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버거킹. 애 키우다 보니, 이런 몸에 안 좋은 불량품성 음식들이 자꾸 먹고 싶어진다...) 

 

내 주변에서는 이런 책 해보라고 하고, 저런 척 해보라고 하는 제안들이 정말 많다. 다 즐거운 얘기들이다. 최근에는 자사고, 과학고 등 특성화고와 혁신고 비교하는 얘기들을 해보면 좋겠다는 게 많다. 최근의 생활 쓰레기 관련된 문제를 추가해서 이제는 절판된 <생태요괴전>을 재출간하면 어떻게냐는 얘기도 한다.

 

최근에 나한테 오는 주제들이 대부분 생활형 질문들이다. 어떤 고등학교가 좋으냐, 이런 소소하지만 개인들에게는 중요한 얘기들. 다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들이다. 별 거 아닌 얘기들 같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우울했던 근현대사의 비극들이 드러나는, 그런 얘기들을 좀 해보고 싶다. 시원과 기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것들. 생활 주제들에는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50이 되면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인지도 모른다. 당장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압박이 좀 사라졌다고나 할까. 난 딱히 누구 편은 아니다. 그냥 우리가 잘 되면 그걸로 행복하다. <국가의 사기>에서 그런 입장을 한 번 정리했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진짜 지겹다. 그리고 그것만 붙잡는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문제가 풀리지도 않는다.

 

너무 거창하지 않고, 각 딱 잡고 들어가는 주제들이 이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소소하지만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 이런 얘기들은 생활에 많다. 나도 해 볼 생각이 있고, 일정이 문제이기는 한데, 어차피 애들 보느라고 고정적이고 장기적인 일은 못한다. 너무 멀리 가야 하는 일도 못한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위인들, 예전에 정리된 얘기들이 이제 우리 시대의 눈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세종 얘기 했다고 그걸로 끝난 것일까? 그건 그 시대의 눈으로 본 것이고, 우리 시대에는 좀 다른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지영희 선생 얘기를 다루려고 한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너무 바빠져서 못하기도 했지만, 유족이 너무 많았다. 유족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려고 생각을 해보니까, 외국 가 계신 분들도 있고변호사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안하는 게 좋겠다고. 그 중에 한 명이라도, 이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송 걸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고영화까지 전체적으로 연류된 큰 일이라서, 결국 포기했다. 게다가 이후로 내가 너무 바빠지기도 했고.

 

현대에 관한 얘기들은 그냥 좋다, 다 좋다 아니면 유족들의 소송에 시달리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건 이래서 피하고, 저건 저래서 피하고.

 

그런 거 피해 나가도 사람들이 다루지 않는 생활밀착형 주제들은 굉장히 많다. 소소하면서도 의미있는 일, 그러면서도 준비하는 과정에 너무 인상 쓰고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일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서 난감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만 하면, 50대 내내 이런 소소하면서도 가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럴 때에는 내가 공부한 것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얘기를 잡고, 어떻게 족보 파악을 제대로 하면서 황당하고도 잘못된 오류 위에 논리를 세울지, 그런 훈련을 많이 받게 된.

 

원래도 그랬지만 나는 점점 더 생활밀착형 학자가 되는 것 같다. 작은 일을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다. 나는 내가 활동하던 시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살기에 좋았던 시기이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시기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유럽에 엄청나게 잘난 학자들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나 그런 학파가 맹활약하던 시기가 더럽게 힘든 시기였다면? 그런 사회나 경제 이론들이 뭔 필요가 있지?

 

내가 살았던 시기가 정말로 좋았던 시기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 그게 생활밀착형 학자로 내가 잡은 입장이다. 시민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삶, 그런 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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