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대구 kbs에서 방송이 있어서 정말로 간만에 기차표 예매를 했다. 하도 오랜만에 ktx 예약을 했더니, 핸드폰 인증 받으라고 한다. 그 사이 카드도 기간이 끝나서, 새 카드를 쓰는 중이다. 생각해보니까 코로나 때 기차 예약 안 하기 시작해서, 벌써 몇 년이 되었다. 지방 갈 일이 전혀 없던 건 아닌데, 대부분 운전해서 갔다. 

강연 안 한지 몇 년 된다. 올해도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움직여보려고 한다. 

간만에 ktx 예약했더니, 기차비가 이렇게 비쌌나, 섬찟한 생각이.. 전기차 타고 다녔더니, 연료비는 거의 무시할 정도고, 도로비도 반값이라, 그렇게 비용 생각을 안 한지 몇 년 된. 기차 요금 감각이 무디어졌다. 

이래저래 조금 움직여 보면서, 안 하던 인스타도 다시 계정 살렸다. 오래 전에 내 책과 방송 보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몇 년간 정말 애들 보면서, 히키코모리 모드로 지냈다는 생각이 문득. 

지난 가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수영 레슨 다시 받기 시작했다. 저녁 먹을 시간에 끝나서, 수영장 가서 데리고 오는 걸 몇 달 했다. 한 번은 버스 타고 가다가 너무 사람이 많아서, 둘째 손에 버스 문에 끼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방학 때도 계속 수영장 갔다. 오늘 중급반으로 올라갔다. 올해는 둘째가 수영장 죽어라고 다니면서, 입원하지 않는 첫 해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가을에도 심하지는 않았는데, 진단은 폐렴으로 나왔다. 둘째가 입원하면 다 꽝이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둘째 수영하는 일이다. 

다음 주부터 인터뷰 작업도 조금씩 시작한다. 원래는 인터뷰도 좀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린이들 보면서 거의 못했다. 올해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조언도 많이 들으려고 한다. 올해의 모토가 “잘 듣는 한 해”다. 

아직 계획을 짜지는 못했는데, 고등학생 인터뷰를 좀 많이 하려고 한다. 어떤 경로로, 어떤 식으로 할지 방법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해야 할 일 리스트에 올렸다. 10대는 여론 조사에 잡히지가 않기 때문에, 성향이나 패턴에 대한 연구가 아주 어렵다. 어떤 식으로 하는 게 효과적일지, 좀 쌈빡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다음 달부터 쓸 책이 10대를 위한 경제학책이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10대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 

처음에 학위 받고, 전공 분야말고 부전공처럼 보려고 한 게 urbanism이라는 주제였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연구 분야인데, 프랑스에는 이게 엄청 책도 많고, 연구도 많은 분야다. 그래서 처음 집을 산 곳도 부천이었다. 현실에서는 전혀 연구를 하지는 못했고, 직장에서 집이 멀어서 고생만 죽어라고 했다. 이래저래 정신적 충격을 많이 받고, 결국 잠실 쪽으로 이사를 온 다음에야 정신적 안정을 얻었다. 그러면서 urbanism 연구에서 분야를 10대로 좁히는 일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한국의 10대에 대해서 좀 살펴봤다. 

<88만원 세대>가 나온 건, 그 10대 연구의 결과다. 내가 계속 살펴보던 10대들이 20대가 되었고, 그러면서 20대에 대한 연구를 같이 하게 되었다. 20대 연구를 한다고, 20대만 죽어라고 본다고 해서 뭔가 새로운 게 나오기는 어렵다. 10대를 보면서, 점차적으로 20대로 시선을 옮겨가는 게 내가 했던 연구 방법론이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다. 과거의 영광은 다 사라졌고, 내가 누군지 아는 20대들도 이제는 어느 덧 다 30대가 되었다. 한 때 한국의 10대들이 아는 유일한 경제학자가 장하준과 우석훈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것도 다 옛날 얘기다. 지금의 10대와 20대는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다시 시작하는 생각으로, 새롭게 10대들을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원래 밑에서 박박 기는 일을 잘 한다. 신문사 데스크처럼 움직이지 않고, 현장 기자 혹은 현장 인류학자처럼 맨 밑에서 살펴보고, 변화를 찾는 일이 원래 내가 주로 하던 일이다. 박사 과정에 내가 소속되었던 연구소가 파리 10대학에 있던 경제인류학 연구소였다. 그 시절에 배운 방식이다.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정돈하고, 아주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영광, 그딴 게 현실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그냥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로, 잘 드는 것, 그것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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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린이들 겨울 방학이다. 지옥 같은 시간이다. 이것저것 일정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하이고. 세상 맘대로 되지가 않는다. 

일정대로면 연말에는 예전에 출간하려다 포기한 농업경제학을 쓰게 된다. 이번에는 기후변화에 촛점을 맞춰서 쓸 생각이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자국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약간의 환기가 있었다. 농업은 언제나 안정적으로 교역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는 일반 상품이 아니다. 그 연장선에서 기후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최근 일종의 소비자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생협이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e 코머스 시대에 적응을 못한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럼 그만둘 거냐?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어떻게든 적응과 변화의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런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다. 

예전에 생협운동할 때 같이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가장 친했던 분은 벌써 돌아가셨다. 다른 사람들도 이제는 너무 고위직이 되었거나, 은퇴했거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쨌든 새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 작업도 좀 진행할 생각이다. 다행히 아주 친한 친구가 농업 회사를 하게 되었고, 이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어볼 데가 좀 있다. 

저번에는 농업 교육에 촛점을 맞췄는데, 출간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교육 요소를 좀 넣을 생각이다. 시간이 없어서 일본의 농업 교육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본 교육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보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특징있는 농업은 역시 스위스와 프랑스인데, 스위스와 프랑스 교육도 정리를 할 생각이다. 

WTO 출범과 쌀 문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별 큰 기대 없이 기한 맞춰서 썼는데, 이 논문이 환상적인 점수를 받아서, 대학원 1년만에 졸업을 했다. 이 논문을 마침 나왔던 ms 워드로 썼고, 그 이후로 위기의 순간이 오면 다시 워드로 돌아오고는 했다. 요즘도 책 초고 작업은 워드로 한다. 

그 이후로는 쌀에 대해서 특별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1장을 쌀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쌀, 생각해보니까 그 동안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다. 작년에 일본에 쌀 부족 현상이 생겼다.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와서 그렇다고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했지만, 외국인 소비는 1%도 안 된다고 한다. 사실은 기후 변화가 만든 현상이다. 그래서 결국 묻어놓고 있던 농업 경제학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연말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뭐라도 할 생각이다. 내 입맛에는 여전히 고시히카리가 제일 맛있다. 국산 품종이 그보다 낫다고들 하는데, 글쎄.. 병충해나 온도에는 모르겠지만, 맛은 여전히 고시히카리가 내 입맛에는 제일 낫다. 

지금 먹는 쌀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안남미부터 조금씩 먹어보려고 한다. 유학 시절에는 이탈리아 쌀을 주로 먹었다. 밥맛은 더럽게 없는데, 그래도 그게 제일 쌌다. 나중에 알바 하면서 좀 주머니에 여유가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태국 쌀과 베트남 쌀을 먹었다. 꼭 안남미라서 맛있는 게 아니고, 향기를 추가한 비싼 쌀을 사면 도정 상태도 좀 낫고, 그래도 좀 먹을만 했다. 한국 품종과 같게 만든 미국 쌀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미국 쌀 구할 길이 없었다. 

우리나라 주요 품종도 한 번씩은 먹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쌀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어지간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올해 아마도 두 번 정도는 일본에 갈 것 같아서, 일본 쌀도 좀 본격적으로 먹어보려고 한다. 가을에 중국 갈 일이 있어서, 중국 슈퍼에도 가서, 중국 사람들은 어떤 쌀을 먹나, 그런 것도 좀 살펴보고. 

어린 시절에는 다들 그렇듯이, 나도 정부미 먹었다. 특별히 밥이 맛있다고 생각한 기억이 별로 없다. 통일미도 먹었던 것 같고. 쌀이 맛있고, 밥이 맛있고, 그런 기억 자체가 없다. 대학에 들어가서 450원짜리 학생 식당 밥을 먹으면서, 쌀은 겁나게 안 좋다는 생각을 했다. 1,000원 주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김치찌게 먹으면 그래도 학교 식당 보다 쌀은 좀 나았다. 나중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좀 더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서 1,500원짜리 순대국밥집에 가면, 밥이 신촌에서는 그래도 좀 맛있었다. 그래도 비싸서 자주 가지는 못했다. 나중에 돼지고기 덮밥과 오징어 덮밥을 주로 하는 덮밥 전문점에 갔었는데, 거기가 밥이 아주 환상적이었다. 그때 먹었던 오징어 볶음은 아직도 구현을 못하고 있다. 도대체 오징어를 어떻게 구웠던 거야? 

쌀과 토마토가 일단 주제로 정해졌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먹는 거 위주로 장절을 구성할 생각이다. 쇠고기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우가 맛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 입맛에는 아직도 한우는 잘 모르겠다. 가끔 우리 집 어린이들이 너무 먹고 싶어할까봐, 일부러 한우를 사고는 하는데.. 쇠고기는 품종 보다는 조리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프랑스에 있을 때, 가장 고급 쇠고기는 아르헨티나 쇠고기였다. 식당 메뉴판에 별도로 나와 있고, 그게 조금 더 비싼 걸 봤다. 물론 비싸서 먹어보지는 못했다. 독일에서도 아르헨티나 산 쇠고기가 별도 메뉴로 있는 걸 본 기억이다. 역대급으로 가장 맛 없는 쇠고기는 동경에서 먹었다. 겉은 멀쩡한 식당이었고, 상당히 유명한 거리에 있던 거였는데.. 쇠고기 맛이 궁금해서 시켰다고, 완전 망.. 이거 타이어 아냐? 

일본 쇠고기 규동은 일본에 그렇게 많이 갔는데, 아직도 못 먹어봤다. 지난 번 동경 갔을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한 미션 중의 하나가 규동 먹어보는 거였는데.. 장인, 장모까지 온 가족이 같이 움직이느라고, 메뉴 선택권이 나에게 없었다. 

이번에 농업 경제학을 쓰면서, 철저히 소비자의 눈으로 가려고 한다. 순서상으로는 데뷔는 미세먼지 가지고 했는데, 실제로 제일 먼저 쓴 책은 ‘음식 국부론’이라고 이름을 붙인 음식 책이었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 농업 문제를 다시 한 번 다루게 되었다. 이번에는 많은 주제를 다루기 보다는 몇 개를 좀 꼼꼼하게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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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두 번째 글은 고민 끝에, 10년 후 10대의 삶을 예상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칼럼집이 요즘은 거의 안 나온다. 나도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편이 아니라서, 칼럼집은 꿈도 못 꾼다. 조회수랑 상관 없이,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글이 가끔 있다. 경향신문 마지막 글은, 요즘 사람들 만날 때 그 얘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 건 좀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칼럼집에 들어가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까, 평소에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꽉꽉 담고, 오래 생각한 글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너무 생각 많이 하면 무거워진다. 가볍게 생각하고, 드라이하게 던지는 글이 읽기에 더 편하고, 더 묵직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좋든 싫든, 다시 한 번 격동기를 살게 되었다. 그리고 대결 국면이다. 정치의 눈으로만 보면, 이기고 지고, 그런 권력으로만 세상이 보이게 된다. 그렇지만 사회로 돌아나오면,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료이고, 좋든 싫든, 그 조각들이 모여서 이 시대가 만들어진다. 우리 편 이겨라, 그런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싶지는 않다. 실제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런 얘기들을 조금 더 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은 혐오를 담아서 글을 쓴다. 그런다고 세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나도 그렇게 혐오만 담아서 글을 쓸 수는 없다. 그런데 혐오의 감정을 빼면, 글이 재미 없어지기 쉽다. 그래도 글은 재밌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요즘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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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서울신문에는 공직에 관한 얘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다. 대통령의 지시로 장군들이 계엄에 나섰는데.. 막상 재판에 나서자, 대통령이 부하들 뒤통수 친 모양새다. "이러면 양아친데", 이 사람들이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상식적으로 할 수가 없으면 못 한다고 하는 게 맞는다는 대통령의 말은, 어이가 없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그랬어.. 이걸 본 고위 공무원들의 생각이 어떨까 싶었다. 


이런 얘기들을 중심으로 공직의 미래에 대한 얘기들을 좀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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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이라는 장르는 이제 한국에서 힘을 쓰기 어려운 장르가 되었다. 그냥 데이타만 놓고 보면,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에 출판 대부분의 분야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서 다른 분야들은 다시 원래 위치로 회복이 되는데, 사회과학은 회복이 안 된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계속 조그만 분야로 버티다가, 지난 몇 년 동안 그나마도 거의 의미가 없는 수치들이 나온다. 

전설 같은 얘기들로는, 사회과학이 한국에서의 전성기는 80년대다. 그때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적지 않은 돈을 벌었고, 건물도 올렸고, 그런 전설 같은 애기들이 흐른다. 물론 나는 그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너무 묵직하고, 너무 진지하다. 숨 막힐 것 같았다. 

<천만국가>는 나오고 나서, sbs 뉴스에 신간소개로 나왔다. 그냥 둬도 어지간히는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리고는 바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 사회과학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책에 대해서 생각할 분위기는 아니다. 뉴스가 영화보다 재밌고, 드라마보다 서스펜스한 순간들이다. 유튜브 안 보던 나도 한동안 유튜브를 봤는데, 누가 사회과학 책을 보겠나. 내가 책 내고 망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 일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을 정도로는 신경줄이 굵어졌다. 

둘째 아픈 이후로는 강연은 정말 최소한만 했고, 그나마도 몇 년 전 정말로 둘째가 사경을 헤매면서, 방송은 물론 강연도 다 접었다. 생활인으로서의 사정은 다들 있게 마련이다. 나나 아내나, 몇 년 동안 둘째한테 모든 것을 맞춰놓고 살았다. 힘든 일만 있던 건 아니다. 이젠 쇠고기 동파육도 만들고, 맵지 않은 일본식 나베 스타일의 다양한 전골 요리도 만든다. 매워 보이지만,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게 안 매운 음식은 이제 아주 잘 만든다. 유학 시절에 하던 내 요리가 자취생 요리를 약간 벗어난 별식이었으면, 요즘 내가 만드는 것은 보통 가정에서 먹는 요리가 아닐 정도는 되었다. 부작용이 있기는 하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죽어라고 집에서만 밥을 먹으려고 한다. 

원래의 계획으로는 올해부터는 좀 움직여보려고 했는데, 지난 추석 즈음에서 둘째가 다시 폐렴으로 입원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수정을 하게 되었다. 움직이기는 하는데, 올해까지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아주 조금만.. 

<천만국가>가 처박히면서, 코로나 이후로 그리고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 사실상 접었던 강연을 다시 하기로 했다. 물론 다다익선, 그런 방식은 아니고.. 시민단체, 지역모임, 도서관, 그런 정도다. 원래도 기업 강연은 안 했고, 특히나 기업 연수 같은 데는 안 했다. 조찬모임도 안 했다. 그 시간에 못 일어난다. 강연 너무 많이 하면, 책 준비하는 작업에 차질이 생긴다. 나는 대가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계속 붙잡고 고민하는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다행히 교육 관련된 단체들 중심으로 한동안 강연을 하게 되어서, 그 정도는 어떻게든 소화해보려고 한다. 사회과학이라는 장르가 원래 특징이 그렇다. 사회가 같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같이 움직이면서, 같이 고민하고, 또 같이 새로운 대안과 길을 찾아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원래도 그렇다. 

한 도서관에서 8월달 강연 부탁이 왔는데, 좀 고민을 했지만, 한다고 했다. 둘째 한참 아프던 시절에는 그렇게 불확실한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아픈 게, 언제 아플지 알 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언제 입원할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리 멀리 일정을 제시해도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도 시간을 못 내는 건 아닌데, 약속을 할 수가 없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까지 짬을 못 내는 건 아니지만, 확정된 약속을 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거의 10년을 그렇게 살았다. 

사회과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사실 사회가 같이 움직이면서 같이 고민하고, 같이 대안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분야다. 원래도 그랬고,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그렇게 사회 속에서 같이 고민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분야다. 그래서 예술과 다르고, 예술적 창작물과는 많이 다르다. 애호가와 팬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발동이 걸리는 예술과는 달리, 사회과학은 팬과 함께 움직이는 분야는 아니다. 참 냉정한 얘기지만, 결국은 애정 보다는 논의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분야다. 이제 조금씩 나도 그 혼돈 속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정답? 그딴 건 없다. 상황에 맞게, 수많은 변형들이 현실 속에서 움직이는 게 사회다. 결국 아수라장과 혼돈을 겪는 수밖에 없다. 

내가 데뷔했을 때, 사람들이 처음 등장한 사회과학 전업작가라고 했었다. 사실 난 그게 자랑스러웠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도, 식구들 세 끼 밥 먹고 사는 게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삶을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 

사실상 한국에서 붕괴하다시피 한 사회과학을 내 힘 닿는 데까지 지키고 버티려고 하는 것은, 내가 여전히 낙관주의자라서 그런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난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더 힘들고, 가난할 것이라는 게 oecd의 많은 나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냥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걸 전복하고 뒤집기 위해서 이론이 필요한 거고, 그런 이유로 사회과학이라는 장르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지나간 일을 해설할 뿐이라면, 이론이 뭐하러 필요하겠나? 지나간 일을 중계만 하는 것, 그게 할 수 있는 거의 전부라고 할지라도, 그런 건 재미가 없다. 뭐라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죽어라고 서로 고민할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요 며칠, 이런 생각들을 좀 했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와 그 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이런 생각들을 조금 더 진지하게 하게 만들어주었다. 

8월에 인권 관련 단체에서 매우 까다로운 강연 부탁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형편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소신껏 한 번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 시점 쯤에 경제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다. 내가 그렇게 대중적인 사람도 아니고, 인기 있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렇지만 학자로서, 언제나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도 언제까지나 그렇게 최전선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이젠 나도 좀 편안하게 살아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형편 되는대로, 조금은 더 움직여보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20대들이 대거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하는 것, 그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 사회과학이 영광은 아니더라도, 사명이 아직 다 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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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조희연 선생 만났다. <천만국가>의 첫 번째 강연.. 교육 관련 단체에서 몇 번 더 강연하게 될 것 같다. 탄핵 국면이라, 토론하고 강연하기에 좋은 시간은 아니다. 독서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래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얘기들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냥 묵묵히 내가 하기로 한 일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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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평등의 땅에', 참 좋아했던 노래다. 군가 비슷한 노래들이 가득하던 시절에, 그야말로 우리 식 낭만이었다. 내 감성의 상당 부분도 저 시절, 이 노래와 함께 형성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군가 스타일 노래 아니면 이별 노래만 있던 시절,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노래였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80700.html?fbclid=IwY2xjawIPIe5leHRuA2FlbQIxMQABHdNo6kG8wm_tvvsZhOZvUGoaLR-P27XJ4wqEUjG0kqAR5MYUcGgxkhnX_Q_aem_a1EQ7CyjNzRzHI40j7EeBw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저 평등의 땅에’ 등 민중가요를 만든 작곡가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 류형수 전 셀인셀즈 기술이사가 지난 3일 오후 8시34분께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4일 전했다. 향년 58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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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김진성 인터뷰 방송 봤다. 다 아는 얘기였지만. 방출된 후 차명석 단장한테 전화했더니, "테스트는 무슨 테스트냐, 네가 김진성인데." 그 얘기 듣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고 하는데. 그냥 멍하니 보다가, 내가 눈물이 왈칵 났다. 하이고. 감동이 있는 얘기였다. 사람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깊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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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행사에 갔다가, 컵을 하나 받아왔다. 이런 컵들 그냥 다 둘 형편이 아니라서, 새 컵 생기면 바로바로 쓴다. 시간이 지나면 깨져서, 나중에 아쉬울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냥 처박아 놓고 있는 것보다는 한동안이라도 쓰는 게 만든 사람들의 의도에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쓰는 편이다. 

노회찬 컵 금 갔을 때, 참 아쉬웠었다. 직장 민주주의 얘기하던 시절, 네이버 노조한테 받은 컵과 티는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올해는 시민단체 도울 일 있으면, 시간을 좀 내서라도 좀 도우려고 한다. 올해만 지나면 둘째 아픈 게 좀 나아지지 않을까, 작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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