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에서 하는 클래스 e 강의 4회분을 촬영하고 돌아왔더니, 아이고 삭신이야.

로버타 플랙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들었다. 진짜 좋았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대에서 유배자로 지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보통은 지치면 TV를 틀어놓고 멍하니 있는다. BTS는 적응을 포기했다. 남들 듣는 걸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나는 그걸로 전혀 휴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시절까지는, 아, 저런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참으면서 봤다.

그 나머지의 절반 아니 거의 대부분은 트로트다. 10년 가까이 멍하게 TV 아니면 영화를 많이 보다가, 드디어 TV를 껐다. 젊은 세대의 문화 감각 탐방과 최신 트렌드의 이해.. 그런 거 말고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문화적이고 정서적으로, 나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인다. 내친 김에 로버타 플랙 노래를 조금 더 들었다.

비슷한 노래를 몇 개 더 찾아 듣다보니 007의 주제가 'Gold Finger"까지.. 좋기는 좋은데, 이거 좀 너무 하다 싶은 생각이 문득.

어쨌든 잠시 멘탈이 회복, 저녁 먹고 나서 내일 마감인 서평까지 무사히 마무리.

최근에 우연히 이래저래 미술관을 좀 갔고, 일요일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쥐어짜서 연극도 보고 왔다. 파우스트 얘기, 대가리 뽀개지는 줄 알았다.

연출가에게 어렵다고 했더니, 너한테 예전에 배운 얘기를 쓴 건데 니가 어렵다고 그러면 어쩌냐.. 돌아버리겠네. 에전에 내가 그런 얘기도 했었나? 참,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얘기 많이 하면서 나도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20대부터, 유행과는 약간, 아니 꽤 비껴서서 살아온 것 같기는 하다. 남들 아무도 안 보는 책들 보고, 시대와 안 맞는 음악들 들으면서.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 떠들면서..

그렇게 좀 똘아이 스타일로 살았던 것 같은데.. 여전히 그 지랄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연극도 좀 보고, 미술관도 지금 보다는 좀 더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문화적 치매 방지에는 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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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보이는 벤치 사진인데, 며칠째 계속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혹시라도 노숙자가 벤치에 누울까봐 누움방지용 칸막이가 있는 벤치다. 사진은 눈에 익숙한 건데..

2018년인가, 영국에서 이 벤치를 도입하려고 했었나보다. 난리가 났다.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결국 도입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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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말에 강릉에 갔다왔더니, 한 주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그냥 지나가버렸다. 어떤 때는 한 주가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월요일인가 싶은데 벌써 금요일이고. 

코로나 때문에 애들 태권도장 문 닫고 있을 때에는 정말 일주일이 몇 년처럼 지나간 것 같다. 그 때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시간들. 그리고 그 때 밀린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은.. 우와 돌아버리겠네! 

행복이란 게 별 거인가 싶다. 몇 주 전에 비하면, 지금은 일상이 행복이다. 훨씬 나아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입이 방정이다”라고 말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면 마치 그 얘기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행복이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은, 그래서 우울하고, 불행해야 삶의 기본인 것 같은.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점잖은 사람이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은. 

그래서 뭔가 사고, 뭔가 갖추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훈련 받은 것 같다. 그냥 행복하다고 느끼면, 뭔가 좀 모자라거나, 피지배적 길들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늘 불행한 것도 좀 이상하다. 행복과 슬픔 같은 것들은 교차로 오는 것인데, 우리의 한국 문명은 행복은 감추고, 슬픔은 과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까, 어딘가 가야 행복하고, 그래서 늘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고. 그렇지만 현실은 일상성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일상적으로 불행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냥 여기서 행복하면 안 돼? 

외국에 가지 못해서 자기가 요즘 얼마나 불행한가를 한참을 공들여 설명하는 사람들을 요즘 좀 봤다. 이해는 가는데, 좀 측은하기도 했다. 자신이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데, 코로나 이후로 여행이 어려워서 너무나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나도 외국에 가는 걸 몇 개나 취소했고, 지방에 가는 여행도 많이 없앴다. 좀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코로나 이후로 문득 여행과 행복, 일상성에 대해서 잠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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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나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꼭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생겨났을 일도 있고. 

아주 개인적인 삶만 보면, 작년이 워낙 힘들어서, 작년에 비하면 많은 것이 나아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역시.. 불편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팬데믹 경제학 정도의 내용의 책을 올해 내려고 준비한 것은 작년의 일이다. 워낙에 올해는 손가락 빨면서 놀고 있을 게 뻔해서, 쉬엄쉬엄 팬데믹 얘기나 좀 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덜컥, 코로나 19와 함께 팬데믹 국면이 펼쳐졌다. 

코로나와 관련된 것 중에서 기분 안 좋은 것들이 좀 있는데, 그 중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소리는 좀 너무 했다 싶었다. 한 쪽 구석에서 수십만 명씩 죽어가고 있는데,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이 일이 지나가면 어떻게 될 거냐, 그런 얘기들 하고 있는게.. ‘인간에 대한 예의’가 내가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경계선 같은 것이다. 

그래서 책은 일단 접었다. 다들 ‘포스트 코로나’ 얘기하는데, 나까지 끼어서 그런 얘기를 같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12월에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보기로 일정을 뒤로 미루었다. 이제 곧 12월이다. 

여러가지를 고민을 했는데, 결국 팬데믹 경제학을 쓰기로 했다. 

최근에 코로나에 관해서 얘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너무 많이 받았다. 뭐, 거의 못 간다. 어차피 나는 강연은 거의 최소한만 하고, 내년에는 더 조금 덜 할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는, 여전히 나는 책이라는 매체가 편하기는 하다. 책을 쓰고, 강연도 하는 건 내 스타일 아니다. 

그리하야..

‘88만원 세대’ 쓰던 시절에 만들어놓았던 발간 리스트에 있던 책 하나를 이번에 소화한다.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쓰게 될 책이다. 지금 잠시 일정을 만들어서 정리하고 가는 게 나을 듯 싶다. 

작년에는 책을 아예 안 냈고, 올해는 당인리 한 권 내고 일단 전부 스톱.. 전체적으로 출간 리스트와 계약 관계들을 크게 한 번 재정리를 했다. 털 건 털고, 옮길 건 옮기고.. 작년부터 밀려온 책들이 내년에는 큰 게 몇 개 니가게 된다. 그런 것들을 일단 뒤로 또 밀어서 팬데믹 책이 나갈 공간을 만들 생각하니.. 푸휴. 한숨부터 난다. 

하여간 나머지 정리정돈하는 건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은 팬데믹 경제학 책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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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

낸책, 낼책 2020. 10. 26. 20:13

88만원 세대 쓰던 즈음에 정리한 책 리스트 중에 판데믹 경제학이 있었다. 여유가 되면 꼭 써야지..

작년에 겁나게 헤매면서, 올해는 아마도 1년 내내 손가락 빨면서 탱자탱자 놀고 있을테니까.. 판데믹 얘기나 정리해야겠다, 그랬드랬다.

마침 김택환 선생의 소설 "살아야겠다"를 읽었드랬다.

그래서 살살 팬데믹 얘기나 하려고 이것저것 살펴보던 중에, 덜컥 코로나 사건이 생겼드랬다.

한참 사람들 죽어나가는 중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용어 쓰는 사람들 보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살면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팬데믹 책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렇게 밀었드랬다.

정부 하는 거 보니까, 어차피 '재난 자본주의', 딱 그렇게 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대면 진료 막 밀어붙이고, 결정적으로 수소 경제를 뉴딜에 팍팍 집어넣으시고.

안 놀아..

그때부터 그린 뉴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다. 니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어차피 니들은 책임도 안 질 거잖아.

최근에 민주당 아저씨들 좀 봤다. V자 형태가 될 거고 등등.. 참 오래 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마음들은 편하시구나.

짧게 잡으면 지금의 충격이 4년은 갈 것 같다. 해외여행 곤란한 2년, 그 충격이 굵은 여진으로 남은 2년. 최소한이다.

일본이 90년대 읽어버린 10년이라고 하던 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다시 갔더니 '잃어버린 20년', 이러구들 있었다.

얼마 전에 oecd 국민계정 통계 살펴볼 일이 있었는데.. current PPP, current price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넘어간다. 그것도 좀 되었다. 우와.. 어지간한 유럽 국가 위로 올라간다. 일본과도 비등비등하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이것도 옛날 얘기다. 선진국 중에서도 이제는 거의 앞 쪽 그룹 근처다.

그 얘기는 많은 것들이 선진국 패턴으로 바뀌게 되고, 문화도 어느 정도는 수렴한다는 얘기다.

이걸 코로나로 시작된 거대한 구조 조정 같은 논리로 바꾸어 지금의 데이타에 적용하면? 무서븐 일들이 막 튀어나오는.

책을 쓸 시간이 나오나? 앞뒤로 아무리 털어봐도 바늘 하나 찔러넣을 공간이 안 나온다. 그렇다고 애들은 부인한테 좀 보라고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공교롭다. 큰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한국은 더욱 더 선진국에 가깝게 되었다. 코로나의 경우도 그럴 것 같다. 인구는 줄고, 소득은 늘고, 그런 형태가 될 것 같다.

뭐가 뒤로 미룰 시간이 있나?

작년에 죽도록 헤매면서 다 작년부터 내년으로 밀려간 것들이기 때문에, 더 미룰 건덕지가 별로 없다.

내 상황은 이런데..

보자는 사람들이 또 왜 이렇게 많냐.. 돌아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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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거 First!

잠시 생각을 2020. 10. 23. 17:07

요즘 연락 오는 게 정말이지, 더럽게 많다. 

거의 초반기에 내년 말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초에도 백신이 대량 보급되는 건 택도 없고, 그보다는 조금 일찍 치료제가 나올 수는 있지만, 타미플루급의 기적의 약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12월이 되기 전에는 내리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두는 것이 맞을 때가 있다. 코로나의 경우는 그렇다. 

한 가지 영 아니게 된 것은 수능에 관한 것 같다. 수능은 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죽어라고 수능은 봐야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수능을 안 보면 긴 파장은 몰라도, 단기 파장이 너무 클 거라서 그렇게 하는 상황은 이해가 가기는 한다. 

며칠 전에 홍대 앞을 산책할 일이 있었다. 킬링필드가 따로 없다. 

정치는 보통은 정무와 정책으로 구분된다. 우리 편 내 편을 나누는 일을 정무라고 하고, 홍보와 관련된 일까지도 이런 정무에 해당한다. 그리고 보통의 정치인들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나머지 일들이 정책이다. 정책으로 분류는 되지만, 자기 동네 예산을 확보하거나 그 지역 숙원 사업에 관한 소위 민원사항이 정책이라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정치이기는 하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한국은 대체적으로 정무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정무에는 별 관심은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정책이라고 흔히 부르는 것에 관해서 생각하면서 지낸다. 별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정무는 나 말고도 하는 사람도 많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정책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 시기에 공무원들이 무슨 서류를 쓰든, 헤드 타이틀이나 서브 타이틀에 꼭 쓰는 메가 트렌드들이 있다. 박근혜 때 창조경제, 이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최근의 ‘언택트’ 같은 게 그렇다. 그것보다 조금 서브로 ‘콘텐츠’ 같이 우리 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것 혹은 ‘스토리 텔링’ 같은 게 유행을 했다. 뭐, 좀 그렇게 하다가 만다. 최근에는 뉴딜이 그런 서브 트렌드 정도 된다. 그린 뉴딜이라고 쓰고, 수소경제라고 읽는.. 한동안 우루루 몰려갔다가, 나중에 매몰비용 처리하고 손 털고 빠지는 그런 유행이 대부분이다. 

그런 유행을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넓은 개활지가 펼쳐진다. 사실상 황무지다. 아무도 없고, 자료도 거의 없다. 참고할 만한 논문도 국내에서는 보기 어렵고. 나는 그런 동네에서 논다.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런 황무지라야 텃세가 없어서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사회적 경제나 직장 민주주의 다룰 때에도 그랬다. 조금만 옆으로 벗어나면 갑자기 아무도 없어진다. 물론 현실에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공모하는 주제를 약간만 벗어나면 뻥 뚫린 개활지가 나타난다. 거기서 혼자 공을 몰고 가든 말든, 슛을 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도 안 쓴다. 중요하지가 않아서가 아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거기에 돈을 아직 넣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 쪽으로 돈 들어가는 것을 집권 세력이 싫어하는 분야들이 그렇다. 

떼돈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유명해지는 공명심도 좀 버리면.. 한국은 탄자니아에서 봤던 밀림과 밀림 사이에 아주 넓게 펼쳐진 황량하다 싶은 그런 평원이 나타난다. 아주 가끔 바오밥 나무가 있다. 인기 있는 연구 주제는 그런 평원에 있는 바오밥 나무와 딱 같다. 그 근처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 있다. 그리고 약간만 벗어나면 아무 것도 없다. 

일본은 우리 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촘촘한 사회 같다. 우리처럼 그렇게 뻥 뚫린 개활지가 별로 없다. 

20대 여성의 자살에 관한 주제가 그렇다. 누가 좀 하면 좋겠는데, 이게 돈 도는 연구가 아니니까 텅 빈다. 상대적으로는 노인 자살은 고독사 같은 주제가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주제라서 뭐가 좀 있는데, 다른 분야는 텅 빈다. 

그런 문제들이 내 책상 옆에 올라와 있는 게 몇 개 있다. 그래도 애 보다가 잠깐 남는 시간에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저요”, 그렇게 손을 들기는커녕, 때려 죽여도 지금 하는 것 보다 더 늘리기가 어렵다고 손사레 치기가 바쁘다. 직접 하기가 어려우면, 그냥 지휘만 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그거다. 그럼 주제 제목이라도 정해 달라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다.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어떤 넘이 이런 골 아픈 주제를 밀어넣었댜고, 실무진들에게 욕 디지게 먹거나.. 

내일은 일단 다 내려놓고 식구들하고 강릉 여행하기로 했다. 나도 골 아프다. 

한참 4차 산업혁명이니 이런 거 유행할 때 “Digital First!”라는 구호가 돌았던 적이 있었다. “노는 거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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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탈당..

잠시 생각을 2020. 10. 21. 16:55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런 말이 있다. 정을 맞다 맞다, 그냥 떨어져 나갔다. 

영화 <황산벌> 생각이 났다. 계백아, 니가 좀 거시기해야 쓰겄다. 좀 거시기 하다. 한 때 민주당에는 전라도 순혈주의가 강했는데, 요즘은 다른 방식의 순혈주의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용광로 대선', 이런 말들이 지난 대선 때 유행했던 말이다. 이제 용광로의 시대는 끝나고, 개국 공신들의 순혈주의로 가는 것 같다. 대안과 정책은 눈을 씻고 볼려고 해도 없고, 개국공신들의 순혈주의만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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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수제비 해 먹기로. 간만에 반죽 했더니 이것도 은근 힘들다. 하는 건 그냥 하면 되는데, 입맛 까다로운 둘째랑 합의 보는 게 아주 힘들다. 겨우겨우 합의 봄.. 계란은 넣어도 된단다, 매운 거, 떡 이런 건 절대 넣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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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만들어낼 변화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따로 책을 낼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생각은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출발점

정치만 있고, 정책은 사라진 상황이 팬데믹 얘기의 출발점이다. 시민단체의 약화와 관련된 몇 가지 변수들이 관련되어 있는데, 어쨌든 지금은 정책이 관심권 밖인 세상이다.

변화 1. "강한 것만 남는다"

호황기에는 여건이 좀 나쁘더라도 여기저기 잉여와 과잉들이 버틸 영역들이 있어서, 꼭 강한 것 아니더라도 버티고 살아남을 여건이 되었다. 팬데믹은 이런 잉여들을 없앤다. 90년대 일본 기업 중심으로 just in time이 유행하면서, 납품업체 등 중소기업들에게 전면적인 위기가 온 적이 있었다. 그 상황과 유사할 것 같다.

변화 2. 다양성의 축소

안정된 시스템은 redundancy가 늘어나고, 잉여의 여지가 늘어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mutant가 출현하고, 시스템의 진화의 여지가 생겨난다. 안정성도 다양성과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상업과 결합되지 않은 다양성들은 사라지게 된다. 정부 연구소 말고는 곡소리 나는 중이고, 문 닫는 데도 생겨났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자료만 보면, 작년 동기 대비 대부분의 지표가 30%대 수준이다. 줄긴 줄었어도 작년 상반기 대비 18편에서 13편 정도가 된 크랭크인 영화 수치 정도만 대충 버틴다. 뭐, 그것도 출구 없는 입구일 뿐이다.

얼마 전에 뮤지컬 갔던 사람이 옥주현 나오는 뮤지컬인데도 정말 몇 사람 안 된다고 한숨을 쉰 적이 있었다. 그 급도 아닌 것들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많은 경우, 경제적 충격은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가끔 규모만 놓고 팬데믹 충격을 몇 번에 걸친 경제 위기와 비교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IMF 때에도 새로 생기는 회사가 사라지는 회사의 숫자 보다 많았었다. 지금은 다르다. 단순히 총량 규모만 주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줄고, 획일성이 늘어나는 형태의 변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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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하게 '마음의 에너지'라는 말을 한 번 써보게 되었다. 초창기 정신분석학에서 dynamic이라는 개념으로 많이 쓰던 말이기는 한데.. 초기 열역학적인 상상력을 사람의 삶에 적용하가 위해서 쓰던 개념 중의 하나다. 

뭐, 이런 골 아픈 얘기를 21세기에, 그것도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다시 꺼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좋든 싫든, 우울증과 자살 얘기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 기관에 자문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별로 그렇게 내키는 주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에 왜 이렇게 자살이 많은가, 직장 민주주의를 하면서 한 번은 다루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주제다. 

무슨 깨달은 사람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진짜 딱 질색이다. 나이를 처 먹고 나니까.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도 좀 꼴불견처럼 보인다. 누구한테도 별로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나도 잘 모르고, 당장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것도 잘 모르는데..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영 질색이다. 

그래도 '마음의 에너지'라는 단어는 뭔가 풋풋하게, 마음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마음이 가는 거야 어떻게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런 에너지가 있다면.. 그 크기가 삶에서 늘 균일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내 삶을 돌아봐도, 마음의 에너지가 좀 높았던 때가 있고, 뭐 그닥..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열정' 같은 얘기를 별로 안 좋아 한다. 허버트 허슈만의 "열정과 이익"이라는 책이, 아마도 20대 초반 내 운명을 바꾼 책 중의 하나였는데.. 자본주의와 함께 어떻게 열정이 새로운 시스템의 모터와 같이 사용되었는가, 그런 얘기를 너무 일찍 읽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 머리 속에서는 자동적으로 '자본의 음모'로 치환되어서 들린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마음이 평생 그렇다. 누군가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얘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고, 나도 열정을 가지려고 해본 적이 없다. 인간은 기계와 같이 그렇게 열정이라는 에너지로 폼뿌질해서 막 살아지고,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올해는 책이 코로나 때문에 '당인리' 한 권만 나오는 해가 되었고, 그나마도 작년에는 데뷔한 이후로 처음으로 책이 한 권도 안 나온 해가 되었다. 되는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책들이 다 내년으로 넘어갔다. 일정이 어마무시하게 빡빡하다. 

일정표를 보니까 에세이집 하나 쑤셔넣을 공간이 없기는 한데.. 

'마음의 에너지' 정도의 주제로 에세이집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이 꺼지듯, 마음의 에너지가 사라지면 사람은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여전히 증오든 미움이든, 에너지가 넘치니까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양 쪽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뭔가 하고자 하는 생각이 정말로 없으면, 죽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이런 질문들 찬찬히 던져보면서 글들을 좀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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