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8.08.18 바닷가에서, 둘째...
  2. 2018.08.18 바닷가, 큰 애...
  3. 2018.08.18 바닷가의 장인과 애들
  4. 2018.07.03 성북동 외출
  5. 2018.06.03 경찰박물관 오토바이... 2
  6. 2018.06.03 분수 앞에서의 행복
  7. 2018.06.02 고양이와 보리수 열매
  8. 2018.05.25 붓꽃과 장미 2
  9. 2018.05.22 양평 나들이
  10. 2018.05.15 사과꽃

 

바닷가에서, 둘째. 얘가 아프고 나서 내 인생이 많이 변했다. 좋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고, 하여간 변하기는 했다. 요즘 키 많이 컸다. 그리고 그보다는 살이 조금 더 붙었다. 사진 찍는 게, 참 어렵다. 뭘 맞추고, 조절하고, 그럴 여유가 안 된다. 그냥 그날 들고 있는 렌즈, 되는대로.. 그래도 둘째 사진 찍을 때면 조금이라도 더 화사하게 찍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사람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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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큰 애. 일곱 살이다. 영어 유치원도 안 보냈고, 그 흔한 학습지 한 번 쥐어준 적 없다. 남들 다 한다고 하는 사교육도 아마 거의 구경 못 해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노는 거 하나는 남부럽지 않게 놀게 해주려고 한다. 

영어유치원 보냈다 치고, 그 돈으로 놀러다니기로 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바닷가에서 생일을 맞았다.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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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과 애들. 아마도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찬란한 시절을 지금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서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을까? 내가 50이니.. 아마 나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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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뒷골목. 전에는 전깃줄 나오는 사진은 아예 찍지도 않았다. 50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가난한 동네에 전깃줄 가리지 않은 골목 같은 것은 상상 속에만 있다. 이걸 피하려고 일부러 프레임 조정하고 그런 것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이제는 전깃줄에 과감하게 렌즈를 들이댄다. f13으로, 내가 일반적으로 쓰는 조리개값도 더 깊은 값으로. 장마 중간에 잠깐 나온 푸른 하늘이 그래야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아파트에 가리지 않은 시원한 풍경, 서울에 그딴 건 없다.

성북 교회. 구름 속으로 나오는 해가 장마 사이 잠깐 나온 맑은 공기를 분위기 있게. 순전히 우연히 나온.

 

_______

 

그리고 요건 성북 교회 망한 사진. 기왕에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나온 거, 프레임을 조절해서 제대로 해까지 정면에 넣어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동네 전체까지 실루엣으로 변하고, 밝은 해와 어두운 동네가 너무 프레임 자체로 대비되게 되었다. 선과 악, 갑자기 이런 다크한 분위기로 사진이. 원래는 장마 사이에 잠시 개인 하늘이 나온 게 귀엽고 풋풋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게 의도였는데, 갑자기 다크한 사진으로. 의도치 않게 교회가 뭘 엄청 잘못한 것처럼 보이고, 갑자기 드라큘라가 어디서 튀어나오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 밝은 마음으로 경쾌한 사진을 기대했는데, 의도치 않게 몇 배나 다크한 사진이. 그래서 일단 망친 거. 해는 보이는데, 밝은 마음이 들지가 않는다..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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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박물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놀려고 했는데, 둘째가 꼭 가고 싶다고 졸라서. 여기는 언제 가도 잘 논다. 큰 애가 마음 속에 되고 싶은 것들을 정했다. 야구선수, 축구선수, 발레리노, 군인 그리고 경찰... 나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친척들은 전부 내가 육사 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 그 시절에는 육사 아니면 서울대 법대, 이게 아저씨들의 로망이었다. 나는 그냥 국문과 가면 될 것 같았고, 점수도 딱 거기 맞춰서 고만큼. 그랬더니 해준 거 아무 것도 없던 친척 아저씨들이 그거 안된다고 완전 생난리를. 그럼 국문과 대신 사학은 어떠냐고. 펄펄 난리들. 대학교 입학금 없던 유럽 같았으면 아마 그냥 국문학과 갔었을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인류학 같은 그런 고급 학문은 전혀 몰랐다.

대학에서 뭘 전공하느냐가 살아가는데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 점점 더 별 상관 없는 것 같다. 나는 학부 1학년 때 했던 생각을 지금도 하는, 약간 드문 경우인 것 같고.

뭘 해도, 아니 아무 것도 안 해도 행복해지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 그게 내가 한국 사회에 가지고 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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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돈만 가지고 될까?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닌 듯싶다.

 

여름이 막 오자 마자 일요일 오전에 애들 데리고 길을 나섰다. 마침 분수.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이게 될 일이 아니다.

 

결국 둘째는 물 흠뻑 뒤집어쓰고, 울었다. 큰 애는 좀 더 놀고 싶다는데, 여벌로 가지고 간 옷이 없어서 서둘러 귀가.

 

둘째는 한참 아팠었다. 그리고 올 봄, 태어나서 처음으로 폐렴 없이 넘어갔다. 둘째 뛰어노는 것 보면 나는 마냥 행복하다. 살면서 이런 순간을 몇 번이나 만나겠나 싶다. 일상이라는 것은, 고통의 모습을 잠시 감추고 억지로 평범한 얼굴을 꺼내 보이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힘들고, 괴로운 판단 앞에 서 있는 것, 그게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그래도 잠시 웃고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삶이 괴로운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분수는 본다. 일상적으로 본다. 그렇지만 자기 아이가 분수에서 노는 모습을 보는 일은 평생 몇 번 없을 것 같다. 잡고 싶어도 지나가는 것이, 역시 일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가치를 잘 모르게 된다. 나라고 알았을까? 글쎄, 나도 잘 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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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서 그런지, 야옹구 팍 늘어졌다. 이 방에 내가 같이 있다. 나도 휴... 50미리 렌즈. 삥은 수동으로 잡았다. 요렇게 가만히 있을 때에는 수동도 괜찮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방법없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보리수 열매 익어가는 게, 하루가 다르다. 적당히 하다가 따야지, 그냥 잘 익게 두면 새들이 다 먹어버린다. 올해 딸기는, 딱 한 알 건졌다. 새들이 진짜 깨끗이 먹어버렸다... 칼 차이즈 표준 줌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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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붓꽃이 더 피어났다. 1~2주 후면 정말 만개할 것 같다. 비현실적으로 화려한 꽃이다. 얘를 보면, 가끔 이전 집에 있던 금낭화 등 몇 개 꽃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몇 집 건너서 계속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기도 하다. 정신이 있었으면 이사할 때 좀 챙겼을텐데, 정말로 정신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장미.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장미가 제일 좋다. 붉은 장미,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장미가, 접사로 찍기 어려운 꽃 중의 하나다. 하여간 촛점 더럽게 안 맞는다. 수동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디에 맞춰놔도, 그 풍성한 느낌이 살지 않는다. 그리고 바람이 전혀 안 부는 것도 아니라서, 왔다갔다 한다. 한 10분 붙잡고 땡볕에서 낑낑 매고 있으면, 아 놔... 포기. 키도 크다. 그래도 역시 나는 장미를 좋아한다. 기분이, 막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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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워낙 비싸서 칠공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칼차이즈 렌즈. 요즘은 가격이 한참 내려왔는데, 내가 살 때만해도 200만원 한참 넘어갔던. 24미리에서 70미리까지, 표준줌인데, 조리개값이 고정으로 2.8이다. 실상활에서 24미리 구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조리개값이 좀 애매하다. 나는 70미리 구간을 자주 쓴다. 그러면 2.8의 조리개값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뭔가 아련하고, 비현실적인 사진들을 종종 뽑아준다. 그렇지만 막상 인물사진으로 쓰기에는, 여전히 좀 부족. 엄청나게 무겁다. 그래서 잘 안 들고 다니게 된다. 그래도 대구경 렌즈라, 가끔은 무게값을 한다. 아마 이 렌즈를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큰 애는 요즘 사진 찍고 노는 재미를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다.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2)

둘째의 눈으로 본 세상. 요즘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은 일상이 되었다. 핸펀 사진도 좋은 사진이다. 그래도 굳이 카메라를 쓰면, 귀찮은 것들 속에서 모르는 것들이 얻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렌즈를 고르고, 사진 찍기 전에 미리 많은 것을 설정하고 시작한다. 특히 애들하고 사진 찍을 때에는, 무턱대고 들어가면 거의 한 장도 제대로 못 찍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렇게 설정해놓고 애들 뒤를 잠시 따르다 보면, 아이들 시선으로 잠시 세상을 보게 된다. 앵글만 낮춘다고 아이의 시선이 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내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것들, 카메라를 들고 잠시 다른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3)

데이지. 양평. 나는 눈이 나빠서 그런지, 접사를 아주 좋아한다. 평생 내 눈으로는 느껴보지도 못한 다른 세계가 열린다. 접사는, 그 사진이 그 사진이라는 게 단점이다. 자주 보면, 질린다. 그 속에서 어떻게 좀 특이점을 만들까,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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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30미리 접사렌즈. 예전 살던 집 마당에는 꽃이 참 많아서 그 때는 접사 진짜 많이 찍었었다. 백사실 계곡에도 자주 갔었고. 몇 년만에 접사 렌즈 집어 들었는데, 사실 어떻게 찍는 건지 그 사이 많이 까먹었다. 사과꽃을 본 건, 몇 년 전이 처음이다. 사실, 볼 일이 별로 없다... 올해 사과꽃이 필 때면 지리산의 후배 사과 농장에 꼭 간다고 철썩 같이 다짐을 했는데, 막상 아무 생각 없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가 사과꽃 계절이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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