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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7 불교대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
- 2008/08/27 오세훈, 정치할 생각 없나? (9)
- 2008/08/27 지독한 anachronism (6)
- 2008/08/26 야구, 만쇼이! (8)
- 2008/08/26 사랑하는 여성을 행복하게 대하는 법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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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5 엘레꽝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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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5 구례와 하동, 토지면과 악양면 (4)
4권은 <괴물의 탄생>으로 최종 제목이 결정되었고, 마지막 교열본이 새벽에 내 손을 떠나갔다.
아직도 입안에 맴도는 얘기들이 좀 있고, 꺼내지 못한 얘기들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더 이상 붙잡고 있는 것도 좀 그렇다.
글을 쓰고 나면, 나쁜 점은 내가 뭘 모르는지 너무 명확해진다는 점이고, 좋은 점은, 바로 그 점이다.
2.
전혀 예정에 없게 책 한 권을 더 만들게 생겼다.
순전... 조한혜정 선생에게 말린 것 같은데, 어쨌든 학부수업 하나를 선생과 같이 하면서 매번 하던 실험적 책 만들기를 같이 하게 되었다.
인류학 강의를 같이 하고, 학생들 질문들 같은 것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자는데...
내년쯤에나라고 생각했는데, 졸지에 말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전혀 예정에 없게 인류학에 대한 책 한 권을 만들게 생겼다. 전혀 팔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는 하지만, 하여간 실험이라는 데야...
3.
아직도 알고 싶은 게 참 많다. 한국이라는 세상, 알면 알수록 요지경이다.
책도 그렇다. 읽으면 읽을수록 보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
한 권도 안 읽겠다고 굳게 결심한 사람들,
제발 그 골프채를 놓고 책을 들란 말이야! 나도 네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래도 넘들, 징그럽게도 책 안 본다. 니들이 그러구도 교수야?
4.
<유성호접검>이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를 간만에 봤다.
역시, 기막히다.
5.
문화경제학은, 취재를 좀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가지가 기술적 문제이다. 회사나 전문가한테 연락해서, 날 누구라고 소개하지? 아, 네, 길가던 사람 3번인데요, 이럴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데이타가 생기면 또 처리하느라고 골 아픈 일들이 늘어나기는 할 것 같은데, 그 노가다는 또 어쩌지?
마치 내가 자판기처럼 동전만 넣으면 데이타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데이타와 구조의 틀짜기, 거의 노가다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시간 함수이다.
건너 뛰어지지가 않는다.
(내 경우에는 조교나 공동연구원이 없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지겹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이러지는 않는다. 일찍 교수된 친구들, 벌써 내가 하리 하고 있다. 하긴 나도 부장 시절에는, 좀 그러기는 했다. 지금은, 전부 혼자 한다.)
내부 흐름 속에서의 충돌 같은 얘기들이야, 나같은 사람은 신경쓸 건 없고.(어차피 세세하게 알지도 못한다.)
소신공양 하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꽤나 애들을 먹으신 걸로 알고 있다.
마지막 소지공양 얘기하는 일부를 넘겨 볼 일이 있었는데, 하여간 보통은 아니었다.
하겠다는 사람의 정성은 정성이더라도, 운동이 그렇게 격해지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난 지금도 삭발과 단식에 대해서 반대하는 편이다. (그래도 나도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결국 노스님들이 소신공양이니 등신불이니 황당한 것들 대신, 우리가 오체투지하겠으니, 당신들은 그런 무서운 거 하지 마시요...
이렇게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도 불교대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교계 내부의 불만이 어떤 것인지, 어떤 수준인지, 전혀 감을 못잡고 있는 듯하다.
(그나저나 삼보일배로 무릎연골 수술받고, 녹내장에 시달리는 수경스님이 오체투지한다 발표해서 나도 놀랐다. 내가 건네들은 내용은 그건 아니었는데.)
그럼 동시다발 오체투지?
(불교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여간 이걸 일일이 지켜봐야하는 내 속도, 속이 속이 아니다.
오세훈은 시청을 해먹었다, 일부러.
일부러 시청 해먹은 오세훈 앞에서 동대문 운동장 살려달라고 하던 사람들이 딱하기만 하다.
창의, 디자인, 이 두 단어에 홀려서 오세훈은 정치할 맘을 까먹은 것 같다.
오세훈 + 창의 + 디자인 = 불도저, 이 기막힌 방정식을 오늘 보았다.
(하나만 더 들어가면, 이제 주민소환도 명분이 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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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uky 2008/08/27 13:16
보기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좀 더 열심히 투표에 참가합니다. 오세훈도 알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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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바리 2008/08/28 00:52
건물이 일본잔재다 보니 부숴버려! 하는 분들도 적지는 않더군요. 저는 흉물이만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이... 동대문운동장도 너무 아깝구요. 지나온 길을 돌보지 않은채 대체 어디로 갈 셈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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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녀 2008/08/28 04:59
기사 보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미쳤다는 말 밖에. 동대문 운동장 철거도 안타까웠는데 잘 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하는 짓을 보니 그게 연쇄살인마가 동물 갖고 노는 시기 정도에 해당됐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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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2008/08/28 13:39
주변에서 들었던 얘기중에 우리나라 사업중에 건설업만큼 돈이 남는 장사가 없다고 하더군요. 뭐든지 시작하면 나눠먹어도 몇십억이니. 그래서 mb가 시장일때도 그렇게 부수고 짓고, 그래서 건설업자들 영업이나 로비가 엄청나죠. 강원도 쪽에도 톨게이트가 전혀 필요없는데 건설업자가 이거 짓게 해주면 얼마 주겠다해서 그래서 시작해서 지금 세금 잡아먹는 괴물되고, 건설업자들이 로비를 하겠죠. 그 가운데서 토지주인, 부동산업자, 건설, 건축업자들이 워낙에 들이대고 하니가. 아무 개념없이 진행되는거죠. 청개천이나 동대문이나 다들. 오세훈이 얼마전에 자긴 대선 안나가고 다음 서울 시장까지해서 서울을 개혁하겠다던데. 그러면서 신용얻겠단 소리같아요.
입 조심, 글 조심, 보약 보다 낫다,
80년대에 유행하던, 진짜 쌍팔년식 유머이다.
오세철, 사노련, 국가보안법, 이적단체, 이보다 더 기막힌 anachronism은 없어보인다.
기가 막힌 80년대식 연극 장치들이다.
그러나, 나는 입 조심, 글 조심, 다시 그리하지는 않으련다.
이번은, 희극임이 분명할 것이므로.
이 시대착오 코메디의 구경꾼이 되지는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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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바리 2008/08/28 00:54
요즘은요... 머릿속에서 강금실 전법무장관의 '호호호, 코미디야 코미디.'가 환영처럼 무한반복되고 있어요.
아... 그래도 그땐 웃을수나 있었는데.
태권도는 두 명이나 목발을 짚으면서도 나왔다. 장하다, 태권!
이승엽은 한신전에 기여한다고 요미우리로 돌아갔다. 2군도 한신전에 기여할 게 있나? 승엽, 만쇼이!
(내가 이승엽 찬가를 부른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어쨌든, 야구 만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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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문 2008/08/26 17:35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826161426
휴..오늘 오세철 교수등이 국가보안법상 이적 단체 구성 혐의 및 이적 표현물 배포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 되었답니다.
쉬지 않고 충격을 주는 2MB지만 이번은 좀 많이 쎄네요
진정한 민주주의는 공산당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된다고 말만 하고
집권 때 국보법 폐지를 못 한 노무현과 민주당이 원망스러워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글 적어 봅니다...
성경에 그런 게 나오지는 않는다. 경제학에도 없다.
확실한 것은, 돈을 많이 벌어오거나, 권력을 갖는다는 것만으로 행복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저... 같이 있는 동안 함께 즐거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떠나고자 할 때, 고이 보내줄 수 있는 것,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성을 때리지 좀 마시고, 말도 너무 막하지들 마시라. 여자 때린다는 좌파, 말 막한다는 좌파 얘기 들을 때마다, 내가 다 얼굴이 후끈거려서. 왜 좌파=마초=폭력 남성=우울증 중증=애정결핍증, 이런 등식이 사회적으로 일반화되는 상황을 우리가 겪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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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6 23:39
목수정씨 책을 오늘 샀습니다. 비정규직 여성이 아니면 용납 못하는 레디앙의 키워 찌끄러기들 때문에 연재가 중단됐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책 말미에 쓰여 있더군요.
여기서 말하는 좌파 마초와는 좀 다른지도 모르지만 지역 당원 모임에 나갔다가 만난 아저씨는 어찌나 자기 말만 열심히 하시던지...ㅉㅉ-
:) 2008/08/27 14:25
스노비즘 [snobbism] 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또는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
목수정씨가 프랑스에서 약간의 자유와 문화를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좀더 향유한 것과 스노비즘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 돈으로 펑펑 논 것도 아니고, 자기가 벌어서 박사학위까지 마친 사람이 프랑스에서 약간의 (정신적)자유를 누렸다고 스노비즘이니 뭐니 하는 태도 자체가 깝깝하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잘난 척을 한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것도 있으니 과감하게 도전해보자'라는 일종의 권유로 느껴졌는데요.
그리고 운동권 여학우가 치마 입었다고 GR하던 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사람들이 그대로 인터넷을 하면서 네이버지식인만도 못한 레디앙의 그 쓰레기같은 댓글들을 달아대는 걸 '질타'라고 하는 걸 듣자니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는군요...
김영희씨의 글은 일찍이 읽어 보았습니다. 10살 나이에도 김영희씨와 남편, 아이들의 외국생활이 참 재미있기도 하고 '저런 삶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는데요, 목수정의 치열함은 그에 떨어진다? 저는 전혀 그런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뭐 개인적 의견이니 그냥 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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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다 2008/08/26 23:46
다른 예기하자면 이 예기(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58320)가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보수라는 단어는, 가끔 사용한다. ("땅 투기 하지 않는" 혹은 "골프를 치지 않는"이라는 형용구를 강조하고자 할 때, 그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단어를 사용해준다.)
진보개혁의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인데, 여러 가지 의미로 이 프레임에 들어갔다가는 '죽음'만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길 가다 맞아죽거나 술자리에서 "니가 빨갱이라매?"라며 봉변을 당하더라도 몇 년째 꿋끗하게 "나는 좌파다"라고 버티는 편이다.
약간 strict definition을 사용하는 편인데, 결국 경제학에는 좌파와 우파 밖에는 없다, 이런 가설을 사용하는 셈이다.
물론 스스로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 그것도 그 사람의 자유이다. 그러나 나는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편이고, 그리고 나서 좌파와 우파임에 중요하지 않은 요소와 정책들을 재구분한다.
즉 출발은 좌파로 출발하지만, 결론을 늘상 좌파로 내지만은 않는, 그런 정도가 내가 취하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닌데, "나를 진보로 몰지마"라고 하면서 버티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다.
생태주의자 중에서,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혹은 그렇게 치면 나는 더 극좌파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별로 그 말을 믿지는 않는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 중에서 썩 존경할만한 분을 아직 못 뵈었다.
한국에 좌파는 3%이다. 진보는 30% 정도 되는 것 같다. 약간 말장난이지만, 어쨌든 이름과 프레임에 걸린 일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진보-보수의 프레임이 오히려 이 시대에 잘 안맞고, 막상 분석해보면, 좌파-우파 여기에 극좌-극우를 집어넣고 하는 분석이 훨씬 더 일관된 분석결과를 주는 경우가 많다.
하도 내가 좌파라는 단어를 고집하니까, 우파들의 일부는 나를 '구라파식 좌파'라고 부르는 것 같다. 좌파는 좌파인데, 좀 다른가봐, 그런 뉘앙스로 의미하고 있다. 어쨌든 나는 민족주의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지금의 흐름을 정리해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좌파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좌파 안에 있는 다양한 생각과 흐름들이 하나의 이름들을 가지면서 다양성의 역동성과 진화가 시작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흐름 속에서만 자기들은 진보라고 부르지만 상대편에서는 좌빨이라고 하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좌파 안에, 생태주의 좌파, 여성주의 좌파, 문화주의 좌파, 혹은 온건 좌파, 과학주의 좌파, 기타등등 수많은 흐름들이 생겨나야, 친북 좌파라는 단 하나의 틀에 전부 집어넣으려는 지금의 주류 프레임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생태주의 좌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생태주의 보다는 좌파가 먼저인 것 같다. 그렇다고 생태 사회주의, 이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건 좀, 내 입장에서는 끔찍하다.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
이건 적들의 음모이다.
좌파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을 때 가장 풍성하고, 설명력도 높아지도 현실 대응능력도 강해지는 것 같다. 분열하면 우파들이 불리해지니까, 일부러 이런 말을 만든 것이 아닐까, 그렇게 종종 생각한다.
그럼 언제 한국의 좌파들은 정치적으로 부흥기를 맞을까?
내 기준은 간단하다.
<자본론>을 읽지 않아도 좌파가 될 수 있는 때, 그 때 한국 좌파가 부흥기를 맞을 것 같다는 게 내 작업 가설이다. (그렇다고 팩스 몇 장과 <꽃파는 처녀>만 읽으면 된다던 그 시기를 회상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자본론의 권위에 기대지 않은, 수많은 좌파의 분파들이 다양한 흐름으로 서로 견제하고 때때로 경쟁하면서 담론이 꽃 피고, 설명을 위한 시도들이 생겨나는 시기, 그게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출발 조건이다.
그래서 나는 진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 삶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좌파'라는 단어를 고수하는 편이다.
좌파라는 단어를 버리고 진보라는 단어 혹은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개인적 삶은 조금 편해지기는 하지만, 어지간하면 당분간 버티려고 한다.
명박 정부, 그리고 한국의 극우파들의 기운이 가장 좋아서, 드디어 김구와 상해임시 정부 마저도 한국사에서 들어내려고 하는 이 시점, 스스로 좌파라고 말하는 것은, 모래 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개인적 삶은, 당분간 '좌파'라는 이름표 속에서 일종의 주홍글씨와 같기는 한데, 나는 내 스스로 내 이마에 붙인 주홍글씨이고, 그것도 몇 년 계속 달고 다니면서 늘 손가락질과 견제를 받다보니,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다.
누가 빨갱이라고 하면, 진짜로, 네 저는 공산주의를 지지합니다라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또 그래도 내가 그 길었던 공직자 생활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상하게 살지는 않았군, 이라고 뿌듯함도 느낀다.
적어도 레드 컴플렉스는 내 몸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헌법이 제공하는, '사상의 자유', 난 그 자유를 누리는 중이다.
속으로는 좌파라고 생각하면서 입과 글에서는 '진보'라고 번역해서 말하는 이 기이함을 몸에서 털어내고 나면, 훨씬 속이 편하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살았더니, 가족들도,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우리 집안의 수 많은 친지 중에서,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좌파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민주당도 '진보'라는 프레임을 벗어버려야 활로가 열릴 것 같다.
그러나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프레임 안으로 스스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으니, 아직 민주당에게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하여간 내 생각은 그렇다.
내가 진보신당의 당원이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난 진보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난 수 년간, 난 좋은 게 좋은 거가 결코 아니다고 생각했던 편이다.
나는 이 진보-보수의 프레임이 너무 싫은데, 싫으면서도 그 안에 기꺼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 같다.
황우석 때, 황우석을 지지하지 않는 마지막 2% 안에 내가 속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마이너 2%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도 털었다. 어쩌면 그 때야 비로서 정말 마이너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낸 것 같다.
한국의 좌파는, 그보다는 덜 마이너이다. 그래도 우리 편, 혹은 지지자가 최소한 3%는 있는 편이다.
희망이지만... 그 3%라도 "나는 좌파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결국 프레임을 깨고 흐름을 가지고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의 기억이지만,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소수파인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면서 파토스를 자기 안에 채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과정이 '눈물'이라는 단어로 형상화되었다. 이건 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 정치 안에 그런 파토스를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다.
2008년이라는 공간에서, 진보는 파토스가 거의 사라진 단어가 되었고, 좌파는 낡은 것 같아 보여도 아직 이 단어의 파토스를 한국 사회가 제대로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단어이다.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아니라 '민주화 이후의 좌파'라는 단어가 유행했다면, 한국의 최근 역사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해보는 일이다.
이게 홍길동도 아니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 우스꽝스럽고도 무서운 프레임은, 이젠 좀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진보파는, 좌파라고 불리면 치명적인 상황이 되었고, 좌파는 좌파라고 말도 뻥끗 못하는 시기, 게다가 이 상황이 명박 정권에서 오히려 강화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가?
결국 개인들의 선택인데, 한국 사회에서 자기 스스로를 좌파라고 생각하거나 선언하는 사람들이 10% 정도 된다면, 최소한 정치의 흐름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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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魂 2008/08/26 02:04
전 그 공상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네요. 이번 촛불시위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스스로를 '나는 원래 우파야' '나는 중도지'라고 하는 걸 보며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좀더 쉽게 '나는 좌파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파들의 악선전의 영향도 있지만 한편 '좌파'라는 말에 어떤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고자 애쓰는 자칭 좌파들의 영향도 무시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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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울이며 2008/08/26 09:32
좌파와 진보주의자가 다른가요? 보통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강도의 차이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현대 사회가 많이 복잡한데, 이념이라는 잣대로 스스로를 한 쪽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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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2008/08/27 01:56
한국사회에서 스스로 좌파로 자처하는 사람들 치고 진짜 좌파는 못봤다는.... 하기야 '저 좌파거든요!'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좌파적 자유주의자들이 많지만.... 좌파처럼 보이고 싶은, 또는 좌파이고 싶은 자유주의자들이 항상 좌파연연하는데....꼭 프랑스 유학에 독일 유학에, 불어, 영어, 독일어가 혼합된 전문용어를 자유자재로 쓰는 인텔리겐챠 플러스 알파에 가벼움을 지향하는 유머감각 필수. 어쩌면 한국의 좌파라는 프레임은 오렌지 좌파, 청담동 계급성, 문화평론과 가벼운 경제교양서를 상징하는 건지도 모른다. 오늘 오세철교수의 사노련 같은 사회주의 좌파는 위험한 체제전복세력을 국가폭력기구에 구속당하는 것이고, 말만 뻔지르르한 쁘띠 부르주아 자칭 좌파들은 걍 책을 내던, 시위를 하던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레논 컨피덴셜에 나오는 대사 중 미국CIA가 존레논을 위험분자라고 찍고, 롤링스톤즈의 믹재거는 멍청하기때문에 괜찮다는 대사가 나온다. 좌파? 그거 녹녹한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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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2008/08/27 02:22
오늘 강유원씨가 추천해준 로널드 라이트의 '진보의 함정'을 다 읽었습니다.
(죤 스타인백은 한때 사회주의는 미국에서 결코 뿌리를 내릴수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착취당하는 프롤레타리아로 보지않고 일시적으로 쪼들리는 백만장자로 보고 있기때문이라고 할했다. 이 말은 왜 미국문화가 한계라는 개념에 그렇게 적대적인지, 왜 에너지 위기때 유권자들이 스웨터를 입은 지미 카터를 거부하고, 에너지 보존을 비웃고 그들에게 '미국은 아직 아침이다'고 말한 로널드 레이건을 뽑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어디에서도 진보의 신화는 미국인보다 열렬한 신도들을 볼 수 없다.
맑스가 자본주의를 '한계를 파괴하기 위한 기계'라고 감탄하며 말한게 옳았다.
그래서 카페에서 포도주를 마시면서 서로 화해를 했다.
그 때 나온 말이다.
엘레꽝스...
참, 엘레꽝스한 세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