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틈틈이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다 읽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제목만 보고 멋있어서 영문판을 집어들었는데, 몇 달 가지고만 다니고 앞부분만 읽고 다 못 읽었던 소설이었다. 

그 시절에는 자원 선물시장을 잘 몰랐다. 나중에 대학원 때 이걸 전공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파리에 자원 선물시장이 새로 생겼고, 그해 파리10대학 국제경제 전공한 대학원생들에게는 국제자원에 관한 논문을 쓰도록 되었다. 그리고 희망하면 약간의 교육과 함께 선물시장 거래 자격증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선물시장 거래 자격증 과정으로 가지는 않았는데.. 석사 졸업하자 마자 취업 제안서가 두 통이나 왔다. 가끔 그때 짧게라도 그 제안 중에 하나를 받아들고 취업을 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여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자원시장은 잘 몰랐고, 선물시장은 더더군다나 몰랐다. 게다가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사건이라고 할 게 별로 없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있는 형식이라, 그 시절에는 내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몇 년만에 소설을 이렇게 재밌게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0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인데, 첫 사건이 아버지와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시 아버지를 보고, 그 식사가 시작되는 데에 40페이지 정도가 걸린다. 

하따, 이 아저씨 말 많네.. 

몇 년 동안 한 번 간다고 하면서도 결국 못 간 데가 필라델피아였다.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주립대학을 중퇴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 

아주 인상적인 문장들이 좀 있었다. 

“그의 인생 역정은 그런 오판이 열번이나 거듭된 결과였다.”

오판을 열 번쯤 거듭하면 인생이 이렇게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판을 몇 번 했을까? 

다 읽고 나서 해설도 읽었는데, 솔 벨로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있는 소설이란다. 식구들은 사업을 하기를 바랬지만, 작가가 되면서 늘 돈이 없었고, 나중에 안정적인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중압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그저 좀 약하고 우유부단한 정도의 한 사나이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순간들에 대한 심정이 절절했다. 가슴을 후벼판다는 느낌이 이런 거 아니겠나 싶다. 

마지막은 어쨌든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장에서 흘러 퍼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문장으로 끝난다. 아마 미리 써놓은 수표 때문에 파산 선거를 받기는 하겠지만, 재정적 파산이 곧 인생의 파산은 아니다. 그 뒤의 얘기는 알아서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정말로 간만에 소설을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다. 솔 벨로 소설을 조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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