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휴일, 둘째랑 마포 농수산물시장 갔다왔다. 조개도 사고, 새우도 사고, 절임류도 이것저것 좀 집고.
둘째는 떡볶이는 안 먹는 대신 어묵은 잘 먹는다. 다섯 개 먹는다는 걸 달래서, 겨우 세 개만 먹기로. 쥐포 먹고 싶어서 쥐포도 샀는데, 집에 와서 집에 쥐로 많다고 아내한테 혼났다.
둘째랑 수산 시장 와서 이것저것 사는 일을 종종 한다. 오는 길이 많이 막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휴일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대체휴일, 둘째랑 마포 농수산물시장 갔다왔다. 조개도 사고, 새우도 사고, 절임류도 이것저것 좀 집고.
둘째는 떡볶이는 안 먹는 대신 어묵은 잘 먹는다. 다섯 개 먹는다는 걸 달래서, 겨우 세 개만 먹기로. 쥐포 먹고 싶어서 쥐포도 샀는데, 집에 와서 집에 쥐로 많다고 아내한테 혼났다.
둘째랑 수산 시장 와서 이것저것 사는 일을 종종 한다. 오는 길이 많이 막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휴일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며칠 동안 틈틈이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다 읽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제목만 보고 멋있어서 영문판을 집어들었는데, 몇 달 가지고만 다니고 앞부분만 읽고 다 못 읽었던 소설이었다.
그 시절에는 자원 선물시장을 잘 몰랐다. 나중에 대학원 때 이걸 전공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파리에 자원 선물시장이 새로 생겼고, 그해 파리10대학 국제경제 전공한 대학원생들에게는 국제자원에 관한 논문을 쓰도록 되었다. 그리고 희망하면 약간의 교육과 함께 선물시장 거래 자격증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선물시장 거래 자격증 과정으로 가지는 않았는데.. 석사 졸업하자 마자 취업 제안서가 두 통이나 왔다. 가끔 그때 짧게라도 그 제안 중에 하나를 받아들고 취업을 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여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자원시장은 잘 몰랐고, 선물시장은 더더군다나 몰랐다. 게다가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사건이라고 할 게 별로 없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있는 형식이라, 그 시절에는 내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몇 년만에 소설을 이렇게 재밌게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0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인데, 첫 사건이 아버지와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시 아버지를 보고, 그 식사가 시작되는 데에 40페이지 정도가 걸린다.
하따, 이 아저씨 말 많네..
몇 년 동안 한 번 간다고 하면서도 결국 못 간 데가 필라델피아였다.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주립대학을 중퇴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
아주 인상적인 문장들이 좀 있었다.
“그의 인생 역정은 그런 오판이 열번이나 거듭된 결과였다.”
오판을 열 번쯤 거듭하면 인생이 이렇게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판을 몇 번 했을까?
다 읽고 나서 해설도 읽었는데, 솔 벨로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있는 소설이란다. 식구들은 사업을 하기를 바랬지만, 작가가 되면서 늘 돈이 없었고, 나중에 안정적인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중압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그저 좀 약하고 우유부단한 정도의 한 사나이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순간들에 대한 심정이 절절했다. 가슴을 후벼판다는 느낌이 이런 거 아니겠나 싶다.
마지막은 어쨌든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장에서 흘러 퍼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문장으로 끝난다. 아마 미리 써놓은 수표 때문에 파산 선거를 받기는 하겠지만, 재정적 파산이 곧 인생의 파산은 아니다. 그 뒤의 얘기는 알아서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정말로 간만에 소설을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다. 솔 벨로 소설을 조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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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어제 머리를 빡빡으로 밀었다. 오늘 학교 갔더니 친구들이 두 손으로 합장하면서, “스님, 오셨습니까” 했다고 한다. 계속 했댄다. 그래서 대답을 이렇게 했댄다. “오늘 저녁에 고기 먹습니다.” 저녁 때 슈퍼 갔다가 족발을 샀더니, 큰 애가 그 얘기를 한다.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고기 먹는다고 했어요..
전에 다니던 수영장에 저녁 자유 수영이 없어졌다. 한동안 수영 안 하다가 결국은 다른 동네 수영장을 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저녁 자유 수영이 10시다. 늦은 것도 늦은 건데, 사람이 엄청 많다.
10시에 사람 많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보면, 이게 뭔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늦잠 잘 때면, 늦잠 자도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일어났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잔다. 밤에 수영장 가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안 가도 되는 이유들을 생각한다. 그렇게 어제도 안 갔고, 그저께도 안 갔다.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가 생겼는데, 야구 보다가, 그만 보고 싶어졌다. 수영이나 가자. 아마 야구 이겼으면 오늘도 안 갔을 것 같다.
이제 나도 50대 중반이다. 예전처럼 밤 새고, 또 새고, 그렇게는 못 한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말고, 그렇게 살아간다. 송파구 살 때 좋았던 건, 수영장이 집 가까이 있었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다시 이사 가기도 좀 그렇고.
그래도 물에 들어가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매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나한테는 수영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물을 좋아하고,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람 너무 많은 수영장에는, 꾀가 난다.
사설 수영장도 좀 알아봤었다. 수영장만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골프 연습과 패키지로 되어 있는데, 천만 원 정도 내라는 것 같다. 돌았나 싶었다. 난 골프 연습이나 필드, 이런 건 필요 없는데.
몸이 노곤한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다. 낑낑 대면서, 조금씩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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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보육 관련된 학회들이 하는 합동 학술대회에서 기조 발제 부탁을 받았다. 전에도 한 적이 있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외부에서 하는 일들을 할 수가 없어서 정말 간만이다. 직책을 써달라고 해서, 작가라고 썼다. 작가라고 직업을 적은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돌아가시는 일이 벌어졌고, 연달아 막내 동생도 쓰러지고, 둘째는 병원에 갔다. 이래저래 시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재계약 안 했다. 아울러 다른 일도 더 줄여서, 방송도 결국 접었다. 그때부터 나는 은퇴 준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소속 같은 거 물어볼 때 잠시 곤란하다. 보통은 무직이라고 쓰는데, 외부 발표 같은 때에는 그렇게 하기가 좀 미안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가라고 했다. 학회에서 교수가 아닌데 발표하거나 그럴 때면 좀 어색하다.
한국은 약간 판타지 사회와 비슷한 것 같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꽤 긴 시간 동안 인기 단어가 되었다. 소소한 판타지이기는 하다. 최근에 증권으로 꽤 돈을 날린 사람을 안다. 나한테까지 와서 증권 상품 얘기 막 하는데, 못 들은 척 했다. 나이 먹어서 누가 뭐라고 해서 그 얘기 듣는 사람을 잘 보기가 어렵다. 결국은 폭망은 아니더라도 돈 손해를 꽤 봤다. 나이 먹고도 판타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좀 있다. 꼭 나쁘다고 보지만은 않지만, 그것도 적당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판타지가 없는 편이다. 원하는 게 없으니까, 더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대체적으로 하루하루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다.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 아니,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으면 그게 행복이다.
별 판타지가 없는 사람들도 해외 여행에 대한 판타지가 있거나, 아니면 좋은 술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할 해외여행보다 더 많이 이미 30대에 다 했다. 포도주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어지간한 사람들 평생 마실 포도주보다 더 많은 양을 이미 20대에 마셔버렸다. 차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차는 그냥 잘 가면 그만이다. 내년까지는 지금 타는 모닝을 그냥 탈 생각이다.
판타지가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무 상관없는 것 같다. 특히나 이 글이 성공하면, 이 책이 성공하면, 그런 종류의 판타지는 거의 없다. 이 주제가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리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인가 아닌가, 그런 몇 가지만 가지고 판단한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느냐, 그런 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몇 번 약속했다가 못 쓴 적이 있다. 상황이 바뀌어서 못 한 것도 있고, 같이 준비했던 에디터가 그만두게 되어서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해서 생겼던 일인 것 같다. 이제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의욕만으로 시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원한 삼미팬인 것 같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는. 야구에서 그러면 난리 나지만, 개인이 한 평생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는 것 같다.
책을 쓰면 좋은 점은, 알고 있는 것 전부는 물론이고 살아온 인생을 전부 한 번 뒤집어보게 된다는 점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써도 마찬가지다. 삼백 페이지 이상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몇 번 필요하다. 나는 책을 쓰기 전에 목차를 만들어 놓고 쓰지는 않는다. 물론 논문 쓸 때에는 나도 그렇게 한다. 펜으로 종이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여러 차례 시도해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형식을 고정시켜 놓거나, 세부 목차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목차를 정해 놓고 쓰면, 결국은 채우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여기에서는 이 정도, 저기에서는 이 정도.. 그러면 재미도 없고, 쓰기 싫어서 쓴 게 결국 티가 난다. 기능적으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렇게 하면 당장 내가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싫어진다. 나도 읽기가 싫은 걸 누가 읽겠느냐. 그런 건 이미 많이 썼더라도, 그냥 덮어버리는 게 낫다. 책 내고 후회하느니, 아예 중간에 접고 아쉬워하는 게 낫다.
목차 없이 한 절 한 절,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내용을 쓰는 게 그래도 낫다. 이것도 작업 노하우라면 일종의 노하우다.
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책을 쓰는 법에 관한 책을 내가 쓴다면, 제일 앞에 나올 얘기 중의 하나가 목차 같은 것은 잊어버리라는 것이 될 것 같다. 목차를 써놓고 책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진짜로 내용하고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목차 같은 게 없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고생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마무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그 정도 어려움은 참고 넘어서는 게 낫다고 본다. 시를 쓸 때 이 시를 몇 연으로 하겠다고 미리 정해놓은 시인이 있을까? 쓰다 보면 연을 넘겨야 하는 순간이 오고, 때로는 뒤집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책 쓰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목차는 구조적 흐름을 만들 것 같지만, 그건 정말 목차만으로 내용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도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런 도사가 아니다. 결국은 한 줄 한 줄 승부 보는 수밖에 없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제목이 이래저래 자리를 못 잡았던 책인데, 이제 1장 끝내고 잠시 쉬는 중이다. 쓰면서 보니까 이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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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넌> 다 봤다. 워낙 좋아하는 소재와 분위기이기는 한데, 약간 좀 참고 봤다고 하는 게 솔직한.
셋업이 너무 길었다. 시즌 1이 사실상 셋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본 설정에 너무 시간이 길었다. 워넉 좋아하는 소재 아니었으면, 초장 보다 접었을 것 같은데.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셋업이 사실상 없다. 일단 황당한 형제들을 사건 속에 밀어넣고, 중간에 술을 처먹게 하면서 조금씩 개성들을 드러나게 했다. <빅 숏트>의 경우는 개별 주인공들의 전사 같은 게 거의 없어, 그냥 금융상품 사고 파는 걸로 바로 들어간다. 그리고 각자의 금융거래를 하고 쪽빡차는 고난의 사건을 버티는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나게 했다. 가장 유사한 느낌이 들었던 <블레이드> 시리즈 역시 별 셋업 없이 사건 속으로 가장 들어간다.
셋업도 길지만, "내가 니 아비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비밀이 나오는 데, 이게 너무 많다. 그리고 그런 설정과 실제 전개 사이에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다. 이 정도 앞뒤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엄마, 나야", 이러고 나온다. 그리고 "엄마 나 뒤져", 그래버리는데.
암흑 전투가 너무 많다. 밤에 벌어지는 일이라서 그렇기는 한데, 나처럼 눈 나쁜 사람은 거의 보기가 어렵다. 주요 장면들이 그런 암전 톤으로 진행되어서, 사실 좀 보기가 그랬다.
다른 요소들은 울트라 모던이라고 할까, 요즘 애들 분위기는 이래, 그런 요소들이 즐겁게 해주었다. 올드 피플, 뉴 피플, 그런 두 종류의 인간들이 섞이고, 부딪히고, 화해하고.. 그리고 거기에서 많은 유머들을 뽑아냈다. 난 가벼운 인간이야, 인상만 잔뜩 썼지, 그런 얘기하는 것 같았다.
셋업이 본 얘기하고 막 섞여서 좀 그렇기는 했는데, 이런 얘기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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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같이 일하던 에디터들이 20대였고, 아주 젊었다. 나도 30대였다. 국회의원을 만나면 다 할아버지들이었고, 보좌관들도 대부분 형님들이었다. 방송국에 가도 피디와 작가들이 대부분 나보다 한참 위였고, 기자들도 그랬다.
이제 나랑 같이 일하는 에디터들 중에는 20대는 물론, 젊은 사람이 거의 없다. 몇 년째 계속 같이 일하는 에디터들이 있기는 한데, 그들도 이제는 젊다고 할 수는 없다.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수업을 해서 학생들은 종종 만나기는 했는데, 앞으로는 학교에서 수업할 계획은 없다.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제 내 또래의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친구들 정도나 보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뭐를 막 벌이고 그럴 생각은 없다. 지금 애들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당장 할 건 아니지만, 20대에 대한 얘기 하나를 작년부터 조금씩 준비하던 게 있다. 앞의 것들이 너무 밀려서 예정 없이 그냥 뒤로 밀려가고만 하고 있다. 나이를 처먹으면서, 조바심 같은 게 없어졌다. 사실 열정이 사라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보고 싶어! 그런 건 이제 별로 없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또 말고.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며칠에 걸쳐서 본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여운이 길게 남아서 그런 것 같다. 몇 번 시도를 했었는데, 한번도 앞뒤 전체를 보지는 못했다. tv에서 해줄 때 좀 보다 말고, 그랬다. 예전에 오드리 햅번 관련된 책들은 좀 읽기는 했었는데, 오래된 영화들까지 챙겨서 보지는 못했다. 진짜로 차분히 앉아서 다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볼 때는 몰랐는데, 보고 나니까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영화가 아니겠나 싶다. 요즘 너무 잘 정돈되어 있고, 왜 이렇게 하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너무 잘 구성된 얘기들만 너무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대책 없는 인간들이 인생 마지막 순간 같은 곳에서 만나는 얘기가 너무 멋졌다. 티파니에서 10달러만 쓸 수 있다는 사람들이 결국 내민 싸구려 반지에 이름을 새겨주겠다는 얘기는 정말로 로맨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방시가 만든 옷들도 너무 멋있었다. 아주 유명한 첫 장면, 크라상을 입에 물고 테이크 아웃 커피 잔을 들고 티파니 앞에 서 있을 때 헵번이 입었던 검은 드레스, 이건 헵번이 고집을 해서 옷이 이 모양이 되었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 지방시는 장식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뭔가 악센트가 되는 걸 꼭 하나씩은 넣고는 했었단다. 헵번이 이 검은색 드레스에는 아무 장식도 없어야 한다고,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될 정도로 고집을 했다고 한다. 장식이 있는 편이 나을지, 아니면 아무 장식도 없는 편이 나았을지, 그걸 판단할 정도로 내 눈이 고급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위기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내려서 크라상을 되는 대로 한 입 물고, 손에 든 테이크 아웃 커피 잔의 뚜껑을 여는 장면에서 인트로가 끝난다. 그게 그대로 영화 제목이다. 티파니에서 먹은 브렉퍼스트..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 엽서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이 cf 같은 영화들은 가끔 있다. (유명한 cf 감독이 만든 영화 하나를 보다가, 멀미 나는 것 같아서 고생한 적이 있기도.)
‘티파니에서 아침을’ 보고 나니까, 요즘 내 주변에 20대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은 영화를 보면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후에 수영장 갔다 와서, 아이들 데리러 나가기 전에 잠시 이루마의 피아노 소품들 틀어놓고 내 나름의 낭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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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게 내가 하는 일이 되었다. 물론 작년에는 책이 아예 안 나오기도 했다.
어느 집이나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재작년 겨울,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신 후, 6개월 정도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연이어 막내 동생이 쓰러졌었다. 그런 건 큰 일이다.
지난 가을에도 둘째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런 건 작은 일이다. 그리고 또 큰 일이 생기기도 하고.
어머님 생신이셨는데, 움직일 형편이 안 되어서 그냥 간장게장 선물 보내고 넘어갔다. 원래는 멍게장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평소에 드시던 음식이 아니라서 어떨지 몰라서 그냥 안전하게.
나에게는 꽤 긴 기간 동안 별 특별한 일도 벌어지지 않고,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지내는 중이다. 평탄하다면 평탄하게, 무료하다면 무료하게 지내는 중이다.
책을 쓰는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책을 내고 싶었던 것은 맞다. 그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인지, 그건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마 영광을 구하는 스타일이거나, 뭔가 좀 화끈한 걸 원하는 성격 혹은 남들 앞에 서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면 이렇게 사는 게 좀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했는데, 이제 그렇게 학교에 왔다갔다 하기에는 나도 좀 나이가 많다. 그리고 애들 보면서 하려니까, 시간 관리가 안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가리친다는 건 이제 포기했다. 그리고 나니까 특별히 답답할 건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쓰고 싶어서 책을 낸 건 아니고, 할 얘기가 있어서 책을 썼던 것 같다. 책을 쓰기 위해서 엄청나게 그때부터 준비를 하거나 그런 적은 별로 없다. 이미 알고 있고, 언젠가 얘기하기로 생각하고 있던 게 차례가 되면 그걸 쓰는 스타일이다. 통계나 자료를 확인하는 것 말고, 이제부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면.. 그런 책은 쓰지 않는다. 아니 못 쓰는 거다. 이미 관련된 경험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차서 한 권이라는 분량 안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설계와 압축 같은 게 문제일 때 출간 목록에 올린다. 궁금하거나 알고 싶다, 그런 정도의 상태에서는 책까지 쓰는 건 무리다.
내년이나 후년 어디쯤에서 50권이 될 것 같다. 아마 그 정도면 내가 알고 있는 게 바닥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후에는 뭐하면서 살지, 아직 생각해둔 게 없다. 그런 것까지 미리 생각할 여유는 별로 없었다.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주 어려서부터도 그랬고, 그후로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뭐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런 성격이 책 쓰는 데에는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지금처럼 책이 어려울 때에는 말이다.
그래도 책을 쓰면서 지금까지 짧은 몇 번의 기간을 제외하면, 세 끼 밥 먹고 사는 데 불편하지 않았고, 크게 곤란을 느낀 적도 없다. 엄청나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재가 영화 <오 브라더스>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 마음대로 살겠습니다”, 그런 스타일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편안해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사정이 마음에 들어온다. 편안해지면 더 위를 보고, 더 큰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그러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주변에 굶는 사람은 없는지, 내가 누리는 이 작은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체적으로 그렇게 살았다.
내가 가장 형편 없는 사람으로 보는 집단은 자녀의 행복에 목숨을 건 부자들이다. 사람이 돈을 좀 벌면, 그 다음에 자녀가 평생 살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거기까지 간 사람들을 좀 안다. 그 다음에는? 그 시점에는 보통 손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는 손주 먹고 사는 것까지 해놓는다고 또 죽어라고 산다. 그냥 옆에서 내가 지켜본 것은, 그때가 딱 이혼에 대한 위기가 오는 순간인 경우가 많다. 자식 생각, 손주 생각을 하면서 평생 열심히 산 것 밖에 없다고 하는데, 사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돈을 쫓아 평생 달려온 거고, 정작 식구들은 거기에서 소외되었을 상황이 많다.
아주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래도 부인들이 그냥 버티고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 또래만 되어도 그런 부인은 별로 없다. 손자까지 생각하면서 죽어라고 살면, 딱 그때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후회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니 후회라도 하면 그래도 좀 해결할 방법이 있다. 후회도 안 하고, 분노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았다. 배신감에 부들부들 떤다.
자기가 살았던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는 아주 어렵다. 특히 성공한 남자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내랑 환갑 넘어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으면, 그것만 해도 일단은 선방한 인생 아닌가 싶다. 뒤늦게 이혼한 사람 중에 아내랑 해외여행 갔다가 결정적으로 이혼한 사례도 좀 봤다. 아내가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결심하게 된.
나에게 책을 쓰는 것은 이제는 그냥 일상적인 일이다. 특별히 티내거나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할 때, 마무리를 준비할 때 혹은 중간에 중요하게 한 번 꺾고 들어가야 할 때, 신경이 곤두서기는 한다. 전에는 그럴 때면 술을 며칠씩 퍼마시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식구들하고 짧게 여행을 간다. 번잡스러운 것도 싫고, 남들 불편하게 하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요란스럽지 않고, 번접스럽지 않고, 그래도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기는 하고. 그리고 혹시라도 간절히 필요했던 사람에게는, 제대로 책이 배달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책은 뭘 쓸지 그리고 어떻게 쓸지,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다. 그래도 내가 행복한 것은 뭘 쓸지를 가지고 고민한 적은 없었던 점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쓸 것인지의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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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베이스 8>은 우연히 봤다. 8이 붙어 있어서 시즌 8인 줄 알고, 앞에 걸 찾으려고 한참 난리를 쳤다. 그런 게 아니라 23분짜리 에피소드 6개 짜리, 그야말로 소품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보는 내내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하이 인텔리들의 블랙 코미디 원단 같은 얘기다.
기본적으로는 루저들에 관한 얘기다. 물론 설정상 전혀 루저라고 할만한 사람들은 아닌데, 젊은 비행사들에게 밀려서 한쪽으로 내쳐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nasa의 약자를 모르는 나사 직원들, 뭐 그거야 그럴 수도 있을까, 그렇게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전형적인 너드..
하여간 너무 웃어서 한번 더 보려고 한다.
웃다가 영 씁슬한 마음이 드는 게, 이게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사는 당신들이 어떤 마음이고, 누구인지, 잘 알아! 그리고 당신들 인생은 어떨지 모르지만, 실험은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아주 리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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