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경제만 보면 현 정부가 딱히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조금씩 핀트가 안 맞는다. 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정도? 그러다가 김문수가 서울시장 하겠다고 내세운 얘기들 보면, 좀 아닌 게 아니라,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재건축 다 풀어주고,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두면알아서 시장이 작동할 것 아니냐? 이게 언제적 얘기인가 싶다. 유럽에서는 극우파들도 이렇게 무식하게 옛날 얘기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복지 얘기도 하지만, 무엇이 진짜로 자국 청년들에게 유리한 것인가, 요 정도 얘기는 하는 것 같다.

 

시라크 이후로 프랑스도 보수들이 꽤 오래 집권했다. 김문수처럼 하면 파리도 고도제한 같은 거 다 풀고, 그냥 집장사들 하고 싶은 데로 다 할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보수 정권들 들어오면 우리 식으로 아파트 분양제 막 하면서 정부 돈 끌여다가 민간인 집장사 하는 데 보태주고 그럴 것 같지만, 그런 일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도 보수가 좀 제대로 출발점을 세울 수 없을까 싶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나 민간 주택 관리 그리고 임대주택 등 큰 틀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진보나 보수나, 다 거기서 거기다. 이런 거 보수적 관점에서도 제대로 해보자고 확 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토건에 관해서도, 하는 말만 좀 다르지 지역으로 가면 별 다르게 크게 다르지도 않다. 정치적 극단주의로 너무 밀리기는 했지만, 프랑스 사르코지 시절에 하던 생태 정책은 지금 정의당 보다도 더 급진적이다. 독일의 탈핵은 무슨 사민당이나 녹색당 연정으로 추진하는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아니다. 여기도 그냥 우리식 보수 진영에서 국가적 합의를 만들어서 추진하는 것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이건 안철수가 주로 했던 얘기인데, 이것도 좀 얄팍하다. 지금까지 가장 보수 중에서 왼쪽으로 깊게 찌르고 온 사람은, 여전히 유승민이다. 그가 여당 원내대표로 중부담 중복지얘기할 때, 많은 진보 쪽 인사들이 위협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일찍 박근혜 아니 순실인가? – 눈 밖에 났다. 국회 연설 몇 번 한 게 다다. 법안 통과도 제대로 시켜보지 못하고 실각하였다.

 

김문수처럼 그렇게 그냥 시장은 다 해 줘요, 그러니 나 서울 시장 할래요?”, 이러고 있어서는 사람들 웃음거리 밖에 안된다. 우리 말이 좀 그렇다. 마켓, 그 시장도 시장이고, 메이어, 그 시장도 시장이다. 듣는 사람 헷갈리게 말해놓고, “내가 다 맞아요”, 그러고 있어서는 뭔가 바꾸고 싶다는 심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 보수당의 43, 데이빗 케머론의 고든의 노동당으로부터 정권 뺐어올 때에는 사회적 경제를 비롯해서, 정말로 꽤 훅 치고 들어왔다. 우리 식으로 치면 심상정이 했을 것 같은 얘기들도 처칠의 후예인 데이빗 케머론 입에서 막 나왔다. 영국 노조와 노동당에서는, “그것 다 거짓부렁이래요”, 방어하느라고 급급했다.

 

최저임금만 해도 그렇다. 이게 꼭 무슨 좌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신자유주의라고 악명 떨치는 사람들 진영에서 이게 처음 제안되었고, 실제로 이걸 미국에서 실행하려고 행정적 검토까지 한 사람은 닉슨이다.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 그래, 바로 그 닉슨이다. 그리고 음의 소득세라는 개념으로 이걸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밀턴 프리드만이다 (근데 김문수는 우파 중의 보수 경제학자인 프리드만 이름이나 알랑가?)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우익 중의 우익 정도로만 보이는 일본 아베가 지금의 경제 틀을 구상하면서 맨 앞에 내세운 게 최저임금 상승이다. 정치적 입장으로만 보자면 아베나 김문수나, 이제 와서는 극우 중의 극우가 되었다. 아베가 최저임금 주창하면서 아베노믹스의 한 축으로 세운 거, 그게 그의 롱런 비결 중의 하나가 아닌가?

 

솔직히 지금 와서, 김문수 하듯이 집 여러 채 가진 사람들과 재건축에 목매단 사람들 표 얼마 더 얻는다고 해서 한국당에 갑자기 물 들어오듯이 새로운 흐름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거기가 전통적으로 경제 보수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쳤던 자기네 핵심 지지 그룹 중의 하나 아닌가? 망할 대로 망한 보수 입장에서는 물 한 모금 더 마시나 들 마시나, 전멸 직전까지 가는 데 큰 차이 없을 것 같다.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김문수의 얘기는 그렇게 밖에 안 보인다. 그래도 마이크 들이대는데, 아무 얘기도 안 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밖에 안 보인다.

 

좀 생각해보시라. 외국 보수들이 궤멸 직전에 놓였거나 정권을 내어주고 나서 어떤 변화를 했는지? 트럼프처럼 드물게 좀 더 오른쪽으로 확 치고 들어가면서 어영부영하던 개혁의 뒷구멍을 치고 들어간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드물다. 많은 경우는, 왼쪽 깊숙히 훅 치고 들어오는 전략을 썼다. 경제가 그렇다. 정치적으로는 좌우로 확 나뉘는 것 같지만, 최소한 1929년의 대공황의 수정 자본주의 이후 혹은 1945년 전후복구 중에 나온 복지국가 담론 이후, 별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기본 입장 자체가 국가가 적당히 개입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는 복지를 하고, 생태나 토건 혹은 문화 같은 것은 명확하게 좌우가 나뉘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신좌파로 별도 분류할 정도가 되었다.

 

더 위로 기원을 찾아가보자. 복지의 기원으로 우리가 다 아는 게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아니었던가? 그는 귀족들에게 복지는 체제 유지비용이라고 말했다. 적당히 기본 체제를 유지하고 싶으면 이 정도 비용은 대라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21세기의 외국 우파들이 그렇게 딱딱하게 래세패르, 자유방임만을 줄구장창 외치고 있지는 않다. 경제도 현실이고, 정치도 현실이다. 성과 없으면 정치도 안 되고, 정치를 하기 위해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정책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정책은 이념일 것 같지만, 21세기에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독일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탈핵 정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차피 이번 지방 선거에서 한국당은 지금처럼 하면 괴멸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면 다음 번 총선은? IMF 경제위기급의 급격한 외환위기 같은 게 오기 전에는 경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 지형도 변할 게 별로 없다. 다음 대선은 택도 없고, 다다음 대선도 지금 같아서는 한국당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없다. 그러면 15년 아니 14년 후는? 혹시라도 개헌이 되고 새로운 헌정질서가 오면? 다음 총선에서 싹슬이할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보이기 전에는 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주도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자기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어차피 태극기 할아버지들은 한국에서는 변치 않는 상수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비전도 만들 수가 없다. 지금은 21세기다. 청년 보수가 새롭게 등장할까? 외국에서는 다양하게 등장하기는 했는데, 지금 한국당 실력으로는 그것도 어렵다.

 

멀정한 보수가 등장하기에 사실 지금은 좋은 조건이다. 별로 잃을 것도 없다. 기다리다 다음 총선 때 사멸하거나, 아니면 지금 바꾸거나? 트럼프 같은 기가 막힌 어벤저스 멤버급 스타가 등장할 것 아니면, 할 수 있는 건 왼쪽으로 확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더도 말고 딱 심상정 바로 왼쪽 정도 간다고 생각하고 달려가면 심상정 바로 오른 쪽 정도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시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준다”, 이런 교조주의적 명제만 포기하면 현실적 정책에서는 거기에도 좋은 게 많다. 아베가 최저임금 전국적 상승한다고 밀고 나올 때, 그게 원래 자기 철학에 맞거나 좋아서 했겠는가?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아파트 분양제를 비롯해서, 현 정부가 별 대안도 없고, 그저 크게 문제 일으키지만 않을 정도로 적당히 현상관리만 하는 분야들은 많다. 빈 공간이 숭숭이다. 보수들이 그 쪽으로 치고 들어가면? 2000년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것 같은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작은 소망이다. 한국의 보수들도 이제는 제 정신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한국을 보고 싶다. 그게 우리가 진짜로 5만달러, 6만달러, 제대로 된 경제 성장궤적을 가지게 되는 길 아닐까 싶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복값 폭락...  (0) 2018.05.18
현 정부 경제, 메모  (0) 2018.05.17
문재인 정부 취임 1주년 그리고 경제 논의  (0) 2018.05.10
세월호 기념관  (0) 2018.05.10
우선순위, 그딴 거 없다  (0) 2018.05.10
Posted by retired
,

문재인 정부 취임 1주년이다. 그새 1년이 흘렀나? 시간 참 빠르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기꾼 중의 사기꾼, 사기꾼의 제왕처럼만 느껴지던 mb가 감옥에 갔다. 오 예,

경제는 과연 어떨까? 기본적으로 경제는 방향과 규모, 두 가지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 사실 나는 좀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아직은 판단 유보. 마치 장마 때 두 개의 전선이 지루한 대치를 하면서 길게 비가 내리는 것처럼, 지금은 어느 쪽 힘이 더 센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바람이 바뀌는 순간이 올까?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국회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사실 국회 의결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꽤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 제대로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 한 때 경제대통령, 유능한 경제정당, 경제만을, 요런 수식어들이 사용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경제에 그렇게 신경 쓰는 때는 아닌 것 같다. 나는 경제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논의 한 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논의는 공격력이 강하다. 공성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다. 경제는, 그 때 그 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체감성이 높다. 경제가 좋아졌느냐, 아니냐... 몇 년 지나면 이게 진짜 흐름이 된다. 수성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다. 먹고 살기 나아졌다, 그것보다 좋은 수성의 정치는 없다. 별의별 말, 다 필요없고, 살만하다... 그 말이 사람들 입에서 나오면 수성의 거의 대부분은 완성된다.

문재인 1년을 맞아, 잠시 생각해보면...

경제가 별로 변한 것은 없기는 한데, 이건 시간 때문에 발생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경제 논의가, 너무 후순위의 후순위로 밀려있다. 그리고 밀실 행정 쪽으로 훨씬 더 많이 간 것 같다. 좀 더 열어놓고, 많이, 더 자주 논의하는 쪽이 길게 가는 변화에는 더 유리한 것 같다. 지금은 그 쪽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 정부 경제, 메모  (0) 2018.05.17
한국 보수의 대전환을 소망하며...  (0) 2018.05.14
세월호 기념관  (0) 2018.05.10
우선순위, 그딴 거 없다  (0) 2018.05.10
강북 좌파, 진보 아니고...  (0) 2018.05.09
Posted by retired
,

 

월호 이제야 바로 섰다.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저 세월호를 학생들이 출발했던 인천항으로 가지고 가서 추모관으로 했으면 좋겠다. 스웨덴은 침몰한 전함 바사호를 그렇게 기념관으로 쓴다. 요코하마항에도 연습선 니폰마루가 퇴역 후 시민들의 박물관처럼 쓴다. 어려운 게 아니라, 세월호를 빨리 잊어버리자고 하는 힘이 너무 강해서 이 지경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선실 하나하나를 학생들 기억의 방처럼 꾸며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Posted by retired
,

봐야 할 영화, 봐야 할 시나리오, 봐야 할 소설, 봐야 할 평전, 요렇게 급하게 봐야할 것들이 있다. 급하게 써야할 것들을 처리하고 나니, 급하게 봐야 할 것들이. 뭘 먼저 할지 우선 순위를 못 정하고 있다. 우선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인생에 우선 순위가 뭐가 있겠나. 상대 입학한 이후로, 그리고 회사가 첫 직장이 된 이후로, 내 머리에도 회사 경영의 논리들이 단단히 박혀 있다. 50이 넘으니, 이런 얘기들이 전부 다 덜떨어진 조현민 같은 것들이라는 생각이. 그저 레토릭일 뿐이다. 우선 순위, 인생에 그딴 거 없다.

Posted by retired
,

'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이 진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남들이 그렇게 소개하고, 별칭을 붙였을 뿐이다. 공식적으로 내 입장을 밝히라고 하면, 나는 늘 좌파라고 했고, '명랑 공산주의자'라고 책에서 쓴 적이 있다. 굳이 누군가 좌우로 물어보지 않아서 가만 있을 뿐이지, 나는 진보는 절대 아니고, 우파도 절대 아니다. 그냥 좌파 중에서, 좀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 생태 좌파 정도 된다.

경제와 관련된 생각을 제외하면 나의 일상은 무지무지하게 보수적이다. 지킬 걸 지켜야 하고,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에게 효도까지는 몰라도 그냥 막 대하지는 않으려고 하고, 힘들어도 아이들은 낳고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좌우는 뭔지 알겠는데, 진보는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락은 않다. 좋아한다. 한 때 전위적이었던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나는 절대로 진보적이지 않고, 진보도 아니다. 그리고 진보연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려고 하는지, 그 함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좌파다. 그리고 좌파 내에서도 노동좌파랑 구분되는, 생태좌파다. 거기서도 비주류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이다.

 

예전에 강남살던 시절에는 강남 좌파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강북으로 이사온지도 이제 10년 정도 된다.

 

굳이 부른다면 강북 좌파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고양이 이름이 강북이다. 정체성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정체성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냥 '강북 좌파'로 살아가고 싶다. 고양이 세계의 언어로 하면, 나는 '강북이 아빠'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기념관  (0) 2018.05.10
우선순위, 그딴 거 없다  (0) 2018.05.10
포디즘식 정의...  (0) 2018.05.09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Posted by retired
,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은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뒹굴뒹굴 거릴 때다. 먼 훗날의 일이나, 아무 근거 없는 상상은 이럴 때 많이 한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리던 시절. 그리고 정말로 바빠서 쩔쩔 매도록 뛰어다닐 때에는, 돈도 안 벌었고, 오히려 내 돈도 갖다 쓰던 시절.

박근혜 때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만, DJ 때에는 지식경제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리고 신지식인 상도 주고 그랬다. 나랑 가까운 동료도 이 상을 탔다. 사실 나도 그 양반을 추천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결국 심형래가 신지식인이 되면서,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DJ 시절부터 창조경제까지, 요즘 안철수가 꽃히면서 전국적인 난리브루스가 된 자본주의 4.0 혹은 인더스트리 2.0, 3.0, 이런 것들의 뿌리는 다 같다.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게 정말 엿같은 거다. 포드주의 이후 50년 이상 세계의 기본이 된, 열신히 일하기, 이런 표준적 방식이 다 꽝이라는 얘기다. 열심히 일 한 사람이 아니라 빈둥빈둥거리는 사람이 떼돈 버는 시기, 그런 얘기 하는 거다.

말만 그렇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포드주의식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대세이기는 하다. 그래도 변화는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점점 더 세상은 더러운 사회로 가는 중이다... 그나마 포드주의식 경제 정의도 안 먹히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 정의가, 차라리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사법고시 존치 운동이 되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 찬성 의견이었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르는 일일까? 사법시험 조치를 주장하던 사람들 일부가 몰려다니면서 온갖 패악질들을 하는 걸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 게 '포디즘식 정의'... 정의 담론도 변하기는 할 것인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시험 동등하게 보게 해달라는 게 정의의 거의 전부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선순위, 그딴 거 없다  (0) 2018.05.10
강북 좌파, 진보 아니고...  (0) 2018.05.09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간만에 여성지 인터뷰...  (0) 2018.05.01
Posted by retired
,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쉽지 않은 질문인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로 얼버무리는 중이다. 한동안 신자유주의라는,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얘기가 그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었다. 자,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불분명하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시기인 것 같기는 하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토건 쪽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탈 신자유주의 신 토건 시대? 뭐, 아주 복잡하고 기괴한 용어가 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무현 중반을 넘으면서 신개발주의라는, 역시 좀 모호한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기는 하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강력한 신자유주의가 아닌 것은 확실한데, 토건도 아니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북 좌파, 진보 아니고...  (0) 2018.05.09
포디즘식 정의...  (0) 2018.05.09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간만에 여성지 인터뷰...  (0) 2018.05.01
어느 속 편한 오후  (1) 2018.04.24
Posted by retired
,

도시 공학 한참 공부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방법이 없어서, 나도 공부를 했다. 박원순의 서울시는 도시 공학의 지구단위계획과 종합계획을 거점으로, 본격적으로 토건으로 달려간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여당이던 광주가 과연 도시의 대안이 되었고, 우리의 미래가 되었을까? 오랫동안 내가 주장하던 얘기가, 광주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민주주의였다. 광주는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도로 다이어트에 이어 25개 하천 전부 청계천식 복원으로 달려가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토건도시 서울' 발표랑 다를 바가 없다. 그냥 내버려두면서 조금씩 정비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거, 이걸 우리는 아직도 못한다. 전면 정비, 전면 추진, 종합적 추진, 게다가 별로 논의하지 않고 전격 발표.

토건의 특징이, 탁상행정, 전격주의, 집중주의, 이런 것이다. 서울이 토건으로 달려가던 광주 같아진다.

대체 왜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힘만 잡으면 바로 토건과 손을 잡는지 모르겠다. 진짜 연구 대상이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디즘식 정의...  (0) 2018.05.09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간만에 여성지 인터뷰...  (0) 2018.05.01
어느 속 편한 오후  (1) 2018.04.24
건물주 자식들의 금수저 놀이  (0) 2018.04.17
Posted by retired
,

<88만원 세대> 경제학자 우석훈 라테파파 되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007833&memberNo=36054406&vType=VERTICAL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어느 속 편한 오후  (1) 2018.04.24
건물주 자식들의 금수저 놀이  (0) 2018.04.17
김기식 인사평에 대한 단상  (21) 2018.04.12
Posted by retired
,

 

자기 옛날 아리랑 고개 시절 생각이 나서 사진 찾아봤다. 2012 1. 오늘 말로만 듣던 아리랑 고개 시절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이 시절, 아직 mb 때였고, 아이 태어나기 전. 걱정 한참 많았었다...


사무실 나갔다 들어오면서 아직 남아있는 산길의 꽃들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딱히 걱정이라고 할 게 없다.


나 혼자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애들이 아프기를 하나, 돈 걱정을 하나.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서 이제부터 나도 벤츠 타고 살아야겠다는 미친 짓만 안하고 지금처럼 경차, 딱 좋아, 이러고 살면 한 평생 적당히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다.

 

연초에 대학 교수 초빙 얘기가 있었는데, 잠시 생각해보고... 다 귀찮아요. 이 나이에 무슨 대학을. 주위 사람들이 잠시 쩝, 했더랬다. 제자 한 명도 없는 게 아쉽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는 한데, 이 나이에 제자는 무슨… 50이 넘어가니까 제자도 귀찮고, 후배도 귀찮다. 이제는 모든 위계와 수직적 관계 자체가 다 귀찮다. , 아래, 그런 게 어딨나 싶다.

 

최근 일을 위해서 소위 업무조율 같은 거 하는 시간을 따져봤다.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점심 때 즈음 잠시 차 한 잔 마시는 게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 번이다. 평균 내면 1.5. 1.5회 차 마시면서 먹고 사는데 별 문제 없는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내 경우는 그렇다. 원래는 2.5회 정도 생각을 했는데, 4월달은 간만에 아무 일도 안 하고 좀 쉬는 달이라서.

 

‘50대 에세이준비하고 쓰는 났더니 내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불 필요한 일들과 감정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삶의 군더더기도 많이.

 

이제 나는 공익과 관련된 일 아니면 안 한다. 먹고 살고, 그러기 위해서 마음에 부대끼고 참고, 그런 건 할 필요가 없다. 공익과 관련이 되어 있어야만 하고, 명분이 없는 일도 안 한다. 그런 것도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이미 하는 거,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뭔가 하는 것, 그런 것도 안 한다. 니가 한 거니, 내가 한 거니, 그렇게 별 것도 아닌 공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만한 여지가 생기는 것은 안 한다. 그리고 재미 없는 것도 안 한다. 40대에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나한테 그렇게 외치면서 별로 재미 없는 것도 참고 했다. 그 때는 내가 좀 부족했다. “이거 재미 없어서 못하겠어요”, 그렇게 과감하게 말하지 못했다. 의미와 보람 그리고 재미를 찾는 대신, 남들한테 약간은 야박하게 말하는 것은 감수하기로 했다. 안 하겠다, 못 하겠다, 이런 말 하는 게 너무 거칠어 보였다. 그래서 돈도 너무 조금 주고,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도 참고 했다. 부작용이 생겼다.

 

싫은 것을 참고 하다 보니까, 술을 너무 마시게 되었다. 좀 야박한 소리 하고, 술 덜 마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술 대신에 신경을 분산시켜서 노는 방법을 별로 못 배웠다.

 

그래서 원칙을 정했다. 무의미하게 속상해서 술을 세 번 이상 마시게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안 한다. 좋고 즐거워서 마시는 거야 나도 좋은 일인데, 너무 속상해서 혼자 앉아서 술 마시게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50이 넘어가니까, 이젠 술 마신 것도 다 살로 간다. 인생 노년을 술살 껴안고 살 생각은 없다.

 

그런 바보 같은 짓 할 시간 있으면, 그야말로 사람들하고 커피 마시면서 즐거운 미래에 대해서 상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게 났다 (여러 층위에서 시민 독자 모임 같은 것을 자주 가질까 한다…)

 

방송과 신문 관련된 일을 다 털어냈다. 그리고 겨우 만들어낸 삶의 여유다. 바보 같은 고민하면서 혼자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산크리트어로 걱정이 '찐따'라고 한다. 부처를 만들어낸 그들이, 걱정 많으면 찐따라고 불렀던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 같은 것들은, 좋은 일이다. 이런 건, 그냥 애기를 많이 하는 것만으로 사회가 조금은 좋아진다. http://cafe.daum.net/workdemo)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