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생협의 죽음은 참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마 평생 가슴에 남아서, 내 안에서 같이 살아갈 것 같다.

 

마당 고양이들을 돌보는 것은 의도하거나 기획하지 않은 삶이었다. 세상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그런 걸 한 번쯤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작년 봄에 4마리의 고양이가 마당에서 태어났었는데, 그 중에 두 마리는 일찍 죽고, 두 마리가 살아남았다. 각각 강북과 생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사오면서 같이 데리고 오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영하로 내려가던 날, 생협은 고양이별로 떠나갔다.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강북과 생협이라는 제목 정도로 고양이들 얘기와 내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섞어서 포토 에세이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협이 떠나간 뒤의 얘기들 일부를 합쳐서 아날로그 사랑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아주 즐겁거나, 아주 슬프거나, 그런 감정은 아니다. 삶이라는 것은 때때로 격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밋밋하다. 그 밋밋함 속에서 무엇인가 그리워하고, 또 몸이 힘들어도 무엇인가를 돌보고, 그렇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돌봄이란, 소유하지 않는 사랑그런 한 문장을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배운 것 같다.

 

누가 누구를 돌보던 것인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명박 시대, 어쩌면 고양이들과 웃고 놀면서 때때로 가슴 아파하던 그 순간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기계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증오와 기계적 삶을 사람의 삶으로 만들어준 것은, 어쩌면 그냥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버티던 마당 고양이들의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늘상 나는 그들을 돌봐준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누가 누구를 돌본 건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에세이집이 나오게 되었다. 대선 이후, 황망하던 그 겨울을 지내면서 벌어진 얘기들이 혼자 돌아보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원래에는 고양이 생태학에 관한 조금 더 무거운 얘기들을 많이 쓰려고 했었는데, 명박 시대를 보내고, 그리고 다시 박근혜의 시대를 맞으며, 나도 사람인지라처음에 의도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글들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가?”

 

늘 내가 TV를 보던 마루 창문 바로 앞에서 생협의 얼어 죽은 시체를 찾았다. 그 때, 녀석을 처음으로 안았다. 참 많이 울었다. 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 생각을 그 때 했다.

 

묵직한 고양이 시체를 가슴에 안아 들고, 한참 울고 나서, 내가 좀 변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박근혜 5, 꼬질꼬질하게 이 땅에서 사람들과 그냥 볼 꼴, 못 볼 꼴 보면서 부대끼면서 살겠다는 것만 정했고, 아직도 뭘 어떻게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할지, 정말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일단, 하게 되는 일을 조금씩 하면서, 그냥 꼬질꼬질한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삶을 고통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어쩌면 바보 삼촌에게 많이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삶이라는 게 뭐 그리 복잡한 게 있겠느냐?

 

다음 에세이집 테마도 아직 못 정했다. 내 삶에 결정된 것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냥 담담하게 시간과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우린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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