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런 격동의 시기를 또 볼 줄은 몰랐다. 대통령 탄핵에 이어 국무총리가 탄핵되었다. 드디어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었다. 뭐라고 서류에 썼든,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권한 대행은 이제 즉각 탄핵각이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이 탄핵을 진행할 수도 없다. 탄핵된 국무위원이 너무 많아지면, 국무회의 자체가 마비 된다. 거기까지가 할 수 있는 한계점이다. 그야말로 대혼돈의 시대다. 

정치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뭐라고 말하든, 정치는 국가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윤석열이 정치인도 아니라고 하는 건, 도통 대화라는 걸 안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만 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얘기를 하고, 대화를 하는 게 정치다. 

그건 지금 민주당에게도 마찬가지다. 헌재 재판관 임명해. 안 해? 그럼 탄핵, 자 다음!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게 기분은 속시원하겠지만, 그럼 다시 정치 실종이다. 그렇게 해서는 명분이 않고, 당위만 남게 된다. 그렇게 당위로 직진하는 게 정치는 아니다. 국민 모두가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판단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직진형 정치, 이게 다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의 국무위원 면면을 보면 금방 알겠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득권 세력이 강하다. 그리고 그들끼리 강하게 결탁되어 있다. 그렇게 끈적끈적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명예보다 ‘배신자’가 현실적으로 더 두려운 요소다. 이 정도면 받을 것도 같은데, 그게 현실이 되기 어렵다. 차라리 그냥 탄핵당하고, 언젠가 돌아올 자신들의 시기에 영웅이 되는 게 개인으로서는 더 현실적인 선택이다. 

민주당은 그냥 성명서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게 아니라, 최상목을 만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싫다, 혹은 시간 없다, 그래도 계속 만나자고 해야 한다. 공식적으로도 하고, 비공식적으로도 해야 한다. 설득이 안 되어도 그렇게 만나려고 하고, 다양한 경로로 특사가 가든, 혹은 사회원로가 가든, 대화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한덕수 때에는 워낙 위중해서 그렇게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총리가 아니라 국무위원이다. 최후 통첩 거기에 또 최후의 통첩, 이렇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맞다. 딱 보니까, 안 할 것 같아, 이렇게 하는 건 그렇게 사려 싶은 행동이 아니다. 계속 만나고, 만나지 못해도 만나려고 하는 것, 그게 정치적 모양내기다. 그렇게 명분을 가져야, 사회적 압박이라는 게 생긴다. 힘만으로 모든 걸 풀 수는 없다. 

만나주지 않더라도 계속 만나려고 하고, 커피라도 한 잔 마시자고 하는데, 권한대행이 계속해서 만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모양새가 나야, 나중에 탄핵을 하더라도 할 명분들이 생긴다. 아니, 국정을 총괄하는 사람이 용산에 틀어박힌 누구처럼 편지도 안 받고, 전화도 안 받아요, 이런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것, 그런 게 정치다. 물론 답답하다. 그렇지만 답답한 것을 기꺼이 하는 인내심과 포용력을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 아닐까? 그냥 우리랑 의견이 달라, 그래서 직진. 이런 건 정치 과정 실종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냥 최종묵이 마음은 어떨까, 그런 판단은 어떨까, 그렇게 처분만 기다리는 것처럼 뚱하니 있는 것은 안 좋다. 시급하게 만나려고 하고, 만나자고도 하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 정치원로나 종교계 원로, 시민단체 대표들도 “최상목 선생, 우리 만나요”, 이렇게 움직이는 게 더 부드럽다. 

급해도 돌아가는 게 정치다. 내란 세력과 무슨 정치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돌아가고, 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명분을 갖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따져보면 결국은 그게 더 빠르다. 더 부드럽게, 더 많은 명분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움직이는 것, 그게 정치의 현실적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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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탄핵..

잠시 생각을 2024. 12. 27. 16:47

한덕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절차상으로 탄핵 정족수 문제에 관한 권한쟁의도 헌법재판소로 갈 것이다. 윤석열 탄핵을 먼저 처리할 건지, 국무총리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를 먼저 처리할 건지, 정해진 것은 없다. 헌재 손에 달렸다. 


당분간 무정부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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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내일 탄핵한다고 한다. 이걸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참 어렵다. 노욕이라고 하기에도 행동이 과하다. 헌법상 헌법재판관 임명은 강행 조항이고, 대통령에게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하는 사안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는 자체로 위헌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총리실에도 비서실이 있고, 법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얘기도 안 듣는 것 같다. 

윤석열은 삼권분립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조직도상 대통령이 맨 위에 있고, 그 밑에 국회와 법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의 대한민국 조직도는 맨 위가 세 개로 되어 있다. 그래서 서로 견제하게 되어 있는 다른 권력을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총칼로 무력화시키려는 행위를 하면, 그게 바로 내란이다. 

나중에 한국 역사에 "대통령과 총리가 공모하여..", 이렇게 적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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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 앞부분을 고치기 시작할 즈음에 ‘따뜻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기 시작하였다. 탄핵 1차 투표에 반대표를 던지고, 2차 투표에 탄핵한 김창욱이라는 보수 정치인의 인터뷰 방송을 본 게 계기였다. 보고 나서 감정이 깊게 남아서, 그 인터뷰 방송을 몇 번을 더 돌려봤다. 그리고 남은 감정이 따스함이었다. 

따뜻하다는 말이 제일 인상적인 대목은 영화 <짝패>에서 봤다. “네가 옛날부터 손은 참 따뜻했어.” 조폭 친구가 찌른 칼을 배에 맞고, 그의 손을 잡은 경찰이 한 말이다. 그 다음 장면에서 조폭은 등 뒤에 칼을 맞고 죽는다. 

따뜻함과 따스함이 뭐가 다를까? 뜻은 같은데, 뉘앙스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같은 뜻이고, 별 차이 없이 사용되기는 하는데, 따스함 쪽이 좀 더 부드럽다. 

글을 쓰면서 따스함을 추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나는 반대 쪽이었다. ‘차가운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박사 논문에서 쓴 적이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 버전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차가운데, 따스함이라니. 나에게는 그저 어처구니가 없는 용어였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대혐오의 시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만나게 되었다. 진보와 보수가 지금처럼 멀어졌던 적은 없었다. 정치는 정치, 일상은 일상이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트롬프 이후로 정치 양극화 현상이 생겨나면서, 선거가 끝나도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제는 진영이 다르면 정말로 밥 한 끼 같이 먹기로 힘들어졌다. 

도서관 경제학을 고치는 것은 당장 해야할 일이다. 초고는 진작에 끝났고, 톤을 좀 조정하려고 한다. 안 해봤던 실험이지만, ‘따스함’이라는 방향을 가지고 원고를 다시 한 번 손을 볼 생각이다. 

어쨌든 스타일 실험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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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노동

낸글 2024. 12. 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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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

잠시 생각을 2024. 12. 20. 12:32

정치인 김상욱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솔직히, 잘 몰랐다. 1차 탄핵 본회의장에 패딩을 입은 그가 나타났을 때, 처음 보았다. 그리고 2차 탄핵 때 탄핵 착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을 때 다시 보았다. 

어제 그의 인터뷰를 방송에서 보았다. 국민의힘 인물의 말하기는 홍준표식 막가파 논리나 오세훈식 "내가 할 수 있다"가 대표적인 전형이다. 아니면 뭔가 많이 화가 나 있거나, "다 너 때문이야"와 같은 단순 논리인 경우가 많다. 반성하거나 성찰적인 말을 보수 진영에게서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아니, 그거는", 이렇게 말꼬리를 이어가며, 결국 박정희 만쉐이! 이런 방식의 언술이 익숙했다. 

김상욱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보수 진영에서 처음 들어본 화법과 톤이라서 귀가 갔다. 탄핵을 왜 해야 했는가, 지금 국민의힘 주류가 뭘 잘 못하는지, 그런 얘기들이라서 텍스트로 바꾸면 그렇게까지 생소한 내용은 아니다. 

그래도 그가 하는 말의 어조와 톤이 계속 귀에 남았던 것은, 그가 하는 말이 따스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치인 같지 않았고, 더더군다나 보수 정치인 같지 않았다. 

한때 한국의 보수가 '따뜻함'을 자신의 덕목으로 추구하던 적이 있기는 했다. 박근혜와 맞붙으면서 결국 뒷전으로 내몰린 박세일이 대표적으로 따뜻한 보수를 내세웠었다. 물론 박세일의 언어가 따뜻하지는 않았다. 그도 어지간히 차갑게 말을 했었다. 그에게 따뜻함은 컨셉이었다. 

김상욱의 방송을 보면서, 나도 따뜻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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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마음..

잠시 생각을 2024. 12. 19. 16:28

 

도서관 경제학 초고를 차분히 한 번 읽어봤고, 오늘부터 고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래 안 된 것 같은데도, 몇 년은 지난 글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윤석열의 얼척 없는 친위 쿠데타가 있었고, 여의도 촛불 집회가 있었다. 뉴스가 쏟아진다. 나는 유튜브 거의 안 봤었는데, 쿠테타 이후로 유튜브도 좀 봤다. 황당한 사건이다. 

김종대 방송 그렇게 잘 하는 줄은 몰랐다. 군대가 동원된 사건이라서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끔 여의도에서 커피 마시던 시절이 정말로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제는 구수하게 얘기를 전달하는데, 정말 달인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름 그 시간을 너무 인상 쓰면서 버티지 않으려고는 했지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온 국민이 한 번쯤은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나도 사실 쿠데타 당일, 많이 놀랐다. 큰 애는 왜 그런 상황에서 안 깨워줬느냐고 지금도 나한테 뭐라고 한다. 뉴스 보면서 밤 샜다. 예전 컬프전 때 폭격 장면이 cnn으로 중계되는 걸 가지고 상당히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이제는 쿠테타도 생중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 일상이 과연 예전과 같은 일상일까? 좋든 싫든, 한국 사회와 경제는 형질 변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제도는 그대로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행위가 변하게 된다. 과연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미 많은 것들이 그날 이후로 변했다. 

두 달 전에 내가 쓰던 원고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데뷔 전에 처음 쓸 책들을 준비하던 시절이 다시 생각난다. ‘국가의 기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좋은 국가가 되기 위해서 살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살펴보자고 생각을 했다. 참, 나도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문득. 조금만 더 가면 어쨌든 그 시절 내가 보려고 했던 것들은 대충 마무리가 된다. 

책이라는 게, 아주 편안한 상황이 아니면,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사는 데 걱정 없는 순간이 한 순이라도 있겠냐. 그래도 잠시 그런 생각을 멀리 떼어놓아야 한 줄이라도 쓴다. 

윤석열의 황당한 친위 쿠데타를 겪고 나서, 그런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는 걸 문득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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