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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03 선진국, 그 이후..
  2. 2020.09.02 변화의 시간 그리고 일상성..
  3. 2020.08.29 제3의 길, 코로나..
  4. 2020.08.28 짐승기..
  5. 2020.08.26 오늘도 감사한다.. 1
  6. 2020.08.25 왼손 마우스.. 1
  7. 2020.08.24 경향, 셧다운 전야.. 1
  8. 2020.08.23 누군가의 맹활약.. 1
  9. 2020.08.16 빡치심, 코로나 국면의 태극기들.. 15
  10. 2020.08.11 취향도 제각각..

선진국 그 이후

작년부터 거시 경제에 관한 책을 한 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현실을 돌아보면 영 마땅치가 않다. 현 정부는, 제일 이상한 건 인사인 것 같다. 공직도 일종의 경쟁인데, 내용 보다는 사교를 잘 하는 사람들이 먼저 밀치고 들어가는 것 같다. 결국은 어깨 싸움이 창궐하게 되었다. 그걸 보수 쪽쪽에서는 그걸 일종의 주류 세력의 교체라고 보는 것 같다. 현실은 택도 없다. 경력이 진보였던 것과 진보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은 좀 다른 얘기인데.. 막상 현실 정책으로 들어가면 변화는 그냥 마음 속에 혹은 ‘답안지’ 속에만 있는 것 같고,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경우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직장 민주주의 같은, 하나하나 조직의 운용 방식에 대한 변화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내 소망 속에만 있는 일이고. 

그래서 결국은 거시 경제에 대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보는 건 접고, 10대들을 위한 경제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어차피 10대들에 책들을 계속 준비하는 중이라, 그 연장선 속에서 미래 세대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해보는 걸로. 

코로나가 한국을 선진국 한 가운데로 밀어 넣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극우파의 전면화는 확실히 선진국 현상이다. 선진국식의 극우파는 한국에서 미분화된 형태로 보수를 전체적으로 극우 쪽으로 끌어가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분화가 벌어지게 되었다. 전광훈이 황당한 인간이기는 한데, 아직 르뺑과 같은 정말로 유로 의회를 장악할 정도의 매력 있고 말 잘 하는 그런 선진국형 극우파와는 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종교 현상을 떼고 본격적으로 노선을 들고 나와야 선진국형 극우가 아닐까 싶다. 

전광훈의 매력은 제한적이고, 지나치게 음모론적이다. 그래서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이 사건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는 것은, 보수 내에서 분화 같은 게 빨라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극우파 현상은 민족주의와 함께 납세 거부 같은 좀 더 현실주의 이슈 같은 것과 함께 생긴다. 그런 게 선진국 현상이다. 전광훈과 태극기의 극우화가 제한적인 것은, 성조기 심지어 일장기까지 8.15 집회에 들고나오는, 그런 제한적 민족주의로는 20대에게 확장성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워너비 이런 느낌 보다는 에비! 

스위스에서 극우파 정당이 형성될 때, 그 핵심 축 중의 하나가 과속 단속 카메라에 대한 거부운동이었다. 그냥 편안하게 운전 좀 할 수 있게 놔두시라.. 우스워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게 전국적인 시민 운동 같은 것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극우파 정당에 합류하면서 메인 스트림이 되었다. 엔지니어, 의사, 이런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에비, 이런 느낌 보다는 워너비 느낌이 강하다. 강한 민족주의에 현실적인 공감대 그리고 개인적으로 갖춘 매력들.. 

이 정도 되면 중도좌, 중도우가 마음으로 연합해서, 우리 최소한 극우파의 집권은 막자, 이런 게 생겨난다. 내가 보는 심화된 민주주의의 미래는 그런 거다. 선진국이 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단계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평화에 대한 위기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민주당 심지어 정의당이 제시하는 의제도 과거적 이제다.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20년에 걸쳐서 누적된 사회적 의제는 여전히 불평등 가득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현실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주제 자체로는 과거적 방식이다. 미래적 방식의 질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질문을 해보자.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걸 80년대에는 70년대 유신 시대의 눈으로 대답을 했다. 2000년대에는 80년대의 눈으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 지금은? 

좁게 보면 전광훈 넓게 보면 여전히 MB에 대한 혐오에 대한 방식으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쁜 넘들 싹 다 몰아내고..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책을 쓴 적이 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은 여전히 세월호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제주 배편은 아직 없다. 화물선 한 대가 움직이고 있다. 세월호 정도 큰 사건을 거쳤으면 연안 여객 전체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뭔가 했을 것 같지만.. 마음만 그렇고, 그 자리에 다시 중고 배가 준비되는 중이다. 이것도 몇 번이나 문제가 있어서, 그래도 좀 덜 중고로 해야 할 거 아니냐, 이 정도도 충분히 안전하다, 이러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풀면 된다. 우리가 중진국 시대를 거치면서 생겨난 방식은, 문제는 풀지 않고, 문제가 된 사람만 혼내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맨날 ‘인재’라고 한다. 인재라고 하는 말처럼 과거적 방식의 단어가 또 없을 정도다. 분명히 어떤 놈이 졸거나 잘 못 했을 거야, 그 놈을 혼내주자! 

말만 많았지, 이런 과거적 방식이 ‘k방역’이라는 되도 않는 신조어를 가지고 국뽕으로 몰아가는 흐름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세월호처럼 큰 사건에서도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하고, 그냥 내깔려두는 나라.. 불행히도 그게 우리의 현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면 뭐가 좀 바뀌었을까? “똑바로 하란 말이야”, 이런 소리친 것 말고는, 적어도 세월호에서는 무슨 변화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선진국이라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 살아가는 건 다 거기서 거기다. 그렇지만 시스템을 정비해서 확률을 줄이는 것과, 왕창 화내고, 혼내주고, “또 그러면 죽어” 그렇게 협박하고 지나가는 것은 좀 다르다. 

혼내 주는 걸로 문제가 풀리면, 중국은 벌써 선진국이다. 장관이고 뭐고, 문제 생기면 사형이다. 중국이 덩치는 커졌지만, 그 시스템을 선진국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진국 그 이후, 그 질문은 다시 한 번 세월호에 던져진 질문과도 같다. 배에서 생긴 문제인데, 왜 배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 많은 문제가 이렇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지독할 정도의 돌려막기 인사는 좀 그렇다.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해야지, 친한 사람만 배치한다고 일이 풀리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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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몸이 너무 힘들어서 저녁 먹기 전에 좀 잤다. 아이고, 삭신이야. 요번 주에는 태권도장도 안 하고, 세 시 반에 아이들 데리고 오는 중이다. 방법이 없다. 동네에 있는 특공무술에서는 학원은 안 하는데, 차는 운행한다고.. 우와, 진짜 유능한 사범이다. 왜 이렇게 특공 다니는 애들이 많나 싶었는데, 기가 막히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잘 아는. 

작년에 프로야구에서는 ‘간절함’이 유행을 했었다. 뭐, 간절하게 한다고 해서 없는 실력이 생기는 건 아닌데, 코로나 이 와중에 학원은 안 하더라도 차는 운행하는 특공무술 보면서.. 나는 이렇게 간절함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나는 그렇게 간절하게, 그 정도로 열심히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은, 아마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서로 웃으면서 살아가려고 하던 거 정도 아닐까 싶다. 

저녁 때 비도 오고, 태권도도 못 가는 아이들이 하도 야구 하자고 졸라대서.. 보통은 타격 10개씩 두 턴을 하는데, 오늘은 4턴을 했다. 두 명이니까 공 80개를 던졌다. 뭐, 살살 던지니까 그게 힘든 건 아닌데, 애들은 땀범벅이 되었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힘들기는 한. 

살다 보면 세상이 확 바뀌는 듯한, 정말로 시대 변화와 같은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IMF 경제위기가 그랬다. 그 이전에 하던 얘기가 이 새로운 시대에는 어쩐지 한가해 보이고, 삶의 고생을 모르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Mb가 집권하고 생겨난 변화가 겹쳐지고, 세상은 미친 듯이 뒤로 갔다. 그 흐름이 결국 순실이라는 괴물스러운 걸 만들어내고, 스스로 파탄에 가고 만 것 같다. 

촛불집회는 정치적으로는 컸지만, 문화적으로까지 그렇게 큰 변화를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imf 경제 위기급의 그런 변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마도 한국에서는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큰 변화가 생겨나는 중인 것 같다. 세계적 흐름을 얘기할 때 흔히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경계지점으로 삼는데, 아마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은 겹쳐진 사건이라서, 굳이 구분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큰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의 정서도 바뀌고 문화도 바뀐다. 경제에 대해서 ‘살아남는 것’이라는 은유를 쓰는데, 팬데믹은 진짜로 살아남는 게 급선무인 긴급 상황을 만든다. 런던 같이 대공습을 겪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언가 남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내가 요즈음 노력하는 단 하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그리고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공,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행동하고, 그 대신 주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권투에서 맞으면서도 눈을 떠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일상성의 소중함을 90년대 이후, 너무 오래 잊고 지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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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간만에 슈퍼에 갔다. 한동안 냉장고에 있는 것만 퍼 먹다가, 도저히 먹을 게 없어서 양념도 좀 사고, 이것저것.. 20만 원 넘었다. 오매나야.

그냥 배달시킬까 했는데, 배달이 밀려서 세 시간 넘게 걸린단다. 그럴 수는 없지.

집에서 밥만 해먹으니까 요리 특히 기본기만 는다.

홍석천이 하던 식당도 문을 닫는다는데, 마음이 아프다. 아주 전에는 이태원 자주 가던 시절도 있었는데, 애들 태어나고는 거의 안 갔다. 후배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몇 번 갔던..

밥하기 싫어서 나처럼 외식 자주하던 사람도 집에서 밥만 해먹고 있으니까.. 버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전원에게 주든, 저소득 중심으로 주던, 지금까지의 지원하는 방식을 코로나에서는 좀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얼핏얼핏 들기는 하는데.. 나는 또 내가 쓰는 글에 집중해야 하니까, 머리를 여기에 많이 빼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경제 정책은 크게 보면 미국식, 유럽식을 주로 참고했다. 앵글로 색슨과 콘티넨탈, 뭐 이렇게 나누기도 하고. 영국을 넣을까냐 말까냐. 가끔 노르딕.

코로나에 대한 대응 방안은 사실 다 별로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뭔가 좀 새로운 메카니즘을 생각할 때가 된 것 같기는 한데.. 머리 아프다.

예전에 기든스가 제 3의 길 얘기할 때 얼척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별로 기든스 노선을 따라갈 생각도 없었고..

그런데 코로나를 맞아, 미국식도 아니고 유럽식도 아닌 제 3의 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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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기..

아이들 메모 2020. 8. 28. 10:30

둘째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데,혼다 오딧세이에서 4살, 6살 정도 되어보이는 딸 둘을 데리고 내리는 아빠를 만났다.

어지간해서는 누군가에게 부럽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몇 년간, 애들 보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부럽고 말고,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부러웠다..

남자 애들 둘하고 짐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딸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뭐.. 먹는 거, 격투기, 야구, 그런 게 내가 아들들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마루에서 하는 야구를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하는 얘기의 대부분은 뭐 먹고 싶냐, 뭐 해줄까, 그런 먹는 얘기.

지금 타는 차는 아반떼인데, 그거 살 때 혼다 오딧세이살까 했었다. 일본에서는 주로 토요타를 탔었고, 오딧세이는 얻어 탄 적만 한 번 있다. 장인은 벌써 몇 년 전에 운전을 끝내셨고, 아버지도 아마 올해가 운전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큰 차가 필요하기는 한데, 차에 돈 쓸 때만 되면 손이 벌벌벌 떨려서.. 결국은 그냥 수동 기어 달린 차 중에 제일 싼 걸 집었다.

어린이집에 애들 데리고 오는 아빠를 가끔 보기는 하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딸 데리고 오는 아빠는 처음 본 것 같다. 딸과의 다정한 아빠, 이건 내가 해보지 못한 삶이다. 아들들과의 우악스럽고 파이팅 넘치는 삶, 이건 내가 그 한 가운데에 들어가 있고.

일종의 '짐승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큰 애는 카봇에서 또봇 그리고 최근에 건담으로 넘는 중이다. 둘째는 딱지에서 팽이 그리고 요즘은 종이로 팽이 접기 단계다.

요즘 아이들이 제일 재밌게 듣는 얘기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3루타 얘기다. 열 번은 해준 것 같은데, 재밌다고 또 해달란다.. 아직 홍창기의 3루타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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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면서, 그저 감사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악악거리고 억울한 것만 생각해봐야, 답도 안 나오고, 남은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큰 애 방학 때 교실 리모델링 한다고 꼼짝 없이 애 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제 겨우 개학인가 했더니, 개학 첫 주에는 코로나 때문에 돌봄 교실 못 한다고.. 망했스요.

허망한 마음에 산책 나갔는데, 내일부터 긴급 돌봄 받아준다고. 당분간 급식은 없어서 도시락 싸보내라고 학교에서 문자 왔다.

오 예! 살았스!

감사할 일은 이런 게 감사할 일이다. 내가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누군가의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그저 감사하며 살아갈 뿐이다.

오늘도 또 한 번의 큰 감사를 한다. 성질 내고 심통 낼려면 하루에도 백 개씩 그런 일이 있다. 설령 그런 일이 없더라도 지나간 날들을 곰곰히 되씹으며, "그 새끼, 그 때 아작을 냈어야", 이러면서 사는 게 속은 편하다. 근데, 좀 그렇다.

그냥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돈 조금만 더 넉넉하게 있었으면, 이런 생각이 가끔 든다. 그래도 세 끼 걱정하지 않고, 먹고 싶은 거 아무 때나 먹고 살면 그거로 충분하다.

얼마 전에 집에 손님이 왔는데, 컴퓨터 모니터로나 쓰는 구닥다리 작은 TV를 아직도 보냐고..

얼래, 저 옆에 있는 스피커 세트 합치면 5백만 원 넘는데?

순간 아차. 내 인성이 아직도 이 모양이다. 아 네, 하고 웃으면 될 일을.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감사하고, 오늘도 반성한다.

매일 해야 할 일은, 이 두 가지 말고는 약간의 운동 그리고 몇 번의 큰 웃음. 우울증을 멀리 하기에는 이 방법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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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가 몇 달째 계속 아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 마우스 드는 그 각도다. 내가 무슨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정도인데.. 

책 내던 초장기에는 키보드 치는 어깨가 많이 아팠었다. 만년필로도 쓰고, 가급적이면 자판 덜 치려고 했었다. 그 짓도 오래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요령이 좀 생겼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고, 꼭 뭔가 써서 해야 할 때에는 종이에다 만년필로 미리 밑그림을 좀 그리고.. 

책 쓰는 시간에는 어쨌든 긴장해서 자판을 치게 된다. 애들 태어난 다음에는 책 쓰는 시간도 하루 두 시간으로 줄였다. 막판에는 좀 더 하기도 하는데, 매일 그 정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대가리가 부족하지!) 그 시간에도 안 되는 건,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준비가 부족해서다. 준비가 될 때까지 뒤로 미루고, 준비가 된 걸 먼저..

게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뭘 더 한 것도 아닌데 마우스 쥐는 오른쪽 어깨가 아픈 건.. 대가리 쓰는 게 귀찮다. 그냥 마우스를 왼손으로 옮겼다. 생각보다 어색하다. 그래도 오른 쪽 어깨가 풀리려면, 어색한 걸 참는 게 나을 것 같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올 연말까지는 사람들 만나는 거나 새롭게 뭔가 하는 것들을 극도로 줄이고,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친 몸도 좀 추스르고. 애들 키우다 보니, 정말로 심신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뭘 할 수도 없는 시기다. 

2020년은 아마도 마우스를 왼손으로 쥐게 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머지야 뭐, 그렇게까지 감동적으로 가슴에 남을 일이 벌어지지가 않았고, 또 남은 시간에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왼손 마우스는 어색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색한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남은 인생을 덜 어색하고, 덜 불편하게 사는 방법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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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셧다운 전야..

낸글 2020. 8. 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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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에 회의 한 군데 가기로 약속한 게 있는데, 큰 애가 아직도 방학 중이다. 엉겁결에 대답을 했는데, 방학 중인 걸 생각을 못했다. 아내는 바쁘다. 

오늘 오후에는 내일 가기 어렵다고 전화를 해줘야 하는데, 입이 잘 안 떨어진다. 

몇 년 전부터, 약속을 하기가 싫어졌다. 해봐야 잘 지키지도 못한다. 코로나 이후로 특히 더 그렇게 되었다. 자꾸 몇 달 후 약속을 하자고 하는데, 하나마나다. 나도 내 일정을 모르는 게, 나 아니면 아내가 시간을 내야 하는데, 아내도 먹고 사느라고 코가 석자다. 

돈을 아내보다 내가 더 잘 벌 것 같으니까 아내가 일을 그만두고 내가 움직이는 게 맞다고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데.. 내 인생은 2016년, 애들 보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작에 결정을 했다.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더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 조금 하고, 내 주변의 몇 사람들 도와주면서 남은 인생, 잔잔하게 살아갈 뿐이다. 

코로나만이 문제가 아니라, 내 주변의 에디터들 중에서 지금 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올해 대부분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기거나. 책들이 다 붕 떠 있다.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뭔가 행정행위 같은 걸 하면서 제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을 했겠지만, 요즘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방치한다. 지금 내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고 해결될 종류의 일은 아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취업에 따른 차별에 대한 자문을 좀 해달라고 한다. 회사별 임금 차이에 관한 문제인데.. 골 아픈 얘기다. 방향은 그 방향이 맞는데, 임금 격차를 너무나 자신이 생산성과 결부시켜서 생각하는 문화적 풍토가 강해서, 임금에 대한 조정이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머리 한 쪽이 지끈지끈하다. 

별로 소득이 생기는 일은 아닌데, 결정적인 힌트를 달라고 하는 자문 요청이 너무 많다. 누가 물어보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 해주는 게 예전부터 몸에 배어서 그런지, 하여간 전화 오부지게 많이 온다. 그리고 한 번 전화하면 잘 안 끊는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냐.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그냥 남은 인생, 화 내지 않고, 양아치처럼 살지 않아서 최소한의 우아함을 지키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 

그래도 돌아보면 내 삶에 대해서 늘 감사하게 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하루 세 끼 먹고 사는데 특별히 고통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산 인생이다. 굳이 힘든 걸 얘기하자면, 이 코로나 주말에 갑자기 세탁기가 망가져서, 새로 주문한 세탁기는 한참 걸려서나 온다고 하고.. 코인 세탁방에 온 식구가 출동해야 하는, 그런 쪼잔한 일들이 생겨났다는. 

2020년 여름, 코로나 2단계 거리두기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그냥 버티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강요된 단절’로 인하여 기가 막힌 생각의 전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 좋게 생각하면, 창조의 시간.. 그런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기술경제학에 spill-over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누군가 잘 해서, 나도 좀 얻어먹고, 그걸 그렇게 표현한다. 이제 나의 맹활약 대신, 누군가의 맹활약을 기다리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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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보가 무능이라는 프레임과 싸워야 한다면, 보수는 혐오라는 프레임과 싸우게 된다. 태극기 집회에 최대한의 공경심을 가지려고 하는데, 이 코로나 국면에 잔뜩 모여서, 게다가 성조기 휘날리며. 트럼프도 이 정도로 혐오스럽지는 않다. 틈틈히 의도치 않은 개그 코드로 웃겨주기도 하고.

오늘 아내가 성적 '수치심'이 아니라 성적 '빡치심'이라는 얘기를 했다. 수치를 느끼는 게 아니라 빡치는 거라고.

광화문 광장을 보면서 그 생각이 문득 났다. 이건 혐오가 아니라 빡침이라는.. 애들 생일 선물 사주러 조심조심 마스크 쓰고 장난감 가게 갔다온 생각이 나면서, 문득 빡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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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 여름방학이라, 이래저래 초비상인데, 사람들은 어지간히도 사정 안 봐준다. 빈 날자 대라고 하는데, 돌아비리.. 어지간한 데 가면, 아직도 내가 막내다. 후배 또래들은 운동에 별 관심이 없거나, 돈 안 되는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사정 안 봐주는 건 애들도 마찬가지다. 큰 애가 오후 간식으로 요즘 빵 너무 많이 먹었다고, 다른 거 먹고 싶단다. 계란? 제기랄, 계란은 또 싫댄다. 하도 냉장고만 퍼먹어서 남은 게 별로 없다.

할 수 없이 바게트에 치즈 녹여서 피자 빵 해주는 걸로 퉁.

둘째는 빵 버터에 굽고, 큰 애는 빵에 양념해서 렌지에 넣고. 이것들이. 그냥 하나 먹는 것도, 하도 많이 해줬더니, 취향들이 다 제각각이다.

그 와중에 추천사 써야할 것, 지방에서 회의 한다고 요번에는 꼭 와주시면 안 되냐고, 돌아비리.. 오매매, 아침 10시. 힘들다고 했다.

진짜 애기 등에 업고 싸웠다는 전설의 검객 생각 난다. 애 업기만 하는 게 아니라, 먹이고, 싸고, 재우고, 일절 어떻게 가지도 다녔을까 싶은.

일하고 집에 돌아온 아내는 맥주 먹고 싶단다. 콜, 금방 나가서 사올께..

내가 웃어야 집안에 웃음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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