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장석준이 번역한 책이다.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작업장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써보자는 제안이 왔다. 보통은 고민하지 않고,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는 능력이... 요렇게 바로 답변을 한다. 이게, 내가 성격이 좀 더러워서 그렇다. 무슨 고상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책들은, 어쨌든 마무리는 짓게 된다. 스타일상,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장면과 마무리에 사용할 내용이 잡혀야 책 작업을 시작한다. 그게 안 잡히면 아예 시작을 안 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강렬한 인상이 있어야 크게 헤매지 않고 종점으로 가게 된다. 물론 하다 보면 결론이 바뀌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게 없으면 마무리 자체가 어렵다.

 

남이 제안한 내용들이 부실하거나 의미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면, 별 신경도 안 쓰게 되는 경우도 많고, 신경을 쓰더라도 결국 마무리를 못하게 되는 일이 많아서였다. 지금까지 작지 않은 책을 쓴 것 같다. 그 중에서 누가 해보자 거나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쓴 책은 한 권도 없다.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점이 한 가지가 있다. 책이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누구한테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내가 뭘 잘 못했을까, 무슨 생각을 잘 못 했을까, 그렇게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원래의 패턴대로라면, 못 한다고 바로 말하는 게 답인데...

 

며칠째 고민 중이다. 안 할 이유는 아주 많다.

 

민주주의 얘기를 너무 많이 한다. 민주주의가 나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별 내용 없이 그냥 민주주의라고 밀어붙이고 갖다 붙이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하나마나한 얘기에 메뉴 하나를 더 올리게 될 위험이 아주 많다. 내가 하면 다를 것이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여기에 별 시덥지도 않은 소소한 이유들도 따라붙는다. 경제학과 민주주의, 사실 본질적인 얘기는 아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처럼 민주주의를 소소하게 분석하는 훈련도 별로 받은 적이 없고, 그렇게 절차와 과정을 나누는 것에 대단한 흥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그래도 고민을 하는 이유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회사, 여전히 개판이다. 이젠 좀 괜찮아질만도 한데, 여전히 개판이다. 치사하고 은밀하고, 뒷거래 많고... 마슬로의 동기 이론이 나온 게 언제인데, 과연 보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회사가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는 곳이라고 생각할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회사 가는 거 아닌가?

 

문제를 풀 수는 없더라도 완화시키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읽고 보고, 만나야 할 작업량이 너무 많을 것 같다는 점.

 

예전에 남재희 장관이 내 책에 추천사 달아주면서 부지런한 사회부 기자 같다고 쓴 적이 있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어지간한 기자보다 더 많이 현장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례들을 조사했다.

 

이제는... 애 둘 키우는 아빠가, 도서관 가기도 쉽지 않은데. 언감생심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면 거의 처음부터 이론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겁부터 난다. 하여... 계속 고민 중이다.

 

나도 이제 50이다. 아픈 데도 많고, 무리할 수도 없고, 아이들도 봐야 한다. 돈도 조금씩은 벌어야 하고. 하여,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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