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날 마지막 수정한 파일을 열었다. 직장 민주주의, 여행 가기 전에 끝내고 싶었는데, 아직도 꽤 되는 분량을 정리해야 하는. 추석 전에는 그래도 손에서 떠나보내겠지 싶다.

사회과학 책을 앞으로 얼마나 더 쓰게 될까? 농업 경제학이 있고, 도서관 경제학이 있다. 이건 계약까지 끝난 책들이고. 놀부의 경제학은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지난 얘기들에 대한 것이라서 할지말지, 아직도 재보는 중이다.

요즘은 혼돈의 시기다. 평화 얘기하면서 원자력에 사죽을 못 쓰는 사람들이 힘 쓰는 시기다. 미래 얘기하면서 원전에 미래가 있다고 여전히 믿는 사람들도 힘 좀 쓴다. 다음 세상에 대한 얘기는 없고, 노태우 시기에 토지 공개념 얘기에서 거의 하나도 변하지 않은, 똑같은 얘기들이 21세기에 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다.

미래 질문은 무엇일까? 아주 선호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돌아보면 '오래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엄청나게 새로운 것일까? 이윤이 움직이는 사회에서 결국 새로운 것은 착취의 양상일 뿐 아닌가?

 

우리는 '오래된 구태'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노태우 시기에 했던 논쟁에서 우리는 얼마나 더 미래로 왔을까?

 

YS는 세계화를 엄청 세게 밀었다. 그 전에 있던 국제화를 쎄게 하면 '세계화'가 된다고 하던 농담이.. 당시 세계화 추진을 맡았던 양반과 대학 도서관에서 차 마셨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엄청 좌파라고 한참 복잡한 얘기하더니, 낼름, 세계화 논리를 끌어오는데 1등 공신이 되었다.

 

난... 그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힘이 다가 아니다. 인기가 다가 아니다. 그리고 유명해진 게 다가 아니다. 돈도 다가 아니다.

 

돌아볼 때, 내가 한 행동이 내가 생각해도 떳떳할 때, 그 때 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자신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떳떳한 일이다.

 

새로운 논리나 얘기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떳떳한 일이다. 그게 엄청나게 큰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서 미래를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것은, 떳떳한 일이다.

 

직장 민주주의가 그런 주제다. 직장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잘 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잘 안다. 그렇지만 직장 민주주의는 편한 주제도 아니고, 많이 다루어본 주제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인 것은 맞다.

 

오래된 미래와 같은 얘기다.

 

남의 집 어린이와 아동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런 것과 같은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어린이에게 불친절 할 뿐 아니라,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인 것 같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다. 그렇게 하도록 배우고, 그렇게 어른이 된 것 아닌가 싶다.

 

선진국 문턱 앞에서, 잠시 되돌아서 생각해보는 일... 우리의 미래는 그곳으로부터 나올 것 같다.

 

 

 

'남들은 모르지.. > 직장 민주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민주주의 쓰다가...  (0) 2018.09.19
삼성 민주주의?  (1) 2018.09.11
하이고, 지친다..  (3) 2018.08.30
병원 민주주의, 글을 시작하며  (2) 2018.08.28
병원 민주주의 시작...  (0) 2018.08.27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 이게 생각보다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렇게 힘이 들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안한다고.. 살아온 모든 경험을 탈탈 털어내는 기분. 금요일부터는 1주일 동안 일본 여행이다. 그리고 2주는 더 작업해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추석. 책 끝냈다고 쉬고 쉽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 이 책은 좀 그렇다. 10월달 일정을 보니까 매주 하나씩 잡혀 있다. 된장. 애들 둘 데리고 떠나는 여행을 해볼까? 날 추워지기 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2년 전 여름부터 지금까지, 너무 달렸다. 이래저래 일정이 꽉 차서, 쉼 없이 갈리기만 한 것 같다. 애 보면서...

아내가 작업실 따로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됐슈. 멀쩡한 집 놔두고 뭐하러 돈을 써.

노트북 없이 버틴 것도 몇 년 된다. 컴 잘 돌아가는데 그런 게 뭐하러 필요해.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지난 2년을 버틴 것 같다.

어쨌든 직장 민주주의 끝나면 멍하니 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면 다시 하루에 2권 읽기 모드로 돌아갈까 한다.

직장 민주주의 작업 혹은 지난 2년 동안의 집중적인 작업의 후유증이, 호기심이 사라져버린 것. 혹은 육아의 후유증일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사라졌다.

몰라, 몰라,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책을 좀 죽어라고 읽으면 뭔가 궁금증이 다시 돌아올까?

'남들은 모르지.. > 직장 민주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민주주의?  (1) 2018.09.11
오래된 미래...  (0) 2018.09.08
병원 민주주의, 글을 시작하며  (2) 2018.08.28
병원 민주주의 시작...  (0) 2018.08.27
아시아나 민주주의 끝내고...  (1) 2018.08.27
Posted by retired
,

내가 쓰는 책들은 작게는 30개 많게는 50개 정도의 꼭지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이걸 다 잡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시작하면서 아주 초기에 대체적인 꼭지들이 구성된다. 이걸 절이라고 부른다. 중간에 원고를 갈아엎을 때에도, 절이 없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일종의 카드놀이처럼, 절을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꼭지를 먼저 잡고 구조를 만드는 경우는? 재밌는 작업이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장 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절은 그 다음에 생각하는 편이다. 절부터 잡으면 병렬형 구조가 된다. 취향상, 병렬형 구조를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다. 겨울부터 쓰게 될 농업경제학은 50개 정도의 꼭지부터 잡고 시작하려고 한다. 이건 일반적으로 내가 쓰던 방식과 구조와 접근이 전혀 다를 것 같다. 그만큼 농업 얘기 접근이 어려워서, 특단의 대책을.

 

직장 민주주의는 33개 정도의 꼭지로 이루어진다. 그중 28번째가 병원 민주주의다. 인터뷰가 포함된 사례분석에 관한 것이다. 원래는 어제 쓰기 시작하려고 했는데, 어제, 오늘, 수면 부족으로 탈진, 결국 새로운 절에 들어갈 힘이 없어서 일단 포기.

 

책 시작도 어렵지만, 절도 시작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쭉 연결되어서 앞의 꼭지의 내용을 받아서 뒤로 넘어가면 좀 나은데, 독립된 절의 경우는 매번 만만치 않다. 첫 문장을 못 써서 글을 뒤로 미루기보다는 일단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편의 글을 주로 쓴다. 늘 시원스럽게 첫 문장을 시작하는 꿈을 꾼다. 그렇지만 만만치는 않다. 그런 점에서는 짝사랑 연애편지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연인과는 달리, 어쩌지, 어쩌지, 그런 고민을 담아서 뭔가 써야할 때, 그 느낌과 안 다를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나누는 글의 첫 부분.

 

병원 민주주의는 골격이 되는 기본 내용은 잡혀 있는데, 이틀째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해서 내내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면 관련된 내용을 몇 개 써보고 다시 들어가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혹은 1보 후퇴, 며칠 신나게 딴 거 하고 놀다가 다시 오기도 한다. 그렇지면 너무 놀면, 뭐하다가 손을 놨는지, 아예 까먹기도. 하여간 지금까지 절의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해서 쓰던 책을 집어던진 적은 없다.

 

병원 얘기가 어려운 게, 친한 사람 중에서 병원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정서적으로 느낌이 팍 오지 않는 이유도 좀 있는 것 같다. 옛날 친구 중에는 의사들도 있고, 간호사도 있는데, 안 보지 너무 오래 되어서 정서적 느낌 같은 건 잘 모르겠다. 은행원, 공무원, 연구원, 이런 사람들이 겁나게 많다. 진짜로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 중에는 의사도 없고, 간호사도 없고, 약사도 없고. 공무원, 교수, 교사, 연구원, 이런 사람들만 드립다.. 하나도 도움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꿎은 OECD 자료만 계속 뒤적이고 있다. 병원 관련된 자료가 별로 없다. 다른 분야는 백서가 나오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별로. 회사 특히 상장된 회사는 이렇게 저렇게 경영보고서 같은 게 공개되는데, 병원 경영 보고서도 잘 못 찾겠다. 헤맬 때 기본적으로 현황 자료들 쭉 보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데, 병원이나 간호사 관련된 것은 그런 게 다른 데 비해서는 별로 없다. 물론 더 찾으면 어딘가 있을텐데, 그 내용이 바로 필요한 것은 아니라서 목숨 걸면서 병원 경영 보고서까지는 좀.

 

학위 받고는 병원 관련된 연구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이래저래 내가 귀찮아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고대병원하고 예방의학 관련된 정책 연구를 할 뻔한 적은 있었다. 연구의 제도 같은 것은 좀 심각하게 검토한 적이 있다. 의료제도도 health economics 연장선에서 몇 번 봤었다. 의사들하고도 연구를 아예 안 한 건 아닌데, 계속 만나거나 그렇게 알고 지내게 되지는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 내 친구들 중에도 의사 되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건 한 번도 되고 싶지가 않았다. 되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뭐 하는 건지 관심도 없었다. 하긴. 내가 관심 없는 것은 대부분의 직업 세계가 다 그렇다. 대학 들어갈 때까지도 직업에 대한 희망은 커녕 관심도 없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에도 아무 관심 없었다. 그리고는 학위가 확정된 시점 쯤에 갑자기 덜컥, 클 났네, 뭐 먹고 살지그랬다.

 

그나마 의사 중에서 가장 많이 마음을 주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수의사 박상표였는데. 아마 나와 낮술 마신 거의 유일한 의사일 듯. 대학로 근처 한 모퉁이에서 편육 놓고 낮술을 몇 번 했다. 나중에 그는 자살했다..

 

간호사라. 친척을 아무리 넓히고 넓혀도 간호사는 진짜 한 명도 없다. 그냥 느닷없이 이건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전화해서 편하게 물어볼 간호사 한 명 없이 인생을 살았다니. , 그런 의사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고. 만약에 농업 같았으면, 그럭저럭 수십 명 붙들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랬을 상황인데.

 

생각해보니 모든 걸 나 혼자서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하다가, 가끔 어쩔 수 없이 벽에 부딪히는, 그런 문제인 것 같다. 직접 경험은 물론이고, 간접 경험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병원 민주주의 같은 생소한 주제를 분석하려고 했을까, 그 출발지부터 다시 질문해보게 된다. 이게 다 태움 때문이야그리고 여자들끼리 있으면 남자들보다 더 하다는 얘기에, 그럴 리가 있나, 다 그런 구조와 상황이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런 약간의 열받음이 좀. 그리고 막상 조사를 하다 보니, 경영 및 관리 구조가 너무 허술해서, 뭐 이딴 게 있나 싶기도 했고.

 

병원 민주주의’, ‘학교 민주주의그리고 어쩔 수 없이 후퇴, 뒤로 미루어 놓은 삼성 민주주의’, 그야말로 난제 3종 셋트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일본으로 출국한다. 그 전에 최소한 이 세 개는 마무리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힘들 것 같다. 병원 민주주의를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그러면 열흘 넘게 딴 생각하다가 다시 이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다행히 그 사이에 뭔가 새로운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나면.. 그렇지만 너무 많이 나면 지금 여기로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고. 뭐 하다 말았더라,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길어봐야 A4 두 장을 절대 넘지 않는 글들은 논리만으로도 쓸 수 있다. 그리고 보고서는 가능하면 논리만으로 쓰는 게 낫다. 위에 상관들이 보게 될 글은, 대가리에 어떤 넘이 있을지 모른다. 꼭 나랑 생각이나 결이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별로 없고, 별 쌩 양아치 같은 넘들도 내 보고서를 보고 결재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니까.. 진짜로 감정이나 감정을 유발할 만한 요소들은 빼고, 논리만으로 쓰는 게 최고다. 약간이라도 감정을 넣으면 이거 쓴 새끼, 보나마나 빨갱이야”,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만 혼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던 사람들 줄줄이 개박살.. 30대 초반에 내가 쓰던 보고서들은 그래서 감정은 뺄 수 있을 만큼 다 빼고, 혹시라도 감정을 유발할 만한 요소도 철저히 빼고, 극단적으로 드라이하게 썼다. 그 편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책은 논리만으로는 못 쓴다. 말이 좋아서 50개 꼭지지, 50개의 논리 덩어리를 읽으라고 하는 건데, 그건 고욕이다. 맞는 말이라도, 힘이 들어서 못 읽는다. 그리고 50개의 논리 덩어리를 다 통으로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다. 부부간에도 그러기 어렵다. 생각이 같은 거 일부, 다른 거 일부, 그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 건 안 읽어, 그러면 고전 중에서는 읽을 수 있는 책이 한 권도 없다. 대충 참고 하면서 보는 거다. 그렇지만 논리만으로 구성된 50개의 꼭지는 요즘 같으면 읽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감정이 필요하게 된다. 논리만으로 구성하면 글에 감정이 생기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게, 쓸 때 감정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논리는 자료 분석하고, 전체를 구성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세울 수 있다. 기능적인 일이다. 그거야 열심히, 대가리 박고, 군소리 안 하고. 그냥 하면 어느 정도는 한다. 그러나 감정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논리와 감정은 움직이는 방향도, 생성 방향도 다른 것 같다. 논리가 선다고 해서 감정이 그때 그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어렵다. 책 특히 요즘 책은 그래서 감정이 더 어려운 것 같다.

 

한 때, 사회과학에서는 날 선 논리로 상대방을 죽죽 무찌르고 가는, 그런 무협지 스타일을 최고로 쳤던 것 같다. 그러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두를 무찌르는 그런 최강의 논리라는 것은 없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옳고 그름도 변한다. 마스터의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감정이 더 중요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부작용도 있다. 전혀 감정적인 요소를 느끼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그냥 논리만 세우는 것보다 더 다가가기 어렵다. 나도 안다. 그러나 현실은, 무협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 편, 남의 편, 이러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이기는 게 최고인 것만도 아니다.

 

어느 간호사가 자기 일기를 보여주었다. 나에게는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남들은 모르지.. > 직장 민주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미래...  (0) 2018.09.08
하이고, 지친다..  (3) 2018.08.30
병원 민주주의 시작...  (0) 2018.08.27
아시아나 민주주의 끝내고...  (1) 2018.08.27
직장 민주주의, 6장...  (0) 2018.08.23
Posted by retired
,

"직장이라는 공간은 원래 이렇게 비인간적인 곳이 없나. 만약 직장이 이처럼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곳이고, 그런 상황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라면, 직장은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없어지거나 계몽이 필요한 마지막 공간일 것이다."

내가 전달받은 어느 병원 간호사의 일기 중의 한 대목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적어간 글자 속에서 마음이 느껴진다. 병원.. 그나저나 며칠 간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일들 분석하다가, 갑자기 공간을 바꾸어 병원으로 들어오니, 나야말로 얼떨떨. 소설가 김탁환이 메르스 문제로 병원 문제 취재하던 얘기 들었던 게 얼마 안된다...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 아시아나 민주주의 끝냈다. 권순정 의원은 무척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 유쾌함을 내가 다 받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유쾌함의 여운이 남는다. 이제 병원 민주주의 차례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개를 받아서 엄청난 분을 만났었다. 28세였는데,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태움'으로 유명해진 병원 사태, 잘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별 지원이나 후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관심이 있는 일도 아니다. 하거나 말거나, 그냥 사회 한 구텅이에서 조용히 그리고 조그맣게 사람들 만나고, 자료 정리하고, 그러는 정도의 일이다. 거의 신경도 안 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 시대의 최전선에 있다는 정도는 안다. 병원 정리하면 다음 차례는 학교 민주주의다. 삼성 민주주의는 그 다음 순서로 바꾸었다. 가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조직. 한숨부터 나온다. 그 뒤의 세 개는 일종의 모범 사례, 가능하면 유쾌하고 경쾌하게 쓰려고 한다.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배 고프다. 냉우동 끓여먹기로 했다...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의 클라이막스는 6장이다. 사례 분석과 인터뷰 작업이 여기 들어간다. 기록적인 폭염, 몇 주 동안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원래 이 책은 이렇게까지 분야별, 유형별 사례 분석까지 생각했던 책은 아니었다. 하다보니까, 책을 좀 늦추고, 고생을 좀 더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좀 더 챙겨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단 6장 목차를 새로 정리했다 (해보고 내용 없는 건 빼는 방식으로...)

6장. 우리 직장 민주주의
1. KBS 민주주의
2. 삼성 민주주의
3. 아시아나 민주주의
4. 병원 민주주의
5. 학교 민주주의
6. 서울우유 민주주의
7. 카카오 민주주의
8. 여행박사 민주주의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 인터뷰 작업도 거의 끝나간다. 오늘은 정의당의 서울시 의원 권수정. 오전에 만났는데, 엄청 즐겁고 유쾌했다. 절 제목은 '아시아나 민주주의'라고 할 생각이다. 항공사에 대해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상식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협상가 시절, ICAO랑도 일을 좀 했었는데.. 한국은 국제 표준과도 너무 다른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 책 작업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참 보람 있는 일이다. 누군가 벌써 했어야 했던 작업인데, 수 십년간 미루어지거나 포기된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이건 영광스럽고, 보람된 일이다.

 

돈으로 치면, 이런 사회과학 한 쪽 구석에 있는 책이 얼마나 팔리겠나. 돈으로 치면 내려놓고 다른 걸 하는 게 훨씬 낫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겠나? 돈이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 탈락.

 

재밌는 일과 보람 있는 일을 한 번 비교해보았다. 재밌는 일의 단점이, 오래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좀 지나면 재밌는 일이 시시해 진다. 안 그러면? 정말 다행인 것이고. 반복되는 일은 점점 덜 재밌게 되어간다. 로또에 당첨되는 일이 재밌는 일이라고 하자. 그것도 한두 번이지, 두세 번 계속되면 좀 덜 재밌어질 것 아닌가. 반복은 흥분이 가라앉게 만들고, 재미를 덜 하게 만든다.

 

보람은 좀 다른 것 같다. 결정적 흥분이나 순간적 감각, 이런 것은 별로 없다. 보람 있는 일이 주는 행복은 깊이는 깊지만, 순간적인 측면은 약하다. 술로 비유하면 바디감이 좋은 술이라고 할까? 언제가 가장 보람있는가, 이 특정한 순간을 잡아내기도 어렵다. 그 반면, 지겨워지는 일이 별로 없다. 보람이 실망으로 바뀔 수는 있다. 그 순간이 제일 무섭다. 보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전혀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어쨌든 직장 민주주의 책 작업을 하면서, 나는 재밌는 일보다는 보람 있는 일을 훨씬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는 그 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보람은 누적되어 점점 더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싸움이 재미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다. 이기는 싸움은 재밌지만, 사실 재미는 이기는 그 순간 뿐이다. 그리고 지면? 정말로 재미 없다. 보람은 재미와는 좀 차원이 다른 행복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재밌는 일과 보람 있는 일 사이에서 고르라면 보람 있는 일

 

 

(영화 <머니볼>의 마지막 시퀀스 중 한 장면. 1루에서 넘어져 주루사한 경험이 많은 포수가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넘어져, 황급히 1루 베이스를 붙잡고 있다. 상대편 1루수가 홈런이니까 일어나라고 하고 있다. 그는 자기가 홈런친 걸 몰랐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

 

 

Posted by retired
,

1.

직장 민주주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작업하면서도 많이 배웠고, 나도 모르던 일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좋았던 것은, 이게 적어도 한국에서는 미래 가치라는 점이다. 이미 많이 논의 했었어야 했는데, 되지 않은 것.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나갈 때가 사실 여전히 가장 재밌고,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2.

내년에 농업 경제학과 도서관 경제학 책을 낸다. 그 정도가 당분간 내가 경제학 책으로 계획된 거의 마지막인 것 같다. 물론 놀부의 경제학처럼, 머리 속에서는 해보고는 싶은데, 현실적으로 과연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것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당분간 직장 민주주의가 일본식 표현대로 본격 경제학 책의 거의 마지막인 것 같다.

 

이것까지 내고 나면 영화 쪽에서 펼쳐 놓은 일들을 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 영화를 하게 된 건, 10년 약간 안 된다. 얘기를 시작한 것은 <님은 먼곳에> 시사회 때부터니까 딱 10년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합류한 것은 <평양성> 망한 다음부터니까 8년째. 그 동안 참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별의별 일이 다 있었는데, 어쨌든 결론은 어느 정도는 해피엔딩.

 

그 일들도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정리 및 정돈 작업들이 좀 필요하다. 그 얘기 정리해서 책으로 내는 것도 이제 더 미루기가 어렵고.

 

어차피 내가 하는 일들이 전부 텍스트와 관련된 일이다. 얼마 전에 그렇게 정리 정돈을 했다. ‘문자와로 아니묄세’… 문자로 움직이는 일들이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내가 글을 쓰거나, 누군가 글을 쓰게 하거나. 하여간 텍스트를 만들고, 그걸 다듬어서 완성시키는 일들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거의 대부분이다. 나머지 일들은 여력이 안 되어서, 이럭저럭 정리를 거쳤다. 경제 다큐가 꽤 오랫동안 해야 할 일의 리스트에 있었는데, 내려놓았다. 너무 힘들다. 더 이상 경제다큐가 필요하다고 지원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다시는 안 할 생각이다. 그것만 안 하면 살면서 누군가에게 머리 숙일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머리 숙이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3.

직장 민주주의는 슬슬 중반 지나서 마무리를 향해간다. 원래는 오너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였던 자을 우리 직장 민주주의로 이름을 바꾸고, 개별 회사별 분석을 하기로 했다. 벙벙한 얘기들이 계속 오다가, 클라이막스 직전인데 오너 얘기를 하려고 하니까 다시 벙벙한 얘기를 하는 게흐름상, 영 아니다 싶었다. 중요한 얘기이기는 한데, 그런 건 참여연대에서 낸 성명서에 많이 있는 얘기고.

 

아주 솔직히 말하면 김상조가 늘 하던 얘기와 같은 얘기를 굳이 내가 반복해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오너 민주주의라는 제목을 달고는, 누가 해도 거기에서 많이 벗어나기는 어렵다.

 

참여연대 초장기 때 참여사회연구소를 통해서 같이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90년대 후반이다. IMF 경제 위기 한 가운데그렇게 시작된 논의들이 많이 발전된 것도 사실이고, 한국에 기여를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좀 지겹다. 참여연대 시각의 틀이라는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좀 정형화되었다. 이젠 좀 다른 틀에서, 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들여다보고 싶다.

 

그렇게 형성된 경제 민주화 틀도 이제는 지겹다. 민주화와 민주주의가 뭐가 달라? 진짜 말 장난 같은 얘기다. 그러나 말장난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회사별로 인터뷰 작업을 하기로 했다. 출간 일정은 좀 늦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 턴 추가 작업을 하고 나면 내용은 좋아질 것 같다. 내용만 좋아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마지막에 쓸 문장 하나가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 그런 순간이기도 하다.

 

한겨레 출판부랑 일 하니까 좋은 점 하나는회사별 노조 같은데 공식적으로 인터뷰 부탁을 하기가 좀 더 편하다. 예전에 한참 활동하던 시절에는 이런 인터뷰 일도 아니었는데, 나도 들어앉은지 2년 되었고. 이제는 담당자들도 많이 바뀌었고, 나랑 일하던 파트너들도 그 사이 좀 더 뒷자리로. 친한 데 몇 곳 빼고는 그냥 출판사에 부탁. 마침 날도 더운데, 죽어라고 앉아서 쓰기 보다는 돌아다니면서 인터뷰 작업 하는 편이.

 

4.

이런 작업을 계속 하다 보니까, 직장 민주주의는 그냥 책만 내고 끝낼 일이 아니라, 뭔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후속 작업을 할 그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우리도 도대체 한국에서 직장 민주주의라는 것은 뭐냐, 이런 고민을 개개인이 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는 할 것이다.

 

크게 보면, 우리는 거시경제 얘기만 너무 많이 했다. 그리고 업종으로 넘어오면 갑자기 너무 규모가 작아진, 마이크로도 아니고 그냥 업계 숙원 사항.

 

업계는 이 숙원사업을 들고, 한국당과 민주당에 줄서기를 시킨다. 오랫동안 그 줄서기를 한국당이 잘 했다. 대개는 한국당으로 간다. 그리고 가끔 민주당이 받아 먹는다. 정의당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노회찬이 엄청나게 고민을 했던 청소 노동자 문제처럼, 직접 가고, 직접 이슈를 발굴해서 사회화되는 경로 정도가 그들에게 허용되어 있을 뿐.

 

그러다 보니까 마이크로 단위로 가면 정책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는다. 그 중에 기가 막히면 개인 역량을 잘 발휘한 사람은 비례대표 챙겨가고. 그리고 그런 뒷거래는 한국당이 또 잘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 등 작은 단위로 내려가면 대부분 한국당 앞마당처럼 되어 있다. 회사는 약체지만, 그들이 보이면 보수적인 데에는 이런 정당 주변의 줄서기 메커니즘이.

 

직장 민주주의는 마이크로 중의 마이크로다. 업계 숙원사업 보다 더 아랫단위 그야말로 회사 안에서도 또 세부 문제를 다룬다. 내가 알기로는, 이 단위에서 뭔가 공약이 개발되고, 정책의 눈이 닿았던 적이 없다. 마이크로 오브 마이크로, 기본적으로는 이런 문제다. 더 발굴해보면 아주 재밌고, 다양한 문제들이 나올 것 같다.

 

물론 나도 해볼만큼은 책에서 가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혼자서 그리고 책 한 권 분량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은 한계가 있다. 기본의 노동연구원과는 별개로, ‘직장 민주주의 연구원같은 국책 연구원이 하나 생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노동연구원이 이걸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산업연구원에서 하기도 좀 어색하다. 이 정도 맡아서 하는 정부 연구원 하나 정도 생겨서, 세상이 좋아진다면 그게 뭐 그렇게 돈 아까운 일이겠는가 싶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들은 얘기다. 직장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피를 흘려야 할까?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피까지. 제도적으로, 요구하고 타협하면서 만들어 나갈 길이 있을 것 같다. 필요하면 포럼도 만들고, 논의그룹도 만들고, 그 정도는 나도 좀 협조적이고 개방적으로, 뭔가 해볼 생각이 있다.

 

포럼도 만들고, 논의도 하다 보면, 이런 게 정책의 형태로 공약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어느덧 세상이 조금 바뀌고. 그리고 그 시기가 되면 다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고.

 

정치가 있고, 정책이 있다. 정치가 먼저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잘 못 봤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논의를 하면 정치가 뒤에 따라온다. 물론 온 세상이 꼭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루즈벨트 시절에는, 정치가 정책을 끌고 나갔다. 그 때 미국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적이 별로 없다. 연구실에서 나오든, 학교에서 나오든 혹은 책 어느 한 곳에서 나오거나,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나오든대체적으로 정책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정치가 나중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왔다.

 

정책이 나오지 않는 정치는, 결국 쓰러졌다. 박근혜 때, 새로 나온 게 거의 없다. 있던 것들에 대한 반대 아니면 껍데기만 바꾸는 호치키스 정책.. 그리고 망했다. 아마 한동안 한국은 이렇게 갈 것 같다. 별 거 안 나오고, 상대방의 것을 반대하거나 결국은 자기 것을 반대하는 과정을 거쳐간다. 그리고 폭망. 정권교체. 대체적으로 흐름은 그랬다. 새 거를 들고 나와서 집권하고, 상대방 것을 반대하는 일을 한 동안 그리고 자기가 하던 것도 반대.. 결국은 미래 의제가 계속 나와야 논의가 오래 간다. 순실이네도 이 공식에서 별로 다르지 않다. 상대방 것은 무조건 반대, 자기가 하던 것도 반대, 유승민이 한다고 하면. 그리고 결국은 지 처먹는 것만 하다가 망했다.

 

다음 번 논의, 미래 주제에 대해서, 여전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 4장은 '젠더 민주주의'라는 제목을 달았다. 직장 민주주의 하부 범주. 원래는 이 한 장만 가지고 '젠더 경제학'을 별도로 쓸 구상이 있었는데, 갑자기 직장 민주주의를 쓰게 되면서... 밀도를 높여서 장 하나에 책 한 권을 녹여넣기로.

젠더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95년이다. 박사 논문을 내고 심사까지, 너무 유명한 심사위원들이라서 시간 조율에 1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주제들을 넓게 돌아본 일이 있었다.

urbanism이라는 주제를 그 때 처음 보았다. 요즘 내가 얘기하는 탈토건의 기본 정서가 그 때 형성되었다. 도시에 생겨나는 온갖 기현상들. 그 와중에 gender 경제학도 유심히 보았던 주제였다. 이게 뭐지?

지금 와서 돌아보니까 내가 밥 먹고 살게 된 많은 주제들이 박사 논문 제출하고 나서, 할 일 없으니까 도서관에서 죽치고 앉아서 봤던 것들에서 나오게 된 셈이다. 박사 논문 쓸 때까지 나도 정규 교육과정에 비교적 충실하게 공부했었다. 내 생각이 다양해진 것은, 박사 논문 내고 달리 할 일도 없어서 그 때까지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주제들을.

책이 안 팔린다고 사방에서 난리고 곡소리다. 내 책도 그닥. 그래도 어디 가서 책 안 팔린다고 말도 못한다. 평균 내보니까 최근에도 책 인세랑 생활비랑 그럭저럭 똔똔. 아무 생각 없이 인세가 딱 생활비 만큼이라고 했다가, 진짜 돌 맞아 죽을 뻔 했다. 인문 특히 사회과학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술값 다 내고 가야 하는 분위기였다.

'젠더 민주주의'라는 제목에는 내 양심이 달렸다. 1995년 여름, 그 때도 더웠다. 파리에서 많은 사람들은 휴가 갔는데, 나는 박사 논문이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따로 휴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도니도 없었고. 그 때 한적하게 쌓아놓고 읽던 책 중에서 젠더 고민을 처음 시작해보던. 그 때 생각이 난다.

a4로 10장을 넘기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과 젠더에 대해서,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한다.

하이고 덥다. 내 방은 얄짤 없이 35도다. 나는 오늘도 혼자서 진도 나간다. 이런 삶이 나는 좋다. 아마도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면서, 무의미하게 살았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삶이라는 게, 별 거 없다. 떼돈 버는 것도 아니고, 무슨 엄청난 권세가 있을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얼굴 알아보는 것도 싫다. tv에는 진짜 최소한만 나간다. tv 한 번 잘 못 나가면 한동안 일상이 힘들어진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신경 쓰지도 않고, 그런 상태 딱 좋다.

그렇지만 나는 진도 나간다.

한국을 사랑한다는 사람을 종종 보았다. 대부분 개구라다. 한국을 굳이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한국 사랑은, 새빨간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그들은 돈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은 돈을 벌게 해주는 수단일 뿐이고.

나는 아직도 지금 보다 나은 한국 사회를 기다린다. 그 희망을 포기한 적은 없다. 노회찬이 사라진 지금, 그 희망은 조금 더 간절해졌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