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재 지주 문제를 거론했다. 그것도 보통 일은 아닌데, 전수 조사 얘기를 꺼냈다. 이건 진짜 큰 일이다. 그냥 역사적으로 보자면 이승만 때 농지개혁 한 일, 87년에 경자유전이 헌법에 명목으로 들어간 일, 그리고 지금의 전수조사,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농지법은 이래저래 많이 풀렸다. 그 반대 급부로 농지은행을 만들기는 했는데, 풀린 것에 비해서 농지은행이 제 기능을 하지는 못하면서 농정 자체가 제대로 안 되는 근본 이유가 되었다.
헌법에는 부재지주가 있으면 안 되지만, 실제로 농지의 절반 가까이가 이렇게 부재지주 소유가 되었고, 헌법상 존재할 수 없는 소작농이 58%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헌법이나 법에는 그딴 거 없다고 하지만, 엄연하게 현실이다.
상황이 그러다보니까 농업에 대한 각종 지원금 특히 직불금을 유형의 지원을 놓고 온갖 갈등이 다 생겨난다. 농사를 지은 사람이 직불금을 받는 게 당연히 법의 취지인데, 그러면 부재 지주가 자기가 농사를 안 짓는다는 걸 공공연히 행정적인 기록을 남기는 거니까, 온갖 편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농민들이 어차피 받지도 못하는 직불금 대신에 유류 지원 등 다른 걸 늘려달라고 하게 된다. 나중에는 농약 같은 거 영수증으로 처리하는 등 실제 농민을 찾아내려는 온갖 행정 기법들이 동원되지만, 근본적인 갈등이 사라질 수가 없다.
부재지주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적이 몇 번이 있었고, 나도 그때마다 전수 조사를 한 번 하고 넘어가자고 했었다. mb 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부재지주 문제가 커지면서 부재지주가 대대적인 화제가 되었었다. 그때가 전수조사하기 딱 좋은 흐름이었는데, 결국은 워낙 지들 문제를 스스로 꺼내야 하기 때문에 흐지부지 되었다. LH 직원 사건 때에도 전수조사를 할 분위기였는데, 서로 덮어주다 보니까 그때도 그냥 넘어갔다.
그게 지금은 무슨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동산 문제를 털다보니까 결국 부재지주 문제까지 왔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역사 책에 남을 게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건 나중에 농업사는 물론 경제학사에도 한 페이지는 들어갈 사건이다. 코스피의 특별한 상승이 그 자체로 역사책에 남기는 쉽지 않다.
이건 법도 다 있고, 절차도 다 있어서 그냥 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농촌 지역에서 행정이 법대로 움직이기 쉽지 않으니까, 오랫동안 그냥 서로 알면서도 뭉개고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 용기를 내서, 그냥 법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주말 농장용의 소규모 소유는 지금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일정 규모 이상만 처리하면 법적 문제는 없다. 다만 워낙 높은 사람들, 워낙 부자들이 공범위하게 걸려 있는 일이라서, 권력 집단이 자기 스스로 자기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아서 쉽지가 않았다.
부재지주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만 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직불제가 전면화되면서 웃지 못할 사연들이 많이 생겨났다. 영국에서 직불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던 것은 영국 왕실의 경우다. 누가 영국에서 직불제를 가장 많이 받나하고 살펴봤더니, 우와.. 영국 왕실이다. 이게 뭐냐? 환경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자고 직불금을 줬는데, 그걸 왜 영국 왕실이 받아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이재명이 얘기한 전수조사는 지금이라도 하면 농업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상한 현상을 몇 가지 얘기할 수 있다. 논과 밭 중에서 논이 기술적으로 더 좋은 땅이다. 그렇지만 밭이 더 비싼 경우가 많다. 땅은 논이 더 우수한 건데, 왜 밭이 비싸? 입지 등 여러 상황상 밭이 개발지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서 그렇다. 별로 좋지 않은 외딴 곳이나 주변부에 땅이 있으니까 논으로 활용을 못하고 밭으로 쓴 건데, 그럴수록 개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논은 농업진흥구역 한 가운데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데는 엄청난 국정 사업 아니면 개발지로 풀려나오기가 어렵다. 청년 등 새로 농민이 되려는 사람은 다연히 싼 밭부터 사서 농업에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지만, 한국 현실에서는 택도 없다. 특히 서울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지역이라면 밭 가격이 우와, 비현실적인 가격이 형성이 된다.
그러다보니까 일본도 농지 가격이 싼 편은 아닌데,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다보니까 어지간한 고수익의 엽채류 아니면 수익성을 갖기가 어렵다. 눈 뜨고는 차마 보기 어려운 일들이 틈틈이 벌어진다.
농지법이 문란해지면서, 노무현 때 “도시 자본을 유치”, 요런 표현을 공무원들이 쓸 정도였다. 어차피 농촌은 어려우니까, 투기 자본이라도 유치해서 농촌 지역을 좀 살려보자, 이런 되도 않는 얘기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제도 자체는 많이 정비되었다.
임기가 많이 남아서,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책에 남을 또 어떤 업적을 남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부재지주 전수조사는 한국 농업에 획기적 전기가 되고, 농지 제도라는 큰 흐름에서 역사책에 최소한 몇 줄 남을 정도는 된다.
헌법 정신에 맞춰서, 있는 법 법대로 하라는 게 대통령이 한 애기 전부다. 그냥 행정적 흐름을 보면, 별로 모범 국가는 아닐지 몰라도, 일본 수준 정도로는 농지 정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정도 얘기다. 땅을 팔라니, 공산주의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승만이 했던제도가 오랜 시간이 지나 문란해졌으니까, 일본 수준 정도로는 회복하자, 이런 게 이재명이 한 애기의 전부다. 보수 자민당이 오랫동안 통치했던 일본 정부는 공산당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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