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색이 들어가는 중이다. 내 삶에도 요렇게 고운 색이 들어가면 좋겠다.)

 

요즘 나는 늘 감사하며 산다

 

50대 에세이는 나에게는 오래 기억될 책일 것 같다. 책을 쓰기 시작한 처음과 마무리지었을 때, 내 생각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먹고 살고 싶어 하겠는가? 실제로는 전세계적으로 10 만명 될까 말까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추정은 쉽지 않다. 100 명이 넘는다는 설이 있고, 그렇게까지는 안된다는 설이 있다. 많이 잡아도 2~3백 명 내외일 것 같다.

 

그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더군다나 사회과학에서는그저 감사할 뿐이다. 동토의 왕국 같은 척박한 한국의 사회과학에서 책으로 먹고 살기에, 정말로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국가의 사기> 쓰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나는 좀 더 멀고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들 그리고 남들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그런 얘기들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나에게는 보람이기도 하고, 또 고마움에 대한 표시일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과제는 무엇일까? 사실 지난 10, 내가 쓴 많은 책들은 당장 눈 앞에 있던 문제들을 드러내고, 이건 좀 아니다, 그런 얘기들에 관한 것이었다. 세상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내가 있었다.

 

지금은 좀 더 넓게 보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 “이거 아니다보다는 이 쪽으로 가자”, 그런 얘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탈토건에 관한 얘기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압승 이후 이 문제가 풀릴 것인가? 여전히 누군가는 다른 대안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같은 이유로, 기본소득에 관한 얘기도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50대 에세이가 급해서 글을 쓰던 시절에서, 좀 더 편안하고 긴 생각으로 글을 쓰던 시절로 나누게 되는 분기점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조급하게 한다고 해서 덜 하는 것은 아니고, 폼 나는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나는 좀 더 드러나지 않는 생산자의 위치로 가려고 한다. 중계, , 이런 것보다는 이론이든 방향이든 혹은 모델이든, 이런 것을 만드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생산자, 프로듀서, 이런 세상으로 조금 더 가려고 한다.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결과물이 생겨나기는 한다.

 

50대 에세이를 마무리 짓고 나서, 확실히 내가 조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살면서 또 몇 번 더 바뀌게 될 것 같다. 그건 그 때 일이고지금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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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음 대선으로 가는 길, 성패를 가름할 요소는 두 가지인 것 같다.

 

1. 부패하지 않을 것인가.

워낙 10년간 굶기도 했고, 또 먹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거 선거에서 이겼다. 굶었다고 아무 거나 처먹거나, 먹어본 적 없다고 되는 대로 처먹는 것, 이게 단기적으로는 가장 큰 경계 요소라고 생각한다. 조그만 부패라도 드러나면, 바로 조선일보 1면으로 초대되신다. 청렴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어려우면 적당히 처먹는. 부패, 이게 단기적으로는 최대 변수다. '부패한 진보', 이런 이미지 집단적으로 뒤집어쓰면 치명적이다. 지네라고 뭐 다르겠어, 이 질문을 집단적으로 피해나가는 것, 그게 한국당 세력과 차별점을 주는 1번 요소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으로는 그렇다.

 

2. 경제적으로 성과를 낼 것.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만 잘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은 경제적 성과를 본다. 여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잘 하지 못할 것이면, 못 하는 것을 줄이자는 것이다. 잘 하면 좋다. 그러나 괜히 도로 짓고, 기념관 만들고, 다리 만든다고 헛짓하면서 성과가 확 떨어지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을 줄이는 것도 지역에서는 큰 일이다. 그러면 예산에 여유가 생긴다. 이걸 지역의 소소한 문화적 활동이나 공동체의 협력 사업에 넣을 여력이 생긴다. 괜히 잘 한다고 하다가 토건으로 질주하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도 못하다. 가만히 있으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잘 할 것인가, 무난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이 사이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엄청 잘 하고 싶어하다가 엄청 망한 단체장들 많다. 발전이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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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영화를 다 보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보기 힘든 걸 제외하면 어지간히 보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사극은 망했어도 어지간하면 대충 챙겨서 본다. 망한 영화를 보면 배우는 게 많다. 왜 망했을까, 고통스럽지만 이게 망한 영화를 보는 진짜 이유다. 승승장구, 늘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는 있다. 나는, 수많은 망한 영화에 가까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망한 영화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망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내릴 수 있다면, 시간을 내서 망한 영화를 본 본전은 건진다.

 

그리고 가끔은 뭔가 얘기와 발상의 전환도 건진다. 망한 영화가 완전 꽝인 경우는 정말 드물다. 최근의 한국 영화 시스템에서, 성공한 영화와 망한 영화의 품질 차이라면 아마도 2% 내외일 것이다. 근사치에까지는 간 영화들이 실제로 제작에 들어간다. 물론 얼척 없는 영화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약간의 요소들의 결핍 혹은 과잉들 때문에 망한다.

 

영화 <고산자>는 완전 망했다. 그렇지만 그 소재나 시대 배경 그런 것들 마저도 망한 것은 아니다. 고산자 얘기를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적이라서 망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할 꺼냐? 다른 접근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 <흥부>는 대표적으로 망한 영화다. 개봉도 전에 상태 안 좋다는 소문이 났었다. 얼마 전에 봤다. 한 쪽에 국뽕이 있다면, 그 옆에 백성뽕이 있다. 하여간 백성 엄청 찾는다. 그게 그런데, 사실 별 맥락이 없이 백성뽕으로 기울면 영화 밸런스가 깨진다. <흥부>는 좀 더 개발할 좋은 미덕이 있는 영화이기는 한데, 백성으로 가는 결말을 위해서 중간이 좀 뒤틀렸다. 좀 더 코미디풍으로, 정우의 간데 없는 발랄함을 더 밀어붙였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남는다.

 

그건 그렇고영화보고 나서 홍준표 등 한국당 찌끄레기들이 경제를 살리자고 난리들을 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놀부의 경제학’. 극 중 놀부의 원형이 되는 풍산 조씨의 조항리, 이게 나름 매력 있는 캐릭이다. 왕이 된다고 설정을 지나치게 들이밀지만 않았으면, 딱 한국당 하는 얘기들하고 정확하게 매치된다.

 

트리클 다운 얘기가 한참 세상을 휩쓸고 가더니, 정세균이 분수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썼었다. 발상은 재밌는데, 딱히 이미지가 와 닿지는 않았다. 정세균이 인기가 없어서인지, 분수가 인기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놀부홍준표 스타일의 이미지로는 딱이다. 그간 새누리당 시절 이후로 한국당이 결사 반대해서 통과되지 못한 법률안들과 제도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정리하면 ‘21세기 놀부’, 요런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건물주를 지지하면서 그들이 했던 숱한 괘변들, 집값 내려가면 그 손해는 누가 보전해줄 것이냐, 차와 보행자의 패러독스 같은 얘기들이다.

 

나는 출간 일정이 꽉 차 있고, 더 밀어 넣을 형편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당명을 새로 바꿀 한국당 비대위를 위해서 책 한 잔 드리고 싶기는 하다. 위험의 외주화, 이런 법 정도는 놀부 아니라면 통과시키는 게 맞는 거 아니여?

 

아저씨들이 지금 새로 만든 강령이 놀부경제학이예요. 요런 호쾌하고 경쾌한 중거리 슛을 한 방, 쓰리, , , 고 슛! (베이 블레이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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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신경 써 주신 덕분에 50대 에세이가 무사히 나왔습니다.

매번 책 나오면 조그맣게 독자 티타임 한 번씩 합니다.

저자로서, 최소한의 고마움을...

장소는 출판사에서 대관을 해주셨는데, 마시는 건 현장에서 알아서 ^^. 15분 정도 예상.

6월 30일 (토) 오후 3시

빨간 책방 3층, 서울 마포구 독막로 27

 

 https://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3521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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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좋은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주 하는 생각은. 어려운 걸 어렵게 쓰는 게 1단계. 어려운 걸 쉽게 쓰는 게 2단계. 어려운 걸 재밌게 쓰는 게 3단계. 웃기든 울리든, 어려운 것을 가지고 감정을 만드는 게 4단계. 이런 것 같다. 2단계까지는 연습하면 되는 것 같은데, 그 뒤로는 이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재미는 종류가 너무 많다. 그리고 다양하다. 게다가 감정은, 생각보다 보편적이지 않다. 순실이가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이 때 나는 격렬하게 웃음보가 터졌다. 우리 아버지는 그 때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아버님 집에 가기 싫어졌다. 그리고 잠시 우울해졌다. 감정은 아주 복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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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왠지 사회학이나 정치학 느낌이 든다. 그리고 딱딱해진다. 어쩐지 내 일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중요한 얘기는 중요한 얘기다.

 

처음 이 주제를 접했을 때, 좀 주저한 것이 사실이다. 어딘가 올드하고, 이래야 한다하는 훈계조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지사형 글쓰기, 이젠 좀 지겹다.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도 변했다. 비분강개형, 사람들에게 무거움만 준다. , 그래도 효과가 있으면 의미가 있는데, 이젠 효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88만원 세대> 초고 쓰고 그 김에 같이 쓴 책이 <조직의 재발견>이었다. 두 책은 같이 나갔다. 조직의 재발견은, 이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책이다. 그래도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직장 민주주의는 조직의 재발견위에 세우는 책이다. 기업을 조직론으로 접근하는 것,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접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13579로 가는, 좀 묵직한 방식이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직장 민주주의를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일까, 이런 생각을 몇 달째 하는 중이다.

 

좀 더 파격적이고, 가끔은 웃을 수 있는, 그런 형태가 좋지 않을까 싶기도.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힘이 많이 든다. 전체 구조는 물론이고, 문장도 많이 손을 보면서 해야 한다. 물론 효과만 있다면,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나는시간이 많다.

 

좀 점잖게 않아서 이론적인 것을 짚어보고 싶은 독자와, 이런 얘기 한 번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로,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 아직도 갈등 중이다.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바뀐다

 

10년 전에는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그런 게 나한테는 좋아 보였다. 요즘은, 대박 웃음은 아니더라도, 미소라도 좀 지으면서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우는 건, 나에게 좋아 보이지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하는 건,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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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큰 애가 TV 광고에서 나오는 문구를 물어봤다.

 

아빠,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저게 무슨 말이야?”

 

, 차는 무조건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야.

 

프랑스 살던 시절에 차와 사람이 나면 무조건 차의 잘못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운전사와 보행자 사이의 과실을 따진다. 그런데 프랑스는 차와 사람 사이의 사고로 문제를 인식한다. 운전자는, 금속으로 된 차에 의해서 보호되는 사람이고, 보행자는 아무 보호 없이 차와 충돌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같은 원칙으로,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면 오토바이가 우선이다. 그건 프랑스 얘기가, 아직도 우리는 차와 사람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의사결정 문제로 이 문제를 본다. 공평한가? 뭐가 공평한가? 유전무죄의 연속일 뿐이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명제는 자연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가 생각해도 사람이 존재론적으로 사람보다 먼저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우리에게는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이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명제가 최소한 한국에서는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패러독스를 형성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차가 사람보다 먼저다. 도로 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도 그렇고, 시장 논리로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차가 가장 존중 받는 동네는 나름 중산층 거주지역이라고 생각하는 목동이다.

 

목동은 애매한 지역이다. 강남만큼 재건축을 밀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송파구 일부에서 하는 것처럼 자기가 자기 돈 내고 집을 고치는 리모델링으로 갈만큼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다 넉넉하지도 않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재건축으로 가야하는 동네다. 그런데 이 재건축 논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차가 먼저다.”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충분한 주차 면적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마 등 강남 아파트들도 그렇지만 목동은 거의 전역이 주차장이 없다. 난리다. 주차 타워를 짓거나, 지하주차장을 좀 더 확보하면 된다. 그리고 거주지역의 주차장 정비라는 차원에서 구청이나 시에서 일정한 재정 지원을 해줄 명분도 충분히 있다.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으로 가면 장기적 지구단위계획 같은 것을 통해서 주차 시설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가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목동은 재개발을 원한다. 리모델링으로 자기 돈 내고 집 고치는 것으로 갈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 주차장이 없으니까, 재건축으로 가자”, 이 논리를 찾아냈다. 사람이 사는 데 편하든 불편하든, 주거지역이 쾌적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다. 차가 밤에 잠을 잘 공간, 주차장을 위해서 모든 것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 목동 아파트들이 지금 가려고 하는 방향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물론 손 들어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아직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하는 얘기다. 이것이 1차 패러독스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겠지만, 차가 먼저던, 사람이 먼저든, 이 공익성 광고를 하는 주체는 자동차 보험을 하는 보험회사다. 차도, 사람도, 다 수단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돈이 먼저다. 간단한 명제지만, 2중적 패러독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로 해석하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명제의 패러독스가 해소되는 순간은, “사람이 차보다 먼저다”, 이런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옳은 명제를 위해서 누군가 돈을 대서 광고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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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인은,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쓰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워낙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동료들한테 책 줄 때는 절대로 사인 안 한다. 우리끼리 무슨 사인이냐고...

 

그래도 책 나오면 사인을 안 할 수는 없어서 그 앞에 쓰는 문구는는 신경 써서 만드는 편이다.

 

이재영 살아있을 때에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를 주로 썼고, 지금도 쓴다. 우리가 친구로서 지냈던 시간과 함께, 그 때 우리가 했던 즐거운 상상들에 대한 추억이다.

 

그리고 저자로서 꽤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조지 루카스. “포스가 함께 하기를!”.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놈도 많이 썼다. 이 두 개가 제일 많이 쓴 거고, 책에 따라,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다른 것들도 썼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50대 에세이집이 나오면서 사인 문구 하나를 추가했다. 완전히 새롭게 바꿀 생각도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명랑 대신, 달달함을 새로운 모토로

 

달달이 함께 하기를...”

 

내가 나한테 하는 얘기기도 하다. 나도 이제는 좀 달달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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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오면 늘 하던 독자 티타임, 요번에도 할까 합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6월 30일이나 그 다음 주 토요일 오후 정도 생각하는데. 시간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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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결과에 제일 관심있었던 것은, 사실 나는 강화군수였다. 여기가 참 희한한 동네다.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설명들은 제한적이고, 별 신통치도 않다. 하여간 인천이 다 민주당인데도, 강화군은 요번에도. 그렇게 큰 샘플 변수는 아닌데, 지금까지는 강남갑 성향과 강화군 성향이 같다고 보면 어느 정도는 비슷했다. 이번은 그것도 아니다.

노무현 탄핵 이후 '공포의 백드래프트'라는 표현을 썼던 적이 있었다. 많은 초선들이 국회로 들어왔는데, 그 의회가 엄청나게 반동적이기도 했지만, 토건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원전 찬성 분위기도 되게 높았다. 그야말로 민주당 버전, 토건의 시대였다. 온갖 골프장이 난리가 났고, 하다하다 골프장 특구니 골프장 클러스터 같은 것들도 그 때 나왔다. 그 시절에 이대 근처는 미용실 특구로 한다는 얘기도. 두고두고 문제가 되는 많은 제도들이 그 시절에 많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뉴타운 돌풍으로 그 흐름이 끝났다.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가, 자칫하면 그 시절의 백드래프트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 문제는 정책적으로 진도를 나간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 흐름은 생겼다. 그러나 토건의 문제는 좀 다르다. 이게 하나의 정치적 상식으로 자리잡은 적도 없고, 그렇게 논의된 적도 없다.

내가 모든 공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사를 위한, 공사만을 위한, 공사에 의한', 이런 공사주의 정도로 격상된 토건에 반대하는 것이다. 최소한 새로 구성되는 지방 정부 전체가 같이 논의할 수 있는 '탈토건위원회' 같은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논의를 했다. 그리고 여성 인권을 비롯해서 최소한의 인권 논의는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론으로, 실제 잘 하고 있느냐와는 별도로, 하나의 흐름이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토건은 다르다. 최악의 상황은, '토건 포퓰리즘'으로 거대한 힘이 질주하는 것, 이건 폭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주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원희룡이 가진 최소한의 힘이 상대적으로 그가 토건 포퓰리즘에 덜 적극적이었던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 민주주의는 토건으로 귀결했다. 모여서 결정해 보세요, 그러면 바로 공항이요, 골프장이요 그리고 ktx 역이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는데, 그게 결론적으로 토건이 아닌 것, 이게 아직 우리가 넘지 못한 다음 허들이다.

민주당 밖에 적은 당분간 없다. 그 힘을 모아서 크고 작은 지방 토건으로 갈 것인가, 정말로 사람에 돈을 쓰고, 문화에 돈을 들이고, 복지 인프라로 갈 것인가? 민주당의 적은 민주당 내부에 있다. 아직까지 탈토건의 기치를 건 민주당 세력은 없었다.

이번은 그 허들을 넘어설 차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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