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 삶이 막막하던 나와 내 동료들은 이 근처에서 매일 만났었다...)



2013년 이후로 따로 출간 계획을 잡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았다. 그만큼 정신도 없었다.


 


요즘은 하는 일도 없고, 딱히 계획된 일도 없다. 그리고 계획을 잡을 예정도 없다. 그래서 내년에 나올 책이나 미리 잠깐 정리해보기로 한다.


 


<국가의 사기>는 출간 일정은 1월인데, 이건 이미 대부분의 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편집 작업 중이라, 사실상 올해 작업 분이다.


 


1. 경차가 멋진 나이


 


50대 에세이는 요즘 한참 쓰는 중이다. 2년 전부터 구상을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50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약간 특색이 있는 것은, 내 책 중에서 처음으로 내 친구들에게 하는 얘기들이다. 징헌 80년대를 보냈던, 그 시절의 친구들에게.


 


2. 발전 소설


 


발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얘기다. 6년 전 <모피아> 준비할 때 같이 했던 그 팀들과 아직도 작업 중이다. 2년 전 여름에 첫 구상을 시작했는데, 다른 책들에 밀려서 아직도 본격적으로 쓰지는 못했다. 내년 6월이 목표다.


 


40대 여성 세 명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내 주변에 각양각색의 아줌마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 아줌마들이 맹활약해서 세상 구하는 얘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홍대에서 목동까지, 여기가 주요 배경이고, 인천과 태안 그리고 제주도가 큰 축으로 등장한다.


 


3. 농업 경제학


 


원래는 이 자리에 에너지 경제학이 있었는데, 시점도 좀 아닌 것 같고, 내용도 아직은 충분치 않아서 고민하다가, 결국 농업 경제학으로 자리를 바꿨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로 시작해서 경제 대장정 12권짜리 책을 구상한 적이 있었다. 9권까지 나갔는데, 그 후에 MB 시절, 나도 사는 게 너무 힘들어져서 잠시 내려놓았다. 1권이 <88만원 세대>였다. <괴물의 탄생> 4권이었고.


 


이 시리즈를 완간할 생각은 없다. 11권인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에 넣을려고 했던 핵심 내용들은 <국가의 사기>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12권인 <언론의 경제학>, 쓸 마음이 없어졌다.


 


얼마 전, 언론과의 관계가 여전히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언론이나 방송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길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다. 가끔은 교차하기는 하지만, 같은 길은 아니다. 학자의 길과 방송인의 길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언론의 경제학'은 쓰고 싶지 않아졌다. 중요한 얘기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별로 그걸 연구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농업경제학이 사실상, 경제대장정 시리즈를 마감하는 책이 될 것이다. 2003년 즈음, 처음 농업경제학 공부하기 시작할 때, 주변에서 말리던 것이 기억이 난다.


 


전농과도 다르고, 농협과도 다르며, 생협과도 또 결이 다른 내 스타일의 농업 이론이 생겼다. 팔 자신은 없지만, 재밌게 쓸 자신은 있다.


 


내년 10월 발간이 목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다음 해에는? 아직은 잘 모른다. 그건 내년 이맘 때 다시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에세이집 한 권, 경제학 책 한 권, 그렇게 매년 낼 수 있을까? 생각은 그런데, 여력이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는 대로 사는 게, 제일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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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초고를 끝내고


 

(이 블로그가, mb 촛불집회 때 공식적으로 깃발 들고 참여했던 블로그였다...)



1.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보면, 이 순간이 뼈저리게 그리워질 정도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네 살, 여섯 살, 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에 진짜로 중요한 것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도, 좀 안정이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번 돈과 쓴 돈이 딱 똔똔이었던 것 같다. 쓰는 건 고정적으로 썼는데, 번 돈이 딱 거기 맞았다. 애들 병원비가 많이 나갔고, 이래저래 애들 쓰는 돈은 고정적으로 나간다. 아마 6월이었나? 진짜 몇 년만에 처음으로 흑자가 되었다. 원래 나는 2년 생활비 밑으로 현금이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와 함께, 한동안 가진 돈을 쓰면서 버티기도 했다. 줄기만 하던 잔고가, 몇 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몇 달 안되었는데, 이래저래 들어올 돈들 생각하면 내년 생활비까지는 되는 것 같다.

 

좀 이상한 일이지만, 원래 나는 집에 가만히 있을 때가 소득이 제일 높다. 아무도 안 만나고 있으면 쓰는 돈이 없고, 가만히 있을 때 돈 버는 일이 가장 많이 생기니까, 가만히 처박혀 있는 게 제일 돈 잘 버는 길이기는 하다.

 

둘째 아픈 것은 이제는 좀 안정기가 들어갔고, 요즘 몸무게도 부쩍 늘고, 키도 좀 자랐다. 큰 애가 가을 내내 감기를 달고 있기는 했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애들 데리고 산책 다니고, 같이 운동하는 시간도 좀 더 늘렸다.

 

이렇게 살아가는 와중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행복은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행복은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저녁에 간만에 불고기를 만들었다. 애들 둘이 정말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었다. 아내도 밥 비벼서 간만에 한 공기 넘게 먹었다. 나도 두 공기 먹었다. 이런 게 행복이다.

 

오늘은 <국가의 사기> 초고를 끝낸 날이다.

 

2.

<국가의 사기>에 대한 생각을 시작한 것은, 정확히는 작년 총선 다음날이다. 그날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사기꾼 얘기는 몇 번 같이 나눈 적이 있었는데, 하여간 뭔가 한 번 준비를 해보기로 얘기를 했다. 그 때 그는 <군함도> 크랭크인 준비 막 시작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원래는 너무 분석 분량도 많고, 줄기 세우는 것도 까다로울 일이라서, 안하고 싶었다. 아이들 보면서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쯤에는, 마음 속으로 포기하고 있었다.

 

동료들이 이건 꼭 좀 했으면 좋겠다고, 몇 날 며칠을 날 볼 때마다 물고 늘어졌다. 아내도 이건 좀 하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들이, 간곡하게 부탁을

 

책 준비하는 데,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매달려서 이건 좀 해야 한다고 그런 적은 없었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그 와중에,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3.

내가 아는 얘기는, 진짜로 탈탈 털어 넣었다. 처음 시작할 때 나하고 했던 다짐이, '하나마나한 소리'는 절대 안 한다

 

하나하나가 키우면 별도로 책 하나가 될만한 아이템들을 절 하나에 쑤셔 넣었다. 그게 이 몇 페이지에 들어갈까 싶은 것을, 줄이고 줄여서 쑤셔넣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 중량이 적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히 날렸다. 새만금에 앞으로 들어갈 돈이 대략 20조원쯤 되는데, 그 정도면 미니 아이템이다. 털어내버렸다.

 

앞 부분에 들어가 있던 이론적 얘기들도, 나중에는 다 들어냈다. 아담 스미스의 자연이자율 얘기는 이번에는 꼭 하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다 들어냈다. 다루어야 할 소재들을 위해서 분량 확보를 하느라고. 중간에 1/3 정도를 덜어내고, 비중 있는 것들을 꽉꽉.

 

키우면 책이 하나 될만한 아이템들도 절도 아니라 그냥 브리지 신으로 태워버렸다. 진짜, 주머니에 들고 있던 아이템들을 얘기를 강화시키는 부연설명 정도의 브리지로, 다 태웠다. 태우고, 또 태웠다.

 

4.

원고를 쓰는 과정에 내 생각이 바뀌었다.

 

언론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었는데, 불가근 불가원. 방송도 불가근 불가원.

 

나는 학자의 길을 간다. 내 길과 언론의 길은 다르다. 가끔 교차하며 만날 뿐이다.

 

방송 제안도 약간은 있고, 고정 제안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게 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 쓰던 칼럼들도, 이래저래 정리했다.

 

나는 만드는 사람이다. 소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해도 된다.

 

책은 이슈를 만드는 매체 중에서, 가장 숨이 긴 매체다. 신문 기획기사, 몇 달 준비하면 정말 길게 하는 것이다. 방송사 다큐도 2~3달 정도, 특집 방송이라고 해도 6개월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은, 1년이면 정말 짧은 거다. 짧으면 1, 보통은 2~3년 후에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얘기를 그 때 만드는 일이다. 어지간히 숨 길게 쉬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게 내 길이다.

 

중간에 사외이사 얘기도 몇 번 있었는데, 그런 것도 다 고사했다. 이제는, 내 길이 아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꼬질꼬질하게,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면서 굽신굽신 거릴 이유가 없다. 만드는 일이 내 일이다.

 

그리고 아주 마음이 편해졌다. 걱정도 없어졌다. 근심이 사라진 순간, 어쩌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5.

초고를 끝내고 나니, 지난 몇 달간이 너무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이 끝나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지? 모르겠다. 그 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다.

 

큰 산을 정말 몇 번을 넘었는데, 그런 분석 과정이 즐거웠다. 내가 왜 태어났고, 왜 공부를 했고,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내가 나에게 납득이 되었다. 그게 즐거움이다.

 

지금 계약상으로 남아있는 게 두 권, 어지간하면 내년 여름이 오기 전에 다 끝난다. 그 뒤에는 리스트가 없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 열 권 정도 리스트가 있었다. 어느덧 다 소화하고, 이제는 남은 리스트가 없다. 그리고 그걸 억지로 늘리거나 채우고 싶지도 않다. 순리대로 가는 게 제일이다. 뭔가 생기면 쓰고, 아니면 마는 거다.

 

에세이집은 매년 한 권 정도는 써볼 생각이 있는데, 경제학 책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이 생각한 게 없다. 이제 50이다.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의무감으로, 아니면 허전해서, 뭘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나이도 아니고. 유명한 어른들 중에는 빈 공간이 두려워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나도 편안하고, 나를 보는 사람들도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내 삶에 시간이 좀 더 남아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건 그런 거다.

 

<국가의 사기>를 쓰면서, 나는 정말로 편안하게 되었다. 약간씩 뒤틀어진 아픔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다 사라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 너머의 일은, 내 영역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만하면 되었다.

 

에필로그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 마지막 토막을 쓰면서 눈물이 잠깐 났다. 문득, 내 인생에 이런 글은 다시 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순간이 오늘 지난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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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영 종 상향, 이게 내 인생에 가장 살 떨리는 논쟁이었다...)



<국가의 사기>, 마지막 스퍼트를 위한 숨고르기

 


49, 이제 만 나이로도 50이 얼마 안 남았다. 50살이 되면 무얼 하고 살까? 잘 모르겠다. 준비하지 않고 사는 시간을 좀 가져보려고 한다.

 

<국가의 사기>는 어쩌면 내가 쓰는 본격 경제학 책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쓸 책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될 각오'라기 보다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가지고 쓰는 책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아는 얘기들은 다 넣으려고 한다. 다 털고 나면, 이제는 남는 게 없어서 더는 못 쓸지도 모른다. 하여간, 탈탈 털어 넣는 중이다. 조금만 늘어진다 싶으면 싹 자르고, 꾹꾹 누르는 중이다.

 

언제부터인지 4장 구조의 책이 가장 편하게 느껴진다. 이 책도 4장 구조다.

 

원래는 200페이지 미만의 아주 짧은 팜플렛 같은 책을 구상했었다. 그런데 시기도 놓치고, 또 기왕 늦어진 거, 차분하게 정리를 하자고 생각하면서 책이 커졌다. 특히 2장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1, 2장을 쓰고 나니까, 벌써 보통 책 한 장 분량이 되었다. 커질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무식하게 길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뒤에 쓸 분량을 위해서 1장의 앞의 인트로 몇 절을 덜어냈다. 아담 스미스의 자연이자율 같은 얘기는 꼭 한 번 제대로 다루어보고 싶었던 얘기인데, 분량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구조상, 4장은 산뜻하고 짧게, 스피디하게 매무리짓는 게 낫다. 내용도 감사에 대한 대안 방식 말고는 어느 정도 다 정리가 되어 있다. 그건 순서대로 달리면 되는데

 

3장이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클라이막스인 '분양편'을 다루는 중이다. 클라이막스의 클라이막스니까 며칠째 긴장도를 잔뜩 끌어올려서 쓰는 중이다.

 

1) 자원외교

2) 4대강

3) 분양제

4) 버스 준공영제

5) 도심 재생

6) 새만금

 

요렇게 6개가 내가 고른 '국가의 사기' 메인 테마들이다. 순서대로 다루면 된다고 생각했는데분양편이 생각보다 커졌다. 커져도, 많이 커졌다.

 

저녁 때 내내 고심을 하다가, 새만금을 빼기로 했다. 순전히 분량의 문제다. 물론 그만큼 들여야 하는 에너지의 문제이기도 하고… 6개에서 5개로 줄이고, 새만금에 쓸 분량과 힘만큼을 분양제에 더 쓰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분양제는 3장 다른 절의 두 배 크기가 될 것이고, 내용도 그 이상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나도 거의 사생결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새만금은 나에게는 양심과도 같고, 내 삶의 모터와 같은 존재다. 새만금 때 삭발하고 방조제에 올라갔다가 물대포 맞고 물에 빠진 활동가, 그녀와 결혼했다. 오랫동안 내 주변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새만금 싸움을 하면서 같이 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뺄 수 없는 주제이기는 한데

 

크게 보면, 분양제에 대한 개선과 대안에 힘을 쓰는 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만금을 빼고 그 분량 만큼을 분양제에 사용하는 것, 그게 지금의 내 양심일지도 모르겠다.

 

새만금을 빼고 남은 다섯 개의 주제, 뒤돌아 보면 학자로서의 내 삶을 뒤돌아보는 것과도 같은 사건들이다. 학위 받고 20년 약간 넘는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의 흔적이 새만금까지 6, 그리고 새만금 빼고 다섯 개, 그것 자체가 내 자서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제들 자체가, 내가 살아온 삶이다. 그리고 동시에, 미래의 주제라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고.

 

이제 남은 다섯 개를 털고 나면, 내가 더 아는 게 있을까? 이걸 잘 모르겠다. 사실, 남은 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세상이 진짜로 좋아지기를 바란다면, 진짜로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로 남고 싶다.

 

새만금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룰 기회가 내 인생에 또 올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새만금에 쓸 분량을 들어서 분양제에 사용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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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마무리 준비하며 메모

 

1.

지난 해 있었던 총선은, 아마도 지난 10년 동안 내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사건일 것이다.

 

둘째가 아팠고, 총선일을 경계로,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아갈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하던 일들을 내려놓았다. 둘째 아이가 많이 아프고, 연거푸 폐렴으로 입원한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이 류승환 감독이었다.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냥 약속을 잡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뿐이다.

 

그는 그 때 <군함도> 크랭크인을 준비하면서 아주 바빴고, 나는 아무 할 일이 없어서, 진짜로 간만에 한가했다.

 

하여간 그 때 했던 얘기 중에 사기꾼 얘기가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치고 또 거치다 보니까, 그 얘기가 씨앗이 되어서 자라난 얘기가 <국가의 사기>라는 책이다.

 

2.

처음에는 별로 이 책을 열심히 할 생각이 없었다. 동기도 별로 없었고, 목표점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알게 된 일이 있다.

 

나는, 다단계를 진짜로 싫어한다

 

다단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좀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는 다단계도 싫어하고, 다단계 권유하는 사람도 싫어하고, 다단계 권유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한 마디로, 진짜로 싫어한다.

 

영혼 깊은 곳에서 혹은 무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다단계를 싫어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단계에 대한 얘기들을 골격으로 하는 책은, 나는 쓸 생각도 없고, 쓸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뭘 싫어하는지, 이렇게 진지하고 깊이, 몇 달을 걸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진짜로 깊이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뭘 싫어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약간은 좀 알게 되었다. 깨달음, 뭐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나도 잘 모르던 내 안의 생각들을 나도 좀 알게 되었다.

 

나는 다단계를, 정말로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싫어한다

 

3.

그 다음은 비교적 순탄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뭘 싫어하는지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렇게 살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 뭘 좀 알까? 알긴 뭘 아나결국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자신과 자신을 구성하는 구조에 순치되거나, 약간 저항하는 척하다가 끌려 가거나, 그런 둘 중의 하나의 삶을 살게 된다.

 

어쨌든 책을 고민하면서, 내가 뭘 그렇게 싫어하는지, 약간은 알게 되었다.

 

매듭을 풀 첫 실마리를 찾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약간은 기계적인 일이 진행된다.

 

4.

만약 아이들 보면서 작업해야 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국가의 사기>는 아마도 대선이 끝나고 여름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대선 이후 몇 달을 지켜보면서 내 생각도 좀 변하였다.

 

, 이거 아닌가벼

 

처음에는 200페이지 안팎의 팜플렛 형식의 책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400페이지를 많이 넘지 않은, 약간 두꺼운 책이 되었다.

 

400페이지? 지금 추세로는 그것도 넘기게 생겼다.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제 거의 마무리한 2장만으로도 어지간한 300페이지 책 하나 나올 분량이다. 이 흐름대로 가면, 500페이지는 가뿐히 넘고, 그대로 밀고 가면 600페이지도 넘게 생겼다.

 

잠시 호흡을 다듬고

 

3장과 4장을 조금 슬림하게, 절을 딱 반으로 덜어내고

 

1장 시작하는 세 개 정도의 절을 일단 날리기로 했다. 정 필요한 내용은, 별도로 나중에 쓸 서문에 일부 살리고.

 

국부론의 <자연이자율> 얘기가 처음에는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날리기로 했다.

 

3, 4장에서 결론과 대안을 써야 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분량을 1, 2장에서 해먹었다. 잠시 구조조정.

 

5.

1장은 개인은 왜 속는가, 그런 제목을 가지고 있다. 2장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그리고 3장과 4장에서 결론과 대안을 이야기하는, 그런 구조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4장 구조의 책을 아주 선호하게 되었다. 4장일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쓰다보니까, 그런 구조가 제일 편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제목은 '국가의 사기'지만 별로 음모론적인 책은 아니다. 내가 또 별나게 음모론을 싫어하기도 하고. 구조 분석과 조직 분석에 더 가깝다. 클랜 개념을 새로 만들었고, 이념 현상이라는 용어를 별도로 정의하였다.

 

해보지 않은 분석인데, 필요한 단계마다 필요한 개념을 만들고, 그렇게 오다 보니까, 이 작업이 은근 재밌다.

 

출판사나 에디터에서는 이 책이 나의 대표작이 될 거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 대해서 아는 얘기들을 거의 다 털어내기도 했고, 또 내 무의식까지 탈탈 털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얘기들만 쓰는 중이다.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목숨 걸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뺐다. 남은 얘기들은목숨 걸 가치가 있는, 그 정도로 문제 있는 것들 것.

 

하여간 이제 반환점을 돌고,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간다.

 

3장의 한 개 절 정도, 4장의 한 두개 절 정도, 넣을지 뺄지 고민 중이다.

 

그리고는 달릴 것이다. 구조를 잡고 기본틀을 잡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아고고, 애들 보면서 뭔가 하는 게, 진짜로 힘들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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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마피아 겨우겨우 끝냈다. 클랜편에는 이제 두 개 남았다. 교육 문제와 과학 분야. 교육 토피아와 박사들의 클랜, 요렇게 이름을 붙였다. 원래도 r&d 분야 넣을 생각이었는데, 최근에 청와대의 과학계 인사 보고 조금 충격 먹었다. 이게, 뭐가 이래. 도대체 반성이라고는, 끌끌. 처음에 국가의 기본 시리즈 구상할 때에는 11권에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이 들어가 있었다. 이래저래, 사세 불리하야, 흐지부지... 그 얘기를 절 하나에 쑤셔넣을 생각이다. DJ와 노무현 때에 과학기술은 잘 된 거 아냐? 도대체 누가 그런 신화스러운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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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만든 자랑스러운 '에듀피아', 그 안으로 들어가면 생지옥이 펼쳐진다. 학생 지옥, 부모 착취, 개념 상실, 불신 지옥, 모든 수식어가 논리적으로 다 가능하다...)



교육 마피아야, 교육 토피아야?

 



박정희 시절, EPB 사람들이 재무부 견제하면서 '모피아'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고 알고 있다. 맨 처음 이 단어를 누가 썼는지, 아마도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을 것이다.

 

하여간 그 이후로 공적 영역에 문제를 모피아로부터 변형시키는 일이 유행이다. 박근혜 때는 해피아라고 난리를 치더니, 요즘은 농피아라는 단어도 쓴다. 가끔은 뭘 알고 하는 얘기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악인을 설정하고 상황만 모면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 슬슬 마무리로 들어가는 '국가의 사기'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정리를 못하고 헤매고 있던 게 교육 분야다. 교육에 비하면 나머지 분야는 상대적으로 쉬었다고 할 정도다.

 

공공 부문의 교육, 이게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른 분야는 특정 기능, 특정 출신, 부처의 구조적 형태, 이런 데에서 힘이 나오는데 교육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뭐 이런 게 있나 싶다.

 

교육 분야에서 누가 나쁘지? 많은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는데, 공정택 말고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름이 없다. 모피아, 이러면 몇 사람 이름이 줄줄줄 나오고, 출신 학교, 출신 과, 이런 얘기들이. 정 안되면 박근혜 때 그랬던 것처럼 위스컨신 마피아, 이렇게라도. 그런데 교육에는 딱이 이렇게 형성이 되지가 않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이상한 사람도 별로 없다.

 

억지로 따지면 사범학교 출신과 교대 출신 사이의 갈등이 있기는 한데, 익숙하기는 해도, 그건 너무 옛날 얘기다. 지금도 그럴까? 사범대 출신과 일반 학과 출신의 얘기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건 서울대 얘기다. 교육부와 교육공무원을 서울대가 다 장악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자기들 동창회 같은 얘기인데, 이걸로 한국의 교육 전체를 설명하기는 진짜로 어렵다.

 

최근의 절대평가 기준 등 수능체계 개편을 놓고 진짜 말 많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미국유학파들의 문제를 얘기하기도 한다. 너무 미국식 제도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그냥 미국 입시를 한국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려다 생긴 문제.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이것도 정말로 부분에 관한 얘기다. 전체 교육을 놓고 설명하기에는, 들어가는 입구나 너무 작다.

 

산업과의 유착 관계도 설명이 어렵다. 제일 큰 교육산업이 사교육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사교육계와 교육 공무원이 엄청난 유착 관계에 있고, 퇴직하면 서로 왔다갔다?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부처의 이기주의? 그렇게만 말하기도 어려운게, 교육부가 있고, 또 시도 교육청이 있다. 너무 엇박이 나서 문제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하나로 움직인다,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단체와 보수 단체 사이의 갈등 혹은 정치적 갈등? 그렇게 보이는 면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이렇게 이념만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제 교사 문제가 점점 커져서 학교 비정규직으로 고착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념이 뭔가 작동?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이거 뭐여? 세계 최대의 사교육 국가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린이집에서 대학교 아니 대학원까지 횡행하는데, 도대체 누가 잘못한 거여? 전두환이야, 박정희야, 아니면 이승만이야? 아니면 조희연? 아직 장관 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김상곤? 김상곤 때문에 이렇게? 도대체 이게 뭐여?

 

교육 분야가 이상하기는 한데, 몇 달을 놓고 들여다 봤는데, 흔히 말하는 공공부문의 마피아 현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주로 교육 마피아라는 표현을 쓸 때는 교장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 단위의 비리 현상을 얘기할 때 사용된다. 그럼 교장 때문에 이 문제가 생긴겨? 그건 좀 이상하쟎아.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생각해낸게, '교육 토피아'. 학생들은 모르겠고, 학부모도 모르겠고, 건국 이후로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낸 교육자들의 유토피아, 뭐 이런 거 아니겠슴? 그렇게 놓고 분석하면 의외로 잘 맞는다. '교육 토피아''에듀토피아'라는 두 단어를 놓고 막판 고민하는 중이다. 에듀 토피아는, 벌써 말이 어렵다. 가능하면 쉽고 짧은 게 좋다.

 

그리하여, 교육 토피아라는 개념을 놓고 기본 분석을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하는 시점이다. 이게 마무리되면, 클랜 분석은 일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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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겁나게 온다. 올해 8월은 비가 많이 와서, 무지무지할 정도의 열섬 현상은 생기지 않았다. 추세적으로 보면 5월이 가장 많이 더워진다. 그리고 9월도 더워진다. 8월은, 그렇게까지 높아지지는 않았다. 비가 많이 와서. 한동안 아열대 기후라는 말이 유행을 하더니, 이제 간간이 우기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한다. 열대성 스콜이라고 하더니, 이제 장마 대신에 우기가 생기는 거 안인가 싶기도 하고. (더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책 하나를 준비하는 중이라서, 덥고 덜 덥고,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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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피아>는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책이다. 책 자체 보다도 이 작업할 때 같이 했던 사람들이 결국 내 평생 동료가 된... 이래저래 7년을 같이 했다. 그 연장선에서 영화 <사도>가 나왔고, 지금도 작업은 계속 중이다.

<모피아> 드라마 판권은 나오자마자 팔렸고, 큰 애 낳고 한참 돈 많이 들어갈 때 진짜로 요긴지게 도움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드라마 기획까지만 가고 실제 편성이 되지는 않았다.영화 판권은 성사 직전에서 섰다. 제작자가 안철수를 모델로 만들어볼 생각이 있었는데, 안철수가 정치를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한 듯 싶었나보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아주 사적인 관점에서, 나만큼 안철수가 잘 해 주기를 바랬던 사람도 없을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가 시기가 좀 겹쳐서, 판권 시기 조율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정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판권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제작 검토는 몇 군 데서 한 걸로 아는데, 제작비가 겁나 들어가게 되어있는 설정이다.

하여간 최근에는 실사판과 에니메이션판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 내가 판단을 내릴 일은 아니고... 어차피 이건 내가 직접 하지는 않을 생각으로 쓴 거라서.

5년 전에 상상으로 작업할 때에 비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아졌다. 진짜 돗자리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이 생겨날지는 진짜 나도 몰랐었다. 한국, 참 안 변한다.

<모피아> 후속편은, 원래는 교육 마피아 얘기 다루는 걸 생각했었는데, 1년쯤 준비하다 뒤로 미루었다. 자살하는 고3 남학생과 그걸 지켜본 고3 여학생의 얘기로, 어느 정도 설정은 해놨었다. 그렇지만 자살이라는 얘기가 논리적이기는 한데, 내 심경으로 깊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교육 마피아 얘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소설은 작년 7월부터 시작한 게 있다. 설정만 해놓고, 다른 작업에 밀려서 기술적인 조사 직전 단계까지 가 있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발전소와 현장에 다 가봤고, 전력거래소만 안 가봤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사무실 안에까지는 가봤는데, 나주로 내려간 다음에는... 나주 자체를 몇 년째 안 가봤다. 내 동료들이 아직 이런 설비들을 못봐서.

<모피아>는 김영사에서 냈었는데, 그 때 같이 했던 김영사팀은 벌써 다 다른 데로 옮겨갔다. 이 시리즈는 당분간 그냥 김영사에서 내려고 한다.

정권이 바뀌었고, 처음 몇 주간은 나도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었다. 이젠 좀 알겠고, 나는 예전에 하던 얘기 만들기를 계속 재밌게 하려고 한다. 얘기 만들기는,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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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fem.or.kr/?page_id=221

사회적 경제 책, 페친 티타임 조촐하게 가질까 합니다.

6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장소는 저번과 같이 환경운동연합 에코생협에서 하는 작은 카페. 내용이 사회적 경제라 마침, 또...

아내가 40대 때 저에게 늘 하던 얘기가 있습니다. 너네들이 술 마시지 않고 차 마시면서 혁명을 얘기했으면 우리나라 벌써 좋아졌다...

책 사주신 분들에게, 감사도 드릴 겸, 차나 한 잔 대접할까 합니다...

(블로그 봐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석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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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하면 덜 가난할 수 있을까…해법은 '사회적 경제'"

우석훈 신간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 직제에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며 그 산하에 사회적경제 비서관을 배치했다. 이를 두고 사회적 경제가 새 정부의 주요 어젠다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도 사회적 경제에 주목한다.

그는 신간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문예출판사 펴냄)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덜 가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답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한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인 의미를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 물건이나 지식을 서로 빌려주며 함께 쓰는 공유경제, 그리고 협동조합 등이 중심이 된 경제다. 지역공동체 내에서 주민이 지역 자원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하고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기업도 사회적 경제에 속한다.

책은 사회적 경제의 기본 개념과 역사적 흐름을 설명하고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며 이해를 돕는다.

사회적 경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싹을 틔운 이후 노무현 정부 때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협동조합법이 만들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승민 의원 등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저자는 특히 경제불황기 사회적 경제가 사회의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자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로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자영업을 시작하기보다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서 1∼2년 정도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회적 경제가 불황기에 고용을 임시로 확충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책은 또 사회적 경제가 '좌파 정책'이라는 인식이 옳지 않음을 강조한다.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치가였던 무솔리니가 대공황에 빠진 이탈리아의 위기 극복을 위해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정책을 고민했다는 점과 대표적 협동조합인 농협이 군사정권 때 만들어졌음을 상기시키며 사회적 경제가 이념을 뛰어넘는 시스템임을 설명한다.

저자는 "2008년 이후 새롭게 형성된 사회적 경제라는 흐름이 좀 더 안정화돼서 새로운 구조가 될지, 아니면 10년 정도 유행하다가 '별 볼 일 없다'며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그러나 이 흐름은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제의 구조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16쪽. 1만4천800원.

zitrone@yna.co.kr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18/0200000000AKR20170518147100005.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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