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밀려 있는 거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기는 한다. 밀려도 너무 밀렸다. 내년까지는 꼼짝할 공간이 없다. 이게 뭔가 잘 되서 그런 게 아니라, 진작에 썼어야 하는 게 이래저래 밀려서 그렇다. 

2년 전 가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고, 좀 있다가 아버지 쓰러지시고. 아버지 상 치르고, 좀 있다 또 둘째 병원 입원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 딱 이 형편이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안 되어서 작년에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좀 낫다. 

미루고 미룬 책 두 권을 이제는 정리하려고 한다. 저출산에 관한 책이 하나 있고, 도서관 경제학도 이번에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두 권 다 강연이 좀 필요한 책이기는 한데, 지난 가을부터 강연 일정은 거의 안 잡고 있다. 언제 둘째가 아플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곤란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강연이 자신이 없어서 내년으로 다시 넘길까 했는데.. 이게 그냥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올해는 정리하려고 한다. 

먼저 할 건 저출생 얘기다. 사실 진작에 냈었어야 했는데, 앞의 일정들이 끝나지 않아서 많이 늦어진 책이다.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거의 최종 버전으로 잡혔던 게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느낌은 딱 이건데, 너무 길다. 그리고 문장이 입에도 잘 안 붙는다. 그래서 결국 한 발 양보, “모두의 문제”라고 줄이기로 했다. 

부제에는 ‘10대’라는 키워드를 넣을 생각이다. 사실 10대라는 말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건데, 그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변화가 있다. 요즘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묶어서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하고. 예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 엄청난 취향의 차이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문화적 취향으로는 한 집단으로 묶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10대에게 얘기하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생태요괴전> 낼 때만 해도, 10대 대상의 책으로도 만 부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오래 전 일이다. 

책에서 누구랑 얘기할 것인가, 이걸 정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난의도와 깊이 이런 것들이 많이 결정된다. 

이 책의 청자를 10대로 정한 건, 이제 우리 집 어린이들도 1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해주는 얘기 같은 톤으로 이 복잡한 얘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려면 아비가 자식에게 해로운 얘기들을 해주겠느냐.. 나도 그런 심정이다. 

대략적으로 10여년 전에 탈계몽의 시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몽.. 그딴 거 통하지 않은지 이미 좀 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은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계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 이런 얘기들을 좀 차분하게 해보고 싶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사랑이 생겨날 것 같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많은 혐오가 생겨난 것 같다. 

경쟁압에 대한 얘기를 이번에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하고,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누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런 질문들을 좀 던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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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옹구. 깔개를 좀 큰 걸로 바꿔줬더니, 그 위에서 산다. 몇 달 전에 캣타워 치우고 깔개 사줬을 때는 한 달 정도 본 척도 안 했다. 그냥 둬 봤더니, 한 달 지나니까 그 위에 올라가기 시작. 

같이 살면서 나도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가진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하면서, 특히 자식의 경우는 소유하고 싶어진다. 고양이는, 같이는 살아도, 소유할 수는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한다. 말 드럽게 안 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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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둘째는 오늘 꼼짝 없이 입원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지난 밤에 잘 잤는지, 좀 상태가 나아졌다. 여전히 기침은 많이 하지만, 그래도 소리는 좀 나아졌다. 이제는 월요일날 학교 갈 수 있는 게 또 큰 도전이다. 사흘째 집에 있었다. 

저녁 때에는 둘째가 좀 나아져서 동네 식당에 가서 밥 먹고 왔다. 안 그러면 둘째는 정말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어서. 둘째는 간만에 크게 웃었다.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못 쉬었다. 세 살 때 봄, 연거푸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는 하던 일들을 모두 그만두었다. 둘째가 계속 아파서 짧은 육아 휴직 후에 복직을 하지 못한 아내는 회사와 소송을 하는 것도 검토했는데, 이게 대법원까지 가고 워낙 힘들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나는 애들을 보기 시작했고, 아내는 취업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직은 봄, 가을에 미세먼지 심할 때쯤이면 병원에 입원을 한다. 작년 가을에는 정말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을 뻔했다. 응급실에서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입원할 병동이 없어서 애를 좀 먹었다.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이라고 하면 뭐, 뭐 잘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는 할텐데, 빨리 병원에 못 가면 정말 호흡곤란으로 위험해진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물론 병원에 빨리 가면 사실 별 일은 아니다. 병원 호흡기 치료는 좀 독한 약을 쓰는데, 가정에서 하는 치료약은 그렇게 독한 걸 주지는 않는다. 병원에 입원해서 2~3일 치료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금방 낫는다. 물론 후유증이 한두 달은 간다. 

이번은 이렇게 넘어간 것 같은데,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렇게 버텨야 할 것 같다. 아픈 애가 있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초비상 상태가 된다. 가끔 “애는 부인이 보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물론 웃고 “곤란하다”고 대답하기는 하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속으로 들기는 한다.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내 삶도 좀 변하기는 했다. 그냥 나는 내 호흡대로 살아간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그것도 최소한만 한다. 그나마도 제 시간에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별로 흔들림이 없는 삶이 되었다. 그게, 별로 흔드는 사람도 없고, 흔들릴 것도 없어서 그렇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살살 아주 살살 살아간다.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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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감기라서 오늘 학교에 못 갔는데, 내일도 못 갈 것 같다. 지난 가을에도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는데, 그냥 잘 버티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에는 큰 병원 가서 호흡기 치료하고 올 예정이다. 둘째 아프면 이런저런 일정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내일은 아내가 지방 출장이고, 하루 자고 온다. 그 사이에 응급실에 가야 하고, 입원할 일 생기면 아주 곤란하다. 애가 둘이라서 입원한다고 병원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 지난 번 입원할 때에는 병실이 없어서 아주 애를 먹었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결국 바꾸게 되었다. 

그냥 밥만 먹고 사는 데도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저녁 먹고 잠깐 쉬려고 하는데, 후배들이 술 마시다가 전화 왔다. 다들 모여 있다고 나오라고 하는데,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오랫동안 못 본 후배들이기는 한데, 내가 요즘 사는 게 좀 그렇다.. 

그래도 늘 웃으면서 지내려고 한다. 그렇게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틈틈이 듣는 할리 로렌의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를 들었다.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https://youtu.be/SizLYsIh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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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날 아버지 기일이라 봉안당에 갔었는데, 둘째가 땀을 흘리더니 결국 감기가 걸렸다. 병원 갔다왔고, 오늘은 학교 못 갔다. 학교 하루 안 가는 건 괜찮은데, 봄, 가을로 미세먼지 심해지는 때에 한 번씩 결국 입원을 해서, 다시 긴장감이 자욱하게 깔리는.. 

점심 간단히 챙겨주고, 오후에 감자 튀김 해줬다. 잠시 후 큰 애가 와서 배고프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더 감자튀김. 몇 년 전만 해도 후라이팬에 한 번 튀기면 둘이 다 먹었는데, 이제 그런 건 택도 없고, 한 번 튀기면 한 번 먹으면 끝이다. 

튀김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쓰고 난 식용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쇠고기 탕수육 같은 거 어린이들 해주고 싶은데, 포기.. 간단한 건 그냥 후라이팬에 기름 약간 넉넉하게 두르고 그냥 한다. 

유학 시절 초창기에 잠시 기숙사에 지냈는데, 여기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었다. 나도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궁리 끝에 전기 튀김기를 사서 그걸로 밥 하던 시절이 있었다. 좀 그렇기는 한데, 밥이라는 게 결국 쌀 넣고 끓이면 되는 거라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밥이 되었다. 이탈리아 쌀로 했는데, 사실 그 시절에 입맛이 바뀌어서 나는 긴 쌀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훌훌 날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데, 버터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상당히 맛있다. 반찬 좀 헐렁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요즘도 먹을 거 없으면 가끔 해먹는다. 그래도 쌀이 영 파이라.. 이탈리아 쌀로 튀김기에 밥하면, 그냥 해도 리조또 분위기다. 

인권연대랑 좀 상의를 했는데, 하반기에 ‘경제와 인권’ 정도의 제목으로 일종의 기획 강좌를 열기로 했다. 나도 안 해본 고민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원래 일정들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끼워넣기 위해서는 당장은 좀 어렵기도 하고. 

기본 가정은 그렇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하느라 인권에 대한 강조가 자리잡기 전에 외형적으로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 그래서 덩치와 인권 사이에 불균형이 생겨났다. 그런데 검사 정권이 들어왔다. 검사는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서,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통치가 벌어졌다… 

이런 가설하에 경제 문제를 살펴보고, 인권과 권리의 관점에서 지금 산적한 문제들을 재해석하는 일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반 신자유주의라는 광범위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그걸 외형적으로 축약한 개념이 복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복지를 더욱 강화.. 

요랬는데, 검사 정권에서는 이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애당초 보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그런 전통은 물론이고 계통도 없는 게 검사 정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게 대체 계통이 없으니까,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릴만큼, 워싱턴과 뉴욕 월가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고, 의외로 정교하다. 검사 정권은 정교함과는 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가 인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

요런 간단한 틀을 가지고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다. 

대학교 교양 과목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하 분량의 작업이다. 10강 정도면 익숙한 분량이고, 한 학기 분량 정도 된다. 여기에 내 수업에서는 늘 하던 강의 끝의 쪽글 10개, 그렇게 구성하면.. 나한테는 익숙한 일이다. 

한국에서 인권을 얘기하면 보통 residual, ‘잉여항’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밥부터 먹고, 그리고 나서 다음 욕구를 해결하는. 인건 이전에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욕구 같은 게 존재한다는.. 그런 게 익숙한 사유일 것이다. 

이게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전혀 검증된 적이 없는 개똥 철학이다. 실제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런 얘기들부터 한 학기짜리 강의를 한 번 구성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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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인권 연대에서 강연이 있었다. 윤석열 경제에 대해서는 처음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 인권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던 게 있었다. 

인권 연대에서 경제 강연을 좀 시리즈로 해줄 수 없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사실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인권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정도 된다. 처음에는 ‘혐오’를 키워드로 생각했었다. 최근의 여러 가지 변화를 혐오로 포착해서 설명하려고 해봤는데, 이게 내 스타일에는 별로 잘 맞지가 않았다. 혐오가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 너네들 나빠”, 그렇게 말하고 끝내는 게 내 스타일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혐오 가득한 사람이 “그래 나 원래 그래”, 이러고 나면 더 할 애기가 없다는 점. 

프랑스에 있던 시절에 그런 경험이 좀 있었다. 극우파들도 좀 알고 지냈는데, 너네 raciste야, 그래봐야, 그래 난 원래 그래, 어쩔 건데.. 그걸 넘어서기가 어렵다. 혐오가 원래 그렇다. 혐오라는 키워드로 좀 구상을 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사회과학이나 경제학으로서는 구조적 문제가 좀 있다. 예술로는 이 주제가 별 상관이 없을텐데, 역시 경제학 분석에서는 좀 그렇다. 

그래서 좀 방향을 바꿔서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뭐, 거의 같은 얘기를 하는 건데, 혐오로 출발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혐오받거나 괴롭힘 받는 존재 혹은 경제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와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사실 같은 얘기를 하는 건데, 이렇게 인권과 권리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나 답다는 생각일 들었다. 

물론 내가 해놓은 것은 그 정도다. 아직 골격도 되어 있는 게 없고, 범위도 잡아놓은 게 없다. 다만 윤석열 시대에는 인권에 대한 얘기가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정도의 생각. 

이걸 가능하면 청소년 버전 같은 것으로 해보고 싶기는 한다. 한쪽에서는 학습권을 얘기하지만, 청소년의 기본 권리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학대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는 인권 침해에 관한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데 할 수 없는 것들에는 권리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 같은 게 많이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시민으로서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 우리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얘기들을 한 번쯤 차분하게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 전부터 가지고 있기는 했다. 안 해 본 종류의 일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재밌기는 할 것 같다. 

인권, human right, 인간이라는 응당이 가져야 하는 권리에 대해서 좀 더 풍부하게 생각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게 사실 근대의 출발과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윤석열 쪽 인간들에게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탑재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아는 건, 그야말로 북한 인권 문제 밖에 없는가 아닌가 싶고. 

수요/공급 말고도 경제 시스템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많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과 권리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그런 게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그런 과정이 아직 준비 중인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일 좋은 건 10강 정도 강의를 준비하고, 그렇게 하면서 책으로 만드는 게 제일 편한데.. 이게 내가 지금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꽤 전에는 아예 시민들 대상으로 공개 강연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힘이 엄청 뻗치던 시절이고, 무엇보다도 우리 집 어린이들 태어나기 전이었다. 지금은 택도 없다. 

책 중에는 집에서 만드는 책이 있고, 길에서 만드는 책이 있다. 물론 모든 책은 다 집에서 쓰기는 하는데.. 곰공 집에서 생각하는 게 중심인 책이 있고, 현장에서 움직이면서 만드는 책이 있다. 뭐가 좋고 나쁘고, 그런 건 아니다. 인권에 대한 얘기는 전형적으로 길에서 만드는 책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빼면 별 의미가 없다. 

주 69 시간을 일해도 된다는 발상, 그런 게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생각이다. 자유라는 말로 포장을 했지만, “내 돈 내 맘대로 해도 된다”, 그런 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몇 시간은 되고, 몇 시간은 안 된다는 그런 기술적인 문제보다, 그런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지, 그런 것이다. 

하여간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고, 좀 시간을 가지고 사람들 의견도 좀 듣고, 그렇게 해볼까 한다. 

내가 아는 한국 경제를 좀 더 경제적 권리라는 틀로 재해석하는 일, 재미도 있을 것 같고,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올 가을에는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을에는 좀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작년에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좀 있다 어린이들 여름 방학, 그리고 가을에는 둘째 입원, 바로 겨울 방학..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길에서 만드는 책, 그건 또 그것만의 맛과 장점이 있다. 품은 좀 많이 들어가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검사들의 시대, 인권에 대한 얘기는 잘 어울릴 것 같다. 

하여간 지금은 얼기설기, 지난 몇 달 동안 조금씩 해본 생각들이 방향을 갖게 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 길도 재밌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를 처먹었다. 신경질 내고, 화 내고,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지는 않다. 좀 더 사물을 존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그렇게 해서 행복할 수 있는 길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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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홍대에 갔다. 생각해보니까 홍대 앞에 간 게 1년도 넘는 것 같다. 출판사들이 홍대 앞에 많이 있어서 1년에 몇 번은 갔었는데, 최근에는 출판사도 거의 간 적이 없었다. 

프레시안이 홍대 앞에 있다. 새로 대표가 된 전홍기혜 선생이 집 앞에 온다고 해서, 그냥 내가 간다고 했다.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초창기 때에는 나도 프레시안에 글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애들 태어난 다음에는 내가 주도해서 뭘 할 형편이 아니라서.. 

뭘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는데,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마땅히 나도 해 줄 말이 없었다.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을 했다. 출자금 3만 원이라고 해서 그것도 보냈고. 나도 사는 게 빡빡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야.. 

좀 여유가 생기면 프레시안 젊은 독자 모임 같은 거 해서 같이 책 내는 거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내년에는 나도 좀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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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버지 1주기였다. 정확히는 전주 일요일. 이번에도 카니발 렌트했다. 어머니는 치매 등급을 받아서 집에 누군가 와주셨는데, 결국에는 싫다고 하셔서 그것도 그만두었다. 돈 아깝다고 하시는데, 등급 받기 전에는 비싸다고 매일 그러셨다. 지금은 등급이 나와서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는데, 결국은 싫다고 하셨다. 데이 케어 센터를 알아볼까 싶은데, 그것도 싫다고 하신다. 

막내 동생은 작년에 수술을 두 번 크게 했다. 진짜 가까스로 살아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아버지 1주기라서 오기는 왔는데, 몸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나를 진짜로 힘들 게 한 건 그런 건 아니다. 큰 애가 금방 화장실 갔다 왔는데, 집에 오려고 출발하자마자 소변 마렵다고.. 인천 고속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차 돌려서 화장실 찾느라고.. 길은 더럽게 막히고. 골목길로 들어가서 삼겹살집에 부탁해서 겨우 들어갔다. 그렇게 집에 오려는데, 이번에는 성단대교 앞에서. 돌겠네. 더럽게 차 막힌 데에서 겨우겨우 차 돌려서 목동으로 갔는데, 급한데로 들어가다 보니까 이번에는 목동 운동장이다. 마침 축구팀이 들어오는 중이라서, 길을 막았다. 운동장 반바퀴를 돌아서 겨우겨우 화장실 찾았다. 점심 때 물을 많이 마셨는데, 산 근처라서 길거리에서 파는 칡즙도 사줬다. 그렇게 마무리했나 싶었는데, 둘째는 밖에서 찬 바람 맞았는지, 결국은 감기 걸렸다. 해마다 폐렴으로 입원하는 아이라서, 감기 걸리면 온통 비상 국면이다. 

저녁만 먹고 나는 바로 잤는데, 계속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침까지 기절 모드로.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인데, 일단 잠부터 자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뻔뻔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고, 오늘 잠은 지금 당장 자고. 나도 걱정하기 시작하면 걱정할 일도 많고, 기분 나쁜 거 따지기 시작하면 또 한 없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그게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건 없다. 일단 잠부터. 

살다 보면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내가 어떻게 사느냐와는 별 상관 없이, 챙겨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문제 풀듯이 한 번에 풀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수학 만큼 명료한 것도 별로 없었다는.. 그거야 그냥 풀고, 안 풀리면 다시 풀고. 그리고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되는 거였는데, 일상은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손 댈 수 없는 변수, 콘트롤 변수가 아닌 것들이 많다. 그런 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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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방 출장 갔던 아내가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오게 되었다. 뭐 준비한 게 따로 없어서 꽁치 통조림 넣고 꽁치찌게 끓였다. 우리 집 꽁치찌게는 두 캔을 넣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 집 어린이들끼리 싸움 난다. 

요령은 별 거 없고, 고추장은 딱 한 숫가락만. 좀 더 맵게 하고 싶은데, 매운 기분만 내야지, 진짜로 맵게 하면 어린이들 못 먹고. 그러면 간이 안 맞는데, 까나리 액젓 조금 넣어서 약간만 보충. 큰 애는 조금만 짜도 뭐라고 한다. 

어린이들은 코 박고 먹었다. 어제 아침에는 볶음밥을 해줬다. 볶음밥 뒤에 후식으로 파인애플 짤라줬는데, 큰 애가 왜 볶음밥에 파인애플 안 넣어줬냐고. 미안해, 아빠가 시간이 없어서. 

인생에 남을 진할 겨울방학이 이제 내일이면 끝난다. 둘째가 돌봄 교실 신청서를 까먹고 학교에 안 냈다. 게다가 봄방학이랑 겨울방학이 통합된 길고 긴 첫 겨울방학. 생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요일이 다 헤갈릴 정도로 비몽사몽, 그렇게 지낸 것 같다. 

자식 학폭 문제로 검사 한 명이 피곤하게 되었다. 

아마 경찰들이 경찰청장에게 귀뜸을 해주지 않은 게 사건의 중요 포인트 아닐까 한다. “물어보셨어요?”, 아마 이랬을 것 같다. 검사들이 경찰들 보는 눈이, 진짜 불가촉 천민 보듯했던 것 같다. “지들이 무슨 수사를 한다고 그래.” 검사들의 특권 의식 같은 게 좀 쩐다. 

경찰을 천민 보듯이 했던 검사들이 국민들을 어떻게 볼까? 몇 해 전 교육부 국장이 “국민들은 개•돼지”라고 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사실 검사 눈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겠나 싶다. 물론 모든 검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야말로 특수한 일을 하던 사람에게는,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보였겠나 싶다. 

욕하는 건 쉽다. 이제 자식교육이 관련된 거라서, 나도 우리 집 어린이들을 돌아보게 된다. 큰 애는 지난 가을에 태권도장에서 손가락욕을 해서 검은 띄를 뺏기고, 흰 띄 매고 다녔다. 큰 애는 태권도 그만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해서라도 고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돌아보면 태권도 관장을 나중에 은인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학원에서 누가 혼내겠나. 어린이들 가는 태권도장은 이래저래 애들 키우면서 고마운 시설이기는 했다. 코로나 한참 때 버스 운행도 쉬고, 사범들도 많이 그만두었다. 혹시라도 도움 될까, 두 어린이 학원비 몇 달치 미리 냈다. 특별한 건 아니고, 문 닫으면 나만 골통 먹으니까. 

내가 관찰한 것에 의하면 남자 아이들은 ‘성숙’이 좀 늦게 온다. 어쩌면 아예 안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참 키 크고, 덩치 커지기 시작하면, 힘 싸움하기 너무 좋아한다. 상어가 몸 길이로 자기들끼리 서열을 만든다고 하더니, 그게 딱 맞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아팠고, 요즘도 1년에 한 번씩은 연례행사처럼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을 한다. 큰 애는 아픈 데가 없고, 키도 크다. 그렇다고 딱 모범생, 그런 건 아니다. 매너도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맨날 혼난다. ‘상냥’, 그게 내가 큰 애한테 탑재시켜주고 싶은 개념이지만, 어렵다. 일단 주먹부터,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쓴다. 

강남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가장 싫었던 것이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었다. 나는 좌파로 살아서 그런지, 딱 표적 한 명이 걸리면 그건 늘 나일 것인 형편이었다. 남들한테는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문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지만, 나는 곤란한, 그런 인생을 살았다. 욕 먹을 일 거의 안 하려고 하는데, 그랬더니 “감정 기복이 심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런 얘기들이 따라 붙었다. 그래, 같이 술 처먹은 내가 죄다.. 그 시기를 지난 뒤로는 남들하고는 거의 밥도 안 먹는 삶을 살게 되었다. 술자리도 엄청 가린다. 나도 나를 지켜야 하니까. 그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무작위로 많은 사람들하고 술 마시는 자리는 거의 안 간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 이게 나한테는 힘든 일이었다. 나는 원칙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면서 강남을 떠났다. 원칙은 지킨다고 해도 잘 지키기 어렵다. 세상에 부조리는 많다. 그렇지만 자식들에게는 조금은 더 원칙적인 삶이 몸에 배어 있는 인생을 살고 싶게 해주고 싶었다. 

자식 키우기는 늘 어렵다. 난 좀 답답할 정도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창피하고 지우고 싶은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내가 지키려고 하는 건, 대단한 건 아니고 글로벌 스탠다드 정도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럴 때면 속으로는 “아니, 니들만 그렇게, 전세계에 이렇게 하는 사람들 거의 없어”,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검사를 비롯해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너무 오랫동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한국은 점점 더 그런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일종의 선진국 현상이 아닐까 한다. 국민들은 선진국 국민으로 바뀌어 가는데, 특권층은 갈라파코스처럼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세상 바뀌는 걸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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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산 하나 산 게 중요한가, 미적분 푸는 초등학생 문제가 중한가,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야말로 뭣이 중헌디!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22703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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