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드 문서로 206쪽까지 고쳐야 하는데, 오늘 딱 133쪽까지 갔다. 꾸역꾸역. 그 중간에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는데, 어쨌든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나간다. 저자로 산 게 좀 있으면 15년쯤 된다. 그 동안에 남은 게, 그냥 꾸역꾸역 조금씩 계속 하는 거.

그 사이에 참 많은 고양이들이 태어나고 죽고, 내 손을 거쳐갔다. 아이들 둘이 태어났고. 그리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그 사이에 배운 게 하나 있다면..

꾸역꾸역,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열정 같은 건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만, 글을 조금씩은 더 즐기게 되었다. 심지어는 고치는 기계적인 일도 약간은 즐기게 되었다. 잘 고치면.. 새로 쓰는 것보다 더 기여도가 높은 문장과 문단을 건질 수도 있는.

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지겹다. 그래도 가끔, 하루에 몇 분은 재밌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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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 여름방학인 화요일은 죽음의 레이스다. 아침에 학교랑 어린이집 데려다주면, 점심 때 나간다. 학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주차장이라도 잠시 빌려 쓰는. 한 시 반에 애 데리고 나와서 2시까지 수영장. 나도 잠시 수영.

그리고 집에 데리고 온다. 컵라면 먹고 싶다고 해서, 컵라면이랑 하드 쫄랑쫄랑 사들고. 그리고 잠시 쉬다가 태권도장에 데려다 준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서, 역시 잠깐 쉬다가 큰 애랑 둘째 태권도장 차에서 데리러. 도저히 차 댈 데가 없어서 헤매다가, 태권도장 차 뒤 따라가서 그 뒤에 잠시 대고, 애들 찾아서. 힘든 날이면 차 댈 데가 더 없다.

그 와중에 내일 마감인 신문 칼럼 하나 쓸 생각이었는데, 딱 세 줄 쓰고 끝.

어영부영 저녁 후다닥 먹고, 겨우 칼럼 끝. 이게 사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그래도 이 짓을 다섯 번만 더 하면, 큰 애 여름방학이 끝난다. 벌써 두 주가 지나가는 중. 정신승리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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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 작은 영화 박물관이 있다. 입구에 커다란 마를렌 디트리히 사진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인다.

'릴리 마를렌'이라는 노래는 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졌는데, 마를렌 디트리히의 버전으로 거의 통일. 독일어본, 영어본, 심지어 불어본도 있다.

원래는 연합군이 독일군에 대한 심리전 차원에서 만든 노래로 알고 있다. 그런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독일군만이 아니라 연합군과 미군도 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쟁이 끝나고 릴리 마를렌은 총질을 했던 나라들끼리 일종의 문화적 화해의 상징 같은 것이 되었다.

마를렌 디트리히는 원래는 케네디 아버지의 연인이기도 했었는데, 케네디가 대통령 되고 나서 백악관에 초정되기도.. "피차 서로 시간이 없을테니까", 이런 유명한 말쌈이 여기에서 나왔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한참 때, 이 노래 LP를 구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내가 귀찮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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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한 친구랑 간만에 술 한 잔 진하게. 공무원이랑 일하다가 만나서, 이렇게 평생 친구로 지내게 될 줄은 몰랐다. 서로 워낙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가식 같은 건 없다.

몇 년간 진짜 외국에 같이 많이 돌아다니던 사이이기는 했는데, 같이 여행을 갔던 적은 없었다. 다음 주에 짧은 국내 여행을 가기로 했다. 뭐 꼭 가야 할 일은 없지만, 여행이 언제 목적이 있어서 가나? 아무 이유 없이 가는 게 진짜 여행인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다. 아직 은퇴한 친구는 없지만,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슬슬 은퇴를 준비한다. 대기업에 상무하는 친구가 있는데, 아무래도 자기 자리에 오래 있기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을 조금씩은 하는가 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고, 중학교 때도 친구였다. 저렇게 똑똑한 애가 있나 싶었다. 야구도 잘 했다. 그렇게 친했는데도, 자주 보지는 못했다. 최근에야 가끔 본다. 멀리 살아서, 툭하면 불러내기가 쉽지 않다.

둘째가 아픈 다음부터, 내 삶에는 이정표나 그런 게 없다. 그냥 되는 대로 산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꼭 하고 싶은 거, 그런 건 더더욱 없다.

당연히 목표 의식 같은 건 없다. 아직 약간의 열정이 남아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한참 불태우던 시절 같은 그런 열정은 이미 아니다. 벽에 부딪히면 벽을 넘어가거나 벽을 부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돌아간다. 너무 많이 돌아가야 하면? 그냥, 가다 만다.

어차피 애 보면서 하는 거라서, 멀리 가지도 못 한다.

둘째 초등학교 2학년 될 때까지는, 어차피 어영부영 사는 수밖에 없다. 되면 되고, 말면 말고, 그런 안이한 자세로 살 생각이다.

4년을 한도로 시작했는데, 벌써 큰 애 초등학교 방학이다. 그 사이 반 년이 지나갔다. 이제 삼 년 반 남았다. 그 뒤에는 뭘 하지?

얼마 전 예능 방송에서 뭘 같이 하자고 하는데, 힘들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시간 많이 내고, 규칙적으로 뭘 하는 일은 당분간 하기 어렵다.

4년 뒤에도 나에게 정열이 남아있을지, 자신이 별로 없다. 지금도 귀찮은 일은 못 한다.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일도 못 한다.

어렴풋한 생각으로는 경제 다큐 같은 거 만드는 일을 삶의 마지막 일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후원자 같은 거 있기 전에는 본격적으로 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쉽게 계획을 짜거나, 결심 같은 것을 하기가 어렵다. 기회 되면..

딱 백만 명 정도 볼 수 있는 경제 다큐를 몇 개 만들면 좋을 거라는 생각은 하는데. 이게 내 능력 범위를 넘어선다. 그래서 '기회 되면'이라는 딱지를 달아서 마음 한 켠에 밀어넣는다.

폼도 안 나고, 실속도 없지만, 의미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의미만으로 뭔가 하기에는, 그 정도의 정열은 이제 나에게는 없다.

그래서 가끔 한 번 생각해보는 일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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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박인희의 시낭송 '그리운 성산포'가 듣고 싶어졌다. 요즘 맨날 듣는 음악이라봐야 마징가 노래 아니면 닌자고.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있다"

예전에 프라이드 웨건 타던 시절, 무지막지하게 좋은 스피커를 차에 달아놓고 있었다. 차값 보다 더 나간.

한국에서 그런 스피커를 쓰던 사람은 나 말고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예전 살던 집 근처에 지프 랭글러가 오픈카로 지나가는데, 랭글러 짐칸 한 구석에 내가 쓰던 스타일의 거대한 스피커가 뙇! 미친 넘이 나만 있는 건 아니네.

그렇게 해놓고 있는데, 정작 가슴으로 들어온 건 박인희의 시낭송이었다. 그걸 참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운전할 때만 들었다.

결국은 사직서를 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올해 애들 데리고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힘들다는 둘째 살살 달래가면서 결국 끝까지 갔다. 갈 때는 힘들었는데, 여섯 살 둘째가 그 때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며칠 전부터 듣고 싶은 박인희의 시낭송을 결국 들었다.

음악이라는 게, 엄청나게 보수적인 취향인지도 모른다. 보통 때는 아무 노래나 막 듣지만, 뭔가 결정을 하거나, 어려운 선택을 할 때 혹은 이유 없이 힘들 때, 예전 노래들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https://youtu.be/RaQPfegV7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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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만 이것저것 네 개의 제안에, 힘들다고 답변을 했다. 라디오 방송 고정 출현, 다큐 인터뷰, 공무원들 보는 잡지 기고, 공무원들 교육.

큰 애 학교가는 걸 한동안 아내가 출근길에 같이 갔었는데, 며칠 전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었다. 별 수 없이 큰 애 교문까지 내가 데려다주는 걸로. 둘째 어린이집 시간에 맞춰서 아침에 한 시간 더 잤었는데, 다시 큰 애 시간에 맞추게 되었다.

게다가 목요일이면 큰 애 여름방학이다. 돌봄교실 보내기로 해서 좀 나아지기는 했는데, 화목으로는 수영장 보내기로. 얄짤 없이 수영장 갔다와야 하는. 핑게대고 나도 수영을 하기로 했는데, 여름방학 내내 일단은 죽었다고 봐야 하는.

둘째 초등학교 2학년 끝날 때까지, 4년이 기한이었는데, 어느덧 그 중에 반년이 지나갔다.

일부러 그렇게 맞춘 건 아닌데, 애들 보는 4년이 끝나면 나도 남은 14권 마저 끝내서 50권 채울 것 같다. 꼭 숫자를 채우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세어보니까 그럴 것 같다.

정부에서 하는 일들은, 솔선수범하느라고 그런지, 원고료도 너무 황당하고, 강연료는 차비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공무원 노조에서 하는 일들은, 그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까 꾸역꾸역,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기는 한다. 노조도 아니고 공식적인 일인데, 노조 보다도 덜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익적인 일이니까 이해를 해달라고 하는데.. 이해는 가는데, 나도 시간 내기는 어렵다.

신세진 사람이 해달라는 경우는, 어지간하면 해준다. 살다 보니, 나도 은근 신세 많이지고 살았네. 시민단체나 노조에서 해달라면, 그것도 시간 많이 부딪히는 경우 아니면 해주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해달라고 하면.. 고민 많이 하다가 주제가 특별히 더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면 한다. 지금부터 쓰는 책 두 권이 농업경제학과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별 수 없이 기회 되는대로 10대들 많이 만나야 하는 주제라서.

나머지 경우는, 당분간은 좀 어렵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내 일을 좀 해야해서.. 고민도 좀 하고, 사람들 만나서 상의도 하고, 그래야 할 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여유 되는 대로 인터뷰 작업도 해야 하고.

삶의 전환기는 끝나고, 또 다른 전환기가 올 때까지, 차분히 앉아서 이것저것 만드는, 그야말로 씨뿌리기의 계절이다.

경제 사조에 중상주의가 있고, 중농주의가 있다. 느낌상 중농주의 다음에 중상주의가 올 것 같은데, 실제로는 중상주의 다음이 중농주의다. 중농주의와 고전학파는 거의 동시에 왔다.

중농주의를 만든 프랑수와 케네와 고전주의를 연 아담 스미스는 동시대 사람이다. 두 사람이 만났을까 안 만났을까, 그런 게 논문 주제이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은 아무도 관심없는..)

나는 중농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태학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케네와 열역학 그리고 생태학에 대한 작은 논문을 본 이후로, 이거다 싶었던..

평생 케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상업에 몰두하기 보다는 농업적 사유를 더 많이 하려고 하는.

파는 것보다는 아직은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그게 중농주의 시절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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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1주기 책. 책 인세는 재단에 기부하기로, 그래서 나도 원고료 없음. 아내에게 밤늦게 얘기했다. 아내가 갑자기 울컥, 눈물을 흘린다. 노회찬이니까.. 노회찬,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좋은 놈들은 다 이미 죽었어..

한 권씩 좀 사줍쇼, 굽신굽신. 재단 후원이라도..

 

https://www.vop.co.kr/A00001422022.html?fbclid=IwAR0ET_X2jOIvdThUZdj9XpTddvdpH9mmX2nLk-BQOhBww-b9CzB_WINQ6qY#cb

 

[새책]노회찬 1주기 맞아 추모집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출간

 

www.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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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큰 애 수영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 두 시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간 김에 나도 수영하고. 큰 애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방학 보내는 게 진짜 만만치 않다. 자꾸 사람들이 밥 먹자고 하고, 차 마시자고 한다. 방송도 잠깐만 인터뷰하면 된다고 하는데.. 내 인생은 정말로 잠깐만 가지고 사는 인생. 진짜 간단한 일이지만, 큰 이유도 없이 하기가 힘들다.

방학, 진짜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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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

잠시 생각을 2019. 7. 16. 23:12

정두언, 말이 통할 만한 보수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맘 안 좋다. 그렇게 어렵게 맘 고생을 하고 살았나 싶다.

신문에서 논쟁을 한 적이 좀 있고, 짧게 몇 번 이런저런 얘기한 적이 있다. 여유되면 길게 소주 한 잔 하자고 그랬는데, 그게 벌써 몇 년째..

사는 게 뭔가 싶다. 그래도 그만한 보수도 한국에 없다 싶었는데.

고민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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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어제 학교에서 친구 팔을 물어서 상처가 났다고 학교에서 연락 왔다. 아이고. 혼 내기는 혼 내야 하는데, 어떻게 혼을 내야 할지. 어떤 넘이 맞고 오지 말고 꼭 때려주고 오라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남자 애들 키우기가 고로운데, 이럴 때 특히 더 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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