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반문, 이 표현이 좋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에 '노빠'라는 표현을 사람들이 썼었는데, 나는 그때도 그런 표현을 안 썼다. 거슬러 올라가면 '황빠'라는 표현도 있었다. 그때 그 논쟁 한 가운데 들어가 있으면서도 그 표현을 안 썼다. 다음의 클릭하기 선호조사에서 98%가 당시 피디 수첩이 잘 못했다고 그랬다. 나는 반대편 2%에 속해 있었다. 내가 친하던 사람, 잘 알고 지내던 사람, 대부분 황우석을 지지했는데, 차마 그들에게 욕하고 싶지가 않았다. 논쟁은 그렇다. 의견과 이념, 구분도 어렵지만, 돌아서면 또 삶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친문이라고 하면..

나보다 훨씬 문재인을 자주 보고 친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대부분의 사람보다는 내가 더 친하다. 친한 걸로 치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양산집에도 가고, 또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그야말로 다했어!

여전히 전화번호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쓴다고 하는 메일 주소도 가지고 있다. 대선 끝나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이해하는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서 형태로 보내줬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맙다 혹은 추가질문 같은 본인 의견까지, 그랬다. 본인 부탁이었다. 캠프에 들어오지는 않더라도,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보고서는 계속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대선이 끝나고 나도 보고서를 더 이상 만들지 않았고, 연락도 따로 하지는 않았다. 한때 별의별 시시콜콜한 것도 전화로 상의했었다.

반문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맞다고 하는 건, 내 인생에 해본 적이 이 없다. YS 때도 그랬고, 심지어 공직에 있던 DJ 시절에도 그랬다. IMF 때 시민단체의 산업 대책에 대한 입장 보고서를 내가 총괄해서 집필했다. 정부 못 한다는 얘기를 잔뜩 넣었다. 참여연대 통해서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걸로 알고 있다. 새만금도 반대 의견만 낸 게 아니라, 대안 옵션에 따른 30년간 경제성 계산도 내가 주도했다. 초기에는 그걸 조한혜정 선생 아드님이 조교처럼 했었고, 후반부에는 요즘 목공 퍼즐 만드느라 정신 없는 최새힘이 했고. 

민주정부든 명박 시대든, 정부가 하는 일이 이상하다고 하고, 대안을 찾던 것, 그건 내 삶의 일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문재인 정부라고 다를 게 없다.

모든 정부는 약점과 강점이 있다. 약점을 잘 보완하는 게 좋은 정부다.

내년이면 내가 이 짓을 한 것도 벌써 25년째가 된다. 학위 받고 늘상 이 짓을 했으니까, 이 시간도 짧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DJ 정부까지는 정부 안에 있어서 이름을 드러내지 못했고, 그 뒤로는 내 이름으로 책을 내면서 그 짓을 한 것.

코로나 국면 2로 넘어가면서 문재인 정부는 위기다. 국면 1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생겨난 위기 일부,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위기 요소 플러스.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랬겠지만, 나는 더 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에 반대하는 글 같은 것은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잘 한다, 기가 막히다, 브라보, 지금처럼.. 나도 그런 글만 쓰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아무 글도 안 쓰고 싶다.

총선 압승과 함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생긴다.

좋은 점이야 하면 된다는 당연한 거고, 나쁜 점은 기존의 안 좋았던 점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진 거고.

내가 겪은 바로는, 문재인은 친 삼성, 그런 건 아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친 자본,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실제 정책과는 상관 없이, 마음 속 깊숙히 노조에 대해서 친구고 동료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건 진심인 것 같다.

몇 번 노조에 관한 격론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친노조적인 발언을 한 사람이 주로..

몇 가지, 아마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서 변하지 않을 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

나쁜 점은..

강인한 체력은 아니다. 문재인과 내가 비슷한 점은 딱 하나인데, 아침 잠이 많은 스타일.

꼼꼼한 성격이 그런 체력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저녁에 일찍 자는, 그런 스타일 아니다. 보고서도 줄 치면서 보고, 책도 밤 늦게까지 보고, 그러다 지쳐 잠드는 스타일이다.

일정관리하는 인간들이 너무 잡아돌린다고, 나한테 좀 얘기 좀 해주라고 많은 사람들이 부탁했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수시로 전화거는 사이가 아니라서, 그 측근 몇 사람한테 의견만 전달했다.

코로나 2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정부의 삽질 빈도가 높아진다.

홍남기가 삽질을 시작했는데, 박능후가 삽질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차원이 다른 뻘타를. 질본에 대고 이 시국에 밑장 빼기를. 손은 눈보다 빠르다.. 그러나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다.

이건 위기다.

부처별로 코로나를 핑계로 수없는 밑장빼기를 할 건데, 어지간한 타짜 아니면 찾기 어려운 더욱 더 고급 기술이 나올 거다.

친문, 반문, 이 정서 싸움은 밑장빼기 앞에서는 부질 없다.

누가 더 친하냐 아니냐, 그것과 관료들의 밑장빼기, 재벌들의 털어먹기, 그런 걸 막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다.

위기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박능후만 해도 하수다. 문재인 정부 2기, 진짜 고수들이 튀어나올 거다.

코로나 2국면, 개학과 함께 밑장빼기 기술이 돌아온다. 눈 뜨고 코 베인, 그런 시기가 올 여름에 펼쳐질 공무원 신기술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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