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정국을 맞이하여, 핵잠수함에서의 방사능 유출 사건을 다룬 <K-19>을 같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국보법 위반으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던 '자본주의 연구회' 신입회원 모집 플랑이 있어서 잠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처음 해 본 행사라서, 몇 분이나 오실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대체적으로 40분 정도.
자녀 두 분과 같이 오신 내외가 있었고, 회사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SK에서 오신 분이 김밥을 맞춰주셔서, 팝콘 대신 김밥과 함께.
원래 예약한 강의실은 행정 착오로 중복 예약이 되어, 급히 다른 방을 찾느라고 예정 시간보다 좀 늦게 시작하였고.
장비 맞추고, 자리 배열하느라고, 8시 반은 되서야 겨우 시작.
영화 <K-19>은, 초창기 키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푹풍 속으로> 아주 유명해진 여성 감독이다.
헐리우드의 민주당 계열 영화 중 잠수함 영화가 좀 있다.
극우파라기 보다는 좀 희한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소설가, 톰 클랜시를 원작으로 하는 잭 라이언 시리즈가 <붉은 10월>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위험>, 최종본인 <섬 어브 올 피어즈>까지 가는데, 그 시작이 바로 <붉은 10월>이었다. 핵 잠수함이 소련으로부터 망명하는 얘기이고, 여기에서부터 CIA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잭 라이언이 영화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5년 후에 나온 <크림슨 타이드>는 백인 마초풍의 함장과 흑인 엘리트의 부함장 사이의 갈등을 그린, 평화파와 강경파 사이의 조직론에 관한 얘기.
이 두 영화의 사이에 낀 게 2001년에 나온 <K-19>.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나온 조직론과 관련된 영화로 주로 해석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전임 함장이 부함장이 되고, 당서열 높은 새로운 장교가 함장이 되어, 전직 함장과 신임 함장의 두 개의 명령 라인이 그려내는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쿠데타와 친위 쿠데타가 벌어지는 것은 <크림슨 타이드>와 <K-19>이 유사하고.
그러나 진짜로 <K-19>과 짝을 이루는 영화는 2000년에 나온 <D-13>이라는, 쿠바 위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직전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는 <굿 쉐퍼드>, 이렇게 세 편의 영화가 사실상 같은 시기를 서로 다른 눈으로 다른 영화들이다.
후르시쵸프와 케네디의 시대... <굿 쉐퍼드>는 쿠바 위기 이전에 케네디가 쿠바 침공을 시도하는 때에 관한 얘기이다.
여기에 대한 멍군 격으로, <K-19>은 후르시쵸프가 미국 본토로 바로 날릴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확보하려다 발생한 사건에 관한 얘기.
그리고 <D-13>은 이도저도 생각대로 안된 후르시쵸프가 쿠바에 직접 핵 미사일을 반입하면서 생겨난, 인류 최고의 위기였던 1962년의 쿠바 해상봉쇄 사건을 다룬 것.
전통적 잠수함 영화 계열이 하나 있고, 후루시쵸프-케네디의 핵 미사일을 둘러싼 시소 게임이 또 하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젊은 시절 즉 스탈리그라드 전투를 직접 지휘하던 후르시초프의 얘기는, <에너미 앳 더 게이츠>라는, 유럽 합작 영화가 잘 보여준다.
(당시의 어느 병사가, <D-13>에서 후루시쵸프가 케네디에게 보낸 비밀 메신저로 설정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영화는 민주당이 생각하는 핵은 안돼, 그런 평화 버전에 여성의 눈으로 본 살벌한 원자로가 주요 모티브로 끼어들면서, 나름대로는 원자로 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로부터 시작되는, 냉전 시대의 핵 미사일 발사에 관한 얘기들은 또 나름대로의 자기 역사를 가지고.
한국에서는 잠수함 영화로 <유령>을 만든 적이 있는데, 얘는 좀.
그냥 한국 버전의 쇼비니즘 영화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구 소련 시대의 냉전에서, 핵 잠수함에서 원자로 누출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을 영화는 정면으로 제기한다.
원자로를 가장 많이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누가 원자로에 들어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서 reactor officer들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기계적인 답대로 진행된다만...
영화에서는 결국 함장인 해리슨 포드까지 원자로에 들어가게 된다.
소련의 부패...
원래는 원자로 앞에 비치되어 있어야 할 방호복은 재고가 없고, 화학 방재를 위한, 영화에서는 rain coat라고 표현되는, 그런 걸 그냥 입고 들어간다. 원자로 근무자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10분간, 이게 최대한의 안전 시간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방호복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서, 일단 들어가서 냉각수 용접 작업을 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설정이다.
사건이 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 7명은 며칠 내로 사망하고, 그 후에도 20명이 더 사망하게 된다.
평소에 이 영화를 보면, 조직론의 관점에서 보거나, 냉전 시대의 소련 내부의 분위기라는 눈으로 보거나, 아니면 핵 미사일을 둘러싼 '공격이 최고의 수비이다'는, 미국 극우파들의 핵 우산의 눈으로 보게 되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이 영화를 원자로 누출 사건으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보통 사람들이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건,
어느 수병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쥐가 방사능 누출로 죽어가는 장면, 긴 샷은 아니지만 정말 섬세하게 처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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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늦어져서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서, 예정되었던 간담회는 못했다.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짧게 차 한 잔 할 시간은 되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할 수는 없었고.
그 때 그 때 상황 봐서, 매달 영화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들이 좀 있었는데...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은 하자 센터 정도인데, 여긴 영등포라서 좀 너무 먼 것 같은 느낌이 좀 있고.
형식은 여전히 좀 고민스럽다.
인권위원회에서 영화 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마이크를 들고, 이 장면은 어떤 의미이고, 이 장면은 어떻게 봐야 하고, 그렇게 떠들면서 본 적도 있기는 한데.
영화 자체에 몰입하는 데에는 방해스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또 영화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그렇게 누군가가 해석을 하는 게 꼭 좋은 거냐는 생각도 좀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