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첫 책을 냈다. 하다보니 15년 가깝게 저자로 살게 되었다. 그 동안 내 삶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그 중에서 제일 크게 생긴 변화는..

1) 원고 마감에 가까와질 때, 믿고 편하게 원고 좀 읽어봐달라고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친한 사람이다.

2) 아무래도 뭔가 껄끄러워서 보내기가 좀 그런 사람은..

덜 친한 사람이다.

3) 그리고 원고 안 봤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은..

안 친한 사람이다.

4) 보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____

지금 친한 사람이 너무 없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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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애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내일이면 끝난다. 고로.. 비상 상황으로 버티던 여름방학이 드디어 끝난다는. 우와. 초등학교 1학년이면 교사나 공무원인 엄마들이 육아휴직 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막상 여름방학 겪어보니 이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닌.

시간으로는 한 달이지만, 한 달 전 상황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일이었다. 애들 둘 다 기저귀 하고 있을 때 이후로, 이렇게 힘든 일은 간만에.

어떻게 돌아보면 지난 한 달간은 개인적으로도 격동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주변에 별의별 일이 다 생겼고. 평소 같으면 여러 사람 만나고, 술도 마시고, 상의도 하고 그랬을 것 같은데. 아침에 큰 애 돌봄교실 데리고 가고, 둘째 어린이집 가고, 태권도장 보내고, 수영장 데리고 가고, 저녁 때 데리고 오고. 가끔은 아내 출장 갈 때 애들 밥 해 먹이고. 뭐, 방법이 없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이적이 오래된 노래 하나를 다시 불렀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야말로 지나간 것에 관한 얘기일 뿐이다.

시민단체에서 뭔가 좀 하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대답하게 되는 답변이..

"내 코가 석자라서."

진짜 내 코가 석자다. 방학 특강으로 큰 애 수영장 가는 걸 부러워하는 둘째에게, 겨울에는 같이 데리고 간다고 약속했다. 겨울부터는 둘째도 수영장 갈 나이가 되는 것 같다.

아직도 3년 반을 이러고 살아야 한다. 그 동안에 내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 같다. 변화라는 게, 별 게 아닌 듯 싶다. 다른 사람들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데,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게, 그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아주 좋아하는 얘기 중의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레드 퀸 의 딜레마다. 그 나라에서는 죽어라고 달려야 제 자리에 서 있게 되는.

아이 보는 게 그런 거랑 비슷하다. 죽어라고 하는데, 그래봐야 제 자리다. 제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엄청 열심히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이가 다치거나 상처 받거나, 혹은 누군가를 물어서 결국 학교에 사과하러 가게 되는. 그냥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서도 뭔가를 죽어라고 해야 하는.

내가 제 자리에서라도 버티기를 위해서 죽어라고 삽질 하는 동안에, 주변에서는 승진하고, 어딘가 높은 데로 가고, 또 그런 높은 데로 못 갔다고 성질 내고 술 처먹고.. 워낙 자주 보게 되다보니까, 그런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어쨌든 제 자리에 가만히 있기 위해서 죽어라고 뛰었던 큰 애 여름방학이 오늘로 끝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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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건을 보면서, 나도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20대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잘 모르겠다. 내가 어림 짐작했던 것보다 분노의 강도가 더 세다.

대중 앞에 서 있는 것은, 늘 무서운 일이다. 돌아보면 나도 15년 가까이, 정말로 대중 앞에 서 있었다. 그 중의 절반 이상의 시간은 청와대랑 단단히 틀어져서, 늘 조심해야 하던 시간이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하거나 예상하는 일은 늘 힘들다. 그리고 잘 안 된다. 뭔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 머리로는 되는데, 매번 그걸 생각하기가 어렵다.

한국 사회는 변화가 많다. 그리고 감성과 문화적 성향 자체도 빨리 변한다. 이렇게 변화가 많은 사회는 정말 드문 것 같다. 그러니까 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그래도 가장 정확한 자세 아닌가 싶다.

그냥 늘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서 살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누군가 가르치고 지도하고, 그럴 수 있는 덩어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맞다고 하면, 맞는 거다. 천천히 그리고 가끔은 아주 빠르게, 그렇게 간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결론이 아니라 그 결론에 가는 과정이라는 얘기는 대학 시절부터 많이 들었다. 말은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입으로만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과정이 더 중요한 사회로 우리가 가는 것 같다. 효율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민주주의는 단기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은 아니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그 편이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니겠는가?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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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하지만, 진짜 한국의 변화는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김상곤 교육 부총리가 입시 제도 문제 손 보다가, 결국 정치 인생을 내려놓게 되었다. 경기 교육감으로 한 시대를 만들었던 사람이지만, 그도 이 흐름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지금 우리는 김상곤이 특별히 은퇴 선언 같은 것도 해보지 못하고 막후로 내려가게 된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그 흐름은 점점 더 거세진다.

집안 일은 잘 몰라요, 이런 아빠의 시대가 끝나간다. 잘 몰랐던 게 맞을 수도 있지만, 자녀 교육의 문제가 이제는 국정 과제 1번이 되어버렸다. 정권의 '인싸'들은 사법 개혁이 국정 과제 1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자녀 교육과 취업 과정의 투명성이 국정 과제 1번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 아니냐..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바닥부터 기었던 정치인 김상곤도 넘어서지 못한 거대한 흐름이다. 사법 개혁이 중요하냐, 교육 개혁이 중요하냐, 아마 많은 사람들은 교육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한국의 변화는, 예측도 어렵고, 가늠도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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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한 평생 산다는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냥 세 끼 밥 먹고 사는데 불편한 거 없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산다. 애들은 그냥 집에서 가까운 국공립 그냥 보내고. 그나마도 국공립 어린이집 가느라고, 큰 애는 몇 년이나 기다렸던. 문득 나만 이러고 사나 싶기도 하고.

조국은 조국 인생 사는 거고, 나는 내 인생 사는 거고. 이렇게 생각한지 몇 년 된다. 각자의 인생관이 있는 거고, 각자의 도덕이 있는 거고.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고대 학생들이 딸 입학과 관련해서 집회를 시작하고.. 학교에서는 부정 입학이 있으면 입학 취소하겠다고 하고.

개인의 인생관과 도덕관으로 간주하기에는 이미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다. 어쩔 거냐? 엘리트들의 그런 인생관과 도덕관을 이 사회가 싫다는데.

공직의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 누군가에게는 불편할지 몰라도, 사회는 그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억울하겠지만, 속도전이나 전격전으로 그냥 버티고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그럼 누가 사법 개혁을 할 것이냐?

그건, 다음 문제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괜찮은 검사나 변호사가 없을까? 법대가 몇 개고, 로스쿨이 몇 개인데, 그 중에 진짜 괜찮은 사람이 없을까?

뒤로 그냥 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가버린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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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보면서 지낸 게 이제 4년째다.

큰 애 여름 방학이라, 조건이 아주 가혹하다.

멀리 출퇴근하는 아내가 운전이 너무 힘들다고 그냥 대중교통으로 가기로 했다.

아침에 크게 한 바퀴 돌아서, 온 식구 셔틀을 한 번 운행한다.

그리고 오후에 큰 애 태권도장 보낸다. 화목으로는 수영장 보내고, 잠깐 데리고 있다가 태권도장 보낸다.

저녁 때 애들 데리고 오는 셔틀 다시 한 번.

틈틈이 수영장을 가려고 하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는 게 해보니까 최대치다. 계획은 매일인데, 그렇게는 좀 어렵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진짜 내가 뭐하고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리고 주말에는 진짜 뺑뺑이가 기다린다.

좀 있다 큰 애 여름방학 끝나면 그래도 이런 루틴이 조금은 더 단순해진다. 시간 지나기만 손 꼽아 기다린다.

한 달 내내 지속된 이런 루틴도 가을부터는 조금 변화를 주려고 한다.

점심 때 출판사 사람들도 만나고, 밥도 같이 먹고 했었다. 그것도 이제는 부담스럽다.

저녁 때 주로 가던 수영장을 점심으로 옮겨서, 그래도 일주일에 수영 세 번은 하려고 한다. 4년 동안 애들 키우면서 몸이 개판이 되었다. 앞으로 1년 간은 크게 욕심 가지지 않고, 그냥 삶의 루틴대로 살아볼까 한다.

왜 1년? 뭐, 2년이라고 하기가 너무 막막하니까.

그 동안에 나의 목표는 딱 한 가지다. '무짜증 인생'.. 이거, 어렵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확 뚜껑 열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때마다 '무짜증 인생'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루틴대로 살면서 짜증이나 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엄청난 인격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짜증 안 내는 정도는 해야할 것 아닌가 싶다.

인격적으로 엄청난 사람이 될 희망은 없지만, 그래도 일상의 소소한 일에 짜증내지 않을 정도의 삶은 살고 싶다. 그것도 못하면 내가 너무 불쌍할 것 같다.

별 엄청난 걸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소소하고 작은 일들에 짜증이나 나는 살을 산다면.. 그런 흉한 모습이 내 삶이 되지는 않았으면 싶다.

그나마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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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등대. 늘 바다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등대를 좋아했다. 한 때 블로그 이름이 등대이기도 했던.

노마드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었다. 들레쥬 시절. 그 때도 나는 등대를 더 좋아해서, 어감상 노마쥬 별로였다. 기동성, 죽어라고 옮겨 다니는, 그런 것에 그렇게 매력을 못 느끼는 20대를 보냈던 것 같다.

그냥 등대처럼 살다가, 오래된 등대처럼 늙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 적은 있다. 등대는 그 자리에 있는 게 그 존재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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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칼럼

책에 대한 단상 2019. 8. 17. 12:49

다음주 월요일부터 경향신문에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기로 했다. 일본 문제를 다룬 걸로, 첫 번째 원고 보냈다.

신문에 글을 쓸 때면, 사실 매번 고민이기는 하다. 여기도 일종의 장사라, 조회수 같은 데에 아주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휘발성 있는 글이라는 게, 내 실력으로는 오래 가지가 않는다. 그 때는 엄청나게 읽은 것 같지만, 1년 지나면 아무 의미도 없는 글, 그런 걸 쓰고 싶지는 않다.

의미가 있고 중요한 글,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건 파울이 될 확률이 높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 혹은 아무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글..

그 중간에서 매번 널뛰기를 하는데, 의미 있을 때도 있고, 의미 없을 때도 있다. 그런 거 신경 쓰는 게 귀찮아서, 작년까지는 아예 글을 안 쓰려고 했다.

몇 년 칼럼 쉬었는데, 하다 보니까 다시 쓰게 되었다.

남이 하지 않는 얘기, 이런 기준 정도는 계속 지키려고 한다.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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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네..

아이들 메모 2019. 8. 15. 16:26

여덟 살 큰 애 방학 숙제가 그림 일기다. 제법 멋지게 잘 그린다.

"화가 났네, 화가 났어."

칭찬으로 한 얘기인데, "화났어? 왜?" 큰 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냥 그림 그리고 있는데, 화 날 일이 뭐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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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가장 많이 바뀐 게 환갑 잔치. 최근에는 환갑 잔치에 부모님이 오신댄다. 와서 용돈도 주시고. 그렇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환갑 잔치 그냥 건너뛰고 싶어도, 부모들이 섭섭해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니 칠순 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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