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센세이셔널했던 책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잠시 발생하는 일탈 같은 것으로 넘기지 않았나 싶다.

개인이 차별에 찬성하든 아니든, 그건 개인적 윤리관의 문제이고, 선택 혹은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의 윤리관이 맞냐, 이건 많은 경우 논쟁 대상이 아니다. 

그건 그렇지만, 공무원이나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매우 특별한 윤리가 존재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논쟁 거리가 될 것이긴 한데, 이게 단순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혹은 삼성전자와 같은 민간 회사에서 나름 최고의 인재를 꼽는 것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에 별로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조직이나 공기업은 기본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곳이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국민에는 귀천이 없다. 시민들에게는 빈부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높고낮음의 차이는 없다. 이걸 기본에 놓고 행정으로 구현하는 곳이 정부기관이다. 

청년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에 찬성해도 되지만, 국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나 공사에서 그래도 되는 것인가? 이건 다른 문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은 능력만이 아니라 공공을 위한 윤리도 요구되는 자리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공직 선발에서 윤리에 관한 사항들을 더 강화하고, 최소한 공공연하게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공직에 오는 것은 좀 어렵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시험을 더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면접 과정에서 차별에 관한 시민의식을 좀 더 까다롭게 반영하는 것이 가장 부드럽지 않을까 싶다. 

민원인을 대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른 자세로 대하는 공무원,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공공 서비스에서 출신지 차별은 물론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일은 서로 안 벌어지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누가 공무원이 되고, 누가 공직자가 될 것인가? 다른 것들은 사상과 윤리의 자유로 좀 더 유연하게 한다고 해도, 차별에 대해서는 좀 더 까다롭게 선별하다록 시스템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우리가 차별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해야 하는 이슈는 많다. 그렇지만 공직자에 대해서 만큼은 이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게, 행정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누구든 약자가 될 수 있고,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들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이고 공직자다. 여기에 대해서 좀 더 엄격한 윤리를 요구하는 것,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직장이 다 직장 같지만, 공공 부문은 좀 특수하다. 그 특수성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너무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직업 윤리라는 게 존재한다. 공직자의 직업윤리는 좀 더 엄격한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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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서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 간부들. 이수정 교수님과 젠더 토크 컨서트 행사. 젠더 얘기도 하고, 직장 민주주의 얘기도 하고. 경찰 강부들과 직장 민주주의 얘기하는데, 약간 감개무량했다. 시대가 변하기는 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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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이상하다고는 가끔 생각을 하지만.

경제랑 이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검찰이 기소해라, 기소하지 마라, 이런 논의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대평성대는 태평성대라고 경제 문제라고 하고,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경제 문제라고 하고. 경제가 문제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법치지, 경제가 문제라고 하던 대로 하자.. 이걸 왜 검찰에서 고민을 하고, 또 그게 당연하다는 분위기인 건지.

분식회계를 비롯한 화이트 칼러의 경제 범죄, 중대 사범이다. 엔론은 완전 망했다.. 그 시절에 미국 경제가 최고로 잘 나갔다.

분식회계 눈감아주는 게 경제라는 이상한 얘기를 아직도 들을 줄 몰랐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824363_32524.html

 

검찰 '그대로 기소' 가능성…삼성 '유리한 고지' 선점

검찰의 충격, 대단하겠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었는데, 하루아침에 수사를 중단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꼭 따라야 하는 ...

imnews.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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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7월이다. 이래저래 생각보다 많은 일이 생겨서, 연초에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르게 흘러가게 되었다.

코로나와 함께 농업 경제학이 내년으로 넘어갔고, 아마 다음 주 초 정도면 초고는 끝날 것 같다. 당인리 고치는 일이 많이 길어지면서 원래 일정보다 이래저래 많이 늦어졌다.

올해 나갈 책은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와 젠더 경제학 두 권이다. 젠더 경제학은 좀 달랑달랑 하다. 쓰다가 힘들면 내년으로 넘어가도 그만이다.

10대 책은 세 권을 쓴다. 1번이 독서 에세이고, 2번이 농업 경제학, 3번이 10대용 경제학책.. 순서대로 이렇게 만들어진 건 아닌데, 2년 전부터 10대 연구를 계속 하다보니까 나머지 얘기들도 10대에 붙여서. 1번 타자가 농업 경제학이었는데, 코로나로 밀려서 뒤로 숨었다.

10대 연구를 시작하면서 주변에 중학생들은 몽땅 만났는데, 그 부모들이 책 너무 안 본다고 아우성이다. 게임기 잡는 순간 책과는 먼 나라로 갔다고..

게임기 든 중학생들이 농업 경제학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들에게 책에 대해서 해주고 싶은 얘기가 독서 에세이 쪽으로. 그리고 나머지 경제에 대한 얘기가 10대용 경제학책으로.

이 시리즈 전체가 사실상 10대용 독서 에세이를 구상하면서 만들어졌다. 이게 죽은 내 친구, 이재영을 위한 책이다. 그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서 썼던 책이 88만원 세대인데, 그 출판사인 레디앙이 문 닫게 생겼다. 출판사야 워낙 망하기도 하고 그러지만, 이재영과 살아서 같이 일하던 흔적이 이제는 레디앙 밖에 남은 게 없다. 민주노동당은 벌써 문 닫았고..

내가 가진 책 리스트 중에서 그래도 제일 잘 팔릴 것 같은 걸 골랐다.

우리 집 애들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그때 최소한 이 정도는 읽으면 좋겠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좋겠다, 그런 책들을 골랐다.

가끔 유럽에서 청소년들에게 권장하는 독서 리스트 100권 혹은 미국에서 권장하는 독서 리스트, 그런 걸 본다. 살벌하게 어려운 책들이다. 그거 다 보면 박사 학위 받아도 될 것 같은..

그건 유럽 얘기고 미국 얘기다. 지금이 한국 10대, 그런 어려운 책을 권장할 때가 아니다. 고전이고 나발이고, 책이란 걸 잡은 적이 몇 년 전으로 올라가는 중학생이 태반이다. 공부를 잘 하면 잘 하는대로 책 볼 시간이 없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게임 아니면 하는 게 없다.

우리 집 애들은 크면 좀 다를까? 다를 바 없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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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자본주의 시즌 3

재난 상황을 맞아, 사람들이 패닉한 틈을 타 자기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추진하는 것을 재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재난 자본주의 시즌 1은 인터넷 은행법이었다. 불과 몇 달 전에 부결시켰던 법안이 표지갈이를 해서 올라왔는데, 이번에는 이게 코로나 대응이라는 껍딱을 달고 통과되었다. 코로나 2차 추경과 함께 통과.. 당시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누가 누구랑 편 먹고 어떤 작전을 했나, 이제는 좀 윤곽이 드러났다. 재난 자본주의 완승, 전격전의 승리.

재난 자본주의 시즌 2. 박근혜 때 추진하다가 결국 정권 말아먹게 된 순실의 서비스 선진화법의 핵심이었던 원격 의료를 표지갈이해서 다시 디밀었다. 원격의료나 원격진료나 대면진료나, WHO 국제 기준으로는 다 telemedicine, 똑같은 용어를 쓴다. 현재 진행형. 코로나 3차 추경예산에 이 내용이 담길지 빠질지, 한참 신경전 중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재난 자본주의 시즌 3가 시작된다. 시즌 2가 삼성의 작은 작품이었다면, 시즌3는 아마 삼성의 큰 작품이 될 것 같다. 물론 삼성은 자기들이 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할 것 같다. 누가 봐도 이건 삼성 작품인데, 심증만 있지, 물질적 증거는 남기지 않을.. 

재난 자본주의 시즌 3이 시작되는 것까지 지켜보면서.. 

아직까지 나는 문재인 정부는 삼성 공화국이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코로나에 대해서 대응을 제일 잘 한 것은 삼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현 정부는 '삼성 공화국'이 맞다. 삼성 장학생과 삼성 장학생의 제자와 꼬봉들이 통치하는 나라라는 게 맞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라는 측면에서 코로나를 맞아 한국은 다시 삼성 공화국이 되었다. 억울하면 삼성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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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민단체가 견제하고 시민단체는 누가 견제하나?

정부에 참여한 시민단체 간부가 너무 많기는 하다. 그래서 '참여' 연대가 이래저래 욕 많이 먹지만, 그건 지역에 있는 어지간한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한 자리'를 위한 시민활동인가, 그런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시민단체와 정부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하다 보니까 특정 사업들의 경우는, 이게 단체 일인지 정부 일인지, 그 경계가 간당간당하다.

그렇기는 한데..

시민단체는 지금 전례 없는 위기의 순간을 지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청원하는 게 시민단체를 만들고, 후원하고, 지지하고, 그런 것보다 간단하니까..

시민단체 전체를 합친 힘 보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힘이 더 강할 정도다.

참여연대, 경실련, 이런 참여 많은 단체들 빼면.. 현실은 매우 어렵고,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환경단체만 해도 그렇다. 그린피스 등 외국 NGO 쪽으로 후원이 다 몰리니까, 국내 단체들은 활동가 충원은 커녕 기본 유지도 아주 어렵다.

시민단체의 단물은 청와대랑 정부기관들 그리고 외국 NGO가 다 빼버리고 나니까, 유명한 단체 아닌 곳들 혹은 로컬 NGO들, 완전히 돌아버릴 지경이다.

시민단체가 썪었다는 비난과 재정 여력이 없어서 굶어죽게 생긴 현실적 곤란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야말로 조중동이 특급으로 모시는 그런 유명단체만 시민단체인 것은 아니다.

정부에 참여 너무 많이 한다는 비난은 감수하겠지만, 잔고가 텅텅 비는 현실은 감수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럴 거면 시민단체 다 문 닫고, 그냥 청와대 청원만 올리면 대한민국 좋아질 건가?

위기의 시민단체가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다. 다들 죽어라, 죽어라고만 한다. 그냥 여기서 같이 죽을까?

안스러워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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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기본소득에 관한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었다. 

주목할 변화는 농민 기본 소득의 전국적 확산 그리고 지난 번 지방선거 광주 지역에서 나왔던 예술인 기본 소득. 

그리고 그때 다음 대선에서는 이행방안과는 상관 없이, 기본소득이 핵심 의제가 될 거라고 보았다. 백퍼, 다음 대선의 논쟁은 기본소득, 이미 그렇게 되었다. 

21세기에서 기본소득은 어려운 주제이기는 한데, 그래도 특색 하나가 있다. 

사회적 경제가 좌우 구분이 별로 없는 주제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본소득도 좌우로 갈리지 않는 주제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도 그렇게 진행되었고, 독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개문발차 기본소득'으로 갈 거라고 보았다. 좌파든 우파든, 하여간 직업 계층별로, 연령별로, 이미 상당 부분 시작되었고, 그렇게 상당한 기간 동안 갈 거라고 보았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basic income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런 형태까지 전환되기에는 수 십년이 걸릴 것 같다. 수 십년이 걸려도 여전히 제한적인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기술적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때려 죽여도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못 한다. 우리의 사회적 합의가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반대라고 보수, 찬성이라고 진보, 그런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한 가지, 민주당 버전의 기본소득 논의에 대한 반대는 좀 그렇다. 복지 어쩌구 저쩌구, 한참 얘기하는데, 그들이 지난 시기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복지를 위한 증세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증세 없는 복지 얘기하는 수준에서 기본소득의 우파적 발상, 이건 좀 그렇다. 일단 증세 논의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보다 발전된 형태의 복지 체계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종부세 완화를 총선 공약 바로 밑 단계 수준으로 밀었던 사람들이 기본소득은 우파적 발상이다, 이건 좀 옹졸하다. 일단 부동산 세제 개편부터 논의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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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너무 큰 일이 벌어질 때, "그래서는 안 되죠", 이렇게 서로 얼굴 빤히 쳐다보면서 걱정만 한다.

그리고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https://news.v.daum.net/v/20200607200709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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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반문, 이 표현이 좋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에 '노빠'라는 표현을 사람들이 썼었는데, 나는 그때도 그런 표현을 안 썼다. 거슬러 올라가면 '황빠'라는 표현도 있었다. 그때 그 논쟁 한 가운데 들어가 있으면서도 그 표현을 안 썼다. 다음의 클릭하기 선호조사에서 98%가 당시 피디 수첩이 잘 못했다고 그랬다. 나는 반대편 2%에 속해 있었다. 내가 친하던 사람, 잘 알고 지내던 사람, 대부분 황우석을 지지했는데, 차마 그들에게 욕하고 싶지가 않았다. 논쟁은 그렇다. 의견과 이념, 구분도 어렵지만, 돌아서면 또 삶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친문이라고 하면..

나보다 훨씬 문재인을 자주 보고 친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대부분의 사람보다는 내가 더 친하다. 친한 걸로 치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양산집에도 가고, 또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그야말로 다했어!

여전히 전화번호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쓴다고 하는 메일 주소도 가지고 있다. 대선 끝나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이해하는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서 형태로 보내줬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맙다 혹은 추가질문 같은 본인 의견까지, 그랬다. 본인 부탁이었다. 캠프에 들어오지는 않더라도,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보고서는 계속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대선이 끝나고 나도 보고서를 더 이상 만들지 않았고, 연락도 따로 하지는 않았다. 한때 별의별 시시콜콜한 것도 전화로 상의했었다.

반문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맞다고 하는 건, 내 인생에 해본 적이 이 없다. YS 때도 그랬고, 심지어 공직에 있던 DJ 시절에도 그랬다. IMF 때 시민단체의 산업 대책에 대한 입장 보고서를 내가 총괄해서 집필했다. 정부 못 한다는 얘기를 잔뜩 넣었다. 참여연대 통해서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걸로 알고 있다. 새만금도 반대 의견만 낸 게 아니라, 대안 옵션에 따른 30년간 경제성 계산도 내가 주도했다. 초기에는 그걸 조한혜정 선생 아드님이 조교처럼 했었고, 후반부에는 요즘 목공 퍼즐 만드느라 정신 없는 최새힘이 했고. 

민주정부든 명박 시대든, 정부가 하는 일이 이상하다고 하고, 대안을 찾던 것, 그건 내 삶의 일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문재인 정부라고 다를 게 없다.

모든 정부는 약점과 강점이 있다. 약점을 잘 보완하는 게 좋은 정부다.

내년이면 내가 이 짓을 한 것도 벌써 25년째가 된다. 학위 받고 늘상 이 짓을 했으니까, 이 시간도 짧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DJ 정부까지는 정부 안에 있어서 이름을 드러내지 못했고, 그 뒤로는 내 이름으로 책을 내면서 그 짓을 한 것.

코로나 국면 2로 넘어가면서 문재인 정부는 위기다. 국면 1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생겨난 위기 일부,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위기 요소 플러스.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랬겠지만, 나는 더 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에 반대하는 글 같은 것은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잘 한다, 기가 막히다, 브라보, 지금처럼.. 나도 그런 글만 쓰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아무 글도 안 쓰고 싶다.

총선 압승과 함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생긴다.

좋은 점이야 하면 된다는 당연한 거고, 나쁜 점은 기존의 안 좋았던 점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진 거고.

내가 겪은 바로는, 문재인은 친 삼성, 그런 건 아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친 자본,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실제 정책과는 상관 없이, 마음 속 깊숙히 노조에 대해서 친구고 동료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건 진심인 것 같다.

몇 번 노조에 관한 격론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친노조적인 발언을 한 사람이 주로..

몇 가지, 아마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서 변하지 않을 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

나쁜 점은..

강인한 체력은 아니다. 문재인과 내가 비슷한 점은 딱 하나인데, 아침 잠이 많은 스타일.

꼼꼼한 성격이 그런 체력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저녁에 일찍 자는, 그런 스타일 아니다. 보고서도 줄 치면서 보고, 책도 밤 늦게까지 보고, 그러다 지쳐 잠드는 스타일이다.

일정관리하는 인간들이 너무 잡아돌린다고, 나한테 좀 얘기 좀 해주라고 많은 사람들이 부탁했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수시로 전화거는 사이가 아니라서, 그 측근 몇 사람한테 의견만 전달했다.

코로나 2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정부의 삽질 빈도가 높아진다.

홍남기가 삽질을 시작했는데, 박능후가 삽질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차원이 다른 뻘타를. 질본에 대고 이 시국에 밑장 빼기를. 손은 눈보다 빠르다.. 그러나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다.

이건 위기다.

부처별로 코로나를 핑계로 수없는 밑장빼기를 할 건데, 어지간한 타짜 아니면 찾기 어려운 더욱 더 고급 기술이 나올 거다.

친문, 반문, 이 정서 싸움은 밑장빼기 앞에서는 부질 없다.

누가 더 친하냐 아니냐, 그것과 관료들의 밑장빼기, 재벌들의 털어먹기, 그런 걸 막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다.

위기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박능후만 해도 하수다. 문재인 정부 2기, 진짜 고수들이 튀어나올 거다.

코로나 2국면, 개학과 함께 밑장빼기 기술이 돌아온다. 눈 뜨고 코 베인, 그런 시기가 올 여름에 펼쳐질 공무원 신기술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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