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쓸 책, 약간의 마음 정리

 

1.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되든 안되든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편이다.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움직인다.

 

해마다 간이노트를 겸하는 다이어리에 날짜를 빼곡히 적어가면서 움직이는데, 올해는 1월 말이나 되어서 다이어리를 사러 갔더니 이미 올해 것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올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사실 생각해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대선 이후의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안한다, 그런 간단한 생각 외에는 없었다.

 

게다가 아기 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기는 인정사정 봐주는 법이 없다. 아내와 둘이 매달리는데, 그래도 어른 둘이서 쩔쩔 맨다. 아기가 워낙 힘이 좋아서 그런지, ‘늙은 아빠는 정말로 죽을 지경이다. 아기와 지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즐겁다. 그렇지만 평생 마사지나 이런 것에 대한 충동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나도, 근육통을 느끼면서, 마사지 아니 온천이라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

이래저래 벌려놓은 일들은 오지랍 많기도 하다.

 

모피아는 원래는 3권짜리 책이다. 이제 1권이 나간 건데, 2권과 3권은 주제만 정해놓았지, 아직 프레임이나 플롯 등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어떻게 하다보니, ‘모피아드라마 판권이 팔리게 되면서, 2권은 아직 교육 얘기를 한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는데, 판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데가 몇 군데 생겼다. 1권 후에 1년 간격으로, 어쨌든 처음에 계획한 3권까지는 가보려고 한다.

 

3.

생각만 해놓고 전혀 구상하지 못한 얘기들 중 정리해야 하는 게 동화책들이 좀 있다. 이게 좀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인데,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얘기들이 끼면서,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애초에 내가 생각한 것은,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지금은 몇 가지 버전이 왔다갔다 하는데, 아직은 도통 오리무중이다.

 

(사실 성인용 책과는 달리, 어느 출판사에서, 누구를 파트너로 해야할지, 결정을 못한 게 헤매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는 하다. 막상 겪어보니, 아동책 움직이는 방식이 내가 익숙한 성인용 책과는 많이 달랐다.)

 

파트너로 일하는 화가가 있어서, 어쨌든 정리는 하기는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유아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는 하다. 이념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바른생활 스타일도 아닌, 건들건들, 정말로 아동들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런 세계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4. 경제대장정 시리즈

 

큰 맘 먹고 12권으로 기획한 경제대장정 시리즈가 있다. 8권을 건너뛰고 9권까지 왔는데, 10권인 농업경제학부터 대기 중인 게 벌써 1년이 넘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9권인 문화경제학의 실패가 뼈아팠다. 여기에는 시간과 돈을 많이 들였고, 실제 인터뷰 작업도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좀 모질게 말하자면, 원가의 1/10도 이 책으로 건지지 못했다. 물론 원가 상관없이 쓰는 책이 많기는 한데, 이 책은 내가 돈을 너무 많이 들였다.

 

게다가 이 책 준비할 때만 해도 아직은 엑셀 파일 그대로 열어서 쭉 자료분석할 정도는 되었는데, 그새 노안이 심해져서 이제는 그렇게 수치표를 순식간에 볼 수가 없다.

 

게다가 대선 정국을 맞으면서, 이것보다는 중요한 것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래저래 미루어두었던 시리즈이다. 사소하게는 파트너로 일하는 에디터가 아기 낳느라고 출산 휴가 중이기도 했고

 

8권은 건너뛰거나 완간이 끝난 다음에 쓸 생각이다. 그야말로, 손이 안가는 책이기도 하다.

 

어쨌든 올해는 이 책의 10권에 해당하는 농업경제학은 하반기에 출간할 생각이다. 이 책 앞 권들은 한 번에 두 권씩 발간할 정도로, 나도 30대라서 힘이 좋았는데,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다. 눈도 잘 안 보이고, 그 때만큼 체력도 안 된다. 기분 같아서는 내친 김에 끝까지 한숨에 달리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다.

 

상황 봐서, 농업경제학을 올해 발간하는 정도

 

11권은 과학 경제학이다. 좀 길게 보고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이화여자대학교의 에코과학부의 연구원 등록을 하였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익숙한 이공계 사회로 다시

 

한국에 돌아온 후, 대학에서의 주요 활동은 원래도 공대 건물에서 했고, 나는 이공계 건물이 대학으로는 더 익숙하다.

 

어쨌든, 경제 대장정 시리즈는 기왕에 시작한 거니까, 마감을 지으려고 한다. 노무현, 이명박,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정책적으로는 비슷한 시기라서, 어느 정도 내용은 잡아놓았었다.

 

박근혜 시대는, 아직 도통 모르겠다. 실제로 어떻게 갈지, 좀 봐야할 것 같다.

 

그래서 상황도 보고, 전개과정도 보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시리즈 완성을 시키려고 한다.

 

5. 이재영 평전

 

운동권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한국의 운동권은 이재영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재영을 좋아하는 사람, 이재영을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이재영을 모르는 사람.

 

월요일날 이정희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재영이 암으로 죽지 않았다면 그와 밥을 먹지는 않았을텐데, 그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 참 묘하다문재인의 두 번째 광화문 유세, 그 날이 나의 친구 이재영이 장지로 떠나는 날이었다. 그의 공동 장례위원장 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내가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의 마지막 날에도 나는 같이 하지 못했다.

 

짧게 잡으면 20, 길게 보면 25, 인민노련 시절 이후로 오랫동안 우리들의 지도자였던 사람이 이재영이다.

 

그에 관한 평전을 쓰는 것은 의무감과는 좀 다른 일이다.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사람을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까? 그걸 책으로라도 남기고 싶다.

 

그렇다고 무지막지하게 기록물처럼 할 생각은 없다. 한 사나이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좀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심상정 처음 만났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는 이재영을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집에서 이재영과 노회찬이 마당에서 같이 삼겹살 구워먹던 순간도 떠오른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노회찬, 심상정, 모두 이재영과의 우정의 연장선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6. 기타 등등

 

5년은 길다. 나의 40대 초반은 명박과 함께 지나갔고, 그 뒤는 박근혜와 함께 지나간다.

 

기분 더럽다.

 

그렇다고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도모한다고 해서, 뭐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아기 아빠로, 아이 돌보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은 일을 내가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들이 아직은 많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둘째 아이를 낳으려고 아내와 이것저것 작전을 세우는 중이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것은 어차피 뻔하다.

 

그 사이사이에, 영화와 관련된 일을 좀 하게 될 것이다. 기회만 하게 될지, 아니면 제작자로 직접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게 될지, 아직 그것도 모른다. 영화에 대해서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연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간 무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을 가급적이면 편안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내가 이 시대, 아니 정확히는 박근혜 시대, 세상에 무슨 대단한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냥 나 서 있는 곳에서, 그냥 그렇게 서 있는 것. 만약 누군가 나중에 어느 인적 드문 외딴 바닷가에 서 있는 등대 같은 인간이었다고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큰 길을 내가 밝힐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길을 잃지 않도록, 한 쪽 구석을 지키고는 있으려고 한다.

 

대선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고양이들 돌보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대선은 졌고, 박근혜 시대는 너무나 급박하게 우리 곁으로 밀려왔다.

 

어쨌든 내가 할 일을 조금씩 정리해볼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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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세대, 새로운 책을 준비하며

 

150만원은 약간은 사연이 있는 숫자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을 혼자서 받는다고 가정하고, 이걸 월급으로 바꿔보면 대충 그 정도 돈이 나온다. 문재인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정규직 월급 수준의 절반도 대충 이 정도 규모이다. 그 정도 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 수렴이 있었다.

 

숫자가 하나 더 있었다. 88만원에 2배를 곱하면, 176만원이다. 문캠 쪽에서 만든 숫자 중에는 174만원도 있었다. 처음 150만원을 얘기를 했더니, 청년들이, “선생님, 기왕 쓰시는 김에 조그만 더 쓰시지요.” 그래서 초반에는 150만원과 176만원, 두 개의 숫자가 왔다갔다 했다.

 

국민연대 상임대표직을 수락하면서 조국 선생과 같이 문재인 후보를 좀 길게 보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150만원과 176만원, 두 개의 숫자를 모두 설명하면서, 150만원 쪽이 조금 더 현실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결국 150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오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의 기본월급제에 대해서 문캠의 모든 경제라인이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좀 복잡한 논쟁과정을 거쳐, 결국 이게 공약으로 채택되고, 이것과 기타, 묶여있던 몇 가지 공약들을 묶어서 청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조국 선생이다. 그의 엄청난 엄호가 아니었다면, 내 힘만으로는 그렇게 짧은 기간에 이걸 정리하고 공약으로 만드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위 거버넌스라고 부르는, 집행체계와 관련해서는 청년청과 같은 별도 부서를 만드는 방법과 기존 부처에 일을 나누어주되, 종합대책 같이 만드는 방식에 대한 얘기가 좀 있었다. 나는 청와대에 청년특보 같은 자리를 하나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편이 좀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이 건은 종합대책 형태로 가는 게 나아 보였다. 어차피 국회는 새누리당 세상이기 때문에, 정부 직제개편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아무 변화도 오지 않고 그냥 시간만 가는 결과가 생길 위험이 높다.

 

처음 국민연대 대표직을 맡으면서, 조국 선생하고 우리가 했던 다짐이 있었다. 12 19일까지, 즉 대선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대선이 지나면 지금의 권한을 전부 내려놓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그럴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내 건강이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대선까지도, 이미 무리해서 안 움직이는 몸을 억지로 끌고 온 것이다.

 

어쨌든 이제 뒤로 물러 앉아서, ‘88만원 세대의 후속편으로 ‘150만원 세대를 살살 쓰는, 그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현역 경제학자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런 건 이제는 도저히 못하겠고.

 

참 독특한 경험이다. 책에서 그려 보여준 세상과 실제 세상이 내 경우만큼 기기묘묘하게 겹쳐지는 저자도 거의 없을 듯싶다. ‘88만원 세대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난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조금이라도, 어쨌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쩌면 그런 내 꿈이, 혹은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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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전쟁과 이번 대선

 

대선 전 마지막 책으로 준비되던 게, 50대 보수에 관한 책이었고, 가제는 세대 전쟁이라고 붙여놓았었다. 약간 사연이 있는 책인데, 준비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책이다. ‘88만원 세대에서 유신세대라는 이름으로 50대를 분류했었는데, 그들이 요즘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그래서 조금 더 각을 50대 보수라는 시각으로 정리하는 책을 대선 전에 한 권 낼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었다.

 

일단 내 건강이, 수 년째 그렇지만 좋은 편이 아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몇 년간 계속 과로상태였고, 그 사이 나이도 먹었다. ‘88만원 세대처음 쓰고, 경제 대장정 시작할 때만 해도 나도 30대였지만, 이젠 40대 중반이다. 조금 지나면 50대를 생각해야 할 나이다. 이젠 정말 눈도 잘 안 보이고, 몸도 아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와 지내는 시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기에 모피아작업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에피소드 몇 개를 추가하고, 연애 라인을 강화하면서나는 무한대의 돈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정말로 무한대의 시간이 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작업들을 덜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뒤로 밀린 게 세대전쟁이 되었다.

 

게다가 아내가 이 작업에 반대했다. 내가 하는 일들에는 보통은 찬성을 보내는데, ‘세대 전쟁은 그렇게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잘 팔릴 것 같지도 않다고, 반대가 심했다. 물론 안 팔리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의미만 가지고도 아내는 찬성해주고 지지해주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반대가 좀 있었다. 어쨌든 육아를 뒤로 미루면서까지 써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 아니라는, 뭐 그런 의미로 이해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세대 전쟁이라는 양상을 보일 정도로, 세대간 분배에서는 많은 것이 걸린 그런 대선이 되었다.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극렬한데. 그런 조치나 공약들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분석은 기이하게도 거의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조치들이만 실제 효과가 큰 것들이 많다.

 

그리고 맨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 속도들이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걸 좀 차분하게 분석해보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시간도,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단순히 투표율과 표라는 눈보다는 세대 효과가 더 큰 선거가 될 것 같다. 오히려 그 이후에 생겨나는 결과들에 비하면, 투표에서 투표율로 나타나는 양상은 새 발의 피인 것이고.

 

이제는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한 느낌이 드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말,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정말로 패러다임이 변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두 개의 세계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이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 망하는 길인지는 안다. 적어도 청년들에게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다. 좀 더 차분하게 분석을 해보는 사람들이 한국에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

 

맘 먹고 하면 할 수 있을 능력을 충분히 갖춘 젊은 교수들도 정부 프로젝트 딴다고 정신 없고, 얼마 주지도 않는 기업체 강연 한다고 난리들이다. 정당 안에 소속된 사람들도 의외로 자기가 혼자서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 시다바리 한다고 정신들 없고.

 

어떻게 보면, 일반인 만큼이나 한국의 경제학자들도 다들 먹고 사느라고 바쁘다. 그러다 보니, 청년 문제나 이런 세대간 형평성 같이, 딱히 직접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연구들은 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냥 보면 보일 것 같지만그렇게는 안 보인다. 이렇게 맞춰보고 저렇게 조합해보고, 그렇게 해야 뭐가 조금 보일랑 말랑, 그렇다. 그냥 딱 보고 알 수 있다면 이론이라는 것이 왜 있고, 분석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겠는가.

 

하여간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난 늘 결핍이라는 조건 내에서, 그래도 무엇인가 찾아내려고 한 편이다. 현대에 있을 때에는, 정말로 기업 자료들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부 안에 있을 때에는, 복잡하게 따져보기 보다는 직접 전화통 들거나 찾아가서 바로 조사하는 그런 스타일을 더 좋아했다. 총리실에 있을 때 좋았던 것은, 어쨌든 저녁 해가 지기 전까지, 그것이 맞는 자료든 틀린 자료든, 내 자리 위에 해당 부처의 1차 자료가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는난 늘 결핍이라는 조건과 싸웠다. 자료는 늘 부족했고, 시간도 늘 없었다. 그리고 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없었다. 그냥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연구를 했었다. 그걸 밤을 새워서 시간 투입을 늘리고,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또 다른 물량 투입으로 커버하면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전쟁제목의 제목으로 최소한 책 한 권 분량의 읽을만한 분석거리로 세울 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한국은 아직 밀실에서 대충 정하고,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밀어붙이는 그런 정책이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지만

 

내가 20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런 분석들이 보여줄 부정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그래도 이번에는 투표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양심상,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말 못하고, 또 이미 시행하기로 한 황당한 것들을 다 세울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아예 투표도 안 한다면, 정말 대책 없는 결과가 벌어진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한구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것저것 잠시 검색해보고, 이한구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인가, 그 정도만 생각해보면 좋을 듯싶다.

 

50대 보수, 그 모든 것을 집결시킨 상징적 인간 한 사람을 고르자면, 이한구다. 그가 만들어낼 세상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은, 이한구가 누구인지 잠시 검색해서 이해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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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활동에 대한 지불 비용은?

 

경제 대장정시리즈는 지금 9권까지 나오고 표류 중이다. 인간적으로, 이거 너무 안 팔리는데, 조사비용 등 책당 제작비용은 상상초월로 높다. 딱 본전만 나와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내가 연구를 위해서 미리 쓴 돈과 인터뷰 비용을 도저히 뽑을 길이 없다. 물론 잘 쓰면 되는데잘 쓸 능력이 나에게 갑자기 생길 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장정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여놓고, 9권까지 하고 자빠졌다, 그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남은 게, 농업경제학,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 그리고 마지막권으로 언론의 경제학이 잡혀 있다아 놔, 세 개 다, 돈은 엄청 많이 들어갈 연구들인데, 역시 판매는 전혀 안될 주제들이다. 하여나도 모르겠다, 일단 자빠져버렸다.

 

9권인 문화로 먹고 살기의 실패가 아주 뼈아팠다. 하여간 내가 가진 돈은 다 갔다가 넣었는데, 책은 나중에 이것저것 상을 좀 받기는 했지만, 내가 넣은 돈을 회수하기에는 태부족.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문제 안 풀린다, 일단 세워놓았다. , 내가 쓴 책 중에, 가장 큰 적자를 만들어준 책이다. 물론 출판사에 적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건 출판사 사정이고, 나는 연구와 인터뷰에 일단 넣은 돈이 최소한 본전은 나와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래서 일단 여기에서 자빠졌다. 인간적으로, 도저히 더는 못하겠다, 그런 상황이다.

 

그냥 비용을 갖다 박는 건, 나꼽살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그냥 보람으로 참았다. 어차피 대선까지니까, 제한된 시기에 그 정도 출혈은 감수할 수 있다.

 

하여간, 무슨 일이 있어도 농업경제학까지는 하려고 한다. 그 정도는 보람으로 할 수 있다. 11권인 과학과 12권인 언론, 그건 잘 모르겠다. 들여야 할 시간과 돈, 솔직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도 이제 마흔 중반이다. 1권인 ‘88만원 세대준비할 때만 해도, 나는 아직 30대 후반이었고, 청춘의 힘 같은 게 남아있을 때였다. 지금은 그렇게 힘만으로 밀어붙이면서 출혈을 감내하기에, 나는 이제 나이를 먹었다. 안타깝지만, 그럴 힘이 안 나온다.

 

하여간 그런 상황에서… 12권의 맨 마지막 질문 중의 하나가, 인터넷 신문 기사에 대한 willingness-to-pay, 지불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몇 년 전에 싱가포르에서 했던 연구로는, 0원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신문기사에 10원도 자발적으로는 지불할 생각이 없다, 최소한 싱가포르에서는그게 그 얘기이다.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조만간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신문기사를 읽는데 돈을 내라, 그러면 미쳤어? 그런 상황에 갈 것이다. 아직은 좋은 기사에는 좀 돈을 내고, 그렇지 않은 기사에는 안 내고, 그 정도이지만, 몇 년 지나면 미쳤어, 인터넷 보는데 돈을 내게전세계적으로 그럴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종편이라고 불리는 TV를 아예 시청하지 않는 것이 의로운 일이 되었다. , 피차 불행한 일이다.

 

, 그거야 그렇다치고, 몇 년 지나면, 결국은 한겨레나 경향 아니면 그 뭐라도, 독특한 관계망을 형성하지 않은 언론의 기사 외에는 아무 돈도 내지 않겠다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빈 공백을 광고가 매우고, 언론사들의 토건 사업으로 메웠는데

 

이제 조만간 토건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광고? 사람들이 돈이 없는데, 광고를 하거나 말거나, 그런 순간이 올 것 같다.

 

우린 지금까지, 조중동 망하면 좋다,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기자들의 기사에 대해서 지불비용이 0원인 상황, 그건 잘 생각해보면 근대를 형성한 한 축이 붕괴되는 것과 같다.

 

프랑스 혁명 이후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같고, 결국에는 신문이 왕권신수설, 왕은 곧 신이라는 그 독특한 한 시대를 붕괴시킨 힘이다. 편하게 얘기하면, 기자들은 누가 먹여살려주나, 그런 궁극의 질문과 부딪히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기자 혹은 평생 기자로 살아간 사람들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 질문 앞에 부딪히게 된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필요한데, 개별적으로 그것에 대해서 지불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시민이 하면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건 보완적 의미이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론은, 다른 언론이 있을 때, 대안적인 의미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른 게 다 없어지고, 혹시 남은 것은 대기업이 그냥 자기 홍보 창구로서만 남은 언론만 남는다면?

 

그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내가 해보고 싶었던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 얘기를 다룰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꼭 그 얘기를 해보라고 해준 사람은, 아직까지는 수 년 전의 강준만 선생 한 분 밖에는 없다.

 

편하게 얘기하면, 기자들은 누가 먹여 살려주나? 이 질문은, 생각보다 깊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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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삼부작 그리고 바보 삼촌

 

얘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만드는 것과는 상관없이, 일단은 우스꽝스럽든 기괴하든, 얘기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들이 그렇지만, 영화사에 소위 디벨로퍼 혹은 기획자라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 만드는 것을 기질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명박 시대 5년을 지내면서, 다른 사람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심정을 느꼈었다. 부당한 것이나 정의롭지 않은 것까지는 참을 수 있을 듯 싶은데, 꼬질꼬질한 것은 정말로 참기 어려웠다. 말도 안 되는 걸 말이라고 하고, 그게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믿으라고 하는데

 

힘으로 밀어붙이고, 알아서 기거나, 아니면 그냥 뒤지던지. 이런 식으로 국가를 운용하고, 꼬질꼬질한 일방주의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참고 버텨야 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게 참아지냐고?

 

공무원 3부작에 대한 구상이 시작된 것은, 그렇게 명박 시대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던 순간이었다. 명박이 나빠요 하는 공무원들, 내가 보기에는 니가 더 나빠… ‘모피아얘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얘기를 시작하는 순서가 있을텐데, 위험도의 순으로, 모피아, 교육마피아, 토건족, 이렇게 우리 시대의 3대 문제적 집단을 잡고, 하나씩 얘기를 채워나기로 생각한 게 작년 가을의 일이다. 나꼽살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인데, 방송은 일단 론칭을 성공했지만, 이것만으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아주 끈적끈적한 곳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모피아작업은 이번에 끝이 나서 출간을 했는데, 두 번째 작업과 세 번째 작업은 아직 톤이나 프레임 같은 것도 못 정했을 뿐더러, 순서도 못 정했다. 일단 영화로 생각해본다면, ‘토건족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영화다. 4대강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고, 새만금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고아직 테마도 못 정했지만, 아파트 공사현장 작은 거 하나 가지고 꼬질꼬질하게 뒷돈 먹는 방식 정도를 그려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 시대의 대표적 토건 사업인 4대강이나 새만금 같은 얘기를 다루어보고 싶은데이 정도 되면 한 번 나왔다 마는 장면이 아니라서 CG로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생긴다. 어쨌든 셋트가 필요한데, 새만금을 셋트로 구연한다, 이거 난감한 일이다. 물결, 물살, 이런 게 CG로 만들 때에 가장 난감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거대한 갤럭시나 은하계 같은 거 보여주는 장면도 아니니, 딱 눈을 끌 수 있게 만들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효과는 불투명한데, 일단 돈의 규모는 너무 커지는, 그런 게 토건족 얘기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딜레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넘어설 방법이? 일단 잘 모르겠다, 그렇게 뒤로 미루어놓은 게 토건족 얘기이다.

 

이에 비하면 교육은, 훨씬 작은 스케일로 밀도감 있는 얘기를 만들 수 있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다루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순서상으로는, 교육 마피아 얘기를 모피아 다음 얘기로 하고 싶은데모든 사람이 여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출판사에서는, 토건족 쪽이 더 관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의견이 왔다. 아직은 뭔가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교육 얘기는, 지금 준비 중인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고양이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이걸 순수 동물 버전으로 가는 방법이 하나 있고, 교육 버전으로 가는 또 다른 버전이 있다. 이것도 아직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모색 중이다.

 

어쨌든 내가 바보삼촌을 워낙 좋아하니까, 녀석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골룸과 스미골이 하나의 얼굴 안에 있었다. 녀석은, 태생이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이게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해본다그 정도 마음이다. 어쨌든 동화는 논리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거그 정도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꾸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판매나 그런 걸 생각해보면, 아이나 어른이 다 볼 수 있는 얘기 같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진짜로 이해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88만원 세대때에도,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그런 마음으로 처음 접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뷰와 조사 과정이 그런 전제 하에서 진행되었었다.

 

아이들에게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보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그런 걸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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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삼촌으로 얘기 만들기

 

 

  

 

얘기를 만들 때에, 막상 작업을 해보면 전체적인 플롯 같은 것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 , 이거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지금까지 내가 만든 개릭터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는, 이번에 공개되는 김수진이라는 여인이다. 그녀의 힘으로 한 번에 소설책 출간까지 갔을 뿐더러, 갑자기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검토를 해달라는 부탁이 오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어쨌든 내가 만든 여성 캐릭터들은 독특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는,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내가 이름 붙이고 만들어낸 캐릭터 중에서 가장 정감이 가는 건, 역시 바보 삼촌이다. 벌써 2년째 같이 사는 고양이이다. 이번에 두 번째 겨울을 같이 나려고 하는 중이기는 한데, 사실 무사히 이사를 가서, 거기에 정착할 수 있을지도 아직 보장은 없다.

 

작년 장마 때 3마리 고양이가 태어나서 우리 집 마루 앞에서 울면서 장마를 보냈었다. 그 중의 한 마리가 살아남아서 겨울을 보냈고, 지금도 내 주변에 있다. 그 녀석이 바보 삼촌이다.

 

이 바보삼촌을 가지고 몇 가지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고, 가장 정감있게 느끼는 존재니까

 

그냥 있는 대로, 엄마 고양이와 아빠 고양이, 그리고 누렁이 등 지난 2년 간을 같이 보낸 고양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티격태격, 좌충우돌, 그 얘기 그대로의 한 버전이 있다. 아빠 고양이가 올봄에 사라진 후, 새로 생긴 엄마의 애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한바탕을 한 가운데에 집어넣는, 그야말로 휴먼 트라마 형식의 동화책에 대한 구상이 하나 있다.

 

아내를 비롯한, 내 주변의 여인들이 강력하게 미는 스토리가 이 스토리이다. 리얼 스토리라서 가슴 찡한 건 있는데, 얘기가 좀 짧다. 장편으로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에피소드가 부족하다. 길게 끌지 말고, 유아용 동화책 한 권 정도 분량으로 생각하면요게 딱이다.

 

좀 더 긴 버전으로 생각해본 것도 있다. 이건 약간 전위적인 고양이 학교에 대한 얘기. 부모 말 잘 안들으면 바보 삼촌이 잡아가서, 고양이 학교에 끌려가게 된다그런데 그 고양이 학교에서, 진짜 고양이들이 인간적인 교육을 시키다보니, 아이들이 고양이 학교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여기서 좀 더 공포 버전으로 나가는 길이 하나 있고, 바보 삼촌이 결국에는 무사히 돌려다준다는 버전이 하나 있고.

 

어느 쪽 선을 탈지 고민인데, 대체적으로 내 주변에서는 다 해보라는욕 나오지. 니가 해봐라. 드라마 하나 짤 때마다, 얼마나 골 패는 일인데.

 

하여간 어떻게 갈지는 아직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만, 바보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 얘기들을 조금씩 구상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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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구상부터 생각하면 거의 1년만에 작업이 끝이 났다.

 

오늘 오후에 마지막 교정지 출판사에 보내고, 이제는 진짜로 손을 떠나갔다.

 

제목이 끝까지 문제였는데, 결국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으로 확정이 났다. 정말로 맨 처음 시작할 때에는 론스타 포였고, 시나리오 버전의 첫 제목이 모피아, 그리고 소설 버전의 첫 제목은 경제 쿠데타였다. 그 동안 내용도 많이 바뀌고, 버전도 10개 넘는 버전들이 생겨났는데, 하여간 이게 최종 제목이 되었다.

 

분량 조정이 좀 힘들었는데, 어쨌든 340페이지에 떨어뜨렸다. 에피소드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지문들을 엄청 덜어냈다. 공들여서 만든 지문들도 많은데, 어차피 이 책에서 국제 경제에 대한 얘기들도 전부 다루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홀가분하다.

 

다음 작업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책부터 만들면서, 좀 쉬엄쉬엄.

 

호모 콰트로라고 일단 제목을 잡아놓은 SF가 하나 있는데, 이건 당장 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다. 기본적인 설정은 어느 정도는 된 상태인데, 아내가 반대가 심하다. 얘기는 재밌는데, 한국에서 SF, 아직은 너무 멀다고, 2년쯤 지난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습작 삼아서 써보고 싶은 얘기로 제일 먼저 앞에 있는 건, ‘카프카의 변신을 내 스타일로 다시 써보는 것. 실험적인 시도이기는 한데, 이건 일단 반응이 괜찮다. 200페이지 넘어가지 않는, 좀 가벼운 방식으로 2010년대의 한국에서의 30대의 갈등과 고난, 그런 얘기를 좀 해볼까 싶다. 이건 아직 출판사를 못 정했다. 언제 쓸지도 아직 일정을 못 잡고 있다. 당분간은 그냥 계속 구상 중.

 

모피아는 원래는 3부작으로 구성을 했는데, 이번에 나간 게 1부인 셈이다. 교육 마피아와 토건족, 이렇게 2개의 얘기가 더 있다. 영화 쪽 피플들은 교육 얘기를 먼저 하는 게 낫다는 거고, 출판사에서는 모피아 후속 얘기로 토건족을 먼저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런 입장인 것 같다.

 

일단 나는 교육 쪽에 더 마음이 가 있다. 모피아의 딸과 아버지를 그냥 투입시켜서, 국제중학교 문제 같은 것을 바로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부에서는? 아직 모르겠다. 그게 마음 속에 정리가 되면, 바로 작업을 시작해도 되겠지만, 아직은 덜 정리되어 있다.

 

하여간 월요일날 모피아는 인쇄소로 넘어간다는 것 같고, 나는 당분간 수영장 다니면서 몸 좀 추스리고, 좀 쉴 생각이다. 소설 작업하고 나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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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보던 일들

 

2주 후면 소설책이 나오는데, 아직 제목을 못 정했다. 시나리오 버전은 모피아로 시작을 했었는데, 소설 버전은 경제 쿠데타로 시작했다. 거의 마지막 단계인데, 아직까지도 딱 이거다 싶은 제목이 잘 안 잡혀서 고심 중이다. 내용과 연결해서 딱 이거다 싶은 제목이 떠오른 건, ‘해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듯 싶어

 

며칠 사이로 기똥찬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소설 모피아정도의 제목으로 갈 것 같다. 이 제목은 대장금의 작가인 김영현 선배가 제안한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 반응들이 좀 그랬는데,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서 제일 끝까지 버틴 제목안이기도 하다.

 

요즘 검토를 하는 작업이 몇 개가 있다. 김보람 작가의 미래도둑의 각색이 최근에 부탁 받은 일인데, ‘생태요괴전을 쓸 정도로 요괴 종류의 얘기를 내가 워낙 좋아하다보니. 어쨌든 이렇게 시작한 일인데, 30억 미만의 저예산 B급 영화로 SF 영화 기획을 준비 중이다. 몇 주 작업을 좀 했는데, 얼추 베이식 디자인은 어느 정도 했다. 당장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을 거지만, 어쨌든 몇 달 안에 정리는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데이브레이커스비슷한 영화를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구상으로는 SF에 훨씬 가깝게 가져갈 듯싶다.

 

처음으로 기획에 참여한 영화는 아마 최종 제목이 결국에는 킬러들의 사생활로 가게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내가 전체를 구상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게 영화가 될 수 있는 하는 약간의 터닝이 내가 만든 부분이다. 어쨌든 영화 크레딧에 기획으로 내 이름이 올라갈 첫 번째 영화이다.

 

요즘 준비하는 영화들은 시나리오 작가였던 조철현을 감독으로 데뷔시키기 위한 작업들이다. 한 두편 해보고, 내년부터는 나도 좀 적극적으로 젊은 감독들을 발굴하는 일들을 더 해보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20대 영화 감독을 발굴하는 그런 일들이,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람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올 겨울에 할 메인 작업은 동화책을 만드는 일이다. 내년 1~2월에 작업을 하기로 했는데, 이건 정말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요즘 파트너로 일하는 화가가 김선정씨이다. 마리 이야기팀의 화가들과는 정말로 인연이 오랫동안 간다. 동화나 그림책은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몇 달째 이래저래 고민 중이기는 한데, 일단 고양이 얘기로 한다는 것과 바보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정도이다.

 

얘기 버전은 몇 가지가 있기는 한데, 한 권으로 할지, 시리즈의 여러 권으로 할지, 나도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는 못했다. 일단 조금씩 해보고 익숙해지면 2시간 정도로 할 수 있는 장편 구상을 해보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에니메이션은 직접 감독을 할 생각도 있다. 아무래도 그 편이 펀딩에 유리하다는 거 같다. , 그림을 전혀 못 그린다는 치명적인 핸디캡이 있지만, 파트너로 일하는 화가들 그림이 워낙 좋아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해도, 그림의 느낌을 볼 줄은 안다.

 

전체적으로 내가 그리는 세계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워낙 그런 식으로 생각을 오랫동안 했고, 예전에 소설 습작하던 시절에도 그런 얘기가 좋았었다. 내 얘기 중 하나를 원작으로 에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한 달 전에 온 게 있었는데, 이건 아직 대답을 안 했다. 아니, 못 했다는 게 맞을 거다. 원래의 얘기와 그림 풍 그리고 표현의 방식 같은 게, 원작자로서 아직 딱 매칭이 되지 않아서. 일단 판단 유보.

 

하여간 대부분의 일정은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중인데, 아직까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에세이집이다. ‘1인분 인생다음 에세이는 포토 에세이로 한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양식의 문제에서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포토 에세이가 이게 완전 노가다 작업이다. 나도 힘들고 출판사도 힘들고, 그야말로 완전 패대기 작업인데, 포토 에세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죽은 양식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게 하는 일은 안 한다는 게 내 기본 원칙이기는 한데, 잘못하면 손해를 끼칠지도 몰라서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해놓은 작업이 있고, 나중에 한다고 미루어놓은 것들을 정리하면 되는 일이기는 한데

 

영화나 에니메이션은 워낙 작업을 오래 하기도 했고, 또 익숙한 양식이라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이 드는 게 있다. 그렇지만 포토 에세이라는 게, 나한테도 생경한 분야라서 아직 잘 감이 오지는 않는다. 원래 포토 에세이 작업이 시작된 건, 경제 대장정 시리즈 8권의 탈핵 문제를 토포 에세이 형태로 만들어보자는 데에서 시작한 거였다. 아직도 뒤로 미루어두고 있는 게,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 그리고 이제 아기 키우는 상황에서 사진 찍는다고 지방으로 돌아다닐 일정을 도저히 뽑아낼 수가 없다.

 

하여간 요즘은 이런 거 고민 중이다. 사회과학 책들 아직 못 낸 건 어떻게 할지, 그것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루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이 노무현 시대에 이건 문제다, 그렇게 시작된 거고, 이명박 시대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형성된 것들이다. 어떤 정부가 될지, 하여간 바뀐 정부에서 인수위 형성되는 거 보고, 첫 번째 장관들 인선하는 거 보면 어느 정도는 명확해질 것 같다.

 

노무현 초기에 인수위 구성되는 거 보고, 첫 장관 인선되는 거 보고, 그야말로 대충 눈치 깠다. 명박네 인수위와 첫 장관 인선 보면서 어느 정도는 눈치는 깠는데,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흘러나오는 소문과는 달리 정운천이 갑자기 큰 턴을 하면서 장관되는 거 보고 대충 농업은 어떻게 갈지, 결정적으로 감을 잡았다 싶었는데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정도 눈치로는 택도 없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어쨌든 나머지 책들은 내년 3월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고, 그 때까지는 영화 작업과 동화 작업 열심히 할 생각이다. 사람 사는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경제학자로서 쓰는 사회과학 책의 마지막 책이 이번에 나온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 2부는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내가 이 사회에 남기고 싶은 얘기의 대강은 정리했다. 그 책 에필로그를 쓰면서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났었다. , 그렇게 특별히 눈물이 많이 날만한 얘기도 아니었지만, 어쩌면 이게 경제학자로서 쓰는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벌써 11월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몇 년치 출간일정이 미리 결정되어 있고, 그렇게 많은 것들이 미리 예정되어 있는 삶을 살았다. 이제는 큰 거 몇 가지만 대충 정해놓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으로 바꾸는 중이다. 세상에 큰 일 작은 일, 그런 건 없다.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이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일상성 속에 우주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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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씨와는 촛불집회 때 만났다. 비슷한 동네에 사는 화가들과 촛불 집회에 나갔었는데, 그 때 같이 갔던 분 중의 한 명이다. 그리고 우리가 길게 여행을 가야 할 때 야옹구를 맡아주는 캣맘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아는 걸로는 에니메이션 <마리 이야기>팀이었고. 마리 이야기에서는 꽤 여러 사람이 결국 식구처럼 지내는 관계가 되었다. 이상하게 인연이 그렇게 되어서.

 

어쨌든 이번 시민의 경제에 김선정씨 그림이 처음 들어갔다. 이번에는 이미 시작된 기획이라서 나중에 참가하게 되었고, 원고가 좀 늦어진 신신좌파는 처음부터 공저로 작업을 하는 중이다. 하여간 그림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인데, 재밌기는 하다. 나도 그림을 보면서 다시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고

 

사회과학에 그림을 넣으면서 톤을 다채롭게 하는 시도는 일단 재밌다.

 

김선정씨와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은 동화책을 만드는 일이다. 대선 끝나면 이젠 현역 경제학자로 살지는 않을 거라서, 별로 특별히 정해놓은 일은 없고.

 

아내가 출산 휴가 끝나고 돌아가면, 당분간 육아는 내가 맡아야 한다. 어차피 노는 거, 아기가 볼 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아기 옆에 재워놓고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일들이다. 올해 기획한 영화는 캐스팅 완료되면 촬영에 들어가기는 할텐데, 내가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는 건 아니고. 기획해보고 싶은 영화가 아직 확 땡기는 건 없다. 올해 할 일은 이미 다 했고, 내년에는 상황 봐 가면서.

 

에니메이션 기획에 대한 요구가 좀 있기는 한데, 아직 이거다 싶게 딱 느낌이 온 건 없고. 에니메이션은 좀 천천히

 

어쨌든 손발이 잘 맞는 화가와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나도 즐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감각의 여성톤을 보면서 내가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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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삼부작, 교육 얘기

 

연초에 셋트로 된 세 편의 이야기의 구상을 시작했었다. 모피아, 교육 마피아 그리고 토건족, 이걸 순차적으로 얘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영화도 생각해보고, 드라마도 생각해봤었는데, 결국 최종 형식으로는 소설로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얘기는 얼마 전에 끝이 났고, 출판사로 넘어갔다. 아직은 조금 더 손을 보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강의 일은 끝났다. 제목은 확정을 못 지었는데, ‘소설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정도가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얘기의 크기상, 교육 얘기를 먼저 하라는 얘기들이 많았었는데, 소재의 시급함 때문에 모피아 얘기가 먼저 나가게 되었다.

 

토건족 얘기는 아직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소재야 있겠지만, 드라마로 만들 선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은 없다. 2편 교육 모피아에서는 1편에 나왔던 주인공들을 그대로 투입할 생각이 좀 있다. 모피아와의 싸움을 벌였던 딸과 주인공을 그대로 교육 현장에 투입시키면서, 곽노현이 어떻게 감옥에 가게 되었고뭐 그런 얘기를 관통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려고 조금씩 생각해보는 중이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번 기회를 맞아서, 나도 수능문제를 직접 풀어보려고 한다. 도대체 이게 사교육까지 받으면서 외워야 하는 건지,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직접 풀어보면 뭔가 느낌이 올 것 같다.

 

어차피 대선 때까지 별 할 일도 없고, 끝나도 별 할 일도 없어서, 수능시험 10년치 놓고 풀다 보면 뭐가 문제인지 좀 잡힐 것 같다.

 

나도 학력고사 세대라서 아직까지도 수능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다. 정말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프랑스 바깔로레아 문제는 직접 풀어본 적이 있다. 경제과목은 껌값이었는데, 철학 문제는 진짜 어려웠다. 아니 문제가 어렵다기 보다는, 철학 문제라는 아우라가 주던 게, 간단히 답을 쓰면 안 된다는 그런 부담으로 왔는지도 모른다.

 

교육 문제라

 

이건 나에게는 칠순도 훨씬 넘은 우리 부모와의 오래된 싸움을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 묵은 상처를 꺼내서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70대들이 생각하는 사회에 대한 이상과 접점을 찾아보려는 시도와 같기도 하고.

 

아버지는 서울 사범을 나왔다. 아버지의 친구들은 대부분 사범학교 출신들이다. 어려서부터 지겹게 본 사람들이 바로 그 양반들이다.

 

어머니는 이화여고를 나오셨고, 집안이 가난해져서 당시 2년제였던 서울교대에 1회로 들어갔다. 어머님의 친구들은 이화여고 출신 아니면 서울교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교육을 장악했던 이 1세대 인간들의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우리 집안에 처음 등장한 좌파이고, 현재로서는 마지막 좌파이다. 어느 집안이나 돌아보면 부모 말 안 듣고 데모에 나선 삼촌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인데, 우리 집에는 그런 것도 없다.

 

검사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고등학교 때인가, 자기 삼촌이 4.19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신은 학생운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실제로 대학 가서 운동은 안 했지만, 우정은 계속 되었고학생운동에 대해서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쨌든 2편은 코미디로 갈지, 아니면 스릴러 구조 같은 걸로 갈지, 아직 그런 걸 정하지는 않았다. 1편의 주인공들을 투입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정도, 그리고 곽노현 사건은 중심이든 아니든, 꼭 집어넣겠다는 생각.

 

곽노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감동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세 명이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정말로 밥 먹는 얘기 말고는 다른 얘기는 안 하고 헤어졌다.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다.

 

교육부와 일을 같이 했던 적이 있었다. 7차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된 회의에 참가했었고, 시범학교를 만드는 일 할 때, 기후변화협약 특성화 대학원 만들 때

 

좋은 기억도 있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아예 이 얘기를 조선시대 버전으로 해보는 게 어떠냐는 주문도 있다. 시대는 정조 시대, 과거를 둘러싼 협작질이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완전히 붕괴된 시기에 관한 얘기.

 

여기에 과거제도를 혐오하였던 박지원을 등장시켜서, 조선 시대 버전으로 지금의 얘기를 해보라는 주문이 또 한 종류가 있다.

 

, 아직은 첫 번째 얘기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중이라서 이것저것 열어놓고 생각해보는 중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행정고시 준비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은 20대 초반, 박사 코스웍의 마지막 시험을 보면서 끝났다. 그 다음에는 시험은 없고, 면접만 있었다.

 

민간기업이나 정부에서 하는 면접에서는 거의 붙었다. 대학에서 하는 면접은, 100% 떨어졌다. 대학 총장들은 나를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좀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아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총장 면접 보는 일은 안 하기로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가 해준, 자기보다 공부를 더 잘 하는 어느 친구의 얘기

 

대통령도 시험 봐서 뽑으면 자신은 대통령도 할 거라는, 객관식으로만 문제가 나온다면.

 

톰 클랜시는 우파 중에서 우파, 정말로 극우파 버전의 소설가이다. 아주 재밌는 인간이다. 자기 집 마당에 2차 대전에 썼던 탱크를 가져다 놓을 정도로, 극우파 쇼비니즘의 극한에 가 있는 사람이다. 한국 보수들도 톰 클랜시 수준으로 확 가버리면 그건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평가가 많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난 톰 클랜시가 만들어내는 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민주당 계열의 헐리우드 감독들이 만들어낸 얘기들을 정말 좋아했다.

 

나중에 ‘fta 한 스푼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이 작업용으로 달고 있던 제목이 모든 공포의 총합이었다. Sum of all fears… 여기에서 드디어 우리의 닥터 라이언이 CIA 국장이 된다. 나중에 라이언 박사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얘기까지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이 최종판은 아직 못 읽어봤다. 어쨌든 레드 옥터버에서 CIA 분석관으로 처음 등장한 닥터 라이언이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얘기는 ‘Immediate danger’, 이 얘기를 정말 좋아했다.

 

어쨌든 하다 보니, 나도 톰 클랜시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한 것 같다. 이번에 작업을 해보면서 그걸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미친 교육이다. 누구 때문일까, 그런 얘기 할 필요 없다.

 

보수들은 전교조 때문에 교육 망쳤다고 하고, 진보에서는 오래된 늙은이들이 교육계의 힘이 너무 강하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 남 탓이라고 하는 동안에 망가진 청춘이 5톤트럭으로 수백리를 달린다. 그런 얘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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