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얘기...

낸책, 낼책 2018. 6. 26. 16:24

건물주에 대한 걸 한 번 다루면 좋겠다는 얘기를 요 며칠 사이에 몇 번 들었다. 나도 간만에 필드 스터디 많이 하는 그런 작업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우악스러운 건물주,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생각은 그런데, 출간 일정 사이에 찔러넣을 틈이 안 난다. 작업할 시간도 짬이 나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하게 된다. 이런 건 누가 르뽀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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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영화를 다 보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보기 힘든 걸 제외하면 어지간히 보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사극은 망했어도 어지간하면 대충 챙겨서 본다. 망한 영화를 보면 배우는 게 많다. 왜 망했을까, 고통스럽지만 이게 망한 영화를 보는 진짜 이유다. 승승장구, 늘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는 있다. 나는, 수많은 망한 영화에 가까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망한 영화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망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내릴 수 있다면, 시간을 내서 망한 영화를 본 본전은 건진다.

 

그리고 가끔은 뭔가 얘기와 발상의 전환도 건진다. 망한 영화가 완전 꽝인 경우는 정말 드물다. 최근의 한국 영화 시스템에서, 성공한 영화와 망한 영화의 품질 차이라면 아마도 2% 내외일 것이다. 근사치에까지는 간 영화들이 실제로 제작에 들어간다. 물론 얼척 없는 영화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약간의 요소들의 결핍 혹은 과잉들 때문에 망한다.

 

영화 <고산자>는 완전 망했다. 그렇지만 그 소재나 시대 배경 그런 것들 마저도 망한 것은 아니다. 고산자 얘기를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적이라서 망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할 꺼냐? 다른 접근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 <흥부>는 대표적으로 망한 영화다. 개봉도 전에 상태 안 좋다는 소문이 났었다. 얼마 전에 봤다. 한 쪽에 국뽕이 있다면, 그 옆에 백성뽕이 있다. 하여간 백성 엄청 찾는다. 그게 그런데, 사실 별 맥락이 없이 백성뽕으로 기울면 영화 밸런스가 깨진다. <흥부>는 좀 더 개발할 좋은 미덕이 있는 영화이기는 한데, 백성으로 가는 결말을 위해서 중간이 좀 뒤틀렸다. 좀 더 코미디풍으로, 정우의 간데 없는 발랄함을 더 밀어붙였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남는다.

 

그건 그렇고영화보고 나서 홍준표 등 한국당 찌끄레기들이 경제를 살리자고 난리들을 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놀부의 경제학’. 극 중 놀부의 원형이 되는 풍산 조씨의 조항리, 이게 나름 매력 있는 캐릭이다. 왕이 된다고 설정을 지나치게 들이밀지만 않았으면, 딱 한국당 하는 얘기들하고 정확하게 매치된다.

 

트리클 다운 얘기가 한참 세상을 휩쓸고 가더니, 정세균이 분수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썼었다. 발상은 재밌는데, 딱히 이미지가 와 닿지는 않았다. 정세균이 인기가 없어서인지, 분수가 인기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놀부홍준표 스타일의 이미지로는 딱이다. 그간 새누리당 시절 이후로 한국당이 결사 반대해서 통과되지 못한 법률안들과 제도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정리하면 ‘21세기 놀부’, 요런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건물주를 지지하면서 그들이 했던 숱한 괘변들, 집값 내려가면 그 손해는 누가 보전해줄 것이냐, 차와 보행자의 패러독스 같은 얘기들이다.

 

나는 출간 일정이 꽉 차 있고, 더 밀어 넣을 형편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당명을 새로 바꿀 한국당 비대위를 위해서 책 한 잔 드리고 싶기는 하다. 위험의 외주화, 이런 법 정도는 놀부 아니라면 통과시키는 게 맞는 거 아니여?

 

아저씨들이 지금 새로 만든 강령이 놀부경제학이예요. 요런 호쾌하고 경쾌한 중거리 슛을 한 방, 쓰리, , , 고 슛! (베이 블레이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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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인은,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쓰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워낙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동료들한테 책 줄 때는 절대로 사인 안 한다. 우리끼리 무슨 사인이냐고...

 

그래도 책 나오면 사인을 안 할 수는 없어서 그 앞에 쓰는 문구는는 신경 써서 만드는 편이다.

 

이재영 살아있을 때에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를 주로 썼고, 지금도 쓴다. 우리가 친구로서 지냈던 시간과 함께, 그 때 우리가 했던 즐거운 상상들에 대한 추억이다.

 

그리고 저자로서 꽤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조지 루카스. “포스가 함께 하기를!”.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놈도 많이 썼다. 이 두 개가 제일 많이 쓴 거고, 책에 따라,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다른 것들도 썼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50대 에세이집이 나오면서 사인 문구 하나를 추가했다. 완전히 새롭게 바꿀 생각도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명랑 대신, 달달함을 새로운 모토로

 

달달이 함께 하기를...”

 

내가 나한테 하는 얘기기도 하다. 나도 이제는 좀 달달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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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2012년 4월. 예전 집에 있던 꽃인데, 진짜 철학적으로 생겼다. 못내 아쉬어서 오늘 줄기를 구매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진짜로 몽환적인 생각이 든다...) 

 

김희진이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에디터가 있다. 되게 많이 한 것 같은데, 사실은 <문화로 먹고 살기>, 한 권 밖에 같이 안 했다. <농업경제학>을 같이 할 예정이다. 하여간 출판 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어려워지지 않았으면 가볍고 편안한 책들 여러 권 더 같이 했었을지도 모른다.

 

50대 에세이 서문 마지막에 패러독스와 딜레마의 결합에 대한 얘기를 썼다. 나는 참 재밌고 좋았다. 내가 가진 내면을 진짜 잘 보여주는 글 같았다. 그리고 이틀을 고민하다가 결국 뺐다. 패러독스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싶었다. 책에서 엄청난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닌데, 초장부터 논리학 훈련시키는 그런 마음을 먹게 될까봐, 결국 뺐다. 무서워서 뺐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 같다. 별 의미도 없지만 엄청나게 고민하는 것, 그게 원래 내 특기다.

 

그리고 김희진 생각이 났다. 그녀와 초창기에 준비했던 책 중에 하나가 일상의 패러독스에 관한 것이었다. 몇 달 준비하다가 결국 접었다. 재미는 있는데, 준비하기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 때만 해도, 내가 30대 후반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고, 또 내 주변도 내가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돌아갔다.

 

이제 나는 목숨 걸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지도 않는다. 되는 대로 하고, 아니면 말고. 집중해서 하나의 주제를 계속 생각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하지만 긴 시간을 가지고 티끌 모아 태산전략도 잘 쓴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 몇 년간 일상적인 사회 생활에서 벌어지는 패러독스들을 모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하게 치는 뻥이나 과장법 중에 패러독스의 요소를 가진 것이 꽤 많다. 정부의 행정에도 많고. “진짜 힘들면 우리에게 요청하세요…” 요런 게 기본적으로는 패러독스다. 관광서 문을 두드리고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말할 정도의 사람이면, 사실 진짜 힘든 사람은 아니다. 홈 페이지 구석에 있는 눈꼽만한 공지문들 중에도 패러독스 요소를 가진 것들이 많다. 우리의 삶은,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패러독스의 재생산과 같다.

 

내 삶을 되돌아보면, 사실 내 인생 자체가 조그만 패러독스다. 나는 진짜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게으른 천성이다. 한 번 한 일을 두 번까지는 참고 하는데, 세 번째 하라면 정말로 때려죽여도 잘 못한다. 게으른 게 천성이다. 그래서 뭔가 몸을 움직여야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움직이는 편이다. 우와그래서 결국 게으르게 되는 데 성공했을까?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 중에 우회생산이라는 게 있다. 장비를 만들고, 좀 쉽게 하기 위해서 수단을 정비하는 데에 시간을 진짜 많이 들이게 된다. 요즘 말로 하면, 시스템을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할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시스템을 정비해 놓으면 처음 하는 일은 진짜 가볍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 또 하기가 싫어진다. 벌써 지겹다. 그래서 결국 또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는.

 

생각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패러독스가 많다. 특히 할배나 중년 남자들이 나는 말이야…”하고 시작하는 얘기들 중에는 대부분 한두 개의 패러독스들이 포함된다.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잘 모를 뿐이다.

 

진리는 무엇일까? 사실 잘 모른다. 우리는 굉장히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잠시 생각그것도 역시 제한된 것들을 생각할 뿐이다. 대부분은 머리 속 이미지이고, 그 중의 아주 일부만 언어라는 도구를 거친다. 진리? 호모 사피엔스라는 입장에서 잠시 정형화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논리적인 오류에 빠지는 가장 쉽고 넓은 길이, 자신의 작은 성공에 기대어 많은 것을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사실 소크라테스가 니 꼬라지를 알라고 한 얘기가,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무지 사실은 횡포 에 관한 것이다. 해보면 알까? 알기는 뭘 아나. 긴 시간이 지나고 참고할 사례들이 늘어나면, 결국 아는 것 만큼이나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가 알았던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진리, 그딴 건 없다. 과연 우리가 뭘 알 수 있을까?

 

최근의 일이다. 외국 사람들 아니 외국 아이들하고 놀다가 라는 개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 ? 이게 뭐지? 암만 생각해봐도, 영어로도 없고, 불어로도 없다. 그러네우리가 효를 아는 것일까, 효라는 단어가 없는 서양세상이 효를 모르는 것일까? 물론 효라는 단어가 개념적으로 없다고 해서 서양의 모든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개판이라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내가 나에게 다짐하는 게 있다. 나는 아는 게 없다, 하나도 없다진짜로 1도 없다. 이런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안 하면, 볼 책도 없고, 참고할 것도 없고, 그냥 필요한 데이타만 보면 된다, 이런 겁나게 시건방진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런 지식도 이제는 새로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교조주의가 싫었고, 원본의 권위가 싫었다. 평생 그런 게 싫었다. 내가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면, 내가 나한테 교조주의가 된다. 개뿔,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속에 든 거를 계속 비우는 게 더 편한 일이다.

 

패러독스는, 가장 쉽고 부드럽게 내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들을 해체시킬 때 도움이 된다. 내가 평생 안 하려고 하는 표현을 한 가지만 꼽자면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다. 대표적인 패러독스다. 몸도 늙었지만, 마음도 늙어서, 자신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 안 하려고 하는 부작용을 만든다. 지가 무슨 엄청난 정신력을 가진 초능력 에스퍼맨이야? 어떻게 마음만 똑 떼어서 청춘이 돼? 그건 진시황도 못한 일이다.

 

아마 4~5년 정도 50개 정도의 패러독스들을 모으면 책 한 권이 되기는 할 것 같다. 아주 한국적인, 아주 20세기적인 그런 것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삶의 꿈은 하였던 것 같다.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하는 것. 그 꿈을 아직 나는 버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냥 싫어서 싫다고 하는 것,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나이를 먹고, 작은 성공을 몇 번 경험하면 자꾸 성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맘 편하게 다른 사람을 야리고, 비웃게 된다. 결국 그렇게 병신이 된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소크라테스가 한 얘기를 그대로 따라하면, 돈 많이 번 넘은 돈 많아서 병신, 일 잘 한 사람은 일 잘 해서 병신, 회사 성공시킨 사람은 회사 성공시켜서 병신, 악기 잘 한 사람은 악기 때문에 병신, 그런 거다.

 

20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자들이 한참 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포스트 모던이라는 개념이 아주 전세계를 싸그리 휩쓸었다. 그러면서 데리다가 얘기한 해체가 완전히근데, 이게 참. Deconstruire, 해체를 위해서는 앞의 것도 알고, 지금 것도 알고, 다음 것도 알고, 오매나야, 뭐 이렇게 알아야 할 게 많아? 차라리 그냥 헤겔만 보고 말래요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그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요구하게 되었다. 그게 무슨 해체냐? 덕지덕지지.

 

선불교 얘기 한 마디만 하면 또 난리 난다. 5조와 6조 얘기는 물론이고, 길고 긴 선불교의 역사는 물론이고 혜총 등 한국 불교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도 성철 스님을 알고, 그 주변의 족보들도 알고. 모르면? 어디 찌그러져 있으라고 난리다. 원래 선불교가 그런 거였어?

 

우와. 결국은 레토릭의 세계일 뿐이다.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게 세상을 살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게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런 얘기들을 틈틈이 모아볼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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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뷰 중, 진짜 걸작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전혀 없는데요."

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지금의 이 상황이 딱 나에게 맞는다. 되는대로 하고, 안 되면 말고... 이런 내 마음 자세도 아주 좋다. 괜히 어깨에 힘들어가봐야, 홈런이나 맞는다. 애들 안 아프고, 먹고 사는 데 불편함 없는데,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 건, 악마의 유혹이다... 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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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글은 '어른들의 얘기'라는, 반전은 있지만 밋밋한 제목을 잡았다. 책 마지막에서 김 빠지거나 우울한 얘기가 될 것 같아, 썩 내키지 않는 제목이었다. 어른들 얘기, 아무도 안 좋아해. 나부터도. 마지막 절을 쓰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누가 50대를 가르칠 것인가?". 순간 일단은 이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의 50대 남자, 책도 안 봐, 극장도 안 가, 영화도 잘 안봐, 드라마도 뜨문뜨문 취향대로만 봐... 아무도 못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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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고치는 중이다. 그리고 한 꼭지 정도, 더 쓸 생각이다. 책을 핑계로, 진짜로 삶을 한 번 되돌아보았다. 언제부터인가, 남에게 충고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삶이 되었다. 나에게 해줄 충고도 없는데, 남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어제 사무실에 잠시 나갔다. 새로 들어온 스탭들이 복도까지 나와서 인사를 한다. 어색하다. 나는 그들 이름도 기억 못하는데. 미안할 뿐이다. 얼마 전에 아이들 데리고 산에서 산책했다. 누군가 인사를 하는데, 진짜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빠 친구냐고 물어본다. 대답할 말이 궁색했다.

에세이가 참 독특한 분야다. 책 쓰는 동안에도 내가 많이 변했다. 그리고 탈고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동안, 서운하거나 서먹한 상태로 안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그걸 그냥 틀어쥐고 나머지 삶을 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필라델피아 갔다오라고 한다. 돈은 줄테니까, 가서 좀 돌아보고 오라고 했다. 그럴 돈도 없고, 꼭 가야할 이유도 별로 잘 모르겠다. 아내는, 지금 내가 가면 뭔가 느낄 게 많을 것 같으니까, 혼자라도 갔다오라고 했다. 연말이든 연초든, 필라델피아에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만은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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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짝패, 충청도 사투리가 겁나 나온다. 그렇기는 한데, 장소가 충청도 어디인가를 가르쳐주는 것 외에 언어로서의 내면적 기능은 없다...) 

 

1.

몇 년 전부터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웃음과 풍자, 그런 것을 갈망하는 생각이 나에게 계속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20대에서 30대를 짙게 누르고 있던, 뭔가 모르는 비극적 결말 혹은 구조 악 같은 것만을 다루던 상태에서 잠시 일탈적 해방 같은 느끼고 싶다는 본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지 못한, 아니면 가져 보지 못한 장난감을 더 가지고 싶은 그런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형식이 무엇이든, 코미디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약간의 시도는 했었다. 정치 코미디를 써보려고 했었고, 기본적인 얼개를 잡아 놓기도 했었다. 매번 쓰다 만 글에는 바빠졌다거나 형편이 되지 않았다는 비겁한 변명이 달린다.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다 (곧 죽어도 능력이 안되어서 포기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다.)

 

2.

여전히 코미디는 언제나 내가 써야 할 글 목록의 매우 상위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물론 예전에도 방법이나 대안은 없었지만, 지금도 그렇다. 리스트에 올리고, 때가 되면 뚝닥뚝닥 결국은 해치우는, 나는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 수많은 목록을 리스트에 올리고, 지우고, 또 올리고, 또 지우고, 언제나 그 지랄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쓰고 싶은 글을 리스트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영향을 받기는 한다. 잠재적으로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아주 약간이라도 영향을 주게 되기는 한다. 나의 리스트에 절대로 올라오지 않는 것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 같은 거아니면 로맨스 코미디. 별의별 희한한 흡혈귀나 좀비 얘기 아니면 찌질한 SF류까지 전부 리스트에 올라오는데, 절절한 사랑류에 대해서는 한 번도. 하여간 마음이 안 간다.

 

3.

사투리를 사투리라고 그냥 생각하지 않게 된 계기는 제주도 연구할 때인 것 같다. 양씨니 고씨니 하는 제주 할망과 함께 태어났다고 하는 사람들 혹은 입도 몇 대를 따지는 제주도 사람들하고 작업을 꽤 길게 했다. 그 시절에 지방의 방언, 사투리, 이런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요즘 지방에 가도 사투리 듣기가 쉽지는 않다. 처음 대구에 갔을 때 들었던 그 느낌을 지금은 거의 받기 어렵다. 지방 사람들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4.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멀리 놀라 가기가 어려우니까 요 몇 년간은 주로 충청도로 갔었다. 태안과 그 인근 지역들. 꽤 길게 머물기도 했다.

 

사투리에 관한 얘기들이, 사실 우리는 많이 써먹었다. 전두환 시절부터 서울말 가미된 대구 사투리를 궁중어라고 불렀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했던 바로 그 말. 강남 살던 시절, 사방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바로 그 궁중어였다. DJ 시절에는 목포 형님들과 함께,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해졌다. 한 때 내 바로 위의 상관이 목포 형님, 그와 함께 매생이국이라는 것을 처음 먹었다. 그리고 노무현 시대가 되었고, 평생 들은 것 만큼의 부산말들을 듣게 되었다. 부산 말, 다시 대구 말, 부산 말 대구 말 그리고 그 틈틈이 광주말

 

충청도 사투리는, JP와 함께 찾아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덜 소비된 말이기도 하다. 백제로 치면, 어디가 본당이야? 전라도권, 충청도권? 지금에 와서, 알게 뭐냐? 그리고 그런 화석화 된 논쟁이 뭐가 중요할까 싶다.

 

그래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당분간 나는 충청도 갈 일이 많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얻어걸리는 것도 있기는 할 것이다.

 

5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재능과는 아주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아쉽지만 그렇다. 뭔가 기똥찬 생각이나 아이디어 같은 것이 불현듯 떠올라, 일필휘지별로 안 그렇다. 앞으로 할 것, 꼬박꼬박 리스트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일정표도 몇 년치, 꼬박꼬박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렇게 계획한 대로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매번 수정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처지였으면, 그렇게 일정표 만들고 메모 정리할 시간에, 그냥 그걸 쓰라고 할 것 같다. 그렇긴 하다.

 

<88만원 세대>가 대표적으로, 몇 년간 모아둔 메모와 이건 좀 이상한데?”, 그렇게 적어 둔 것들 것 모아서 만든 대표적인 책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기획하다가 버린 메모 노트 같은 것까지 참고했다. 자기는 쓸 필요 없다고 버리려고 하는 걸 그것 좀 잠깐 줘보세요”, 그런 것까지 탈탈탈 털었다. 독일 사례가 그렇게 나온 얘기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니, 종종 배신한다. 그렇지만 그런 배신까지 다 포함해서, 뭐라도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는 그래도 땀은 좀 흘려야 한다.

 

뭔가 메모를 하고,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시간이 지났을 때, 모이는 게 좀 생긴다. 그런 메모도 없이 멍하고 있으면, 시간이 흘러도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내 경우는 그렇다.

 

블로그에 이것저것, 되는 얘기 건 되지 않는 얘기 건, 생각날 때 정리해 놓는 것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한 것 같다 (제일 잘 했다거나, 제일 많이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충청도말 + 코미디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결합한 메모 하나를 더 한다. 조각조각 모아서 해보는 일을, 한 번 더 하려고 한다.

 

어차피 나는 시간이 많다. 가진 것은 시간밖에 없다. 천천히 모아가면서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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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고와 배화여고를 비교하는 교육 책은, 내년 출간 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자사고와 혁신고를 비교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어서 꼭 해보고 싶기는 했는데... 내년에는 일정이 안 나온다. 그렇다면 후년에는? 그것도 모른다. 빛의 속도로 날라와서 꽂히는 것들이 있어서, 후년에도 기약이 없다.

원래는 모피아 2권을 교육 마피아로 할 생각이 있었다. 모피아가 기획 단계부터 처음부터 3부작이었다. 드라마 판권은 팔렸는데, 박근혜 시대라 편성은 안되었다. 그리고 나도 계속 모피아 시리즈 붙잡고 있기에는, 일정이 급해져서 결국 내려놓았다. 모피아 2권이 이화여고 3학년 여학생과 중앙고 3학년 남학생의 연애 얘기를 중심으로 구성이 되었었다. 여주인공 이름도 정해놓았었다. 결국 계속 쓰지 못한 건, 교육 얘기가 생각보다 인기가 없다. 전체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는 우선 순위가 떨어진다.

그렇게 한 번 내려놓았던 이화여고 얘기를, 다시 한 번 배화여고와의 비교로 올려볼까, 그럴 생각이 있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강남의 돼지엄마를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도 한 번 테이블 위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할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 나중에 밀고 들어온 아이템들에게 밀려서...

이래저래 교육 얘기들은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아이들 학교 들어가면 후회할까? 그래도 어떻게든 이 얘기를 좀 다루면서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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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이 나온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나름 과감했던 책인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의미도 있었다.

 

이 책은 MB 시절을 맞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그런 전망을 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책은 아니었다. 그 즈음에 스위스의 로잔느 대학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하게 될 일이 생겼다. 그리고 파리의 시앙스포에 교환교수 건도 있었고. 어떻게 할지, 나는 잘 판단을 못하고 있었다. 우선은, 건강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로잔느에서 좀 편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던 중이었다.

 

한 학기 정도, 한국경제론을 강의한다는 생각으로 정리하던 것이 결국은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같은 형태의 결론편이 되었다. 그 시절만 해도, 내가 정말 힘이 좋았다. 그리고 머리도 잘 돌아갔다. 이젠 그런 작업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좀 아닌 것 같고, 문재인 정부 중반에서 후반 정도에 이 책을 한 번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 때의 토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내가 제 3 부문이라고 불렀던 사회적 경제가 2~3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아직도 진행형인 질문들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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