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옛날 아리랑 고개 시절 생각이 나서 사진 찾아봤다. 2012 1. 오늘 말로만 듣던 아리랑 고개 시절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이 시절, 아직 mb 때였고, 아이 태어나기 전. 걱정 한참 많았었다...


사무실 나갔다 들어오면서 아직 남아있는 산길의 꽃들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딱히 걱정이라고 할 게 없다.


나 혼자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애들이 아프기를 하나, 돈 걱정을 하나.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서 이제부터 나도 벤츠 타고 살아야겠다는 미친 짓만 안하고 지금처럼 경차, 딱 좋아, 이러고 살면 한 평생 적당히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다.

 

연초에 대학 교수 초빙 얘기가 있었는데, 잠시 생각해보고... 다 귀찮아요. 이 나이에 무슨 대학을. 주위 사람들이 잠시 쩝, 했더랬다. 제자 한 명도 없는 게 아쉽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는 한데, 이 나이에 제자는 무슨… 50이 넘어가니까 제자도 귀찮고, 후배도 귀찮다. 이제는 모든 위계와 수직적 관계 자체가 다 귀찮다. , 아래, 그런 게 어딨나 싶다.

 

최근 일을 위해서 소위 업무조율 같은 거 하는 시간을 따져봤다.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점심 때 즈음 잠시 차 한 잔 마시는 게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 번이다. 평균 내면 1.5. 1.5회 차 마시면서 먹고 사는데 별 문제 없는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내 경우는 그렇다. 원래는 2.5회 정도 생각을 했는데, 4월달은 간만에 아무 일도 안 하고 좀 쉬는 달이라서.

 

‘50대 에세이준비하고 쓰는 났더니 내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불 필요한 일들과 감정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삶의 군더더기도 많이.

 

이제 나는 공익과 관련된 일 아니면 안 한다. 먹고 살고, 그러기 위해서 마음에 부대끼고 참고, 그런 건 할 필요가 없다. 공익과 관련이 되어 있어야만 하고, 명분이 없는 일도 안 한다. 그런 것도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이미 하는 거,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뭔가 하는 것, 그런 것도 안 한다. 니가 한 거니, 내가 한 거니, 그렇게 별 것도 아닌 공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만한 여지가 생기는 것은 안 한다. 그리고 재미 없는 것도 안 한다. 40대에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나한테 그렇게 외치면서 별로 재미 없는 것도 참고 했다. 그 때는 내가 좀 부족했다. “이거 재미 없어서 못하겠어요”, 그렇게 과감하게 말하지 못했다. 의미와 보람 그리고 재미를 찾는 대신, 남들한테 약간은 야박하게 말하는 것은 감수하기로 했다. 안 하겠다, 못 하겠다, 이런 말 하는 게 너무 거칠어 보였다. 그래서 돈도 너무 조금 주고,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도 참고 했다. 부작용이 생겼다.

 

싫은 것을 참고 하다 보니까, 술을 너무 마시게 되었다. 좀 야박한 소리 하고, 술 덜 마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술 대신에 신경을 분산시켜서 노는 방법을 별로 못 배웠다.

 

그래서 원칙을 정했다. 무의미하게 속상해서 술을 세 번 이상 마시게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안 한다. 좋고 즐거워서 마시는 거야 나도 좋은 일인데, 너무 속상해서 혼자 앉아서 술 마시게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50이 넘어가니까, 이젠 술 마신 것도 다 살로 간다. 인생 노년을 술살 껴안고 살 생각은 없다.

 

그런 바보 같은 짓 할 시간 있으면, 그야말로 사람들하고 커피 마시면서 즐거운 미래에 대해서 상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게 났다 (여러 층위에서 시민 독자 모임 같은 것을 자주 가질까 한다…)

 

방송과 신문 관련된 일을 다 털어냈다. 그리고 겨우 만들어낸 삶의 여유다. 바보 같은 고민하면서 혼자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산크리트어로 걱정이 '찐따'라고 한다. 부처를 만들어낸 그들이, 걱정 많으면 찐따라고 불렀던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 같은 것들은, 좋은 일이다. 이런 건, 그냥 애기를 많이 하는 것만으로 사회가 조금은 좋아진다. http://cafe.daum.net/workdemo)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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