 얘기하면, 기자들은 누가 먹여살려주나, 그런 궁극의 질문과 부딪히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기자 혹은 평생 기자로 살아간 사람들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 질문 앞에 부딪히게 된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필요한데, 개별적으로 그것에 대해서 지불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시민이 하면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건 보완적 의미이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론은, 다른 언론이 있을 때, 대안적인 의미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른 게 다 없어지고, 혹시 남은 것은 대기업이 그냥 자기 홍보 창구로서만 남은 언론만 남는다면?

 

그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내가 해보고 싶었던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 얘기를 다룰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꼭 그 얘기를 해보라고 해준 사람은, 아직까지는 수 년 전의 강준만 선생 한 분 밖에는 없다.

 

편하게 얘기하면, 기자들은 누가 먹여 살려주나? 이 질문은, 생각보다 깊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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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삼부작 그리고 바보 삼촌

 

얘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만드는 것과는 상관없이, 일단은 우스꽝스럽든 기괴하든, 얘기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들이 그렇지만, 영화사에 소위 디벨로퍼 혹은 기획자라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 만드는 것을 기질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명박 시대 5년을 지내면서, 다른 사람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심정을 느꼈었다. 부당한 것이나 정의롭지 않은 것까지는 참을 수 있을 듯 싶은데, 꼬질꼬질한 것은 정말로 참기 어려웠다. 말도 안 되는 걸 말이라고 하고, 그게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믿으라고 하는데

 

힘으로 밀어붙이고, 알아서 기거나, 아니면 그냥 뒤지던지. 이런 식으로 국가를 운용하고, 꼬질꼬질한 일방주의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참고 버텨야 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게 참아지냐고?

 

공무원 3부작에 대한 구상이 시작된 것은, 그렇게 명박 시대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던 순간이었다. 명박이 나빠요 하는 공무원들, 내가 보기에는 니가 더 나빠… ‘모피아얘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얘기를 시작하는 순서가 있을텐데, 위험도의 순으로, 모피아, 교육마피아, 토건족, 이렇게 우리 시대의 3대 문제적 집단을 잡고, 하나씩 얘기를 채워나기로 생각한 게 작년 가을의 일이다. 나꼽살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인데, 방송은 일단 론칭을 성공했지만, 이것만으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아주 끈적끈적한 곳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모피아작업은 이번에 끝이 나서 출간을 했는데, 두 번째 작업과 세 번째 작업은 아직 톤이나 프레임 같은 것도 못 정했을 뿐더러, 순서도 못 정했다. 일단 영화로 생각해본다면, ‘토건족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영화다. 4대강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고, 새만금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고아직 테마도 못 정했지만, 아파트 공사현장 작은 거 하나 가지고 꼬질꼬질하게 뒷돈 먹는 방식 정도를 그려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 시대의 대표적 토건 사업인 4대강이나 새만금 같은 얘기를 다루어보고 싶은데이 정도 되면 한 번 나왔다 마는 장면이 아니라서 CG로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생긴다. 어쨌든 셋트가 필요한데, 새만금을 셋트로 구연한다, 이거 난감한 일이다. 물결, 물살, 이런 게 CG로 만들 때에 가장 난감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거대한 갤럭시나 은하계 같은 거 보여주는 장면도 아니니, 딱 눈을 끌 수 있게 만들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효과는 불투명한데, 일단 돈의 규모는 너무 커지는, 그런 게 토건족 얘기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딜레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넘어설 방법이? 일단 잘 모르겠다, 그렇게 뒤로 미루어놓은 게 토건족 얘기이다.

 

이에 비하면 교육은, 훨씬 작은 스케일로 밀도감 있는 얘기를 만들 수 있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다루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순서상으로는, 교육 마피아 얘기를 모피아 다음 얘기로 하고 싶은데모든 사람이 여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출판사에서는, 토건족 쪽이 더 관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의견이 왔다. 아직은 뭔가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교육 얘기는, 지금 준비 중인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고양이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이걸 순수 동물 버전으로 가는 방법이 하나 있고, 교육 버전으로 가는 또 다른 버전이 있다. 이것도 아직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모색 중이다.

 

어쨌든 내가 바보삼촌을 워낙 좋아하니까, 녀석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골룸과 스미골이 하나의 얼굴 안에 있었다. 녀석은, 태생이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이게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해본다그 정도 마음이다. 어쨌든 동화는 논리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거그 정도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꾸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판매나 그런 걸 생각해보면, 아이나 어른이 다 볼 수 있는 얘기 같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진짜로 이해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88만원 세대때에도,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그런 마음으로 처음 접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뷰와 조사 과정이 그런 전제 하에서 진행되었었다.

 

아이들에게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보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그런 걸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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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삼촌으로 얘기 만들기

 

 

  

 

얘기를 만들 때에, 막상 작업을 해보면 전체적인 플롯 같은 것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 , 이거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지금까지 내가 만든 개릭터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는, 이번에 공개되는 김수진이라는 여인이다. 그녀의 힘으로 한 번에 소설책 출간까지 갔을 뿐더러, 갑자기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검토를 해달라는 부탁이 오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어쨌든 내가 만든 여성 캐릭터들은 독특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는,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내가 이름 붙이고 만들어낸 캐릭터 중에서 가장 정감이 가는 건, 역시 바보 삼촌이다. 벌써 2년째 같이 사는 고양이이다. 이번에 두 번째 겨울을 같이 나려고 하는 중이기는 한데, 사실 무사히 이사를 가서, 거기에 정착할 수 있을지도 아직 보장은 없다.

 

작년 장마 때 3마리 고양이가 태어나서 우리 집 마루 앞에서 울면서 장마를 보냈었다. 그 중의 한 마리가 살아남아서 겨울을 보냈고, 지금도 내 주변에 있다. 그 녀석이 바보 삼촌이다.

 

이 바보삼촌을 가지고 몇 가지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고, 가장 정감있게 느끼는 존재니까

 

그냥 있는 대로, 엄마 고양이와 아빠 고양이, 그리고 누렁이 등 지난 2년 간을 같이 보낸 고양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티격태격, 좌충우돌, 그 얘기 그대로의 한 버전이 있다. 아빠 고양이가 올봄에 사라진 후, 새로 생긴 엄마의 애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한바탕을 한 가운데에 집어넣는, 그야말로 휴먼 트라마 형식의 동화책에 대한 구상이 하나 있다.

 

아내를 비롯한, 내 주변의 여인들이 강력하게 미는 스토리가 이 스토리이다. 리얼 스토리라서 가슴 찡한 건 있는데, 얘기가 좀 짧다. 장편으로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에피소드가 부족하다. 길게 끌지 말고, 유아용 동화책 한 권 정도 분량으로 생각하면요게 딱이다.

 

좀 더 긴 버전으로 생각해본 것도 있다. 이건 약간 전위적인 고양이 학교에 대한 얘기. 부모 말 잘 안들으면 바보 삼촌이 잡아가서, 고양이 학교에 끌려가게 된다그런데 그 고양이 학교에서, 진짜 고양이들이 인간적인 교육을 시키다보니, 아이들이 고양이 학교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여기서 좀 더 공포 버전으로 나가는 길이 하나 있고, 바보 삼촌이 결국에는 무사히 돌려다준다는 버전이 하나 있고.

 

어느 쪽 선을 탈지 고민인데, 대체적으로 내 주변에서는 다 해보라는욕 나오지. 니가 해봐라. 드라마 하나 짤 때마다, 얼마나 골 패는 일인데.

 

하여간 어떻게 갈지는 아직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만, 바보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 얘기들을 조금씩 구상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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