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까지 사진을 찍다가 둘째 태어나고 얼마 후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죽을지 살지, 숨도 제대로 못쉬는데, 뭔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매일 누군가 만나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전부라서, 카메라를 들고 다닐 형편이 아니었다. 내 삶을 내가 어쩌지 못하는 시간들이었다.
5년만인지 6년만인지, 올 봄에 카메라를 다시 집어들었다. 달리, 별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진 찍으러 어디 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냥 왔다갔다 하는 공간에서. 가끔 놀러가는데.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
요즘 사진 찍는 컨셉은,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말이 좋아서 심도는 얕게지, 이게 돈 때려 박는 일이다. 대학 시절 미학 공부할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미학 교과서라는 게 리얼리즘 얘기가 기본이었다. 나중에 보니까 그랬다. 그래서 심도 깊은 것들, 이런 데 대해서 나도 뼈 속까지 스며든 집착 같은 게 있다.
이제 좀 심도 얕은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이게 돈 많이 드는 일이다. 밝은 렌즈가 필요하고, 대구경 렌즈가 필요하고... 심도 얕은데, 어떻게 하면 재수 없지 않을까, 그런 게 요즘 한참 생각하는 고민이다. 좋은 사진은, 원래는 심도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좋은 얘기도, 심도와는 상관 없다.
심도는, 밀도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심도를 얕게 하기 위해서는 밀도를 높여야 한다. 빛도 많이 필요하고, 더 합축하고... 심도가 원래 그런 개념이다. 그래서 돈 많이 든다.
사진에 애정이 있을까? 보기에 따라서는 있다고 할 수 있고, 기계적으로만 보면 애정 같은 것은 없다. 빛이 많거나 적거나 그런 것이지. 그렇지만 묘한 애정 같은 게 사진에는 담겨 나온다. 그리고 반대로 차가움 같은 것도 있다. 사진 기자들이 루틴하게 찍는 사진들은 묘하게 차갑다. 그리고 때때로 짜증이 가득 묻어있다. 이해는 간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르뽀 사진에는 슬픔이 묻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이해는 간다.
하여간 나도 답은 없는데, 그런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요런 컨셉 같은 것을 머리에 담고, 구현을 해보려고 한다. 무작정 떠나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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