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50번째 책 제목이 생각났다.

너에게 묻는다.

내가 평생 답하려고 했던 질문들을 묶어서, 50번째 책으로 하면 어떨까 싶은.

나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졌다. 답 하려고 살았다. 잘 처 먹고 살려고 한 평생 살았던 삶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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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칼럼 끝냈다. 하다 보니까 기명 칼럼으로 세 개를 쓰는데, 한 달 내내 칼럼 주기가 계속 돌아오는 것 같다.

칼럼에 대한 고민은, 새만금에 대한 고민과 같다.

새만금 얘기가 결국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1차 계기 같은 것이다. 총리실 있던 시절, 몇 층 아래에서 새만금 기획단이 있었다. 당시 새만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총리였던 이한동이 하기로, 그렇게 정리가.

새만금 기획단에서 가끔 윗층에 있던 나한테 와서 이것저것 자료도 물어보고 자문도 하고 가고는 했다. 그리고 또 한참 생태경제연구회 시절, 연구 주관을 하지는 못해도, BC 분석 같은 거는 연구원들하고 직접 했었다.

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내 이름으로 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머지 인생을 사는 건 아닌 듯 싶었다. 또, 마침 상사로, 김진표가 왔다. 김진표랑 몇 달 일했는데, 이런 걸 위해서 내가 입 다물고 사는 건 아닌 듯 싶었다.

결국 파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공단으로 돌아가 조용해지는 시간을 기다려서 결국 사직서 내고 나왔다.

아예 총리실에 짱박으라던 사람들도 많았고, 당시 4급 특채 얘기가 좀 나오기는 했었다. 모 부처에서는 나랑 얘기도 하지 않고 4급 특채를 열었는데, 나는 안 갔다. 왜 안 냐고 전화 와서, 왜 내느냐고, 나는 어리벙벙. 후일담이지만, 그 때 그 자리에 간 양반이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았는지, 몇 년 못 가고 암으로..

지금도 여전히 새만금은 오리 무중, 아무도 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 정확히 모른다.

새만금 얘기 해봐야, 상처만 받고, 올드하다는 느낌만 준다. 아무도 관심 없다.

그래도 이 얘기를 해야 할 거냐, 말 거냐.. 그런 현실적 판단 앞에 서게 된다.

나에게 칼럼은 그런 새만금 얘기 같은 것이다. 물의를 무릎쓰고 그 얘기를 할 거냐,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번 판은 쉬어가자, 잠시 덮고 갈 거냐..

정치인들은 한 번 떠들고 지나가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뭐, 그걸 욕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한 두 가지 주제를 잡으면, 평생을 한다. 그래서 마음의 갈등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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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랑 여행은 진짜 오랜만인 것 같다. 치매로 여러 해 누워 계시다가 큰 손주 노는 거 보다가 어느 날 벌떡 일어나신. 살다 보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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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잠시 생각을 2019. 9. 13. 21:30

간만에 달 사진. 크롭. 보름달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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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잠시 생각을 2019. 9. 12. 10:27
 추석입니다. 저는 아버님 팔순이라, 식구들과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 속상한 일들을 잠시 내려놓으시고 첫 수확의 기쁨을 누릴 농부들의 즐거움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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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끝이 났다

최소한 1987년 이후로 방어하려는 사람과 공격하려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명확했던 것 같다. 익숙한 좌우의 개념보다는 막으려는 보수, 공격하려는 진보, 그렇게 우리는 움직여왔다. 그건 몇 번에 걸친 민주당 집권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속에서 최소한 ‘구체제’ 혹은 기득권에 대한 공격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변화를 희망하는 세력이 더 커진다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 시절의 20대가 50대가 되는 동안, 새로운 청년들은 그래도 보수 쪽은 아니었다. 막연하게나마,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 정점에 촛불집회가 놓인 것 같다. 작게 보면 MB 이후의 보수 정권에 대한 반대 흐름이었지만, 길게 보면 87년 이후의 사회 변화에 대한 갈망이 그 순간에 터져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이런 한 시대가 좋든 싫든, 이제는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 만약 조국이 아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까? 조금 늦추어질 수는 있더라도,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권은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 뭔가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 하려고 했는데 못 한 것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하는 척만 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그 구체적인 결정의 메카니즘을 알기는 어렵다. 어쨌든 결과는 같다.

좋게 해석하면, 내년의 총선 때 개혁세력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얻고 그 힘으로 개혁을 하기 위해서 움추리는 기간이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는 경제보다 더 큰 개념이다. 그리고 사법 개혁보다 더 큰 개념이다. 사법개혁에 사회개혁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을 보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아마 한국당이 ‘천막당사’ 혹은 그 이상의 뭔가를 하지 않으면 20대가 대거 한국당을 찍는 일은 여전히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투표 독려’를 할 염치를 가진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남았을까? 아니, 그들이 귀 기울일 만한 원로나 스타가 한국에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 몇 년 동안, 당시 야당의 ‘투표 독려’는 사실상 정치에 덜 관심 있는 청년들을 선거장으로 불러오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다음 총선은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10대들에게서 생겨날 것 같다. 지금 불만이 있는 20대~30대는 그래도 대학교에서 집회도 하고, 나름 매스미디어에서 목소리도 경청한다. 정말 화가 난 10대들의 경우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불만에 마이크를 대는 경우도 거의 없다.

87년 이후로 이어져 온 개혁파의 명분은 이제 끝났다. 10대, 20대가 그것을 명분으로 인정하지 않는 순간, 87년 체계의 명분은 끝났다. 남은 건 법무부를 비롯한 행정 절차이다. 그 행정의 방향을 위해서 10대와 20대를 ‘우리’ 속에서 버린 것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다음 흐름은 어떨까? 다음 총선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대혼란이 올 것인데, 이 혼란이 괴로운 것은 미래가 담보되지 않은 혼란일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20대의 마음은 더 떠나고, 10대들의 관심은 더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지금의 60대~70대였던 ‘유신 세대’가 청년과 멀어지면서 고립되듯이, 현 정권의 실세인 386들의 미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싫든, 한 시대가 끝이 났다. 다음 시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아쉬운 것은, 조국에 들인 관심의 1/10만이라도 사회적 격차,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교육 부조리에 썼더라면 지금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커졌을 것이다.

조국 이후의 시대, 이 시대의 특징은 명분이 없는 시대라는 점일 것이다. 격차 해소, 불평동 완화, 그런 건 ‘당위성’이지만 그런 정도의 당위성은 MB도 얘기했고, 박근혜도 얘기했다. 당위성이 있다고 그냥 명분이 생기지는 않는다. 대중 특히 청년의 지지가 없는 당위성에는 명분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는 어때야 할까?

명분 없는 시대,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엘리트 50대, 이들을 대체할 더 많은 30대~40대 지도자가 등장해야 한다. 개혁이라면 그게 1번 개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진짜로 이 부조리하고 위선적인 사회를 완화하기 위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더도 말고, 조국 임명을 위해서 썼던 힘 만큼이라도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쓴다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혼동 속에서 뭐라도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계급 사회를 넘어 완성형 세습 자본주의로 굳어가는 이 시스템을 흔들어야 한다.

한 시대가 끝이 났지만, 다음 시대는 아직 오지 않은 혼동의 가을과 겨울, 그 시기에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10대들을 볼 면목이 없다. 지금은 기뻐할 때도, 슬퍼할 때도 아니다. 대혼동을 맞아 두 눈 크게 뜰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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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러시아 관료제의 부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로 그런 것이 러시아 제국의 우울한 상태다. 이는 그 나라를 충분히 관찰할 기회를 가졌던 사람들의 보고를 보면 명백하다. 차르 자신도 관료 집단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그는 그들 누구라도 시베리아로 보낼 수 있지만, 그 집단 없이는, 또는 그 집단에 반해서는 지배할 수 없다. 관료들은 차르가 내리는 모든 칙령에 대해 시행을 단순히 회피하여 암묵적인 거부권을 행사한다. "

결국 공무원들이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건데, 그 몇 줄 뒤에 밀은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관료제가 변한 게 없기 때문에 그 혁명은 다시 실패할 거라고 말한다.

에고.. 혁명이 나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우리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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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조는 주로 사물의 성질에 의존하는 진정한 자연법칙인 부의 생산 법칙과, 어떤 조건에 지배되고 인간의 의지에 의존하는 부의 분배의 방식들을 올바르게 구별함으로써 생긴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얘기가 내 박사 논문의 핵심 테제 중의 하나이고, 경제학자로서 내 출발점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좀 윌리암슨 등 당시의 신제도학파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도 문제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 얘기가 계속 연결되어서 '조직의 재발견'과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 연구 같은 게 되었다.

그렇기는 한데..

밀의 자서전에는 이게 그의 아내의 통찰에서 온 것이라는.. 논리학 때에는 아니고, 정치경제학 원론부터 아내랑 같이 작업을 했단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부터, 밀은 그냥 고전학파의 막내가 아니라, 그 어떤 경제학자와도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전에도 이런 사람이 없고, 그 뒤에도 이런 사람이 없었다는..

옛날 용어로 하면, 환원론이냐 비환원론이냐.. 그 중간 다리 어디에선가, 하여간 아주 독특한 인식론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여간 존 스튜어트 밀이 자서전에서, 자기는 원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내와 책 작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 걸..

50이 넘어서 읽으면서, 참 내가 덤벙덤벙, 까막눈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그러나 이 책을 이전의 학술적이라고 자부한 모든 경제학서와 뚜렷이 다르게 하고 이러한 모든 경제학에서 반감을 품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한 전체적 논조는 주로 그녀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내 생각도 바뀔지도 모르겠다. 위의 문장은, 평생 내가 읽은 책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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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는 20대 중반에 울면서 읽었던 책이다. 논문 준비 막 하는 중인데, 선생이 이 책을 읽고 자기에게 설명해달라고 해서..

그 시절에도 이 책은 구하기가 어려웠다. 원본은 못 구하고 대빠시하게 전부 복사를 해서 읽는데.. 생시몽과의 논쟁 과정에 대한 얘기가 엄청 많이 나오는데, 이런. 생시몽을 아나? 그냥 공상적 사회주의, 그런 교과서적인 몇 구절만 아는데.

밀의 아버지인 제임스 밀과 맬더스 사이의 인생 후반에 걸친 거대한 논쟁도 어려운데, 밀과 생시몽의 논쟁 같은 것을 알 턱이..

생시몽의 얘기는 그냥 불어로 바로 써 있어서 원전은 영어와 불어를 교차로 오가는. 생시몽을 몰라서가 아니라 불어를 몰라서 더더욱 보기 힘든 책이었을 것 같다는.

겨우겨우 구해서 복사를 했는데, 이런.. 너무 두꺼운 거라. 진짜 울면서 읽었다.

이렇게 왕창 두꺼운 책들 욹면서 읽고 났더니, 그 다음에는 선생이 미방을 풀라고 했다. 너 살아가야 할 시대에는 자기 때랑 달라서 수학 못하면 살아가기가 어려울 거라고. 맨날 눈으로만 결과식을 봤던 성장 모델들, 그 때도 울면서 풀었다.

지나 보니까 그 때 읽은 원전들과 수학들이 살면서 두고두고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기는 한 것 같다.

책에 인용할 일이 있어서 밀이 정치경제학 원론은 도서관에서 몇 번 빌렸다. 절판이었다.

할 일이 없어서 그 책이나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했더니.. 4권으로 나누어져서 번역되어 있는데, 1권이 절판이다. 이런 된장.

존 스튜어트 밀의 책을 읽는 사람은 많은데, 정치경제학 원론을 읽는 사람은 몇 사람 못 봤다. 예전에 김수행 선생이 힘들게 읽었다는 얘기를 하셨던 기억 정도.

장 밥티스트 세이의 큰 책 두 권도 그 시절 읽었는데, 박사 논문 쓸 때 요기진 도움을 받았다.

세이 전공하면 정부 지원금 받게 해줄 수 있다는 말에 잠시 솔깃하기는 했었는데..

사실 세이 얘기가 너무너무 재밌어서, 평생 세이만 연구하면서 살아가라고 해도 할 자신은 있었다. 글이 엄청 유쾌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욕 디지게 처먹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생각의 발상이, 기절초풍이다.

출간으로 처음은 아니지만, 책을 쓴 순서로 첫 책인 '음식국부론'의 모티브는 순전히 세이에게서 나왔다. 아일랜드와 감자 얘기를 엄청 재밌게 읽었었다.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아담 스미스는 음식 얘기는 거의 없지만, 세이는 이런 얘기들을 엄청 중요한 소재로 잘 써먹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 사람 중에 세이 원전 읽은 건 나 말고는 없을 것 같다 (그걸 누가 읽어, 이 바쁜 세상에.)

혼자서 상상해보면..

아마 그 때 세이 전공한다고 나섰으면, 국적을 바꾸기는 했어야 할 것 같다. 그 대신 프랑스 정부의 따뜻한 지원을 받으면서 평생 잘 처먹고 살..

죽기 전에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 좀 있기는 한데.. 이게 여전히 구하기가 어렵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내가 바라는 조국 대한민국은, 학설사 공부해도 굶어죽지 않는 나라..

그렇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어쨌든 20대 중반에 교과서에만 짧게 실리고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 원전들을 1년 가까이 죽어라고 읽던 시절이 있었다. 원전에 따라 붙는 2차 텍스트들이 10권 가까이..

그 시절에는 정말 독서가 괴로웠다. 울면서 읽었다.

세상은 좋아졌다고 하는데, 공부하는 여건은 더 안 좋아졌다.

인터넷에 뭐가 다 있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도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은 인터넷 같은 데에는 없다. 도서관에도 거의 없고.

유튜브에 뭐가뭐가 다 있다는 데, 뭐 내가 보고 싶은 게 없는 건 여전하고.

하여간 그 시절에는 원전 많이 읽은 소장파로 소문이 나서, 그냥 프랑스에 눌러 앉았으면 밥은 먹고 살 것 같았다는.

존 스튜어트 밀, 다시 한 번 읽어보려고 찾다가..

자서전이나 봐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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