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나는 전복이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그래서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냥 있으면 먹는. 생각해보면, 비싼 음식 중에 내가 꼭 먹고 싶은 음식도 별로 없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 수제비. 진짜 좋아하는 음식. 들깨 수제비. 그거 말고? 김치 수제비.

음식에 대해서 내가 갖는 생각은 딱 두 가지다. 남 괴롭히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내가 해먹는 게 낫다. 그리고 '줄 서는' 맛집에는 안 간다. 흔히 말하는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남들하고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 아니면 안간다. 입이, 요사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진정으로 내가 맛타박을 안하는 경지냐? 그렇지도 않다. 재료를 너무 따지지는 않으려고 하지만, 맛만 있으면 된다, 요런 입장은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멸한다.

요 생각들을 정리해서 쓴 책이 '음식국부론'이었다. 순서로는, 사실 이게 처음에 쓴 책 원고였다. 이걸 쓰면서 실력이 약간 붙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쓴 책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였다. 편집 과정에서, 뒤의 책이 앞의 책을 추월해서 먼저 나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내 책이 문고판으로 나왔던 것은 '음식국부론'이 유일하다.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일본에서 문고판 제의가 왔었다. 그 시절에, 나는 아직 그런 책을 낼 실력과 덩치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뒤로 미루었다.

전복 얘기를 보면서, 맛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봤다. 정말 싸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전복을 사다가 요리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05180905104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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