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민주주의 교정, 거의 마지막 단계다. 'kbs 민주주의'라고 제목 달아놓은 절에 에디터가 뭘 잔뜩 써놨다. 다른 절처럼 좀 간지나게 써달라는 주문이다. 된장.. kbs라는 제목을 달면, 뭘 해도 간지가 안 난다. 내가 뭔 생각으로 방송국 중의 샘플을 kbs로 잡았지?

오늘 kbs까지 해놓고 쉴려고 했는데, 여기서 오늘은 그만 철수해야겠다. 월급쟁이로서의 kbs 기자나 피디는 간지나는데, 직장으로서의 kbs는 참 간지 안 난다.

내 기억에 kbs에서 제일 간지 났던 건, kbs 헬기. 에어울프랑 같은 기종이란다. 그 때 헬기 기장님이 지금까지 내가 본 kbs 사람 중 최고 왕간지.

kbs라는 말이 붙으면 뭐든지 중립적,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그걸 간지나는 글로 바꿔 달라고 하시는데, 이거야 원.

하여... 오늘 작업은 일단 철수. kbs가 간지나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나는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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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심사가 뒤틀리고, 속이 배배 꼬이는 경우가 있다. 남이 뭘 좀 잘 되면 괜히 심통나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심통내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해서 더 속상해진다. 요 몇 달, 그런 게 없었다. 누가 잘 되면, 그런가보다, 누가 엄청 운이 좋았다고 해도, 그런 사람도 있어야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몇 달 정도 그런 건데, 태어나서 이렇게 긴 기간 심통나지 않은 것은 나도 처음인 것 같다.

 

첵 원고 오늘부터 고치기 시작한다. 일단 마음부터 편하게 먹고. 요즘 진짜 내 삶은 걱정이라는 게 없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심통 덜 내는 거였는데, 요즘은 심통도 없는 것 같다. 늘 책을 쓸 때에는 감정이 올라와있는 상태였다.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감정을 없애고, 지우려고 한다. 무덤덤하게.. 그래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최대한 가볍게, 참을 수 없을만큼 가볍게.. 요번 교정의 목표다. 무거운 건, 버리고 간다. 웃길 순 없어도 가볍게 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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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에필로그까지 끝냈다. 이제 내가 쓸 글은 다 썼고. 나중에 수정 다 끝낼 때쯤, 아주 짧은 서문 하나만 쓰면.

지난 2년 동안, 나는 내가 살아오던, '습'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을 버리기 위해서 애 쓴 것 같다. 버린다고 버려지지 않는 것들도 많다. 빈도도 줄고, 강도도 줄었지만, 여전히 술 처먹는다.

사는 건 많이 편해졌다. 애들도 그나마 좀 커서, 어린이집 데리고 가고 오고, 엄청 편해졌다. 통장도 편해졌다. 아내 버는 돈으로 생활비는 된다. 내 인세도 작은 돈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지난 달에 예정에 없게 차를 사느라고 돈이 좀 나갔는데, 그 사이에 빈 자리가 대충 찼다. 워낙 내가 쓰는 돈이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살고, 적당히 참으면 그만이다.

책 한 권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잡으면, 큰 책이든 작은 책이든, 거기에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털어넣는다. 물론 그래도 제대로 못 털어넣었다고, 나중에 후회하게 되기는 한다.

직장 민주주의는 잔고 걱정하지 않게 된 이후로 첫 책이다. 아마도 국가의 사기와 직장 민주주의를 경계로, 나의 책 세계도 좀 바뀔 것 같다. 국가의 사기가 잔고 들여다보던 시기의 마지막 책이고, 직장 민주주의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시절의 첫 책이다.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은?

책을 계속 쓸지, 이제 그만 쓸지, 좀 생각을 했다. 돈 때문에 책 써야하는 상황은, 그걸 약간 즐기기도 한 것 같지만, 별로 계속 하고 싶지는 않다. 왜 책을 쓰는가, 생각을 지난 2년간 많이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딱 우리집 생활비 만큼은 당분간 계속 책을 쓰기로.

누군가 책을 쓴다고 마음을 먹을 때, 어느덧 내가 기준점이 되었다. 나는 엄청나게 팔리는 분야의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뭔가 크게 유행이 되기 어려운 주제를 주로 다룬다. 그 대신, 꾸준히 한다.

초창기에는 밤 그것도 12시 넘어서 주로 글을 썼다. 그리고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잠깐씩 눈 붙이는 거 말고 며칠씩 계속 쓰기도 했다. 옛날 일이다.

요즘은 주로 오전에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나서 쓴다. 보통 2시간, 많으면 3시간, 그리고 땡이다. 오후에 한 번 더 자리에 앉기를 매일 바라지만, 그런 날이 별로 없다. 그리하여..

강연, 방송 기타 등등, 11월 이후로는 일단 종료. 오후에 두 시간 정도 더 책상에 앉아있는 것과, 그래도 나가면 몇 십만 원은 받는 것 사이를 비교하며, 주변에서 이러면 안된다고 나에게 말해준다.

됐슈.

먹고 살만혀유. 만드는 시간과 파는 시간의 균형, 그딴 거 필요없다. 모든 힘은 만드는 데에 집중. 시간 나면, 더 새로운 거, 더 극한의 것, 안 해본 얘기, 여기로 투입. 간단한 원칙.

안 팔리면, 더 잘 만든다. 그래도 안되면? 그럼 진짜 더 잘 만든다. 그것도 실패하면? 그 때 안 만들어도 된다. 아직은 그 때는 아니다.

문체, 문장, 이런 거 신경 쓰던 시절도 있었다. 이젠 그런 것도 아 잊었다. 무슨 얘기, 누구 얘기 할 거냐, 이게 다다. 재미없는 얘기에 문체니 문장이니, 의미 없다. 별로 관심가지 않는 사람 얘기, 그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낫다.

장식, 필요 없다. 한 페이지가 아까워서 가뜩이나 고밀도로 압축하는 중인데, 장식 달 여유 없다. 독자가 숨쉬면서 넘어갈 공간, 필요 없다. 내 책은 꼭 필요한 사람이 보는 거고, 그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얘기를 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면 그만이다.

불어로 portee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 말은 영어에도 없고, 우리 말에도 별로 안 쓰는 말인데, 철학 등 이론에서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중요한 단어다. 사정거리 정도 된다. 이게 쏘면 얼마나 멀리 나가는 것이냐.. 나는 그 사정거리를 최대로 키우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왜?

안 그러면 내가 지금 책을 쓰고 있을 이유가 없거던. 볼 책도 많고, 볼 영화도 많고, 놀러갈 데도 많고, 이 나이가 아니면 하지 못할 일도 많거던.

하여간 이런 마음으로 꾹꾹 눌러서 내 책 중에서는 가장 사정거리가 긴 책을 마무리했다.

쓰면서 이런 정도는 나도 생각했다. 내가 언제까지 책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직장 민주주의 책 이전과 이후로 나뉘겠구나 싶은..누가 그렇게 봐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변했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변하면, 내가 하는 일이 바뀐다. 당연한 얘기다..

하여간, 며칠이라도 당분간 좀 놀아야겠다.

 

 

(직장 민주주의 에필로그에 윌리엄슨을 인용했다.. 사람 이름 최소로 쓰려고 했는데, 정말 최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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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만년만에 글 쓰면서 밤을 새볼까 싶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의 가장 큰 위기는 중산층 이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것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삶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은퇴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들이 많다. 자기 자식이 자신보다 잘 살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자기는 어떻게 살 것 같은데, 자식들은 잘 모르겠다는. 그래서 아이를 안 낳는다는 게, '솔로계급'에서 정리한 내 생각이다.

단기적으로는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드니까, 이게 육아대책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희망이 있는 경제를 만드는 게 거의 유일한 대책일 것이다. 희망.. 없는 희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 잔인한 얘기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이렇게 장 제목을 잡고나니까 나도 뭔가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은.

돈 많은 사람들 사는 거 보면, 참 지랄맞다 싶다. 법 안 지키는 게 몸에 뱄다. 큰 법이든 작은 법이든, 그리고 뭐라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내가 좀 지랄맞은 성격이라서, 막 뭐라고 한다. "남들도 다 이래요..." 그걸 대답이라고 하나 싶다.

희망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박정희 때 기억은 초등학교 기억이라, 사실 희미하다. 전두환 시절은 대학 시절이라 강렬하다. 그 때 우리는 자본주의를 한 건가, 군사 놀이를 한 건가, 헷갈릴 정도다.

지난 10년은 어땠을까? 정치 과잉의 시대를 살았던 건지도 모른다. 공무원이 통치하는 건지, 재벌이 통치하는 건지, 뭐가 힘의 원천인지도 잘 모르는 시절을 지냈다. 삼성이야, 아니면 모피아야? 강만수? 뭐가 진짜 힘이야.

그래도 이제 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그런 희망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어졌다.

내가 공부할 때, 스웨덴이 한계까지 온 거 아니냐, 박사 과정에서 이런 얘기들이 많았다. 나도 그런가보다 했다. 노르웨이는 별로 신경도 안 썼다. 독일의 통일은 약간 미화되었고, 경제적 한계 같은 것은 진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났는데, 스웨덴 모델이 한계가 오기는 개뿔. 더 잘 나간다. 독일은 보수 정권이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통일의 영향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진짜 자기들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 같다.

노르웨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노회찬 생각이. 노르웨이에 간다고 아는 사람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내가 알던 일본-노르웨이 부부를. 진짜 사민주의자들 식구들 만나고 노회찬이 정말 즐거워했었다..) 내년 봄에는 노르웨이나 가볼까?

아주 소수의 부자들 말고는 대부분의 국민이 미래는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생각을 좀 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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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하기로. 많이 쓰는 표현이기는 한데, 나도 이 말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capitalism with a human face... 아마도 지금 한국 보수들에게는 물론이고, 정치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말일 것 같다. 린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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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미리 망원렌즈로 간이접사. 호박꽃이 이렇게 활짝 피는 게 몇 시간 안 된다는 것을 나도 처음 알았다. 얼핏 피는 거 보고 몇 시간 다른 일 하고 봤더니, 그 사이에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내가 아는 게 뭐가 있을까?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1.

직장 민주주의, 짧은 마지막 장 하나를 남겨놓고 있다. 앞의 내용이 길어져서, 분량 압박을 많이 받게 되었다. 맨 끝에 있는, 나머지 논의에 관한 장 하나를 아예 없애고, 그걸 결론 부분에 짧게 줄여서 쓰는 것으로 가름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여러 사람이 아쉬움을 얘기한다.. 기왕 펼친 김에, 삼동원칙 같은 거나 뮤턴트에 대한 얘기들도

 

며칠을 고민했는데, 그래도 다시 직장 민주주의를 다룰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 절 하나를 원래 계획대로 쓰기로 했다.

 

우리의 꿈은 직장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오는 댓구이기도 하고, 내가 경제를 대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는 평생을 꿈을 꾸면서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걸 위해서 여전히 나는 뭔가 쓴다.

 

2.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약간은 희한한 주제다. 블로그든, 페북이든, 진짜 인기 없다. 하여간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겉모습으로는, 내가 다루던 주제 중에서 극단적으로 인기 없고, 별 반응 없는 주제다. 아마 별 겉모습으로는 가장 반응 없는 주제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주제이기도 하다. 하소연처럼, 뭐라도 들어주세요, 이런 것들도 있었다. 물론 의미 있다. 감정을 만들고, 생각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거의 보고서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상황이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내준 사람도 많았다. 좋은 사례도 있었고, 눈물 나는 사례도 있었다.

 

이 상황을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 생각에는

 

한국에서 뭐가 좋아지겠어, 그런 절망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직장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도 전에 포기하고 사는 듯 싶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게, 일단은 내 해석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책 쓰면서 이렇게 자세하고 정밀하게 정리된 글들을 사람들에게 받을 일이 있을지 또 있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잘 예상하지 못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중간에 들었다. 그래서 나도 더 공을 들이게 되었다.

 

3.

나에게도 좀 변화가 생겼다.

 

내가 알던 것들은 지난 총선 때, 탈탈 털어 넣다시피 했다. 내가 아는 것도, 내가 모르는 것도 내 책상을 거쳐갔다. 그 다음 대선 때에는, 둘째가 아파서 나는 빠졌다. 그래도 계속 물어보고, 약간씩 자문은 해줬다.

 

그 과정을 통해서, 시민단체에서 온 것이든 혹은 학계에서 온 것이든, 하여간 우리나라에서 정책 형태로 제시된 것은 거의 한 번씩은 보게 되었다. 받은 것도 있고, 못 받은 것도 있다.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누군가가 죽인 것들도 좀 있다. 한다고 약속했는데, 마지막까지 챙기는 사람이 없어서 흐지부지 사라진 것도 있고.

 

그 중에 여건이 충분치 않거나 사세가 미약하야”, 내려놓은 것들을 <국가의 사기>에서 어느 정도 정리를 했다. 그리고는 나도 창고 대방출’…

 

정도와 방향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소득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논의는 창고대방출, 이제 주머니 속에 남은 것은 없음!

 

그리하여 매우 심드렁해지거나, 그건 그렇고, 이건 이렇고, 고주알 미주알 다 아는 것처럼 건들거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직장 민주주의는 지난 두 번, 멀리 보면 서너 번의 큰 선거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주제다. 나도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던 주제이기도 하다.

 

몇 달간 이 작업을 하면서, 내 삶이 충분히 보람 있는 삶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는 미래를 향해 하고, 변화를 계속해서 생각할 것이다. 내가 아주 나이를 먹으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더 나이를 먹으면 모르겠지만, 아직 나는 최전선에 서 있다. 그리고 쪼물딱 쪼물딱, 뭔가를 만들고 있다. 보람이 없으면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의미가 없어도 몸을 움직이기가 꺼려진다. 보람과 의미가 있는 일들은 아직도 꽤 있을 것 같다. 직장 민주주의는 내게는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는 주제였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받아들이든..

 

4.

인위적으로 시간을 나누거나 기간을 나누는 게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 일 끝나고 나서 사후에 하는 해석일 뿐이다. 전삼국시대, 후삼국시대, 그런 것도 다 나중에 하는 말들 아니겠는가. 버티느냐, 먹히느냐, 밀고 가느냐, 죽느냐, 이러고 있던 시절에 그들이 무슨 이 시대는 전삼국시대고, 이 시대는 후삼국시대고, 그랬겠느냐. 이러거나 저러거나, 결국은 왕건이 다 밀어버렸고, 왕건은 자기가 무슨 시대에 살고 있는지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거다. “나는 관심법을 쓰나니”, 이런 넘 손에 죽지 않기 위해서 그도 얼마나 바들바들 떨면서 살았겠냐. 죽지 않기 위해서 버티다보니 새로운 왕조를 만들게 된 거지, 그가 무슨 시대 구분 같은 것을 생각이나 했겠냐.

 

그렇지만 저자로서, 내 인생이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경계로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게 36권째 책인가, 그렇다. 책이 잘 팔리면 어떻고, 안 팔리면 어떻겠냐, 나도 그런 단계는 넘어갔다.

 

얼마 전에 어떤 방송국에서 노동문제 얘기하면서 <88만원 세대> 가지고 코멘트 해달라고 해서, 안 한다고 했다. 그건 10년도 더 된 일인데, 그걸 들고 지금 상황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차라리 접시물에 코를 박지, 그렇게 구질구질하게는 안 산다. <응답하라 1988>에서 흘러나온 가사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 말이 맞다.

 

미래와 관련되어 있고, 지금 진행 중인 내 고민만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 그 정도 곤조는 가지고 산다.

 

언젠가 , 제가 예전에…”, 이따구 얘기나 하고 있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핸펀 번호 바꿔버리고 완전 낙향할 거다. 과거를 뜯어먹고 사는 것, 내가 제일 혐오하는 모습이다. 지나갔으면 지나간 대로 좀 찌그러지는 맛이 있어야..

 

직장 민주주의는, 적어도 주제를 대하는 내 자세라는 관점에서는 그 이전과 그 이후를 나눌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 그 이후가 꼭 더 좋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변화가 생겼다는. 더 건들건들 산다고 할 수도 있고, 이걸 더 여유 있게 본다고 할 수도 있고.

 

어쨌든 <88만원 세대>를 쓸 때보다 나는 덜 절박한 삶을 살고는 있는데, 그 대신 더 과감해졌다. 그리고 더 급진적으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그게 나이를 먹는 것이기도 하고. 이제 내가 더 잃을 게 뭐가 있겠나. 더 갖고 싶은 것도 없다. 더 원하는 것도 없고, 간절히 바라는 것도 없다. 칭찬도 받을 만큼 받았고, 욕도 먹을 만큼 먹었다. 그러니 더 급진적이 될 수밖에. 이 마당에 내가 누구 신경을 쓰겠냐..

 

싫으면 마라, 니 손해지, 이렇게 배 내밀고 배짱부리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나 변화는 변화다. 그것도, 아주 큰 변화다. 36권째 오게 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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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박사편을 끝으로, 직장 민주주의 인터뷰 분석을 끝냈다. 직장 민주주의 끝판왕 사례로, 덴마크의 에너지 전문회사 PlanEnergi 사례를 마지막에 넣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에너지 엔지니어링 회사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전 직원이 같은 연봉을 받는다. 동일 임금을 넘어 동일 연봉.. 진짜 직장 민주주의 끝판왕이다.

 

https://nordjyske.dk/nyheder/graesroedderne-skyder-igen/43297d62-98f5-4408-a164-acc48246bf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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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이제 거의 클라이막스 마지막 길로 달린다. 며칠 전부터 '여기는 또 다른 고향'이라는 표현이 계속 머리 속에 아른거렸다.

'여기는 또 다른 고향', 이 얘기는 정말로 세대 차이 많이 나는 표현이다. 나는.. 아직도 애절하다. 대학교 2학년, 3학년 시절, 마이마이 테이프에서 늘 듣던.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바로 그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다. 여러 이유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공순이'들의 노래, 여기는 또 다른 고향, 바로 공장 얘기다.

서울우유, 카카오, 여행박사, 세 개 회사를 합쳐서 '여기는 또 다른 고향'으로 묶어보려고 했다. 21세기 버전의 공장 얘기다. 그래도 좀 괜찮아서, 여기가 또 다른 고향이라고 해도 될 정도.

그런데 누가 '여기는 또 다른 고향'이라는 구절을 보면서 이게 공장의 불빛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아차릴까 싶은.. 나만 해도 좀 철지난 테이프를 겨우겨우 구해서 들었던 거고. 너무 고풍스럽고 옛날 얘기처럼 말을 풀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회사 하나하나씩 짧더라도 각각의 절을 주기로 했고, 카카오의 부제에 '여기는 또 다른 고향'을 달기로 했다. 그리고 구로동의 IT 업체들에 대한 얘기들도 일부.. 그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이래저래 애잔하고 스산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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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몇 줄 안 썼는데,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 가까워온다. 아침에 애들이 깨워서 일어나고, 이래저래 실강이 하다가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면 그 때부터가 내가 잠시 일하는 시간이다. 운이 좋으면 3~4시간, 운이 없으면 1~2시간.

최근에 몇 가지 사건이 있었고, 기본소득에 대한 책을 한 권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정을 아무리 봐도 내년에 책 더 찔러넣은 공간이 없다. 매년 일정대로 맞추려고 하는데, 1권 정도는 그 해에 소화를 다 못하고 다음 해로 넘어간다. 그러면 그 다음 해 일정도 또 어버버, 정신이 없다. 그나마 애 아프면 일단 올스톱, 무한대로 시간이 길어지는 거고.

최근에 낸 책 중에서는 사회적 경제 책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 딱딱하고 인기 없는 주제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읽어주었다. 이건 사회적 운동 차원에서 내는 거라서, 강연도 가능한한 많이 했다. 지역의 작은 사회적 관련 기구나 시민단체가 무슨 돈이 있겠나. 그냥 되는 대로 하고..

'직장 민주주의'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거였는데, 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분량도 커지게 된 경우다. 막상 틀을 잡아보니까 이게 가볍게 툭 치고 넘어갈 얘기가 아니다. 그래도 이 작업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삼성 민주주의'라는 개념에 걸려서 덜컥덜컥거리고 있지만, 오늘, 내일 중으로 그래도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들 관심 없거나 방치된 주제, 나는 이런 게 좋다. 그런 건 하면서도 보람 있고, 나중에도 보람 있다.

내가 성격이 더러운 게, 옛날에 했던 거 파먹고 산다는 생각이 들면 진짜 하루도 못 견딘다. 단 일보를 가더라도 앞으로 가야하고, 새 거를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허무함을 버티지 못한다.

틀이나 구조를 바꾸기 어려우면 내용이라도 새 거를 만들든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선을 계속 만들지 않으면 내가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해도, 결국에는 그 나물에 그 밥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되는 데까지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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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중 병원 민주주의, 막 끝냈다. 중간에 일본 여행이 끼어 있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던. 그래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여기에 할애해, 내 수준에서는 괜찮게 내용을 뽑아낸 것 같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김소현 간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에 기발하고 좋은 게 많았다. 나중에 보니까 현장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본인이 자기 이름 소개해도 된다고, 기꺼이.

이제 이 책의 마지막 산, '삼성 민주주의' 차례다. 길게 쓰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별 내용이 없다", 도망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원래는 더 앞에 있었는데, 뭘 헤드로 써야할지, 그런 게 잘 안 잡혀서 뒷자리로 옮겼다.

상조형이라고 부르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욕 엄청나게 먹는다. 당대표 시절의 문재인 대표에게 상조형 소개하고 연락해서 강연 세션 만드는 걸 내가 했었다. 지금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된 장하성 선생에게 당대표 메신저로 가는 것도 내가 갔었다. 서로들 뻘쭘해서 연락을 못하고 있을 때, "니가 좀 가라", 그렇게 되었던.

상조형이나 장하성 선생이 생각하는 삼성 대책이 있다. 나는 그와 좀 결이 다르다. 지나서 하는 얘기지만, 삼성 미래본 사장이나 부사장에게 연락해준 것은, 상조형.. 나도 교수 시절의 김상조 덕분에 삼성 수뇌부들을 만났었다.

길게 쓸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김상조나 장하성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결에서 삼성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 일단은 점심부터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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