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박인희의 시낭송 '그리운 성산포'가 듣고 싶어졌다. 요즘 맨날 듣는 음악이라봐야 마징가 노래 아니면 닌자고.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있다"

예전에 프라이드 웨건 타던 시절, 무지막지하게 좋은 스피커를 차에 달아놓고 있었다. 차값 보다 더 나간.

한국에서 그런 스피커를 쓰던 사람은 나 말고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예전 살던 집 근처에 지프 랭글러가 오픈카로 지나가는데, 랭글러 짐칸 한 구석에 내가 쓰던 스타일의 거대한 스피커가 뙇! 미친 넘이 나만 있는 건 아니네.

그렇게 해놓고 있는데, 정작 가슴으로 들어온 건 박인희의 시낭송이었다. 그걸 참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운전할 때만 들었다.

결국은 사직서를 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올해 애들 데리고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힘들다는 둘째 살살 달래가면서 결국 끝까지 갔다. 갈 때는 힘들었는데, 여섯 살 둘째가 그 때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며칠 전부터 듣고 싶은 박인희의 시낭송을 결국 들었다.

음악이라는 게, 엄청나게 보수적인 취향인지도 모른다. 보통 때는 아무 노래나 막 듣지만, 뭔가 결정을 하거나, 어려운 선택을 할 때 혹은 이유 없이 힘들 때, 예전 노래들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https://youtu.be/RaQPfegV7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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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만 이것저것 네 개의 제안에, 힘들다고 답변을 했다. 라디오 방송 고정 출현, 다큐 인터뷰, 공무원들 보는 잡지 기고, 공무원들 교육.

큰 애 학교가는 걸 한동안 아내가 출근길에 같이 갔었는데, 며칠 전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었다. 별 수 없이 큰 애 교문까지 내가 데려다주는 걸로. 둘째 어린이집 시간에 맞춰서 아침에 한 시간 더 잤었는데, 다시 큰 애 시간에 맞추게 되었다.

게다가 목요일이면 큰 애 여름방학이다. 돌봄교실 보내기로 해서 좀 나아지기는 했는데, 화목으로는 수영장 보내기로. 얄짤 없이 수영장 갔다와야 하는. 핑게대고 나도 수영을 하기로 했는데, 여름방학 내내 일단은 죽었다고 봐야 하는.

둘째 초등학교 2학년 끝날 때까지, 4년이 기한이었는데, 어느덧 그 중에 반년이 지나갔다.

일부러 그렇게 맞춘 건 아닌데, 애들 보는 4년이 끝나면 나도 남은 14권 마저 끝내서 50권 채울 것 같다. 꼭 숫자를 채우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세어보니까 그럴 것 같다.

정부에서 하는 일들은, 솔선수범하느라고 그런지, 원고료도 너무 황당하고, 강연료는 차비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공무원 노조에서 하는 일들은, 그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까 꾸역꾸역,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기는 한다. 노조도 아니고 공식적인 일인데, 노조 보다도 덜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익적인 일이니까 이해를 해달라고 하는데.. 이해는 가는데, 나도 시간 내기는 어렵다.

신세진 사람이 해달라는 경우는, 어지간하면 해준다. 살다 보니, 나도 은근 신세 많이지고 살았네. 시민단체나 노조에서 해달라면, 그것도 시간 많이 부딪히는 경우 아니면 해주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해달라고 하면.. 고민 많이 하다가 주제가 특별히 더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면 한다. 지금부터 쓰는 책 두 권이 농업경제학과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별 수 없이 기회 되는대로 10대들 많이 만나야 하는 주제라서.

나머지 경우는, 당분간은 좀 어렵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내 일을 좀 해야해서.. 고민도 좀 하고, 사람들 만나서 상의도 하고, 그래야 할 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여유 되는 대로 인터뷰 작업도 해야 하고.

삶의 전환기는 끝나고, 또 다른 전환기가 올 때까지, 차분히 앉아서 이것저것 만드는, 그야말로 씨뿌리기의 계절이다.

경제 사조에 중상주의가 있고, 중농주의가 있다. 느낌상 중농주의 다음에 중상주의가 올 것 같은데, 실제로는 중상주의 다음이 중농주의다. 중농주의와 고전학파는 거의 동시에 왔다.

중농주의를 만든 프랑수와 케네와 고전주의를 연 아담 스미스는 동시대 사람이다. 두 사람이 만났을까 안 만났을까, 그런 게 논문 주제이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은 아무도 관심없는..)

나는 중농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태학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케네와 열역학 그리고 생태학에 대한 작은 논문을 본 이후로, 이거다 싶었던..

평생 케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상업에 몰두하기 보다는 농업적 사유를 더 많이 하려고 하는.

파는 것보다는 아직은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그게 중농주의 시절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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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1주기 책. 책 인세는 재단에 기부하기로, 그래서 나도 원고료 없음. 아내에게 밤늦게 얘기했다. 아내가 갑자기 울컥, 눈물을 흘린다. 노회찬이니까.. 노회찬,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좋은 놈들은 다 이미 죽었어..

한 권씩 좀 사줍쇼, 굽신굽신. 재단 후원이라도..

 

https://www.vop.co.kr/A00001422022.html?fbclid=IwAR0ET_X2jOIvdThUZdj9XpTddvdpH9mmX2nLk-BQOhBww-b9CzB_WINQ6qY#cb

 

[새책]노회찬 1주기 맞아 추모집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출간

 

www.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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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큰 애 수영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 두 시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간 김에 나도 수영하고. 큰 애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방학 보내는 게 진짜 만만치 않다. 자꾸 사람들이 밥 먹자고 하고, 차 마시자고 한다. 방송도 잠깐만 인터뷰하면 된다고 하는데.. 내 인생은 정말로 잠깐만 가지고 사는 인생. 진짜 간단한 일이지만, 큰 이유도 없이 하기가 힘들다.

방학, 진짜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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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

잠시 생각을 2019. 7. 16. 23:12

정두언, 말이 통할 만한 보수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맘 안 좋다. 그렇게 어렵게 맘 고생을 하고 살았나 싶다.

신문에서 논쟁을 한 적이 좀 있고, 짧게 몇 번 이런저런 얘기한 적이 있다. 여유되면 길게 소주 한 잔 하자고 그랬는데, 그게 벌써 몇 년째..

사는 게 뭔가 싶다. 그래도 그만한 보수도 한국에 없다 싶었는데.

고민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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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어제 학교에서 친구 팔을 물어서 상처가 났다고 학교에서 연락 왔다. 아이고. 혼 내기는 혼 내야 하는데, 어떻게 혼을 내야 할지. 어떤 넘이 맞고 오지 말고 꼭 때려주고 오라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남자 애들 키우기가 고로운데, 이럴 때 특히 더 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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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원에서 직장 민주주의 강의해달라는 부탁이 왔다. 뭐, 시간도 마땅치 않고, 돈도 조금이라서 힘들다고 얘기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안 땡긴다.

근데 자기 네는 노조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그냥 간다고 했다.

직장 그만둔 이후로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은 시민단체나 노조 한 구석, 뭔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주로 정부 방침과 반대인 경우가 많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들을 다룬다. 그러다보니까 성공한 사람들이 큰 돈 벌고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사람들은.. 주로 욕 한다.

그래서 늘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아니면 심난한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버티기 위해서 '명랑'이라는 걸 더 많이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들 만나서 같이 인상 쓰고 있으면, 서로 힘들어서 아무 얘기도 못 한다.

이 일을 2003년부터 치면 벌써 15년 넘게 한 것 같다. 그 중에서는 잘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보통 잘 되면 연락이 잘 안 된다. 별로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리그에서 덩더쿵 덩더쿵 하고 지내는 게 그렇게 재밌지는 않다. 잘 된 다음에도 계속 연락한 사람은, 몇 사람 정도, 좀 드물다.

아마 책을 쓰는 한에는 평생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뭐, 처음 경제학을 공부할 때에는 이렇게 복잡하게 살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꼭 <자본론>을 읽어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뭐, 그렇게 사는 게 별 재미는 없다. 올라가면 뭐 할겨? 사실 별 거 없다. 그리고 그 특수한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 나쁜 짓을 좀 하거나, 나쁜 짓을 안 했다고 자기를 속이거나.

그냥 나는 적당히 이렇게 사는 게 더 내 인생 다워서 좋다. 약간 불편하기는 하지만, 삶이 쪽스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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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강연은 진짜 오래 했다. 매번 힘들다. 그래도 이번에는 기억에 남는 건, 직장 민주주의 가지고는 처음 한 강연이라서 그렇다. 몇 번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 회사 다녀본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들하고 이 얘기를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좀 자신이 없어서..

작년부터 강연은 부득이한 경우 아니면 거의 다 줄였다. 지치는 일이다. 뭐, 돈이 좀 되면 생각을 고쳐먹을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별로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돈 되는 것만 골라서 하면, 이건 양아치다.. 그렇게는 안 산다.

농업경제학 준비하면서 주대상을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삼으면서, 최근에는 고등학교에 자주 간다. 아무래도 그렇게 자주 보면 이미지를 잡을 때 좀 도움이 된다. 계속 고등학교 강연을 해서, 분위기 변하는 것도 좀 느낄 수가 있고.

10대들은, 강연 때 보면 귀엽다. 질문도 많이 한다. 길게 대답해주지는 못하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는 가능한한 정확하게 얘기해주려고 한다.

하다보니 별의별 학교를 다 가보게 되었다. 민사고는 몇 번 부탁이 있었는데, 일부러 안 한 건 아니고, 시간이 잘 안 맞아서.. 그야말로 입시만 준비한다고 소문난 학교에서부터 진짜 특별한 경우는 대안학교까지.. 시간이 10년 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지나보니, 그런 것들도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강연이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분위기 잘 못 만들어서 영 어정쩡하게 시간만 보내고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오늘 별내고 특강은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일단 학생들이 착하다.

어른들이나 대학생들 강연보다 고등학생 강연이 좋은 점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학생들이 책을 미리 읽고 온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다. 공무원들은, 강연은 들어도 책은 안 읽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역설적이다. 책을 읽는 공무원들은 강연에는 안 온다 (그리고 가끔 직접 연락..)

책 읽는 비율과 질문하는 거 생각해보면, 뭐라뭐라 그래도 고등학생.. 여전히 순수의 시대다. 대학교만 가도 그런 이유로는 절대 책 안 읽는다. 나도 그런 순수의 시대가 있기는 했었다는, 그런 오래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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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잡기..

아이들 메모 2019. 7. 9. 17:18

아내가 방에 잔다고 들어가더니 금방 나왔다. 방에 파리가 있다고. 파리채랑 에프킬라 둘 다 들고 들어갔다. 1분 내, 커튼 위에 붙은 파리, 첫 스윙에 사살.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내가, 존경, respect, 라고 말한다. 내가 파리, 모기, 이런 건 원래 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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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다는 게, 사실 재미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뭐라도 재밌는 걸 만들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지만, 사실 잘 안 된다. 나도 안다. 그래도 그 밋밋한 속에 뭐라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것저것 일정을 짜고, 또 그런다.

2016년은 정말 최악의 한 해였다. 그리고 그 해가 최악이 될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안다고 별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아기는 아팠고, 그냥 그런대로 한 해를 버텼다. 그 해에는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나의 많은 동료들도 같이 힘들었다. 그리고 몇 년을 계속 해맸다.

어렵다고 이상하게 벗어나려고 하면 진짜 개미지옥처럼 될 것 같았다. 방송을 끊고, 외부에 글 쓰는 것도 쉬었다. 최소한의 일만 하고, 그냥 버텼다.

여전히 힘든 것 같지만 최악은 작년에 지난 것 같다. 몇 년간 차 없이 버티다가 지난 가을에 차를 샀다. 올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2016년처럼 힘들지는 않다. 올해는 신문 칼럼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책은 별로 안 팔렸지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책을 꼽으라면 이제는 50대 에세이가 될 것 같기는 하다. 2016년부터 바닥을 지나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했는데, 실제로 삶이 많은 정리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에 나오는 진지전 같은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결심을 하나 한 게 있다. 이제는 보람이고 나발이고, 재밌는 것만 하겠다는. 나도 50이 넘었다. 재미 없는 걸 하면서 남은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재미 없는 건 애들 돌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2.
내년까지는 출간 일정이 다 차 있다. 뭐, 많이 써서 다 찬 게 아니라, 애들 학교 보내면서 하는 거라서 최소한만 일정을 잡아 놨다. 그래도 그 이상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부산에 한 달 정도 가야 하는데, 도저히 부산 체류할 시간을 못 뽑고 있다. 뭔 수가 나겠지.

나도 대충은 아는 게,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가 대충 그 때쯤일 거라는 사실이다. 저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그 정도 시점이 클라이막스일 것 같다. 지금 준비하는 일들이 그 시간쯤이면 클라이막스로 갈 것 같다.

그리고는 지금도 살살 사는데, 더 살살 살 생각이다.

그래서 그 해에는 공포 얘기를 하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0대들을 위한 생태경제학을 '생태요괴전'으로 쓸만큼, 내가 그런 얘기를 좋아한다. 2년 전에 준비하던 게 하나 있기는 했는데, 몇 가지 이유로 그건 좀 어렵고.

지금으로서는 정해놓은 건 딱 하나, 소재다. 아파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뭘 어떻게 할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았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는 이런 얘기를 워낙 좋아한다. 생각만 해도 재밌다.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에서 내가 제일 재밌게 생각하는 걸 해보려는, 굉장히 간단한 발상이다.

아마 귀신으로는 청와대 정책실장 했던 사람 중 한 명을 생각하고 있다. 착해 보이고, 어수룩해 보이고, 선해 보이는데.. 대가리가 좀 나쁘고, 감성이 보통 사람들의 감성과는 좀 다르다. 아파트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명박은 좀 스타일이 다르다. 그도 아파트를 겁나 짓고 팔고 한 사람이지만, 아파트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파트에 안 산다. 아, 이제는 감옥에 산다. cell..

이런 얘기를 굉장히 무섭게, 요괴 버전으로 해보고 싶어졌다.

3.
더 장기로 붙잡고 있는 주제가 하나 있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후속판 같은 것인데, 엄두가 안 나서 미루어만 두고 있는.

이걸 조금 더 쉽게 해서 일본에서 문고판으로 내보자는 제안이 몇 년 전에 있었다. 지나간 책을 붙잡고 있기에는 써야할 것들이 밀려서 아주 뒤로 미루어둔 것이다.

무슨 재단 같은 데에서 이름 좀 올려달라고 몇 달 전부터 엄청 졸라댄다. 책을 내기 시작하면서 외부 프로젝트는 안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여간 그렇기는 한데..

일본과 중국 연구를 하는데 꽤 많은 돈을 대준다는 것 같다. 그러면 더 뒤로 미루어두었던 애기를 좀 앞으로 당겨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역시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에 가장 중요한 책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실용적인 이유도. 돈을 진짜로 받는 건 아직 결정은 안 했다. 그래도 내 연구를 하는데, 돈 받고 하는 건 좀 존심 상한다.

어쨌든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내 인생의 마지막 책 정도로 생각했던 걸 좀 당겨서 후년에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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