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의 <타격에 관한 나의 생각들>, 잡자마자 다 읽었다. 재밌다. 

주로 타격 이론에 관한 얘기인데, 실제 김태균이 자신이 시도한 여러 타격 시도들과 연결되어서 읽기에 편했다. 말은 야구 얘기고, 타격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실 내게는 인생에 관한 얘기처럼 들렸다. 야구를 그만두어서 그런지, 반은 득도한 사람의 이야기 같았다. 

3할만 쳐도 성공하는 타자, 나머지 70&는 실패다. 사실 인생도 많은 경우 그렇다. 안 될 때는 한 번도 제대로 못한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주루하다가 넘어져서 ‘꽈당’ 김태균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사람, 2년차 징크스를 넘어서기 위해 혼자 노력하던 얘기들이 나름 재미가 있었다. 

답은 모르고, 그때그때 다르다가 김태균이 배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일인지 가장 끝까지 가 본 사람은 어느 정도 득도한다고 그러는데, 김태균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 

좋은 책은, 책을 보면서 책과 상관 없는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다. <타격에 관한 생각들>이 그랬다. 내 삶, 내 인생, 나는 지금 뭘 위해서 뭘 하고 있느냐, 그런 질문이 독서 내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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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본 호카이도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리키라는 개의 개동상은 꼭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사뽀로에서 너무 멀다. 사뽀로 거의 초북단, 조금만 더 가면 러시아고 북극일 것 같은 곳이다. 호카이도 북쪽에서는 빙하가 녹아 떠다니는 유빙을 볼 수 있다. 저곳이라면 유빙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진화의 <빙하 곁에 머물기>는 추운 얼음, 그것도 극지나 산 높은 곳에 있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들의 깊은 곳에 있는 얼음을 연구하는 얘기다. 극한 직업이 있는 것처럼, 극한 연구도 존재한다. 헬기가 틈틈이 등장하고, 드라마 <실팀>에서 맨날 보던, 의자를 다 떼어내거 그냥 바닥에 앉는 군용기도 종종 나온다. 

나는 마침 이 책을 식구들하고 강릉 여행 중에 읽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닌데, 우리 집 어린이들이 강릉 스테이트장에서 스케이트 타는 동안, 정말 몇 년만에 처음으로 카페에 혼자 앉아 책을 읽었다. 틈틈이 강릉 빙상경기장의 얼음 앞에 서면서 이틀에 걸쳐 책을 읽었다. 내 삶에 얼음을 이렇게 많이 보고, 이렇게 많이 생각한 것은 처음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남극의 쉐프>, 일본말로 ‘남극요리인’을 봤었다. 방하 코어를 채굴하는 얘기를 본격적으로 본 건 거기가 처음이었다. 다시 봤다. 몇 번이나 본 영화인데, 전체 스토리가 이제야 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드라마 <남극 대륙>을 보기 시작했다. <빙하 곁에 머물기>를 읽지 않았으면 보지 않았을 드라마다. 일본 국뽕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개국뽕으로 마무리하는 영화다. 일본인은 약할지 몰라도, 홋카이도의 개, 아니 일본의 개는 위대하다! 드라마 뒤의 절반은 개 얘기다. 

실제 개가 남극의 겨울을 어떻게 자기들끼지 버텼는지 얘기해줄 리가 없으니, 그야말로 후반부는 개구라다. 그래도 극적으로 대장 역할을 했던 리키가 기지 앞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두 마리의 개도 살아남았다. 십여 마리의 개에 한 마리 한 마리의 스토리가 있고, 사연이 있다. 개구라일지 몰라도 혹은 개국뽕일지 몰라도, 얘기는 재미있다. 

영화 <남극의 쉐프>에서 “펭귄은 없나요?”, “바다표범은 없나요”, “그럼 귀여운 동물은 없나요?”, 그렇게 끊임없이 언급되는 쇼와 기지가 드라마 <남극 대륙>에서 국뽕이 펼쳐지는 무대다. 패전 후 일본, 여기에 뭔가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서 기지 이름을 쇼와 기지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딴 건 없는, 완전 사막 기후에 고지에 있는 게 후지 기지다. 동물은 물론, 아무 것도 없다. 

이 후지 빙하에 대한 얘기가 신진화 책 앞 머리에 나온다. 마침 보고 있던 영화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책을 진짜 재밌게 읽었고, 책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를 느무느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쇼와 기지의 이름은 드라마에 나와서 알 수 있었는데, 왜 후지 기지인지는 신진화의 책, 영화, 드라마, 다 봐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찾아봤다. 남극의 고지대에 있는 거라서, 일본 후지산이 연상된다고 후지 기지란다. 아직도 빙하의 맨 마지막 바닥인 기반암에 도달하지 못했단다. 

의문점이 아직 다 해소되지는 않았다. <남극의 쉐프>에 나오는 저 후지 기지를 만들 때 기자재는 어떻게 날랐고, 보급품은 어떻게 보낼까? 몇 년 되어서 수선 작업 같은 것을 해야할 때에는 어떻게 하나? 그리고 우리나라의 남극 기지들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고, 어떻게 유지하나, 이런 것들이 아직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남극 기지에 대한 건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남극 얘기들을 더 볼려고 생각하고 있다. 

책에는 빙하 코어에 대한 얘기로서 영화 <투모로우>도 언급되는데, 사실 그 장면이 너무 짧게 지나가서 나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도서관신만 자세하게 기억이 났었다. 

그냥 특별한 선입관 없이 신진화 얘기를 보았을 때, 공룡 화석 발굴사를 볼 때랑 느낌이 비슷했다. 누가 먼저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을 발굴할까, 누가 먼저 대형 초식돌물의 온전한 화석을 발견할까, 레이스가 붙었던 적이 있었다. 제국주의 시절의 전형이다. 동물원도 이런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앞다투어 만들었었다. 북극과 남극 탐험도 출발은 이런 제국주의 레이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은 여기까지였다. 

공룡과 빙하 코어가 다른 점은, 공룡은 각 국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국뽕에서 얘기가 끝났다면, 산과 극지에 있는 비하 코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연구라는 점이다. 과연 지구의 기온이 어떻게 변했나,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가 무슨 시사점을 얻을 것인가, 그런 인류 생존의 관점이 공룡 탐사와는 차이점인 것 같다. 

기후 변화 현상은 없다, 이런 게 개소리인가, 아닌가? 그런 걸 어느 정도 이해하게 해줄 단초가 바로 과거 지구의 역사 속에 있고,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빙하 코어다. 

해상도라는 개념이ㅣ 빙하 코어에 사용되는 게 아주 재밌었다. 얼마나 더 기간적으로 조밀하고, 자세한 데이타를 얻을 것인가, 이걸 해상도라고 불렀다. 너무 뜨문뜨문 데이타가 있고, 정밀성이 떨어지면 해상도가 낮다고 하는가 보다. 저자가 한 연구들이 최초의 고해상도 연구라는 얘기를 읽을 때는 나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고해상도, 그거 아름다운 거구만! 

책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윤석열 개새끼!>로 마무리된다. 연구개발비 삭감의 여파가 그렇게 상업적이거나 떼돈 벌 일 없는 빙하 연구에도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같이 연구하던 동료들이 개계약이 되지 않아 연구현장을 떠나게 되는 얘기로 마무리된다. 독자 여러분, 더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이렇게 책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저자 역시 정규직 연구원이 아니라서, 언제 빙하 연구를 떠나야할지 모른다는 게 끝이다. 이걸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윤석열 이 가이스끼,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유학 갔을 때, 처음 불어를 배웠던 곳이 그르노블이었다. 알프스 한 쪽 귀퉁이에 있는 도시다. 그때 매일매일 알프스를 보면서 살았었다. 거기에서 빙하 연구도 한다는 것은 나는 꿈에도 몰랐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큐빅처럼 귀엽게 생긴 크고 작은 건물들이 연구 단지에 있던 것들은 본 기억이 난다. 세계 최고급의 빙하 연구가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나는 정말 몰랐었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위스키가 마시고 싶어진다. 신진화를 연구 세계로 이끈 사람에 대한 얘기다. 극지에서 빙하 연구를 하고 나서, 얼음넣은 언더락스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게 이 아저씨의 낙이었단다. 어느 날 얼음이 떨어져서, 과감하게 연구 중인 빙하 몇 조각을 넣어서 마셨단다. 그런데 뽀롱뽀롱, 얼음에서 기포가 막 나와서, 신기, 신기. 그렇게 빙하에 옛날 대기가 같이 얼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옛날 빙하를 잘 녹이면 그 당시의 대기 성분을 피피엠 단위까지 밝혀낼 수 있다는.. 그런 에피소드 때문인가. 영화 <투모로우>에서도 빙하학자들이 위스키 마시는 게 몇 장면이 나온다. 추위에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다같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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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틈틈이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다 읽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제목만 보고 멋있어서 영문판을 집어들었는데, 몇 달 가지고만 다니고 앞부분만 읽고 다 못 읽었던 소설이었다. 

그 시절에는 자원 선물시장을 잘 몰랐다. 나중에 대학원 때 이걸 전공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파리에 자원 선물시장이 새로 생겼고, 그해 파리10대학 국제경제 전공한 대학원생들에게는 국제자원에 관한 논문을 쓰도록 되었다. 그리고 희망하면 약간의 교육과 함께 선물시장 거래 자격증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선물시장 거래 자격증 과정으로 가지는 않았는데.. 석사 졸업하자 마자 취업 제안서가 두 통이나 왔다. 가끔 그때 짧게라도 그 제안 중에 하나를 받아들고 취업을 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여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자원시장은 잘 몰랐고, 선물시장은 더더군다나 몰랐다. 게다가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사건이라고 할 게 별로 없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있는 형식이라, 그 시절에는 내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몇 년만에 소설을 이렇게 재밌게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0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인데, 첫 사건이 아버지와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시 아버지를 보고, 그 식사가 시작되는 데에 40페이지 정도가 걸린다. 

하따, 이 아저씨 말 많네.. 

몇 년 동안 한 번 간다고 하면서도 결국 못 간 데가 필라델피아였다.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주립대학을 중퇴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 

아주 인상적인 문장들이 좀 있었다. 

“그의 인생 역정은 그런 오판이 열번이나 거듭된 결과였다.”

오판을 열 번쯤 거듭하면 인생이 이렇게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판을 몇 번 했을까? 

다 읽고 나서 해설도 읽었는데, 솔 벨로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있는 소설이란다. 식구들은 사업을 하기를 바랬지만, 작가가 되면서 늘 돈이 없었고, 나중에 안정적인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중압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그저 좀 약하고 우유부단한 정도의 한 사나이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순간들에 대한 심정이 절절했다. 가슴을 후벼판다는 느낌이 이런 거 아니겠나 싶다. 

마지막은 어쨌든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장에서 흘러 퍼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문장으로 끝난다. 아마 미리 써놓은 수표 때문에 파산 선거를 받기는 하겠지만, 재정적 파산이 곧 인생의 파산은 아니다. 그 뒤의 얘기는 알아서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정말로 간만에 소설을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다. 솔 벨로 소설을 조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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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다 봤다. 

설 전 마지막 일요일이라서, 어머님 모시고 아버지 봉안당에 갔다왔다. 바로 밑의 동생도 한 번은 갔다와야 할 것 같아서, 카니발 빌렸다. 가끔 카니발 렌트하는 일이 생기는데, 매번 버튼이 조금씩 바뀌고, 기능이 추가된다. 가끔 운전하는 처지에서는 조금 피곤함이 느껴지는. 모닝 타다가 카니발 타니까, 차가 왜 이리 잘 나가는지. 모닝 운전하면 풀 악셀을 종종 밟고, 언덕에서도 엑셀 꾹꾹 밟는 습관이 생긴다. 차가 작으면 덜 힘들 것 같지만, 다리는 더 힘들다. 그 습관으로 카니발 운전했더니, 된장, 차가 날라다닌다. 카니발이 이렇게 순발력 좋고 잘 나가던 차였나? 이런, 이건 휘발유 차였다.. 

아침부터 운전만 하고 들어왔지만, 박찬일 책의 잔상이 남아서 마지 읽었다. 어딘지 모르게, 움베르트 에코의 문제 느낌이 들었다. 재밌는 에피소드들이기는 한데, 시칠리 얘기에 문제가 묻어간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초창기 시절의 박찬일은 글을 이렇게 썼구나, 그런 느낌. 

시칠리는 그야말로 영화 <대부>에서나 봤지, 자세하게 볼 일은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는 밀라노에만 1주일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계속 회의에만 붙잡혀 있어서, 밀라노라고 해도 숙소와 회의장 말고는 가본 데가 거의 없다. 밥도 거의 회의장 근처에서 대충대충 먹었고. 

글은 재밌는데, 너무 재밌게 쓰려고 했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는 기자가 쓴 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스타일의 글들은 매주 신문을 펴면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3일 사이에 연거푸 박찬일 책 세 권을 읽고나서 보니 <내가 노포에서 배운 것들>은 매우 정직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초창기에 쓰던 글 스타일과 노포 책 사이에는 꽤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아마 시칠리에서 처음 출발하던 시절의 얘기를 회상하는 박찬일과 10년에 걸친 노포 취재를 마친 박찬일 사이에도 좀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일단은 박찬일 독서는 이걸로 잠시 마무리를 하고, 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며칠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잠시 행복했다. 나도 데뷔하던 시절의 생각이 나기도 하고, 살아온 순간들에 대한 반성, 아니 꽤 많은 반성을 했다. 

세 권을 읽고 짧은 느낌을 적자면.. 

박찬일의 노포책 이후로 나의 삶도 바뀔 것 같다. 사실 모든 책이 삶을 바꾸기는 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게 없다면, 평론가의 눈으로 독서를 하느라, 정말 중요한 얘기들은 놓친 셈이 된다. 독서가와 평론가는 다른 사람이다. 평을 하기 위해서 책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 책을 보는 것 아니겠나 싶다. 

책으로 내가 크게 바뀐 걸 곰곰이 되짚어보니까, 중학교 때 세익스피어 책, 대학원 때 허쉬만 책 그리고 50대 중반이 되어서 읽은 박찬일의 노포 책, 그런 것 같다. 허쉬만은 학위 받고 정말 허쉬만이 있는 연구소로 포닥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나이 많아서 이미 새로운 사람은 안 받는다고 하고, 그 다음으로 추천을 받았는데.. 그 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미국에 포닥가려고 했던 게 아니라 허쉬만에게서 뭔가 더 배우고 싶은 거라서. 그냥 짐 싸서 한국에 돌아왔다. 

박찬일은.. 

내가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 최초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 인생도 조금은 바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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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다 읽었다. 

책을 재밌게 읽은 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내가 읽는 책들은 더럽게 재미 없는 책들이다.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가 그나마 좀 재밌게 읽은 책인데, 뒷부분에 짧게 쓴 자신의 자서전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아, 크루그먼이 이렇게 살았구나, 그래서 좀 재미가 있었던. 

내가 보는 책들은 전화번호부만한 게 많고, 재미 대가리 없다. 어렵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서 읽는다. 

박찬일의 책은, 그냥 읽은 거다. 그냥 읽으면 재밌을 수도 있는데, 나도 읽어야 할 책들이 워낙 밀려 있어서 그냥 읽기가 쉽지 않다. 

사실 나는 책을 즐겨서 읽는 스타일은 아니다. 솔직히 책 안 보고 싶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꾹 참고 읽는 편이다. 정말 더럽게 책 안 읽고 싶다. 다시 태어나면 책 안 봐도 되는 직업을 가졌으면 한다. 

박찬일의 책은 나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의 책이다.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맛있는 거 따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맛있다고 하는 집, 안 간다. 욕심이 생겨나는 게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절대로 줄 서는 집도 안 가고, 소문난 맛집은 일부러 피해서 간다. 

내가 뭔가 맛있게 하려는 건, 일단은 그렇게 안 하면 우리 집 어린이들이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맛에 대한 책인데, 사실 가본 데가 별로 없다. 줄 서는 냉면집 절대 안 가고, 냉면 먹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데 간다. 청진옥은 누가 가자고 하면 가기는 가는데, 사실 내 입맛에는 좀 별로다. 좀 더 매워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미슐랭 별 달린 집은 거의 안 간다. 너무 비싸다. 예약하기도 쉽지 않다. 가끔씩 그런 데서 약속이 생겨서 가기는 하는데, 너무 비싼 거 얻어먹은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다보니까 미슐랭 나온 집이라고 tv에서 얘기하면, 일단 채널부터 돌리고 본다. 

비슷한 이유로, 포도주도 일부러 비싼 거 안 마신다. 제일 좋아하던 건 생떼밀리옹인데, 이건 내가 먹기에는 너무 비싸고. 예전에 선물할 때 주로 썼다. 선물만 하고, 정작 나는 20년째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코뜨뒤론느, 이게 내 입맛에는 그런대로 맛있는데, 이것도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비싸다. 그리고 거의 없다. 그렇지만 너무 맛없는 포도주는 피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먹을 수 있는 포도주가 몇 종류 없다. 

어지간한 사람들이 평생 마실 포도주보다 더 많은 양을 20대에 이미 다 마셔버렸다. 그냥 적당한 가격에 왠만한 맛이면 그냥 마신다. 자고 일어나면 다 똑같다.. 비싸든 안 비싸든, 머리 아픈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일의 책을 한 방에 다 읽은 건, 재밌어서 그렇다. 원래는 앞에 조금만 읽고, 하던 일 마저 할려고 그랬는데, 한 방에 다 읽어버렸다. 몇 권 더 사서 읽으려다가, 워워..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게 책을 많이 읽으면, 책 쓴 사람의 성격이나 그런 게 어지간해서는 조금은 보인다. 거기에 나온 정보가 필요해서 읽는 거지, 인격적으로는 영 아니다 싶은 사람들이 많다. 유명 저자가 되면, 움베르트 에코 정도 되는 사람 아니면 재수가 없어지나보다. 재수 없는데, 그냥 참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 사람의 정보나 지식이 나에게는 꼭 필요하니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존경하게 되는 건 매우 드문 경험이다. 그 사람의 지식은 필요해도,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쓴 사람을 직접 알면.. 아이고, 존경하기 쉽지 않다. 

음식 책도 사실 꽤 많이 읽었다. 읽다가 집어던진 적이 있다. 뭐, 이런 양아치가 다 있나.. (딱 그 사람이 스캔들이 생겼을 때, 안타깝다는 생각은 했다.) 

박찬일의 노포 얘기를 보면서, 꼭 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돼지국밥 별로 안 좋아한다. 원래도 안 좋아했는데, 몇 달 동안 맛없는 돼지국밥을 매주 먹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아주 학을 떼었다. 내 인생에 돼지국밥은 다시는 없는 걸로.. 

돼지국밥 얘기가 맨 앞에 나왔다. 글이 재미가 없었으면, 그냥 넘어가고 싶었다. 

추어탕도 좀 그랬다. 추어탕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박찬일이 맛있다고 하는 스타일의 추어탕에는 구미가 전혀 안 갔다. 

입맛이야 뭐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대구탕이라고 해서 예전에 한참 웃었던 대구의 육계장은 좀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대구에서 그 대구탕을 맛있게 먹은 적은 없고, 울산의 현대자동차 인근에서 쇠고기 국밥인가, 그런 이름의 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굵은 고기가 뭉텅이로 나오는, 책에 나오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냉면집에 잘 안 가는 건, 그렇게 유명한 냉면집에 가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별로 없는 데다다.. 누군가 같이 가면, 어휴 지겨워, 뭔 설명이 그렇게 긴지. 맛 별로라니까.. 그래도 여름에 냉면집에 가는 건, 콩국수집이 잘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콩국수는 짜장면 맛있는 집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면이 유명 콩국수집하고 급이 다르다. 콩국은 콩국수 전문점이 잘 낼지 모르지만, 면은 역시 짜장면집이.. 내 입맛은 그렇다. 우동도 냉우동을 최고로 친다. 얼음에 담그면 우동 면발이 좀 약해도, 엄청 맛있어진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냉라면, 신주꾸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아직도 입에 선한.. 

책이 거의 끝나갈 때쯤 장충동 족발집 얘기가 나온다. 거긴 맛있지. 시간강사 시절, 동국대에서 여러 학기 수업을 했었다. 틈틈이 먹었다. 

나랑 입맛이랑 취향이랑 별로 안 맞아도 책을 빨려들듯이 재밌게 읽은 건, 그가 하는 얘기가 맞기 때문이다. 문화의 일종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도 일종의 민중사라는 것. 

더 중요한 건, 참 욕심 없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고, 그런 게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서.. 이런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글은 꾸밈없고 단백한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유 없이 멋부리는 글을 아주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박찬일은 거의 교과서다. 멋부리는 문체는 한 때 '보그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그에서 많이 썼고, 패션지에 아주 많다. 그래도 그건 아름다움을 다루는 일이라서 그런가보다 한다. 

박찬일의 문체는 '노포'를 닮았다. 그래서 그의 글만 보고 있어도 왠지 그 가게 어느 한 쪽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포는 그렇게 화려한 곳이 아니다. 나무꾼들이 모여들었고, 그곳에 식당이 생기고, 그렇게 생겨난 곳들. 거기에 삶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진국'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 

박찬일의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나 자신을 좀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겉멋 같은 게 아직 빠지지 않은 게 있나, 의미 없는 허세가 남은 게 있을까. 

박찬일의 책은 심신수양이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잔뜩 오염된 삶을 살면서, 왠지 불안해하고, 주변에서 '멘토' 같은 거 찾는. 노포들이 성장하고 살아남는 길은 그 진국 같은 것이다. 귀찮은 거 하고, 싫어도 버티고, 더 편한 거 알아도 피하고.. 물론 어렵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게 진국 아닌가 싶다. 

글은 박찬일처럼 써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조만간 그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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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의 처우와 삶에 대한 얘기는 몇 년 전부터 계속된 얘기지만, 특별히 개선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마이크와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와 같은 구조다. 전에 미국에서 방송 길드들이 연합해서 총파업하면서 'pencil down, channel down'이란 구호를 내건 걸 인상 깊게 본 적이 없다. mb 때 방송 개혁 한다고 하면서 놀고 먹는 pd들이 작가들이 하는 일도 하면 된다면서, 작가들 다 없애자고 하는 얼척 없는 걸 정책이라고 추진한 적도 있었다..
방송 작가 문제, 생각보다 오래 간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98536&PAGE_CD=N0002&CMPT_CD=M0117&fbclid=IwAR0h-zNBVF9jCCdiPN179uw8W9w87v2e0eEEs7_lWA2N4QFElxGNCXbYdJc 

 

방송작가가 더는 '불쌍해지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

[서평] 이은혜 작가의 책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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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내가 더 예뻤는데,
그래서 내가 더 행복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더 행복해 보였어요.
너무나 자유로워 보였어요.

배리나,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배리나의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다 읽었다. e북을 다 읽으면 평점 주고 인상 쓰는 칸이 있는데, 정말 간만에 평점도 주고, 인상도 짧게 적어놓았다.

대충은 아는 얘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직접 살았던 사람이 자기 얘기를 쓴 거라서, 느껴지는 온도감이 달랐다.

중간에 캐나다에 혼자 가서 살았을 때의 경험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다. 캐나다에서는 예쁘다, 안 예쁘다. 그 지랄들을 안 한다는 거다.

캐나다에서 친구에게 "예쁘다"고 했다가, 아주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다. 너는 지금 평가를 한 거야, 아주 질이 좋지 않은 평가를..

예쁘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작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음,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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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를 읽었다. 가슴이 찡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CD를 주문했는데, 살 수 있는 건 한 장 밖에 없었다. 그나마 수입판.. 배송비가 나와서 전부터 사려고 하던 조지 윈스턴의 December도 함께. (도대체 이건 몇 장을 사는 건지 모르겠다..)

예술가의 책을 읽고, 감동 받아 CD를 주문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내 식의 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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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책 <공정한 경쟁> 읽었다.

일단 데이타 미스.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oecd 평균 보다 많이 낮고, 일본보다도 낮다. 공무원 집단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건, 일반적인 견해기는 하다. 권력으로 보면 그렇지만, 고용으로 보면 좀 다른..

20대 보수를 한국에서 만나는 것은 좀 생소한 일이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흔한 일이다. 우리는 이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20대 극우도 만나게 될 것이다.

파리에서 했던 대학원 시절에는 스킨 헤드 친구도 있었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기는 했지만, 공부 엄청 잘 했다. 로그 함수에 대해서 기똥차게 설명을 해서, 많이 배웠다.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오가는 20대 엘리트 중에서 저항심에 머리 미는 친구들을 90년대에 종종 봤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유럽식 20대 극우도 나오게 될 것이다.

이준석 열풍은 더 커질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청년 정치 혹은 586에 대한 반발만이 이준석 현상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영리 병원에서 대학 자율성까지,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꼭 보수 아니더라도 진보들도 사석에서 종종 하는 얘기다. 한국의 폐쇄적인 관료 행태와 제도의 경직성, 정파와 상관 없이 다 하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이준석 현상은 '멀정한 보수' 1세대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이승만은 물론이고, 박정희까지, 보수라고 하기에는 좀 하자 있던 시대라는 게, 이준석의 얘기다. 군바리들하고는 같이 놀기 싫다.. 이게 이준석의 정체성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박근혜하고도 기꺼이 결별을 한 거고.

하자 있는 보수 혹은 이상한 보수들의 나라에서, 이준석은 '멀쩡한 보수' 1세대 운동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이 이상한 게 아니라, 인간이 이상한 것, 그게 오랫동안 한국 사회가 보수를 봤던 눈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그런 얘기가 나왔을 것 같고.

전두환에게 돌 던질 수 있는 보수, 그게 이준석 현상의 밑에 깔려 있지 않나 싶다. 사석에서 '홍어' 얘기하는 좀 옛날 보수와는 결이 다른.

무능해 보이는 586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 + 멀쩡한 보수 현상에 대해서, 이 정도면 나도 이들과 함께..

이 두 개가 이준석 돌풍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한국의 보수는 '반북 보수'와 '경제 보수', 이 두 가지였는데, 이것과도 결이 다른 '멀쩡한 보수'가 등장한 것.. 요렇게 보인다.

외국의 보수와 좀 다른 것은 젠더에 대한 역사적 시각의 결여.. 요건 이준석의 특징이기도 하고, 이 시대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그게 이준석이라는 범선이 바람을 타고 항해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한데, 이게 결국 엘리트주의를 선호하는 이준석식 보수의 확장성의 한계 혹은 궁극의 한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치인으로서의 유승민은 경제 정책도 좀 오락가락했고, 사드 논의와 함께 '강력한 국방', 여기저기 좀 왔다갔다 했었다.

그에 비하면 이준석은 좀 더 '단단한 보수 + 마일드 여혐' 정도인 것 같다. 여혐에 '마일드'라는 수식어를 달아주어야 하는 것은, 그냥 무지막지하게 여성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 그런 선까지 확 가지는 않는다.

mbc에서 한 tv 토론 일부 봤다. '멀쩡한 보수'라는 이미지가 아주 강했고, 그 옆에 선 사람들이 뭔가 하자 있는 인간들이라는 이미지를 주게 되었다.

이준석 현상, 생각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것 같다. 그 인간의 매력 때문에 표를 주어도 창피하지 않은 보수, 한국에서는 어쩌면 처음이지 않나 싶다.

mb는 창피하지만 "일은 잘 하잖아", 이런 수식어가 필요했다. 박근혜에게 찍는 게 얼핏 손이 안 가지만, "선거의 여왕"이래잖아, 요렇게 수식했다. 둘 다 물건은 하자 있지만, 대안은 없어, 요런 시대였다.

이준석의 견해에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것들이 좀 있기는 하다. 대담집이니, 일단 넘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건 표준적인 보수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표준 코드 같은 것에 가깝다.

해고를 쉽게 해, 그러면 "유 어 파이어드", 트럼프 산업을 만나게 될 것이다.. 표현만 좀 다르지, 한국 보수들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게 보수를 표방한 이준석의 흠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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