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 어린이들 겨울 방학이다. 지옥 같은 시간이다. 이것저것 일정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하이고. 세상 맘대로 되지가 않는다.
일정대로면 연말에는 예전에 출간하려다 포기한 농업경제학을 쓰게 된다. 이번에는 기후변화에 촛점을 맞춰서 쓸 생각이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자국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약간의 환기가 있었다. 농업은 언제나 안정적으로 교역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는 일반 상품이 아니다. 그 연장선에서 기후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최근 일종의 소비자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생협이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e 코머스 시대에 적응을 못한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럼 그만둘 거냐?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어떻게든 적응과 변화의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런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다.
예전에 생협운동할 때 같이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가장 친했던 분은 벌써 돌아가셨다. 다른 사람들도 이제는 너무 고위직이 되었거나, 은퇴했거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쨌든 새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 작업도 좀 진행할 생각이다. 다행히 아주 친한 친구가 농업 회사를 하게 되었고, 이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어볼 데가 좀 있다.
저번에는 농업 교육에 촛점을 맞췄는데, 출간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교육 요소를 좀 넣을 생각이다. 시간이 없어서 일본의 농업 교육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본 교육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보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특징있는 농업은 역시 스위스와 프랑스인데, 스위스와 프랑스 교육도 정리를 할 생각이다.
WTO 출범과 쌀 문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별 큰 기대 없이 기한 맞춰서 썼는데, 이 논문이 환상적인 점수를 받아서, 대학원 1년만에 졸업을 했다. 이 논문을 마침 나왔던 ms 워드로 썼고, 그 이후로 위기의 순간이 오면 다시 워드로 돌아오고는 했다. 요즘도 책 초고 작업은 워드로 한다.
그 이후로는 쌀에 대해서 특별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1장을 쌀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쌀, 생각해보니까 그 동안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다. 작년에 일본에 쌀 부족 현상이 생겼다.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와서 그렇다고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했지만, 외국인 소비는 1%도 안 된다고 한다. 사실은 기후 변화가 만든 현상이다. 그래서 결국 묻어놓고 있던 농업 경제학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연말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뭐라도 할 생각이다. 내 입맛에는 여전히 고시히카리가 제일 맛있다. 국산 품종이 그보다 낫다고들 하는데, 글쎄.. 병충해나 온도에는 모르겠지만, 맛은 여전히 고시히카리가 내 입맛에는 제일 낫다.
지금 먹는 쌀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안남미부터 조금씩 먹어보려고 한다. 유학 시절에는 이탈리아 쌀을 주로 먹었다. 밥맛은 더럽게 없는데, 그래도 그게 제일 쌌다. 나중에 알바 하면서 좀 주머니에 여유가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태국 쌀과 베트남 쌀을 먹었다. 꼭 안남미라서 맛있는 게 아니고, 향기를 추가한 비싼 쌀을 사면 도정 상태도 좀 낫고, 그래도 좀 먹을만 했다. 한국 품종과 같게 만든 미국 쌀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미국 쌀 구할 길이 없었다.
우리나라 주요 품종도 한 번씩은 먹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쌀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어지간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올해 아마도 두 번 정도는 일본에 갈 것 같아서, 일본 쌀도 좀 본격적으로 먹어보려고 한다. 가을에 중국 갈 일이 있어서, 중국 슈퍼에도 가서, 중국 사람들은 어떤 쌀을 먹나, 그런 것도 좀 살펴보고.
어린 시절에는 다들 그렇듯이, 나도 정부미 먹었다. 특별히 밥이 맛있다고 생각한 기억이 별로 없다. 통일미도 먹었던 것 같고. 쌀이 맛있고, 밥이 맛있고, 그런 기억 자체가 없다. 대학에 들어가서 450원짜리 학생 식당 밥을 먹으면서, 쌀은 겁나게 안 좋다는 생각을 했다. 1,000원 주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김치찌게 먹으면 그래도 학교 식당 보다 쌀은 좀 나았다. 나중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좀 더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서 1,500원짜리 순대국밥집에 가면, 밥이 신촌에서는 그래도 좀 맛있었다. 그래도 비싸서 자주 가지는 못했다. 나중에 돼지고기 덮밥과 오징어 덮밥을 주로 하는 덮밥 전문점에 갔었는데, 거기가 밥이 아주 환상적이었다. 그때 먹었던 오징어 볶음은 아직도 구현을 못하고 있다. 도대체 오징어를 어떻게 구웠던 거야?
쌀과 토마토가 일단 주제로 정해졌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먹는 거 위주로 장절을 구성할 생각이다. 쇠고기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우가 맛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 입맛에는 아직도 한우는 잘 모르겠다. 가끔 우리 집 어린이들이 너무 먹고 싶어할까봐, 일부러 한우를 사고는 하는데.. 쇠고기는 품종 보다는 조리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프랑스에 있을 때, 가장 고급 쇠고기는 아르헨티나 쇠고기였다. 식당 메뉴판에 별도로 나와 있고, 그게 조금 더 비싼 걸 봤다. 물론 비싸서 먹어보지는 못했다. 독일에서도 아르헨티나 산 쇠고기가 별도 메뉴로 있는 걸 본 기억이다. 역대급으로 가장 맛 없는 쇠고기는 동경에서 먹었다. 겉은 멀쩡한 식당이었고, 상당히 유명한 거리에 있던 거였는데.. 쇠고기 맛이 궁금해서 시켰다고, 완전 망.. 이거 타이어 아냐?
일본 쇠고기 규동은 일본에 그렇게 많이 갔는데, 아직도 못 먹어봤다. 지난 번 동경 갔을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한 미션 중의 하나가 규동 먹어보는 거였는데.. 장인, 장모까지 온 가족이 같이 움직이느라고, 메뉴 선택권이 나에게 없었다.
이번에 농업 경제학을 쓰면서, 철저히 소비자의 눈으로 가려고 한다. 순서상으로는 데뷔는 미세먼지 가지고 했는데, 실제로 제일 먼저 쓴 책은 ‘음식 국부론’이라고 이름을 붙인 음식 책이었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 농업 문제를 다시 한 번 다루게 되었다. 이번에는 많은 주제를 다루기 보다는 몇 개를 좀 꼼꼼하게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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