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할배가 '삼성만큼만 하라 그래', 그런 시대를 열었다...)

 

왜 지금 직장 민주주의인가?

 

1.

기업 문제에 대해서 경제학은 입을 다무는 쪽이다. 기업은 무엇인가, 명확한 정의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없다. 투자하는 주체 정도이다. 그리고 이윤 극대화, 이것은 일반균형 모델을 풀기 위해서 왈라스 등 한계효용 학파에서 수리적으로 제시한 가설일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장에서 최고 가격을 받고 물건을 파는, 특정 재화의 독점 공급자라고 정도의 위상을 갖는다. Initial endowment라고 하는, 이유는 모르지만 하여간 어떤 물건을 가지고 시장에 거래하러 나오는 사람, 이 사람이 기업이다. 일종의 1인 행위자 모델이다.

 

맑스도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과정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 이렇게 점 세 개로 처리한다. 모른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기업을 블랙박스라고 불렀다. 진짜 말 그대로 블랙박스다. 우리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진짜? 진짜로 그렇다. 밖으로 드러나는 기업의 행위를 알 수 있을 뿐이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이 일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한국 특히 한국 노조에서는 괴물 정도로 간주되는 장 밥티스트 세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이는 사장 출신이었다. 그래서 기업 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현상에도 관심이 많았다. ‘세이의 법칙말고 세이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어쨌든 그는 솔직한 사람인 것은 맞다.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기업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은, 세이 정도다.

 

그리고 제도학파, 톨스타인 베블렌으로 넘어온다. 19세기의 얘기들이다. 기업가 정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가의 본능에 대한 얘기는 베블렌이 테이블에 올렸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슘페터의 이론을 재해석하는 순간까지도 사람들은 기업이 아니라 기업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업=CEO, 이게 보편적인 생각이다. 맑스는 이것을 육류화된 자본, 이렇게 사장을 정의했다. 자본이 피와 살을 갖추면, 그게 사장이다, 그런 얘기다. 그러면 사장 혼자 다 해쳐먹는 거야? 당연히 그 질문이 나온다. 이렇게 물어보면, 경제학자들은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혁신가 정신이라는 둥, 창조적 파괴의 본능이 있다는 둥, 좀 이상한 소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신제도학파에서 조직론 정확히는 조직 현상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조직의 재발견이라는 졸저는, 이 이론들을 정리했던 책이다. 이 이상 더 자세한 이론은, 경제학에는 없다. 신기하겠지만 기업 내부의 문제는 경제학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에이전시 이론 등이 부분적으로 이 영역을 다룬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같은, 기업은 이렇고, 이래야 하고, 이런 것은 없다.

 

2.

그럼 뭔 소리를 할꺼야?

 

기본적인 틀은 이렇다. 경제가 사회 속에 존재하고, 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쉬운 말이다. 물론 이 쉬운 말을 겁나게 어렵게 하는 방법도 있다. 칼 폴라니의 embedness에 관한 것이라고 하고, 우리 말로 배태성이라고 부르면 갑자기 사람들 머리 돌아가기 시작한다. 배태성? 이런 말을 알아 처먹을 한국인이 있을까 싶다. 하여간 경제인류학에 나오는 개념이다.

 

80년대와 90년대, 한국을 선도하는 그룹을 기업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은 건국 초기 이후로 군인들의 나라였다. 한국의 원형, 그게 군대가 아니라고 해도 이상하다. 70년대에 수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이 사이로 상인들 아니 넥타이들의 시대가 열린다. 876월의 넥타이 부대를 가장 부드럽게 정의하는 방법이다. 이즈음에 군인들로부터 회사의 넥타이들로 리딩 그룹에 대한 전환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 대기업에 다녔다. 그 때 내가 본 회사는 그렇게 무식한 사람들이 뛰노는 동네는 아니었다. 군인들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요기까지가 기본 가설이다.

 

21세기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사회 일반과 기업의 수준에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그 전에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잘 안되면 전부 민도탓을 했다. 국민 수준이 안된다는 얘기다. 군인도 민도라는 말을 입에 썼고, 회사 사장들도 그렇게 했다. 군대, 기업, 이런 데가 엘리트 집단이고 그 밖에 있는 일반 국민들은 제3세계 민중 수준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이 무식하니까 되는 일이 없어, 그렇게들 우리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민주당 정권 10, 한국당 정권 10, 그렇게 21세기의 시간이 흘렀다.

 

어쨌든 21세기에 들어오려는 시점에 한국 기업이 아주 후지지는 않았다고 치자. 이건희가 고딴 소리를 종종 했다.

 

지난 20년간, 뭔가의 변화가 생겼다. , 이 변화가 무엇일까? 지금 한국의 회사 일반이 국민 일반의 수준보다 높을까? 이제는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촛불이 만든 변화라고 하든, 민주주의가 누적된 효과라고 하든, 지금 한국에서 국민의 민도, 이런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국민들이 무식해서, 대중들이 우매해서, 요딴 얘기는 이제 한국에서는 안 통한다. 그게 촛불이 만든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3.

사회 일반과 기업 일반의 수준에서 불균형이 생겨났다. 이 불균형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주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이 불균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을 계속해서 이 사회 내의 블랙박스로 둘 것인가, 아니면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모종의 과정을 만들어낼 것인가?

 

대한항공 조씨 우리는 그 조가 일가를 이렇게 불렀다, 매우 독특했다 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20세기에도 그 지랄들을 했을 것이고, 21세기가 되어서도 조가 방식으로 계속 지랄들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게 문제가 돼? 조가들이 이해 못하는 변화가 한국에 생겼다.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

 

근데 문제가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이게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혹은 공기업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까? 임금과 복지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생지랄은, 대개 거기서 거기다. 이 사회가 같은 사회인데, 민간기업과 공기업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벌어질까?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정도. 내가 보기에는 별 차이 없다. 민간기업의 50대 이사와 정부의 50대 국장 사이에 엄청난 문화적 차이와 지성의 차이가 있을까?

 

내가 이제 그 나이가 되었다. 그놈이 그놈이다. 중소기업은 좀 차이가 난다. 규모의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들이 있고, 지나치게 우대를 받다 보니까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사회 일반과 기업 일반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것, 이게 지금 한국에서 내가 생각하는 직장 민주주의다.

 

20세기에는 아주 웃긴 대중들에게 회사 사장들이 기업만큼만 해라, 그랬다.

 

삼성만큼만 하라 그래!”

 

이건 정확하게 내가 들은 단어 그대로다. 판사 한 명, 검사 한 명, 진짜로 요렇게 말하는 것을 내 귀로 들었다. 21세기 초반의 일이다. 지금은 이게 역전 되었다.

 

이 차이의 잣대가 효율성, 엄밀성, 정당성, 정의 등등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이번에는 민주주의라는 저울을 쓰려고 한다. workplace에서 발생하는 민주주의의 문제

 

(물론 고전적으로 독일에서 얘기하던 산업 민주주의의 일환으로의 직장 민주주의와는 조금은 결이 다른 얘기다좀 더 우리의 상식에 가까운 방식으로 정의한…)

 

http://cafe.daum.net/workdemo/iPgv/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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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얘기들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소하게는 좀.


서로 얼굴 보면서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잡았습니다.


5월 10일 목요일 7시 반


한겨레 신문사 6층 카페 '짬'



그날 어이하여 카페까지 개설하게 되었는지, 좀 자세하게 말씀 나누겠습니다.


(앞으로도 매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모일 생각입니다.)

 

http://cafe.daum.net/workdemo/iPg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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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골은 프랑스의 우파 정치인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정작 본인은, 자신이 우파라고는 한 번도 안했다고 한다. 좌우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무엇그래서 드골을 칭할 때는 드골리즘이라고 하기도. 샤르트르가 알제리 독립을 지지해서 프랑스인들이 생난리를 쳤었다. 알제리 태생인 카뮈는 이 때 침묵했었다고 한다. 모든 원성과 질문이 샤르트르에게 집중되던 시절, 드골이 그도 애국자다”, 이렇게 쉴드를 쳤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드골 같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보수는 드골 보다 더 골때리는 사람들이다. 내가 그들을 우습게 보는 것은 우파라서 그런 게 아니라, 뭐 이렇게 무식한 것들이 다 있어, 진짜 아는 게 없고, 사는 게 무식해서 그렇다. 골프에 이렇게까지 목 걸고 있는 정통 엘리트들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드골 멋있어요,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 아직 점심도 안 먹고 펜을 든 건 아니다. 드골이 오늘의 드골이 된 건, 그가 나치 치하에 영국으로 망명해서 단파 라디오 방송 자유 프랑스를 송출한 이후부터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의 방송을 듣고 프랑스 전역에서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가 불꽃 같이 일어났다는데. 좌파 대통령 미테랑도 이런 소년 레지스탕스 출신이다. 레지스탕스는 프랑스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정통성으로는 먹어주고 가는 경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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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카페, 출발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할 건데, 요일을 못 정해서. 평일 저녁과 주말 오후 중 선택인데. 의견들 주시문 가급적 많이 오실 수 있는.

 

http://cafe.daum.net/workdemo/iPg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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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업에 대해서 하는 얘기는, 옛날 기업에 비해서 지금 기업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물론 당연한 얘기다. 저개발 국가 시절의 기업 제도와 지금의 기업 제도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은 맞다. 그래서 누군가 불평을 하면, 아주아주 옛날에는 말이야, 이런 옛날 얘기로 일장 연설이 나온다. 기업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의 많은 분야가 비슷하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기업이 정상적인가, 이렇게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직장 갑질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사회 일반의 발전 속도에 비해서 기업의 발전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이 균일하게 발전하거나 변화하지는 않는다.

 

21세기 초,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국정 슬로건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로 걸린 슬로건이다. 기업에게 토지수용권을 보다 폭넓게 허용하면서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부터 갖가지 규제 완화가 막 등장한다. 취지는 명확했다. 어쨌든 기업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실제로 그런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 좋은 기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결국 회사가 지옥되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준에서 기업은 예외가 되었다. 큰 데는 커서 못 건드리고, 작은 데는 작아서 못 건드리게 되었다. 삼성도 무섭고, 현대도 무섭고, 큰 데는 다 무서워한다. 작은 데는, 여긴 또 중소기업이라서 더 도와주고, 더 몰아줘야 한다. 이렇게 빼고 저렇게 빼고 나니, 기업 안이 지옥이 되어버렸다.

 

크게 보면, 정치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외치던 시절 이후, 한국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지옥 되기 좋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요즘 젊은 것들, 고생을 몰라, 쯜쯜

 

작년 초, 박근혜 탄핵으로 황교안이 권한대행을 맡았었다. 그 때 황교안이 했던 얘기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였다. 사회적으로 직장 갑질에 대한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딱 직전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10년이 넘었다.

 

늙은 직장 간부들 천국이 펼쳐졌다. 연봉도 오르고, 권한도 오른다. 심지어는 간부 퇴임 후 핸드폰 비용까지 내주는 회사까지 생겼다. 별의별 쪼존한 것까지 다 챙겨준다. 그들에게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것은 맞을 것 같다.

 

그러나 과장 이하, 연봉도 깎이고, 삶도 더 어려워졌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이게 좋은 것인가? 지금처럼 운용하면, 지옥되기 딱 좋은 나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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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제활동은 직장에서 시작한다. , 아닌 사람도 더러 있다. 상속자, 뭔가 물려받은 사람은 별로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대한항공 조씨, 그런 자매들처럼 그냥 집에 있어도 되는데 굳이 나와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사례들도 있다. 하여튼. 뭔가 물려받은 게 없으면 좋든 싫든, 직장, workplace에서 뭔가 해야 한다.

 

최근에 워라밸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Work and life balance, 용어는 쉽다. 일과 삶, 일은 하기 싫은 것이고, 참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 그것은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일은 싫은 것, 이건 우리의 관념에서는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좀 다르게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우리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소는 거칠게 보면 직장과 복지다. 직장에서 받는 돈을 직접 임금이라고 부르고, 복지로 들어오는 돈은 간접 임금이라고 부른다. 두 가지를 합치면 총임금이다. 선진국들이 회사에서 버는 돈이 전체의 50% 미만이다. 우리는? 그냥 회사에서 버는 돈이 90% 가까이 된다 (몇 년 전 조사다.)

 

복지에는 돈이 든다. 물론 돈이 크게 들지 않는 돈도 있을 수 있지만, 국가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말을 하게 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회사를 비롯한 직장에서의 만족도를 조금만 더 높일 수 있다면? 이 문제가 직장 민주주의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크게 상상해본 적은 없지만 직장에서의 위계 관계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많은 돈이 들지는 않는다. 하기 싫거나 참기 싫을 뿐이지, 돈의 문제는 아니다.

 

회사 복지에는 돈이 든다. 대학등록금을 회사에서 내주거나 종업원들에게 회사 아파트를 마련해준다거나, 돈이 드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데 비하면 회사 민주주의는 돈이 그렇게 들지 않는 일이다.

 

우리의 많은 일들은 돈 때문에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직장 민주주의는 돈의 문제는 아니다. 생각해본 적이 없고, 분석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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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관련해서 카페 만들었습니다. 혹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나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씀이나, 아무 거나... 많이들 이용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cafe.daum.net/workd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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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일단 이론적으로, 잘 정의되고 탄탄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론이라기 보다는 방향성 그리고 좀 더 감각적인 얘기다.

최근에 겪은 일이 하나 있다. 대기업 계열사다. 직접 얘기하기 좀 그래서 건너서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더니, 아주 생난리를 친다. 지가 뭔데 건방지게 차 마시자 말자, 이 지랄이야... 뭐, 이런 얘기다. 말은 정상적인 우리 말인데, 이래저래 건너 붙은 얘기들을 '사람의 말'로 해석하면, 거의 저주에 가까운.

이런, 누군 대기업 직원 안해봤나...

사람들이 복잡하게 실무자들하고 말 섞지 말고, 그냥 바로 사장하고 얘기하는 게 나을 거라는.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해 본 적은 없다.

싫으면 마슈. 니들이랑 안 놓아.

나도 그러고 말았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워낙 내 흔적을 잘 안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 이름으로.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6개월 전에 즈그들이 제발 좀 같이 하자고 했었던... 그렇지만 나도 같이 있었는지는 몰랐.)

나야 그냥, 싫으면 마슈, 그러고 툭 털면 그만인데. 평소에 얼마나 어마무시하게 갑질들을 해대고 있었는지, 느낌이 팍 들었다.

내가 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그냥 일반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그런 상업활동하는 부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공헌 비슷하게 회사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이윤과 상관없이 추진하는 그런 일 담당하는 곳인데.

갑질 치고는 겁나 살벌틱하게. 그보다 백 배 아니 천 배쯤 큰 돈을 움직이는 회사 직원들과도 종종 만난다. 조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팀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편안한 얘기를 못하는 건 아닌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별 큰 돈 움직이는 팀도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공익적인 일을 한다고 광고하면서, 자그마한 돈에 목숨줄 내 건 사람들 대하는 거 보면서...

이건 또 뭔가 싶었다. 그런 게 전형적인 투자자의 오버 액션인데.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권력을 어깨에 탁 붙이고, 마치 어마무시한 사람인 것처럼 군림하는 현상.

회사 안에서도 그렇고, 회사 밖에서도 그렇고. 이런 건 좀 그렇다 싶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이론 작업을 지금부터 할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는 지난 몇 달간 큰 틀은 정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살갑게 배달할 것인가, 그런 게 지금 더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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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는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아직 좀 더 이론적으로 확인할 것도 있고, 기본적인 인터뷰 작업도 좀 해야 한다.

요즘 책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좀 더 다양하고 급진적인 실험들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매 번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별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책 쓴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이제 점점 더 익숙한 방식에 기대려는 습관 같은 게 생겼다.

<88만원 세대> 때에는 블로그에 20대들이 댓글을 많이 남겼었다. 하여간 별의별 사건들이 다 있었다. 어쨌든 지내놓고 보니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들이 했던 얘기들에 어떤 식으로든 내가 답하려고 노력을 했다.

직장 민주주의는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까운 주제이다. 저자로서 욕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것...

지금 딱 필요한 건 익명으로 쓸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건데, 이게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제일 편한 건, 다음 카페를 가지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좀 나누는 방식이다. 이 경우 나쁜 점은, 이상한 게 막 엉키는 것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쓰레기통처럼...

귀찮은 것과 안 귀찮은 것 사이에서 마지막 고민 중이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 그런 생각과 혹시라도 벌어질 부작용 사이에서 저울질 중?

지금 상황은 그렇다. 아직 마음을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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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출간 일정이 거의 확정된 것 같다. 예전에는 3년치씩 미리 확정을 지었는데, 그 때만 해도 내가 30대였고, 에너지도 넘쳤다. 뒤로 넘기거나 취소한 것들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거의 소화를 했다.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앞으로는 딱 1년치씩만 확정을 하려고 한다. 권수도 2~3권 정도로 좀 낮추고. 그리고 정말 쓰고 싶은 책만 쓰기로.

50이 넘어가니까, 이제 돈도 필요없고, 명예도 필요없고, 심지어는 실속도 필요없다. 하면서 재미 없을 건 안한다. 의무감으로, 이런 것도 필요없다. 나말고도 할 사람 많다. 가벼운 것도 안 할 생각이다. 굳이 그런 것까지 내가 해야할까,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끔 돈 되는 책 하자고 연락하는 분들이 있다. 고마운 얘기기는 한데, 돈 되는 책도 별로 안 하고 싶다. 지금 와서 그런 걸 하면, 내가 살아온 지난 시간이 너무 불쌍해진다. 그리고 나는 씀씀이가 워낙 작아서,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한 삶도 아니다. 적당히, 그걸로도 충분하다.

태풍의 씨앗을 만드는 일, 그게 내가 정의한 책을 비롯해서 뭔가 만드는 일이다. 태풍을 쫓아다니는 일은 또 하고 싶은 사람들 많다. 조용한 곳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태풍의 씨앗을 만드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뭐가 태풍으로 자라날지 모른다. 진짜로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 씨앗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크게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는 책 쓰면서 이게 팔릴까, 저게 팔릴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가끔은 그런 생각도 좀 한 게 사실인데, 이게 별로 재미없는 방식이다. 이게 의미있을까, 저게 의미있을까, 이게 태풍이 될까, 저게 태풍이 될까, 그렇게 상상하는 게 더 재밌는 방식이다.

하여 나는... 책을 준비하면서 돈과는 아무런 연관을 짓지 않고, 의미와 재미, 이런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진작에 이렇게 생각을 했더라면, 한 권 한 권 준비하면서 더 그 과정을 즐겼을 것 같다. 별로 그렇게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지난 10년을 참 바보처럼 살았다.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였을텐데, 팔릴지 안팔릴지, 매번 나도 가슴을 좀 졸이기는 했다.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을 하면서, 술만 처먹고, 결국 살만 쪘다. 이게 뭐냐, 애들한테 돼지 소리 듣게 생겼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과정을 좀 즐겨야겠다. 박민규가 말했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고. 원래 인생이 그렇다. 열심히 하면 어려운 것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것, 착각이다. 괜히 힘만 들고, 살만 찐다. 그거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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