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이 진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남들이 그렇게 소개하고, 별칭을 붙였을 뿐이다. 공식적으로 내 입장을 밝히라고 하면, 나는 늘 좌파라고 했고, '명랑 공산주의자'라고 책에서 쓴 적이 있다. 굳이 누군가 좌우로 물어보지 않아서 가만 있을 뿐이지, 나는 진보는 절대 아니고, 우파도 절대 아니다. 그냥 좌파 중에서, 좀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 생태 좌파 정도 된다.

경제와 관련된 생각을 제외하면 나의 일상은 무지무지하게 보수적이다. 지킬 걸 지켜야 하고,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에게 효도까지는 몰라도 그냥 막 대하지는 않으려고 하고, 힘들어도 아이들은 낳고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좌우는 뭔지 알겠는데, 진보는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락은 않다. 좋아한다. 한 때 전위적이었던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나는 절대로 진보적이지 않고, 진보도 아니다. 그리고 진보연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려고 하는지, 그 함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좌파다. 그리고 좌파 내에서도 노동좌파랑 구분되는, 생태좌파다. 거기서도 비주류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이다.

 

예전에 강남살던 시절에는 강남 좌파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강북으로 이사온지도 이제 10년 정도 된다.

 

굳이 부른다면 강북 좌파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고양이 이름이 강북이다. 정체성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정체성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냥 '강북 좌파'로 살아가고 싶다. 고양이 세계의 언어로 하면, 나는 '강북이 아빠'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기념관  (0) 2018.05.10
우선순위, 그딴 거 없다  (0) 2018.05.10
포디즘식 정의...  (0) 2018.05.09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Posted by retired
,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은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뒹굴뒹굴 거릴 때다. 먼 훗날의 일이나, 아무 근거 없는 상상은 이럴 때 많이 한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리던 시절. 그리고 정말로 바빠서 쩔쩔 매도록 뛰어다닐 때에는, 돈도 안 벌었고, 오히려 내 돈도 갖다 쓰던 시절.

박근혜 때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만, DJ 때에는 지식경제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리고 신지식인 상도 주고 그랬다. 나랑 가까운 동료도 이 상을 탔다. 사실 나도 그 양반을 추천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결국 심형래가 신지식인이 되면서,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DJ 시절부터 창조경제까지, 요즘 안철수가 꽃히면서 전국적인 난리브루스가 된 자본주의 4.0 혹은 인더스트리 2.0, 3.0, 이런 것들의 뿌리는 다 같다.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게 정말 엿같은 거다. 포드주의 이후 50년 이상 세계의 기본이 된, 열신히 일하기, 이런 표준적 방식이 다 꽝이라는 얘기다. 열심히 일 한 사람이 아니라 빈둥빈둥거리는 사람이 떼돈 버는 시기, 그런 얘기 하는 거다.

말만 그렇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포드주의식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대세이기는 하다. 그래도 변화는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점점 더 세상은 더러운 사회로 가는 중이다... 그나마 포드주의식 경제 정의도 안 먹히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 정의가, 차라리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사법고시 존치 운동이 되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 찬성 의견이었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르는 일일까? 사법시험 조치를 주장하던 사람들 일부가 몰려다니면서 온갖 패악질들을 하는 걸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 게 '포디즘식 정의'... 정의 담론도 변하기는 할 것인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시험 동등하게 보게 해달라는 게 정의의 거의 전부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선순위, 그딴 거 없다  (0) 2018.05.10
강북 좌파, 진보 아니고...  (0) 2018.05.09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간만에 여성지 인터뷰...  (0) 2018.05.01
Posted by retired
,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쉽지 않은 질문인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로 얼버무리는 중이다. 한동안 신자유주의라는,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얘기가 그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었다. 자,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불분명하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시기인 것 같기는 하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토건 쪽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탈 신자유주의 신 토건 시대? 뭐, 아주 복잡하고 기괴한 용어가 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무현 중반을 넘으면서 신개발주의라는, 역시 좀 모호한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기는 하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강력한 신자유주의가 아닌 것은 확실한데, 토건도 아니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북 좌파, 진보 아니고...  (0) 2018.05.09
포디즘식 정의...  (0) 2018.05.09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간만에 여성지 인터뷰...  (0) 2018.05.01
어느 속 편한 오후  (1) 2018.04.24
Posted by retired
,

도시 공학 한참 공부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방법이 없어서, 나도 공부를 했다. 박원순의 서울시는 도시 공학의 지구단위계획과 종합계획을 거점으로, 본격적으로 토건으로 달려간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여당이던 광주가 과연 도시의 대안이 되었고, 우리의 미래가 되었을까? 오랫동안 내가 주장하던 얘기가, 광주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민주주의였다. 광주는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도로 다이어트에 이어 25개 하천 전부 청계천식 복원으로 달려가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토건도시 서울' 발표랑 다를 바가 없다. 그냥 내버려두면서 조금씩 정비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거, 이걸 우리는 아직도 못한다. 전면 정비, 전면 추진, 종합적 추진, 게다가 별로 논의하지 않고 전격 발표.

토건의 특징이, 탁상행정, 전격주의, 집중주의, 이런 것이다. 서울이 토건으로 달려가던 광주 같아진다.

대체 왜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힘만 잡으면 바로 토건과 손을 잡는지 모르겠다. 진짜 연구 대상이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디즘식 정의...  (0) 2018.05.09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간만에 여성지 인터뷰...  (0) 2018.05.01
어느 속 편한 오후  (1) 2018.04.24
건물주 자식들의 금수저 놀이  (0) 2018.04.17
Posted by retired
,

<88만원 세대> 경제학자 우석훈 라테파파 되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007833&memberNo=36054406&vType=VERTICAL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0) 2018.05.04
민주주의의 토건화  (1) 2018.05.01
어느 속 편한 오후  (1) 2018.04.24
건물주 자식들의 금수저 놀이  (0) 2018.04.17
김기식 인사평에 대한 단상  (21) 2018.04.12
Posted by retired
,

 

자기 옛날 아리랑 고개 시절 생각이 나서 사진 찾아봤다. 2012 1. 오늘 말로만 듣던 아리랑 고개 시절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이 시절, 아직 mb 때였고, 아이 태어나기 전. 걱정 한참 많았었다...


사무실 나갔다 들어오면서 아직 남아있는 산길의 꽃들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딱히 걱정이라고 할 게 없다.


나 혼자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애들이 아프기를 하나, 돈 걱정을 하나.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서 이제부터 나도 벤츠 타고 살아야겠다는 미친 짓만 안하고 지금처럼 경차, 딱 좋아, 이러고 살면 한 평생 적당히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다.

 

연초에 대학 교수 초빙 얘기가 있었는데, 잠시 생각해보고... 다 귀찮아요. 이 나이에 무슨 대학을. 주위 사람들이 잠시 쩝, 했더랬다. 제자 한 명도 없는 게 아쉽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는 한데, 이 나이에 제자는 무슨… 50이 넘어가니까 제자도 귀찮고, 후배도 귀찮다. 이제는 모든 위계와 수직적 관계 자체가 다 귀찮다. , 아래, 그런 게 어딨나 싶다.

 

최근 일을 위해서 소위 업무조율 같은 거 하는 시간을 따져봤다.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점심 때 즈음 잠시 차 한 잔 마시는 게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 번이다. 평균 내면 1.5. 1.5회 차 마시면서 먹고 사는데 별 문제 없는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내 경우는 그렇다. 원래는 2.5회 정도 생각을 했는데, 4월달은 간만에 아무 일도 안 하고 좀 쉬는 달이라서.

 

‘50대 에세이준비하고 쓰는 났더니 내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불 필요한 일들과 감정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삶의 군더더기도 많이.

 

이제 나는 공익과 관련된 일 아니면 안 한다. 먹고 살고, 그러기 위해서 마음에 부대끼고 참고, 그런 건 할 필요가 없다. 공익과 관련이 되어 있어야만 하고, 명분이 없는 일도 안 한다. 그런 것도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이미 하는 거,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뭔가 하는 것, 그런 것도 안 한다. 니가 한 거니, 내가 한 거니, 그렇게 별 것도 아닌 공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만한 여지가 생기는 것은 안 한다. 그리고 재미 없는 것도 안 한다. 40대에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나한테 그렇게 외치면서 별로 재미 없는 것도 참고 했다. 그 때는 내가 좀 부족했다. “이거 재미 없어서 못하겠어요”, 그렇게 과감하게 말하지 못했다. 의미와 보람 그리고 재미를 찾는 대신, 남들한테 약간은 야박하게 말하는 것은 감수하기로 했다. 안 하겠다, 못 하겠다, 이런 말 하는 게 너무 거칠어 보였다. 그래서 돈도 너무 조금 주고,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도 참고 했다. 부작용이 생겼다.

 

싫은 것을 참고 하다 보니까, 술을 너무 마시게 되었다. 좀 야박한 소리 하고, 술 덜 마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술 대신에 신경을 분산시켜서 노는 방법을 별로 못 배웠다.

 

그래서 원칙을 정했다. 무의미하게 속상해서 술을 세 번 이상 마시게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안 한다. 좋고 즐거워서 마시는 거야 나도 좋은 일인데, 너무 속상해서 혼자 앉아서 술 마시게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50이 넘어가니까, 이젠 술 마신 것도 다 살로 간다. 인생 노년을 술살 껴안고 살 생각은 없다.

 

그런 바보 같은 짓 할 시간 있으면, 그야말로 사람들하고 커피 마시면서 즐거운 미래에 대해서 상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게 났다 (여러 층위에서 시민 독자 모임 같은 것을 자주 가질까 한다…)

 

방송과 신문 관련된 일을 다 털어냈다. 그리고 겨우 만들어낸 삶의 여유다. 바보 같은 고민하면서 혼자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산크리트어로 걱정이 '찐따'라고 한다. 부처를 만들어낸 그들이, 걱정 많으면 찐따라고 불렀던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 같은 것들은, 좋은 일이다. 이런 건, 그냥 애기를 많이 하는 것만으로 사회가 조금은 좋아진다. http://cafe.daum.net/workdemo)

Posted by retired
,

<메뚜기와 벌>, 추천사 쓰다가 요런 문장이 생각났다. 건물주 자식들이 금수저 놀이하는 경제, 재미없다... 우리가 만드는 경제, 사실 너무 재미가 없다. 이걸 정의로 접근하는 것도 한 시각이지만, 재미로 생각하는 한 시각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꿈꾸는 경제 - 과연 꿈이나 제대로 꾸는지도 모르겠지만 - , 그거 재미없다...

Posted by retired
,

 

김기식이 처음 금감원장 인사에 올랐을 때 사람들이 내게 물었었다. 그 때 이렇게 말했다.

 

권혁세 보다는 낫지 않겠냐.”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권혁세에 대해서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그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언론형이기는 했지만, 그는 부패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느 날 재경부 수첩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많은 재경부 공무원들이 강남에 사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서울 외곽에 살았다. 그는 드물게, 부패하지는 않은 공무원이다. 그렇지만 그는 금융은 잘 모른다. 세무 전문이었다. 강직한 세무 공무원인 것은 맞지만, 금융은 자기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가 MB 말기 금감원장이 되었다. 기가 찼다. 그리고 은행장들 점심 때 불러서 돌아가면서 밥 먹으면서 배드뱅크만들어야 한다고 그러고 다녔다. 진짜 권혁세에 대해서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지가 배드뱅크를 뭔 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 <모피아>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는 원형이 있는 경우도 없고, 없는 경우도 없다. 모피아 중의 한 명의 원형이 권혁세다. 그만큼 내가 잘 알고, 오래 본 사람도 없어서. 더 나쁜 놈도 좀 더 아는데, 가까이 근무한 적이 없거나 경험한 적이 없어서 속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금감원장은 나쁜 놈과 모르는 놈, 이 두 스타일이 돌아가면서 했다. 너무 속내를 잘 알고 나쁜 짓 하는 넘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있는 넘, 이 두 스타일이 청와대가 모피아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김기식이 금융에 정통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최소한 권혁세보다는 낫지 않겠냐? 이게 내 생각이다.

 

인간 김기식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단상이 흐른다. 나는 97년부터 보았다. IMF 경제 위기 전에 참여사회연구소에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진짜 엣날 일이다. 수없이 많은 일들을 그와 함께 하거나 겪었다.

 

그러나 나는 김기식에 대한 모든 평을 몇 년 전에 접었다. 그 후에도 내게 김기식에 대한 불평이나 흉을 본 사람들은 많다. 그 때마다 내가 그렇게 얘기했다.

 

자식 죽은 아비가, 뭔 영광을 볼 게 있겠냐!

 

나는 김기식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강했다. 지금 얘기 나오는 그 미국 연수 길에 같이 나섰던 중학생 자식이 서울에 돌아온 다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내가 그 경우였다면, 나는 정말로 다 네려 놓고 아무 일도 안 했을 것 같다. 그래도 사회적 일이 있는지라, 김기식은 뭔가를 더 했다. 자식과 좀 대화를 더 했었어야 했는데, 이상증후를 보고도 그렇게 못했다마지막으로 그와 나눈 사적인 대화가 그거였다. 나는 지금도 김기식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김기식도 나름 욕심이 있고, 자리를 잘 챙긴다는 얘기들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누구처럼 자리 욕심이 있거나 영광을 보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자살한 후에, 그는 하던 일을 접고 떠나려고 했다. 이번 일만 처리하고, 이번 일만그러다 지금까지 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금감원장으로, 김기식이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권혁세 보다는 잘 할 것이다. 그가 금융 관련된 일만 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권혁세 반대편에 서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일을 좀 했다. 설마, 권혁세처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에게 혹시 김기식을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절대로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김기식을 사랑하느냐고 물어도 절대로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김기식을 믿느냐고 하면, 아이 잃은 아비의 심정을 믿는다고 할 것이다.

 

단체활동가들의 삶이 생각보다 바쁘다, 그래서 그 속에서 개인 소사에 대한 크고 작은 아픔들이 생겨난다. 김기식도 그런 삶의 피해자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아직도 엄청난 개인적 야망이 남아있거나, 한풀이 하기 위해서 뭔가 칼을 휘두르려고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기식이 일하는 방식이 좀 치사빤쓰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여연대가, 단체 스타일이 약간 그렇다. 박원순도 옆에서 같이 일하면, 약간 좀 치사빤쓰 스타일이기는 하다. 어떨 때는 치사빤쓰 동빤쓰, 활동가들이 술 마시면서 그렇게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스타일이다.

 

김기식이 금감원장이 되면, 아마 역대 금감원장 중에서는 가장 잘 하지 않을까 한다. 몇 년 전에, 안철수와 지금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선생이 한 편 먹고, 내가 반대편에 서서 금감원 개혁안에 대해서 아주 거대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때 금감원 노조에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자기네 자료를 주고 간 적이 있었다. 금감원에는 윗대가리들만 있는 게 아니라 노조도 있고, 나름 개혁하고 싶어하는 직원들도 있다.

 

그런 내부의 개혁 세력을 잘 통제하거나 구슬리고 억압하는 게 지금까지 금감원장이 해온 일이다. 그러니 부패하고, 서로 이익을 주고, 심지어 채용특혜까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게 지금부터 금감원장이 할 일이다. 김기식이 그 정도는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더 나은 사람? 있으면 내가 추천한다. 한국에 금감원장으로 김기식만한 사람도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에 김기식 인사평을 물었을 때 그렇게 대답한 것이다.

 

권혁세보다는 낫지 않겠냐

 

한국당이 인사할 때, 최고의 인사가 권혁세였다. 그만한 사람도 사실 없었다. 나머지는, 인사라기 보다는 쓰레기에 가까워서 입에 올리는 것도 지저분해지고. 그런 권혁세보다는 김기식이 나을 것 같다.

Posted by retired
,

10년을 넘게 반정부 인사로 살았다. 토건 문제로 글을 좀 쓸까 싶은데, 참내. 신문사에서 지면은 확보를 해줬는데, 다시 또 반정부 인사로 살아갈 생각을 하니까, 깝깝하다. 예전에는 집요하게 거의 모든 길을 막아놓았었는데, 이번 정부도 그렇게 할까? 그냥 못 본 척하고 눈 딱 감고 살아도 되는데... 먹먹하다.

Posted by retired
,

단체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슬슬 공약도 나오기 시작한다. 지역별로, 청년 완전고용 공약 정도는 이제는 나와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서비스, 복지, 소규모 창업 등 연결시키면 일부 지역은 불가능하지도 않다. 미국, 일본 등 몇 군데 경제는 사실상 완전 고용이다. 이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쟁을 좀 하면 좋겠다. 공약이, 다 거기서 거기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