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살면서, 그저 감사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악악거리고 억울한 것만 생각해봐야, 답도 안 나오고, 남은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큰 애 방학 때 교실 리모델링 한다고 꼼짝 없이 애 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제 겨우 개학인가 했더니, 개학 첫 주에는 코로나 때문에 돌봄 교실 못 한다고.. 망했스요.

허망한 마음에 산책 나갔는데, 내일부터 긴급 돌봄 받아준다고. 당분간 급식은 없어서 도시락 싸보내라고 학교에서 문자 왔다.

오 예! 살았스!

감사할 일은 이런 게 감사할 일이다. 내가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누군가의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그저 감사하며 살아갈 뿐이다.

오늘도 또 한 번의 큰 감사를 한다. 성질 내고 심통 낼려면 하루에도 백 개씩 그런 일이 있다. 설령 그런 일이 없더라도 지나간 날들을 곰곰히 되씹으며, "그 새끼, 그 때 아작을 냈어야", 이러면서 사는 게 속은 편하다. 근데, 좀 그렇다.

그냥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돈 조금만 더 넉넉하게 있었으면, 이런 생각이 가끔 든다. 그래도 세 끼 걱정하지 않고, 먹고 싶은 거 아무 때나 먹고 살면 그거로 충분하다.

얼마 전에 집에 손님이 왔는데, 컴퓨터 모니터로나 쓰는 구닥다리 작은 TV를 아직도 보냐고..

얼래, 저 옆에 있는 스피커 세트 합치면 5백만 원 넘는데?

순간 아차. 내 인성이 아직도 이 모양이다. 아 네, 하고 웃으면 될 일을.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감사하고, 오늘도 반성한다.

매일 해야 할 일은, 이 두 가지 말고는 약간의 운동 그리고 몇 번의 큰 웃음. 우울증을 멀리 하기에는 이 방법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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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가 몇 달째 계속 아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 마우스 드는 그 각도다. 내가 무슨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정도인데.. 

책 내던 초장기에는 키보드 치는 어깨가 많이 아팠었다. 만년필로도 쓰고, 가급적이면 자판 덜 치려고 했었다. 그 짓도 오래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요령이 좀 생겼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고, 꼭 뭔가 써서 해야 할 때에는 종이에다 만년필로 미리 밑그림을 좀 그리고.. 

책 쓰는 시간에는 어쨌든 긴장해서 자판을 치게 된다. 애들 태어난 다음에는 책 쓰는 시간도 하루 두 시간으로 줄였다. 막판에는 좀 더 하기도 하는데, 매일 그 정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대가리가 부족하지!) 그 시간에도 안 되는 건,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준비가 부족해서다. 준비가 될 때까지 뒤로 미루고, 준비가 된 걸 먼저..

게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뭘 더 한 것도 아닌데 마우스 쥐는 오른쪽 어깨가 아픈 건.. 대가리 쓰는 게 귀찮다. 그냥 마우스를 왼손으로 옮겼다. 생각보다 어색하다. 그래도 오른 쪽 어깨가 풀리려면, 어색한 걸 참는 게 나을 것 같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올 연말까지는 사람들 만나는 거나 새롭게 뭔가 하는 것들을 극도로 줄이고,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친 몸도 좀 추스르고. 애들 키우다 보니, 정말로 심신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뭘 할 수도 없는 시기다. 

2020년은 아마도 마우스를 왼손으로 쥐게 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머지야 뭐, 그렇게까지 감동적으로 가슴에 남을 일이 벌어지지가 않았고, 또 남은 시간에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왼손 마우스는 어색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색한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남은 인생을 덜 어색하고, 덜 불편하게 사는 방법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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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셧다운 전야..

낸글 2020. 8. 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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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에 회의 한 군데 가기로 약속한 게 있는데, 큰 애가 아직도 방학 중이다. 엉겁결에 대답을 했는데, 방학 중인 걸 생각을 못했다. 아내는 바쁘다. 

오늘 오후에는 내일 가기 어렵다고 전화를 해줘야 하는데, 입이 잘 안 떨어진다. 

몇 년 전부터, 약속을 하기가 싫어졌다. 해봐야 잘 지키지도 못한다. 코로나 이후로 특히 더 그렇게 되었다. 자꾸 몇 달 후 약속을 하자고 하는데, 하나마나다. 나도 내 일정을 모르는 게, 나 아니면 아내가 시간을 내야 하는데, 아내도 먹고 사느라고 코가 석자다. 

돈을 아내보다 내가 더 잘 벌 것 같으니까 아내가 일을 그만두고 내가 움직이는 게 맞다고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데.. 내 인생은 2016년, 애들 보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작에 결정을 했다.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더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 조금 하고, 내 주변의 몇 사람들 도와주면서 남은 인생, 잔잔하게 살아갈 뿐이다. 

코로나만이 문제가 아니라, 내 주변의 에디터들 중에서 지금 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올해 대부분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기거나. 책들이 다 붕 떠 있다.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뭔가 행정행위 같은 걸 하면서 제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을 했겠지만, 요즘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방치한다. 지금 내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고 해결될 종류의 일은 아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취업에 따른 차별에 대한 자문을 좀 해달라고 한다. 회사별 임금 차이에 관한 문제인데.. 골 아픈 얘기다. 방향은 그 방향이 맞는데, 임금 격차를 너무나 자신이 생산성과 결부시켜서 생각하는 문화적 풍토가 강해서, 임금에 대한 조정이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머리 한 쪽이 지끈지끈하다. 

별로 소득이 생기는 일은 아닌데, 결정적인 힌트를 달라고 하는 자문 요청이 너무 많다. 누가 물어보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 해주는 게 예전부터 몸에 배어서 그런지, 하여간 전화 오부지게 많이 온다. 그리고 한 번 전화하면 잘 안 끊는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냐.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그냥 남은 인생, 화 내지 않고, 양아치처럼 살지 않아서 최소한의 우아함을 지키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 

그래도 돌아보면 내 삶에 대해서 늘 감사하게 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하루 세 끼 먹고 사는데 특별히 고통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산 인생이다. 굳이 힘든 걸 얘기하자면, 이 코로나 주말에 갑자기 세탁기가 망가져서, 새로 주문한 세탁기는 한참 걸려서나 온다고 하고.. 코인 세탁방에 온 식구가 출동해야 하는, 그런 쪼잔한 일들이 생겨났다는. 

2020년 여름, 코로나 2단계 거리두기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그냥 버티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강요된 단절’로 인하여 기가 막힌 생각의 전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 좋게 생각하면, 창조의 시간.. 그런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기술경제학에 spill-over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누군가 잘 해서, 나도 좀 얻어먹고, 그걸 그렇게 표현한다. 이제 나의 맹활약 대신, 누군가의 맹활약을 기다리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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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보가 무능이라는 프레임과 싸워야 한다면, 보수는 혐오라는 프레임과 싸우게 된다. 태극기 집회에 최대한의 공경심을 가지려고 하는데, 이 코로나 국면에 잔뜩 모여서, 게다가 성조기 휘날리며. 트럼프도 이 정도로 혐오스럽지는 않다. 틈틈히 의도치 않은 개그 코드로 웃겨주기도 하고.

오늘 아내가 성적 '수치심'이 아니라 성적 '빡치심'이라는 얘기를 했다. 수치를 느끼는 게 아니라 빡치는 거라고.

광화문 광장을 보면서 그 생각이 문득 났다. 이건 혐오가 아니라 빡침이라는.. 애들 생일 선물 사주러 조심조심 마스크 쓰고 장난감 가게 갔다온 생각이 나면서, 문득 빡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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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 여름방학이라, 이래저래 초비상인데, 사람들은 어지간히도 사정 안 봐준다. 빈 날자 대라고 하는데, 돌아비리.. 어지간한 데 가면, 아직도 내가 막내다. 후배 또래들은 운동에 별 관심이 없거나, 돈 안 되는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사정 안 봐주는 건 애들도 마찬가지다. 큰 애가 오후 간식으로 요즘 빵 너무 많이 먹었다고, 다른 거 먹고 싶단다. 계란? 제기랄, 계란은 또 싫댄다. 하도 냉장고만 퍼먹어서 남은 게 별로 없다.

할 수 없이 바게트에 치즈 녹여서 피자 빵 해주는 걸로 퉁.

둘째는 빵 버터에 굽고, 큰 애는 빵에 양념해서 렌지에 넣고. 이것들이. 그냥 하나 먹는 것도, 하도 많이 해줬더니, 취향들이 다 제각각이다.

그 와중에 추천사 써야할 것, 지방에서 회의 한다고 요번에는 꼭 와주시면 안 되냐고, 돌아비리.. 오매매, 아침 10시. 힘들다고 했다.

진짜 애기 등에 업고 싸웠다는 전설의 검객 생각 난다. 애 업기만 하는 게 아니라, 먹이고, 싸고, 재우고, 일절 어떻게 가지도 다녔을까 싶은.

일하고 집에 돌아온 아내는 맥주 먹고 싶단다. 콜, 금방 나가서 사올께..

내가 웃어야 집안에 웃음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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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논란과 통합당의 딜레마

최근에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이 딱 붙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지율이 역전되었다. 총선이 4월이었으니까, 네 달 사이에 확 뒤집힌 셈이다. 아마 지금 당장 서울시장 선거를 한다면 통합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걸 20대의 보수화로 보기도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부동산으로 인한 30~40대의 이탈, 박원순 이후로 폭발한 젠더 이슈 그리고 '공정'이라는 용어를 통한 20대의 불만 같은 것이 주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야 워낙 광범위해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20대, 30대, 여성, 하여간 각각의 이유로 등을 돌렸고, 이제는 통합당을 지지한다고 대답하는 지경이 되었다. 

우리와는 조금 사정과 기준이 다르지만, 20대와 젠더의 불만은 유럽 식으로는 구좌파에 대한 신좌파의 불만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테랑 집권이 오래 된 다음에 68세대의 노조 지휘부와 정치 엘리트들이 딱딱해졌다. 그걸 부패라고 분석하기도 하고. 하여간 대체적으로 그들이 구좌파에 해당한다. 

지금의 586들, 뭐 별로 집권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미테랑 14년 집권 마지막에 구좌파들이 보여준 모습과 별로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젠더와 생태를 축으로, 유럽에서는 대체적으로 사민주의 말기에 녹색당이 약진을 하게 된다. 지금에 와서 보면 유럽의 오래된 구좌파들과 현 집권층이 모습은 진짜로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무능하기도 부패하기도 하고, 권력욕만 남았던 것도 그렇고. 끼리끼리, 그 모습까지. 뭐, 결국 구좌파는 망했다. 

지금의 20대와 젠더 문제를 포괄한다면, 신좌파 혹은 신신좌파의 흐름 정도로 볼 수 있다. 586보다는 낫게 하자는 거지, 그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치 지형이 우리와 유럽이 좀 다른 것은, 공산당은 아예 없고, 녹색당도 전혀 힘 못쓴다. 그렇다고 나름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정의당도 새로운 대안으로 보여지지는 않고. 

극우와 덜 극우를 통합해놓은 통합당에 이런 신좌파 혹은 신신좌파의 흐름이 일단은 머무르게 된다. 케미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통합당도 아주 바보들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라서, 지도부도 더 젊게 만들고,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 새로운 입장도 만들려고 한다. 뭐, 쉽지는 않지만, 그게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그 사람들도 안다. 

그러기는 했는데.. 

4대강 나오자 말자, 구좌파도 아니고, 그냥 토건형 보수의 '앙시앙 레짐'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다. 봐, 4대강이 맞다고 했쟈나! 

신좌파가 정의하기가 참 애매하다. 68 이후에 생겨난 새로운 흐름을 이렇게 지칭하는 것인데, 젠더와 생태 그리고 문화주의 같은 것들을 통칭해서 이렇게 부른다. '노동자 중심주의'로 포착되지 않는 새로운 문제, 간단히 말하면 전통적인 노조 지도부가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이 출발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다 보니까 젠더와 생태는 반드시 출발이 같을 필요는 없는데, 좀 같이 다니는 속성이 있다. 서브 컬처 중심의 문화주의 역시 이런 흐름과 같이 다닌다. 

4대강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생태 이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2008년 촛불집회 이후로는 두 흐름이 딱 붙어 다녔다. 원래 신좌파의 속성이 그렇게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다. 고유의 운동 영역이 있는 것 같지만, 서로 미세하게 연대하고, 미묘하게 교감한다. 

통합당은 구좌파도 아니고 그냥 구세력이다. 신좌파랑 화학적으로 결합하기에는 좀 어렵다. 물론 잘 결합하는 일본 사례도 있다. 자민당 내에서 별의별 흐름이 다 있고, 그 안에는 나름 자기들 버전의 좌파 블록도 있다. 

통합당이 홍수를 맞아 4대강 얘기하는 기분은 잘 알겠는데, 그렇게 토건을 축으로 하는 구세력임을 공공연하게 보여서, 문화적으로 좋을 건 없다. 신좌파 혹은 신신좌파에 대해서, 한국의 보수들도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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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온다.

요즘 안 쓰는 안방에 빨래 걸어놓고 제습기 돌리는데, 물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다. 누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라고 하는가. 아열대 기후가 되고, 건기와 우기로 나뉘게 될 것 같다.

큰 애 방학이라서 집에 같이 있는데, 심심하다고 그런다. 틈틈이 이것저것 간식거리 해주는데, 간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프로그램의 아쉬움이.. 그렇다고 계속 같이 앉아서 놀아주기에는, 나도 할 일이 태산 같이 밀린.

대통령의 부동산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데, 망했다는 생각이 문득. "지금 잘 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문득 임진왜란 때 생각이 났다. 전쟁이 나겠냐, 안 나겠냐.. 안 난다고들 대답했다. 전쟁은 났다.

그렇다고 딱히 선조 때의 신하들이 무능하거나 간신배들만 가득 찼던 것도 아니다. 조선조 최고 학자들과 최고 신하들이 공교롭게도 줄줄이 배출된 것도 그 시기다. 그냥, 망할 때가 되어서 망한 건가?

몇 년 전까지 선조 때 조선이 망하지 않아서 결국 우리나라가 망한 거다, 그런 얘기들이 많았다. 뭐, 꼭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그랬다.

이번 정부의 인사와 부동산을 보면서, 선조 때 생각이 났다. 그게 꼭 간신들 때문에 망했나, 망할 때가 되니까 망한 거지..

통합당이 지지율 넘어서는 순간인데, "모든 것은 잘 되고 있다", 그런 기조가 더욱 강한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아마 무병장수하기는 할 것 같다. 마음 줄도 굵고, 당황하는 법도 없다. 속도 잘 안 타는 스타일들인 것 같다, 자기만 승진하면.

이 와중에도 쭉쭉 잘 승진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재주가 기가 막힙니다!", 이런 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주가 하늘을 찌른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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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태어나기 전에는 그래도 주말은 휴식의 시간이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주말이 끝날 때쯤이면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멍하다. 좀 더 고된 때가 있고, 덜 고된 때가 있기는 한데, 별 차이 없이 일요일 밤이면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멍멍하다. 아내도 그런 것 같다.

확실히 코로나 이후로 삶의 긴장도가 몇 배는 더 올라간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거리와 공간 그리고 환기 등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오후에 애들 데리고 잠시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 반납하고 책 빌려주고 왔는데, 도서관 한 번 갔다 오는 게 무슨 비상 작전과도 같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50이 넘어간 이후로 특별히 더 슬프거나 분노하는 일도 별로 없고, 특별히 기뻐하는 일도 별로 없다. 화난다면 화낼 일도 많고, 기쁘다고 하면 예전 같으면 길길이 날뛰며 기뻐할 일도 있던 것 같은데, 대체적으로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감정의 진폭도 내 삶과 관련해서는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주말이 끝날 때쯤이면 이래저래 멍한 상태가 되는 건 이제 습관과도 같다. 주중에 정신 없이 지나고, 주말에 더 힘들어지는 이 패턴은.. 육아후유증 보다는 육아증후군과 더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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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부터 한 과목씩 수업을 하게 되었다. 뭐, 아무 거나 해도 된다는. 그래도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고, 막상 아무 거나 하라고 해도 아무 거나 하기는 어렵다.

이번 학기는 말고, 좀 준비를 해서 다음 학기 수업 제목을 '겉얘기와 속얘기'로 하면 어떨까 싶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또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다.

이번 정부를 보면, 딱 겉얘기와 속얘기라는 틀을 사용해서 분석하기가 좋은.

겉얘기는 조국 이후로 맨 앞에 선 검찰 얘기. 속얘기는 집값 파동으로 터져나온 경제 얘기. 겉얘기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진짜 큰 울림은 속얘기에 들어가 있다.

공격과 수비로 바꾸어도 비슷한 얘기가 된다. 정치는 공격에 해당하고, 경제는 수비에 해당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정치가 최고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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