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은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뒹굴뒹굴 거릴 때다. 먼 훗날의 일이나, 아무 근거 없는 상상은 이럴 때 많이 한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리던 시절. 그리고 정말로 바빠서 쩔쩔 매도록 뛰어다닐 때에는, 돈도 안 벌었고, 오히려 내 돈도 갖다 쓰던 시절.

박근혜 때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만, DJ 때에는 지식경제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리고 신지식인 상도 주고 그랬다. 나랑 가까운 동료도 이 상을 탔다. 사실 나도 그 양반을 추천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결국 심형래가 신지식인이 되면서,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DJ 시절부터 창조경제까지, 요즘 안철수가 꽃히면서 전국적인 난리브루스가 된 자본주의 4.0 혹은 인더스트리 2.0, 3.0, 이런 것들의 뿌리는 다 같다.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게 정말 엿같은 거다. 포드주의 이후 50년 이상 세계의 기본이 된, 열신히 일하기, 이런 표준적 방식이 다 꽝이라는 얘기다. 열심히 일 한 사람이 아니라 빈둥빈둥거리는 사람이 떼돈 버는 시기, 그런 얘기 하는 거다.

말만 그렇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포드주의식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대세이기는 하다. 그래도 변화는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점점 더 세상은 더러운 사회로 가는 중이다... 그나마 포드주의식 경제 정의도 안 먹히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 정의가, 차라리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사법고시 존치 운동이 되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 찬성 의견이었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르는 일일까? 사법시험 조치를 주장하던 사람들 일부가 몰려다니면서 온갖 패악질들을 하는 걸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 게 '포디즘식 정의'... 정의 담론도 변하기는 할 것인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시험 동등하게 보게 해달라는 게 정의의 거의 전부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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