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대 때, 좌파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좌파라고 말하면서 살았다. 취직을 하게 되면서, 나는 대부분 보수들만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집을 강남으로 옮기면서, 일상 생활에서도 생전 본 적도 없던, 그야말로 원단 경상도 보수들과도 삶을 나누게 되었다. 그 시절에 한국의 보수는 유능이니 무능이니, 그런 얘기를 할 것도 없이 그냥 그게 한국이었다.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이 설 공간들을 조금 가질 수 있었지만, 사실 한국의 대부분은 그냥 보수였다.
민주당 정권이 몇 번 지나갔다. 여전히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금융계, 에너지계, 이런 데는 보수가 절대 다수다. 이런 데의 특징은, 간부들 중에서 여성을 보기가 아주 힘들다는 점이다.
윤석열의 시대가 끝나고, 보수는 경제계에서는 숫자로는 많다. 여전히 절대 다수이기는 하지만, 유능하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이재명이 인간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일을 전혀 못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정면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닐지는 몰라도, 대체적으로 해법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박근혜는 정면 승부하지만, 해법을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윤석열은.. 아무 것도 안 했다. 욕만 하고, 술만 마셨던 것 같다.
보수는 지금 근본적으로 문제에 부딪혔다. 한국에서 그들은 절대 다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수의 힘으로 해법을 만들어내는 그런 한국 보수 특유의 유능함도 잃었다.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찌질하다'는 형용사가 지금 국민의힘을 축으로 하는 한국 보수의 속성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이 시기가 얼마나 갈까? 잘은 모르겠지만, 꽤 간다. 한국의 보수들은 책과는 이제 거리가 너무 멀어졌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과도 좀 멀리간 것 같다. 욕만 한다. 생각보다 보수들의 '찌질이 시대'가 꽤 오래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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