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책, 낼책'에 해당되는 글 184건

  1. 2020.04.29 극한의 지공.. 1
  2. 2020.02.29 판데믹 얘기..
  3. 2019.11.10 툭 튀어 나온 사진..
  4. 2019.11.03 박사 25년차, 에구구..
  5. 2019.10.12 책 리스트 _ 2019 1
  6. 2019.09.26 놀부의 경제학?
  7. 2019.09.16 너에게 묻는다..
  8. 2019.08.31 앞으로 세 권은?
  9. 2019.06.05 감자꽃.. 2
  10. 2019.04.20 49번째 책이 되기를 희망하는, 인민노련 얘기.. 5

극한의 지공..

낸책, 낼책 2020. 4. 29. 22:30

steady라는 단어가 있다.

동구가 붕괴한 이후 지도교수가 결국 박사 논문을 지도할 자격을 유지하지 못했다. 건강이 안 좋다나.. 그렇게 헤매던 시절, steady라는 단어를 보았다. 결국 그걸로 박사 논문을 썼다. steady state에 관한 걸 싹 다 뒤졌다.

현대식 용어로는 sustainable로 표현된다. 불어로는 durable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여전히 steady라는 단어가 좋다.

이 steady라는 단어를 가장 감명깊게 본 것은 영화 '반지의 제왕'이었다.

미나스트리스 성을 뚫고 들어오려는 우르크하이의 나무 기둥 뒤의 문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간달프가 말했다.

"Steady, steady, steady.."

뭐.. 이 장면을 뜻깊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겠지만, 나는 steady라는 단어의 용법에 대해서 가장 감명 깊었다.

나에게 혼자 말한다.

steady, steady..

혼자 일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steady.. 이게 어렵다. 속으로는 "right now!", 이 목소리가 막 터져나오려고 할 때, steady.. 나를 가라앉힌다.

마흔을 넘으면서 확실히 나도 캐릭터가 변했다. 30대까지는 속공 스타일이었는데, 확실하게 지공으로 변했다. 나는 먼저 움직이지 않고, 주위를 다 보고, 뒤늦게 움직인다. 별 상관 없다. 먼저 한다고 해서 터치다운 하는 게 아니라, 별의별 삽질을 다 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미루고, 미루는 스타일로 지난 10년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내려진 결정은 뒤집지 않는다.

물론 늘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예기치 못한 일로 정말로 괴멸적 타격을 받고, 전멸에 가까운, 그래서 싹 망하는 일도 있다. 할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 그렇다.

작년 10월쯤, 아마 그 어디쯤인거 같다. 예전에 판데믹 책 준비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접었던 게 생각이 났다. 메르스 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만 봤다. 김탁환 선생의 책 '살아야겠다'가 그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특별한 생각 없이, 올해는 적당한 때에 판데믹 얘기를 다시 한 번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떠듬떠듬하며, 뭘 더 공부해야 그래도 의미 있는 책을 만들지 막 그러던 중이었다. 코로나 19가 그러던 와중에 터졌다.

당연히 생각해놓은 시나리오들이 좀 있으니까, 기준에 맞게 데이타를 소팅하고, 이번 바이러스의 성향 분석 같은 걸 좀 해봤다.

역대 최강이다..

그 다음부터는 기계적인 패턴 분석이다.

요즘 다시 steady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중이다. 아직 덜 드러난 것들이 있다. 좀 더 봐야 한다.

아주 옛날에 steady라는 단어를 처음 보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솔로 모델 같은 데에서 종종 보던 건데,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그 단어를 봤더니, 아주 기분 묘했다. 그건 세이 책에도 있고, 리카도 책에도 있고, 아주 다른 해석으로 존 스튜어트 밀 책에도 있다.. (이 구절은 아주 유명해졌다.)

이번에는 극한의 지공을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기다리고 기다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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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 얘기..

낸책, 낼책 2020. 2. 29. 15:37

올해 안에 적당한 때 시간을 내서 판데믹에 대한 얘기 하나 만들어보기로 했다. STEM 형태로. 어차피 분자 생물학 공부하기로 한 거,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저강도의 장기간 판데믹, 이런 문제는 지금까지 많이 다루어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학으로 보는 판데믹의 기술적 요소, 이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유전자 변이와 뮤턴트 얘기, 언젠가는 한번 다룰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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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진이 어서 툭 튀어나왔다. 황석영 선생, 조국 선배랑 같이 '우리는 유권자다' 북 콘서트 했을 때인 것 같다. 인생무상이 느껴지는 게.. 저 시절에는 황석영 선생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술을 마셨던 것 같고, 조국 선배랑은 거의 매일 만났었다.

그 책을 진행한 출판사 대표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이 시절에 행사 때 뵙고 못 뵈었는데.. 그 이후의 얘기가 책으로 나온 게 강창래 선생의 '오늘은 매울지도 몰라'. 눈물 나는 얘기다.

산다는 게 뭔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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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서 멍하니 동해 바다 보고 있다 보니, 문득 내년이면 박사 25년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와. 시간 끔찍히도 흘렀다. 얼추 인생의 절반을 박사로 산 셈이다. 오매나야. 뭐하고 시간이 이렇게 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해야 하는, 그런 건 이제 안 할 생각이다. 하고 싶고,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그런 것만 할 생각이다.

이승만 얘기를 3권 짜리로, 좀 키우기로 했다. 아내도 그런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얘기를 압축해볼까, 한동안 고민을 했는데..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고. 풀 스펙, 있는 대로 한 번 풀어볼 생각이다.

시간이 꽤 걸리기는 할 것 같은데.. 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개인적으로 이승만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궁금하다.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이러다 보면 나도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미 살살 사는데, 더 살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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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스트 _ 2019

낸책, 낼책 2019. 10. 12. 21:27

처음 낸 책..

 

일이 딱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냥 잠시 남은 책들을 정리해봤다. 별 일 없으면 50권까지는 쓰려고 한다. 직장 민주주의 책이 36 권째였고, 37 번째 책은 지금 원고가 출판사에 가 있다.

50 번째는 나온 책에 대한 코멘터리 북 같은 걸로 하기로 예전에 정했고, 49 번째는 평화경제학으로 해야겠다고, 오늘 마음을 먹었다. 외교부 사람들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미루어두었던 건데, 50권 안으로 넣어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이미 결정된 것들이나 결정 과정에 있는 것들을 순서대로 정리를 해봤다.

물론 이미 결정된 것들도 여의치 않거나 사정이 변하면 좀 변할 수 있기는 하다. 하여간 지금 비어 있는 건 두 권이다. 47번, 48번.

좀 아쉽다. 경제 대장정이라고 하면서 시작한 건데, 세상이 좀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슬슬 마무리 단계로 넘어간다. 남은 두 권은 좀 천천히 결정할 생각이다.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애들 등하교를 시키려고 하는데, 대충 그게 2022년까지다. 아마도 그 안에 50권을 마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1~2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럼 나도 50대 중반이다. 더 쓸 얘기가 그 때도 남아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 뒤의 일은 모른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놀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 경제 다큐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남은 삶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 그렇지만 워낙 여건이 열악하다. 그래서 지금 뭔가 결정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여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책이 두 권이라고 생각하니, 약간은 허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 책을 냈을 때, 맨 처음 나온 서평이 연합뉴스였다. 그리고 몇 개의 스트레이트 기사들. 2005년의 일이다. 그 때만 해도, 이렇게 멀리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2020년
38 농업경제학
39 최소한의 독서 -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40 젠더경제학
41 도서관의 경제학

2021년
42 이승만
43 책에 관한 에세이
44 거시경제학, 생태편

2022년
45 (공포물)

46 (정치 관련)

49 평화경제학
50 코멘터리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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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놀부의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당 아저씨들이 얼마나 황당한 옛날 얘기를 들고 다니는지, 뭐 그런 책을 한 번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게 법사위 등 국회 자료 뒤져야 하는 종류의 책이라서 품이 많이 간다. 생각은 뻔한데, 워낙 품 갈 일이라서 엄두를 못 냈다.

황교안 민부론 얘기 하는 거 살펴보니까, 이게 딱 '놀부의 경제학'이다. 2011년에 뭔가 좀 미래에 대한 거시경제 얘기 같은 것을 할까말까 생각 중인데, 마침 놀부 얘기하는 것 같은 얘기를 보면서..

아지간히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싶었다. 다음 단계의 경제는 무엇일까, 그런 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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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50번째 책 제목이 생각났다.

너에게 묻는다.

내가 평생 답하려고 했던 질문들을 묶어서, 50번째 책으로 하면 어떨까 싶은.

나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졌다. 답 하려고 살았다. 잘 처 먹고 살려고 한 평생 살았던 삶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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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이 작업 때문에 출간 일정들이 전부 개판이 되었다..

 

내가 저자로서 얼마나 더 활동을 하게 될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더 이상 쓸 애기 없고, 뭔가 쥐어짜야 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적당할 때 쓰는 걸 내려놓을 생각이기는 하다. 없는 얘기를 쥐어짜면서까지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다.

하여간 애 보면서 뭔가 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뭔가 조사하러 어디론가 움직이거나, 그런 데 제약이 많다. 이승만은 현장 스케치를 좀 더 하고 싶어서, 일단은 내년 말로 미루었다. 뭐, 실제로 내년 안에 끝날지도 잘 모르겠지만, 앞의 작업이 길어지면서, 올해 일정이 일단 개판이 되기는 했다. 그냥 순차적으로, 이것저것 전부 밀려가는 그런.

스타일상, 나는 여러 권의 책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물론 진짜로 쓸 때에는 한 권만 붙잡고 가지만, 몇 년 전에 일정을 정하고, 조금씩 진도를 나가는 방식을 주로 쓴다. 장점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아주 오랜 기간 생각을 할 수 있다. 깊이를 만드는 데에는 이 방식이 유리한 것 같다. 단점은, 지친다는 거.

1) 농업경제학과 '최소한의 교양 – 꿈 없는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진짜 오래된 책이다. 어쨌든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정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책과 그 뒤에 쓸 최소한의 교양은 사실, 두 권이 연동되는 책이다.

주인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게임 중독, 학교 다닐 이유를 못 찾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이다. 한 쪽은 농업을 입구로 거기에 들어가는 얘기이고, 독서 에세이 형식의 책은, 그래도 내가 권해주고 싶은 정말 최소한의 독서 리스트.

사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농업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농업만 모르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경제학과가 뭐하는 지도 모르고, 그냥 점수 맞춰서 대충 들어갔다.

그럼 꿈이라도 있었냐? 그딴 거 없었다. 장래 희망 사항을 쓰는 게 아주 힘들었다.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다. 그래서 그냥 외교관이라고 썼다. 이유는.. 그 집에 있던 외제 미니카 장난감이 너무 멋져 보였다. 저런 멋진 장난감을 살 수 있는 직업이 외교관.. 그 이상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장래 희망에 외교관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외교관이 될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첫 해에 그래도 그 시절에 장래희망이라고 쓰던 게 생각이 나서 외교론 수업을 듣기는 했다. 그리고는 정말로 외교관이 될 생각을 하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요즘 학교에서 유행하는 진로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아예 장래성도 없고, 꿈도 없는, 그런 버려진 존재가 되었을 것 같다. 물론 고등학교에 들어가니까 담임 선생님들이 내가 그런 형태의 '동기'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담임들이 나를 겁나게 미워했다.

뭐, 아무 신경도 안 썼다.

꿈이 없다고 해서 교양도 아무 것도 없으면? 그건 좀 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너무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들만 데리고 교육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지는 좀 된다. 그런 친구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했다.

2. 젠더경제학

올해 다른 책에 밀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한참 쓰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이승만이 길어질 것 같아서, 순서를 바꾸었다.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의 박사 몇 사람이 같이 스터디 같은 거라도 하면 좋겠다는 연락이 몇 번 왔었다. 진작 그렇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어쨌든 현장의 박사들하고 얘기 많이 하는 기회를 좀 가져보려고 한다.

오세훈 시장 때, 오세훈 돈 받아서 이런 거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몇 번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미루다 보니까 지금까지 밀려왔다. 이것도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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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낸책, 낼책 2019. 6. 5. 15:09

 

1년에 감자꽃을 볼 수 있는 날은 며칠 안 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는 감자꽃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는 수 년간 미루고 미루었던 농업경제학을 쓴다. 감자꽃 보는 마음이 예전보다 더 각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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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번째 책이 되기를 희망하는..

1.
책을 쓰고 나서 만난 사람들이 있고, 그 전에 알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책을 쓰게 된 데에는, 아내가 제일 영향이 컸고.. 그리고 이재영과 노회찬이다. 2003년 정도에 그 둘을 만났고, 2004년에 민주노동당 총선을 같이 치루었고, 2005년에 첫 책이 나왔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많이 영향을 받았겠는가. 서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88만원 세대'를 썼을 때, 정말로 뛸듯이 좋아했던 사람이 노회찬이었다. 여러가지 중의적 의미다. 그 인세로 이재영이 월급을 받게 되었다.

50대 에세이가 잊혀지기 어려운 책이 된 건, 그 시절의 얘기, 정확히는 그 둘과 가장 행복했던 어느 날의 얘기를 썼는데..

그리고 이제는 노회찬 마저도 죽었다.

'붉은 돼지'의, 좋은 놈들은 이미 죽었어, 정말로 그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이라는 책을 쓰고, 그 표지에 노회찬 얼굴을 어마어마하게 달고, 그리고 시내버스에 광고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 시내에 노회찬 얼굴이 버스와 함께 달리게 하고 싶었다.

2.
이게 책이 될 것이라고 처음 생각한 것은, 이재영이 울산과 포항 지역에 기지를 만들기 위해서 처음 경주에 가던 시절의 얘기를 해주었을 때의 일이다. 정말로 웃겼다. 처음에 인천에 가던 시절의 얘기는, 오히려 경주에 가던 시절에 비하면 덜 재밌을 정도였다.

그래도 바로 못한 것은, 이게 거의 인류학 책 정도가 될 정도로 인터뷰도 많이 필요하고, 자료조사도 필요한, 품이 많이 드는 책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점점 더.. 기억하는 사람들도 줄어가고, 자료도 없어져간다.

내가 인민노련 책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전국의 인민노련 활동가였던 분들이 연락을 많이 해오셨다. 참.. 눈물 나는 얘기들이 많다. 우울증이 많았고, 사회부적응 상태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인민노련 얘기를 누군가 해보려고 한다니까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고..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일단은 접어놓았다.

3.
그 때 바로 하지 않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나도 조금 더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힘은 많이 드는데, 팔릴 가능성은 별로 없는 책을 바로 추진하기에, 진짜 도니가 달랑달랑.

그리고 언제든지 이재영에게 얘기를 들으면 되니까, 좀 더 편안해지면 하자.. 고 했다.

그 때는 이재영이 그렇게 금방 죽을 줄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그 책은 못했을 것 같다. 너는 이제 죽을 거니까, 그 얘기 좀 해주라.. 그렇게는 못했을 것 같다.

긴 시간의 눈으로 보면, 어차피 그 책은 그 때 나올 수가 없던 책이었다. 발사대인 나도 너무 힘이 약했고, 주인공인 이재영은 곧 다가올 죽음을 자신도 모르면서 기다리던 중이었고.. 그리고 메인 주인공이었던 노회찬도 결국은 죽을 것..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그 후에 노회찬은 국회의원도 되고, 몇 가지 호칭이 생겼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노회찬의 호칭은 인민노련 조직부장. 이 사람이 어떤 20대를 보냈는지, 가장 잘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인민노련 출신으로 알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산 건 아니고, 그냥 인민노련 사람들을 많이 안.

4.
50권으로 나의 '경제 대장정'은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그 후로도 책을 쓸지, 아닐지, 나도 잘 모른다.

쓰던 책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인민노련 책은 해야할 것 같고, 만약에 정말로 쓴다면, 59번이 되는 게 맞을 것 같다. 60권째는 전체를 마무리하는 코멘터리 북이 되는 게 맞을 것 같고.

딜레마도 있다.

일단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감정적인 것은 차지하고라도, 육체적으로 해야 할 작업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어디론가부터 후원이나 지원을 기대할 상황도 아니고.

또 다른 딜레마는, 지금 아니 4년 후라도, 그 시기에 과연..

집을 떠나 인천으로 가서 노동자가 된 대학생들의 얘기가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얘기가 될 것인가? 이걸 잘 모르겠다.

그냥 꼰데들의 노스탈지아.. 이러면 재미 없다. NL과 PD가 싸우던 시절의 얘기, 그런 것을 지도부가 아닌 현실의 얘기로 일부 다루려고 한다. 느무느무 재미 없다. 그렇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 얘기가 빠지면 왜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자마자 정책국장이던 이재영이 당에서 짤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제 막 국회의원이 된 노회찬이 역시 개고생을 하고, '풍찬노숙'의 길로 들어갔는지, 설명이 좀 쉽지 않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 괴로운 얘기라서 이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나만 해도 한 다리 건너라서, 그 때 그랬어요..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해도 나에게도 감정 소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왜 내가 갑작스럽게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그 출발점에 해당하는 얘기들이 인민노련 안에 복잡하게 엉켜있다.

5.
그걸 명랑하게 그리고 재밌게, 그렇게 쓸 마음의 준비가 되면 나도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을 쓸 거다. 그러나 그냥 가슴만 후벼파고, 죽은 사람들에게 "내 책을 바친다", 이런 개 같은 소리나 할 거라면, 필요없는 책이다. 레토릭.. 그딴 거 필요없다. 명랑할 수 없다면 결국은 그냥 개소리일 뿐이다. 너무 생생한 과거의 얘기이고, 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렇기도 하다.

하여 나도 생각 중이다.

마음은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걸 읽어줄 독자들이 과연 있을지, 어떻게 집 나온 대학생 얘기들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인천에 갔었다. 아니, 올해 인천에 자주 갔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주 갈 일정이다. 그 때마다 인민노련 생각이 나고, 이재영에게 들었던 얘기들이 생각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마도 한국에서 인민노련 얘기를 쓰고 싶어하고, 또 진짜로 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쓰면 그래도 이 얘기가 남는 거고, 내가 안 쓰면 아마도 그냥 사라질 것 같다.

인민노련 출신들하고 이렇게 생활도 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을 같이 나눈 사람들이 또 얼마나 있겠나? 지금도 많이 잊혀졌다. 시간이 지나면 더 잊혀질 것이다.

그래서 계속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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