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제학'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8.12.16 정크푸드 세대 첫 디자인 6
  2. 2018.12.16 10대에 대한 고민..
  3. 2018.11.24 민주파와 통일파 그리고 농업
  4. 2018.11.22 농업경제학의 50가지 질문은? 3

 

10대에 대한 연구가 사회과학으로서 한국에 돌아온 내가 처음 해보고 싶었던 연구였다. , 기회가 잘 오지는 않았는데, 나름 혼자서 이것저것 관찰만 했다. 그 때 봤던 10대들이 20대가 되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그와는 별도로, 농업경제학이라는 책이 진짜 데뷔 초창기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밀려서 지금까지. 순서로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가 데뷔작이 되었지만, 사실 먼저 쓴 것은 음식국부론이었다. 농업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집회하는 얘기와 농업 관련된 얘기들이 대거 짤린. 그 때는 내가 힘이 없었다. 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나중에 csa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이건 책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김희진하고 농업경제학 책 계약을 했다.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이건 적당한 시기에 마무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올해 여름 고베에 갔다왔다. 그 유명한 고베 생협과 csa를 연결시켜주는 총본진 그리고 마침 바로 그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 여기였구나, 전세계적인 그 흐름의 출발지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오래 보지는 못하고, 그야말로 느낌만 보고 왔다.

 

이 두 개의 엇갈린 길이 2019년 나의 작업에서 딱 만나게 되었다. 농업경제학은 원래는 여성들과 아줌마들의 얘기처럼 하는 게 처음 생각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게 중3을 축으로 하는 남학생들. 그래서 본격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누구에게 이 얘기를 해줄 것인가, 크게 한 번 급선회를 했다..

 

영국 중산층의 식습관과 도시 연구, 이런 것들이 선행연구였다. 그리고 결국 제이미 올리버가 등장했다. 그래서 바꾼 게, 중학생들의 교과목.. 불량 청소년들에 대한 구호사업처럼 시작한 제이미 올리버의 일이 결국 공교육 전체로 퍼져나간, 그런 사회적 개혁 과정 같은 게 되었다. 그걸로 훈장도 타고, 세계적 스타가 되고..

 

그렇게 제일 시급한 것 그러나 역시 변화를 위해서 장기적인 것, 그걸 농업경제학에 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이미 올리버가 했던 일을 왜 우리는 못해?

 

10대에 대한 연구는 보통 인류학에서 많이 하고, 사회학에서도 한다. 그런 연구가 기반이 되어서 많은 청소년 관련 정책이 생겨나고 돈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좀 어렵다.

 

현장에서 보면 주로 정부의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다문화 관련 연구 그리고 젠더 연구, 이런 쪽인 것 같다. 10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별 거 없다. 그 빈 공간을 그냥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사교육이 채운다.

 

내년에는 농업과 젠더, 두 축으로 책을 쓸 거다. 이게 딱 만나는 지점도 사실 중3 남학생들이다. 여기가 분기점이다. 3 남학생들이 여성혐오가 가장 강하다. 막상 만나보면 말도 안 통할 정도다. 너는 남자인데, 왜 여자 응원해? 이런, 얘들 왜 이래.. 이런 변화를 최소한 6~7년 전부터는 목격한 것 같다. 대안학교라고 해서 좀 다를까? 내가 본 바로는 별로 다르지 않다. 뭐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게 뭔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88만원 세대를 쓸 때 한국인의 최대 분기점이 대학입학과 대학졸업, 그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2006, 사실 그 때는 그게 맞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좀 아닌 것 같다.

 

국제중 등 분기점을 초등학교로 내리려는 명박네들의 가열찬 시도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대체적으로 중3에서 지금은 그 분기점이 갈리는 것 같다.

 

3이면 대충 안다. 자기가 특목고를 가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그냥 살아가게 될지.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감을 잡는 것 같다. 가끔 동료나 친구들의 고등학교 딸하고 식사를 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대부분 특목고 그것도 기숙학교에 다닌다. 엄청 부자집도 아니지만, 그렇다. 그렇다면 일반고는? 일부러 찾아봐야 만나게 된다.

 

자기가 특목고를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중3 남학생들이 자신이 잘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애정을 충분히 받게 될까? 그 속에서 다양한 경로로 혐오가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파편적으로 많이 지적된 얘기지만, 이걸 농업 얘기를 통해서 재구성을 해보려고 하는 게 이번 작업의 목표다. 임시로 정크푸드 세대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건, 군대 얘기다. 한동안 군대의 급식 개선과 관련해서 글도 많이 썼지만 조언도 많이 주었다. 군대 급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도 해보지 못한 장애를 만났다. 급식의 질은 더 좋아지는데, 점점 더 군인들이 급식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그냥 매점에서 사먹는 게 훨씬 더 맛있다는.. 어쩌지, 어쩌지, 발만 동동.

 

이게 시작된 게 군대 이전의 일이다.

 

여러가지 의미로 한국 사회의 변곡점이 중3 남학생에게서 걸린다. 게임만 하는 10대와 로얄젤리 먹고 여왕벌로 사육되는 것 같은 로얄코스 사이의 길이 거기서 갈린다. 그게 굳건할수록, 망조든 사회인데, 뭐 차곡차곡 한국은 그 망조든 사회로 가고 있다. 이제 몇 년 후면 우리 애들들도 거기로 들어가게 된다.

 

뒤에서 5등 딱 이 또래에 들에 관한 개념들을 몇 번 만들고 글도 쓴 적이 있기는 하다. 반응은 영 시원챦았다. 그래서 그냥 정크푸드 세대로 가려고 한다. 내 데뷔작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였다. 미세먼지 문제를 그 때 처음 다루었다. 그 때 내가 보았던 그 아이들이 이제 자라서 딱 정크푸드 세대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 큰 흐름으로 보면 오히려 ‘88만원 세대가 방계 작업이었고.

 

하여간 이렇게 기본 가닥을 잡았다.

 

정크푸드 먹어도 된다. 그러나 정크푸드만 먹는 걸 슬픈 일이고, 정크푸드만 맛있다고 하는 것은 진짜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한국 청소년들이 걸어가는 길이다. 쯧쯧쯧, 그렇게 할 일은 아니다.

 

이게 21세기 버전의 격차 사회에 대한 얘기고, 계급사회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난 원래 바닥부터 박박 기는 스타일의 작업을 더 좋아하고 그게 더 익숙하다. 박사과정 때 내가 속했던 연구소가 파리 10대학의 경제인류학 연구소였다. 맑스계열 연구를 하기는 하는데, 위에서 밑으로 내리는 스타일보다는 좀 박박기로, 현실적인 연구를 하려는 학풍이 좀 있었다. 그게 DNA처럼 내 몸에 남았다.

 

인터뷰도 하고, 현장도 돌아다니고, 핑계 대고 외국도 좀.

 

3이나 고1 자녀 있으신 분들, 사례 댓글로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빼곡빼곡, 사례들로 채우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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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솔직하게 나의 고민을 말해보자면, 지금의 30대, 그들이 20대가 되었을 때, 난 그들을 조금은 이해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한 그대로 그 시절을 묘사했고, 그게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되었다. 사전 연구로, 난 그들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 사실 잘 모르겠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 억지로 내가 아는 틀에 우겨넣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그래서 내 출발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10대 연구로 돌아갈 생각이다. 진짜 무명 시절, 그 시절의 10대를 열심히 봤었다.

그냥 그 시절처럼, 내가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 다시 10대 연구를. 다음 주에는 전주 완산고에 강연을 간다. 머리 박고, 다시 밑바닥부터, 지금의 10대 연구를 다시 할 생각이다. 그 접점이, 농업이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나는 지금의 20대는 정말 모르겠다. 억지로 알려고 해봐야 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제 나는 50대.. 아직 10년은 남았다.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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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환경, 에너지, 이런 데가 책에서는 정말 인기없는 동네다. 그래도 경제사상사 보다 인기가 없지는 않다. 석사는 국제경제학으로 받았는데, 대학원 졸업하자마자 사업 분석하는 회사에서 팀장 제안을 받았었다. 6개월짜리 짧은 과정만 하나 더 들으면 국제 선물시장 거래인 자격이 나오는 게 졸업 옵션이었던. 나중에 그 석사 전공으로 wto에서 제안이 오기도. 그걸 다 내려놓고 사상사 전공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생태경제학에 대한 사상적 기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사상사를 평생하고 싶었는데, 내 때에도 벌써 그게 쉽지가 않던 시대. 대학원 졸업 이후로 늘 춥고 배고프고, 한데 밥 먹으면서 살았다. 무관심, 이런 건 몸에 붙이고 사는 유니폼처럼 익숙하다.

좌파 내에서도 노동자 문제가 상대적으로 주류였다. 그 좋은 머리로 사상사나 생태 같은 거 하냐고, 이죽거리는 비웃음을 들으면서 20대를 지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주류는, 통일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하는 사람들. 통일파 1진, 노동파 2진, 그리고 나면 여성 문제가 조금 더 앞 줄이고, 나는 말진 중의 말진. 그래도 너니까 발표 기회를 준다고, 네 고맙고맙. 누구한테나 머리 숙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그런 게 입에 붙었다.

30대 이후는 시민단체와 함께 했다. 여기는 민주파가 또 절대 본진. '생태 파시즘'이라는 이죽거림과 함께 30대를 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냥 내 길을 걸었다. 인생의 목표, 그런 건 모르겠고, 돈은 밥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빈곤형 톤 앤 매너가 몸에 붙었다.

이제 50.. 드디어 농업 문제를 다루어도 되는 순간이 되었다. 나중에 먹고 사는데 큰 문제 없을 때 하겠다고 뒤로 뒤로 미루어둔 주제다. 이제 먹고 사는데 큰 문제 없고, 삶의 어려움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왔다.

페북에서도 농업 주제는 썰렁하고 별 관심 없다. 만약 좀 더 스포트라이트 받고, 화려한 삶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도 관심없고 미래에도 관심 없는 이런 주제를 집어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괜찮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보람있게 하는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대기업에서도 맨 앞에 서 봤고, 정부 내에서도 맨 앞에 서 봤다. 총리 주재 회의를 운영하는 일이 내가 했던 일이다. 경총회장이나 상공회의소 회장도 다 불렀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어둡고, 다크했다. 정신적으로도 행복하지 않았었다. 내 논리는 모르겠는데, 내 몸은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이 더 좋다. 몇 배 좋다.

민주파들이 농업에 한 가장 큰 명언은 "핸드폰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통일파들이 농업에 대해서 한 가장 큰 명언은 '통일 농업', 결국은 식량부족인 북한에 쌀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는가, 이런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다. 민중파들이 농업에 대해서 한 가장 큰 명언은 "우리 전농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꼭 앞 말을 그렇게 붙였다. '우리전농파'라고 불렀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gmo 개발하고 팔아먹을 생각만 했다. 그 길이 막히니까 농림부 공무원들이 아주 우울해했다. 시대에 뒤쳐지는 것 같다고 한탄을..

민주당 농업 정책은 새만금에 걸려 있다. 이번 정권의 근원적 아픔은 새만금과 광주, 여기에 있다. 그나마 그래도 민주당이 하고 싶은 거라도 있기는 하다. 한국당은 진짜로 농민표 말고는 아무 관심이.

내가 정리하고 싶은 관점은, 국토생태라는 눈으로 보면 농업이 이렇게 보이더라.. 그 얘기다. 건설교통부 시절에 신문에 '국토부'라고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고 신문에 썼었다. 결국 다음 정권에 국토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국토생태에 대한 생각은 탑재되지 않았다.

민주파라고 하고 농업은 하거나 말거나, 아주 지겹다. 얼마나 농업이 하기 싫었는지, 농업이라는 말을 농촌이라는 말로 다 바꿔버렸다. 1차 산업인 농업이 농촌 개발 혹은 농촌 정비인 3차 산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주 지랄들을 했다. 지금은 뭐가 좀 바뀌었나? 바뀌긴.. 90퍼센트 이상의 민주파 가슴 속에서는 여전히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는 정서가 존재하는 것 같다.

옥수수 사료로 살찌운 한우 특뿔, 이런 거 맛있다고 먹는 게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 입이 꼬진 것이다. 원래 인류는 그렇게 먹는 거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한국인은 특히 더 그렇다. 그게 다 자본 아니 국제 농업자본이 단기간에 길들여서 만들어낸 인공의 맛이다. 아니, 자본의 맛이다.

 

근본에 관한 얘기는 상업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그게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맛만 있으면 돼지."

 

요렇게 말하는 사람, 진짜 소주병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니가 개, 돼지냐? 고양이 키워 보니까, 우와, 더럽게 까다롭네. 고양이만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어려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민주파의 권력 투쟁, 통일파의 더 근본적인 권력투쟁, 이런 속에 묻혀버린 농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 2008년 11월, 첫눈 온 날,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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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정훈과 여의도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밤늦게 소주 잔을 기울이던 시절이 있었다. 나주 시장이던 신정훈이 막 초선의원이던 시절이었다. 지난 총선의 농업 공약의 마지막 조율을 그와 하게 되었다. 그의 동료였던 이재수와 민주당 정책위 농업담당, 그렇게 마지막 테이블 위에서 소위 넣고 빼기를 하였다. 아무도 농업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직권으로 테이블을 열었다. 그 때 나는 민주당 정책공약단 부단장이었다. 단장은 광주 시장 된 김용섭이었고.

 

그게 내가 신정훈과 이재수를 본 마지막 날이었다. 신정훈은 신정부 들어가서 농업비서관이 되었다. 이재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춘천 시장이 되었다. 지난 총선이 농업에 관한 문제에서 내가 공식적으로 관여한 마지막 순간이다. 이제 아마도 더는 내가 농업 문제에 관여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2003년부터니까, 농업연구모임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농업 관련된 문제에 관여허게 된지 15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책 파트너로 잠시 논의를 같이 했던 박창길 박사는 농촌경제연구원장이 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이었다. 많은 것을 같이 한 윤석원 교수는 결국 은퇴하고, 귀농하여 진짜 농사군이 되었다. 한 때 등 대고 지옥의 불길을 같이 걸어가던 사이인 송기호 변호사는 아직도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이 둘 돌보는 아빠가 되었다.

 

애초의 경제 대장정 시리즈의 10 번째 책이 농업경제학이었다. 나는 대장정을 끝까지 마무리하지는 못했고, 문화 경제학 이후로 시리즈를 세워놓았다. 그렇게 뒤로 밀린 농업경제학을 이제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2.

아마 순서대로 하면 38번째 책이 될 것 같다. 37번은 당인리다. 39번은 아직 유동적이다. 39, 40번의 순서가 바뀔지도 모른다.

 

형식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하려고 한다. 농업을 공부한 아빠가 별 생각없이 고 1이 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원래 이 형식으로 책을 한 권 준비해둔 게 있는데, 그건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딸은 태어나지 않았고, 망했으요..

 

편지 사이의 에피소드를 통한 바깥 얘기도 어느 정도는 만들어볼 생각인데, 꼭 그런 형식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 우리 큰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보여줄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당연히 1, 2년 사이에 변하게 될 정책은 그냥 실루엣만. 기본에 해당하는 얘기를 고1이 알아먹을 수 있을 수준으로 쉽고 간략하게.

 

시간 나는 대로 편지 한 통씩. 편지를 잘 쓰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편지를 많이 쓴 것은 사실이다. 정말 많이 썼다. 말로 하기 어려운 것을 편지로 쓰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나만큼 편지 많이 쓰는 사람으로는 조한혜정 교수 정도 생각난다. 이 양반도 정말 편지 많이 쓴다. 10년 넘게 중요한 일들은 거의 다 서로 편지로 오고 갔던.

 

3.

이 작업은 좀 더 개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대략 50장의 편지를 쓰면 책 작업은 끝난다. 아직은 좀 생소한 푸드플랜에 편지 한 통, 농업혁명이라고 했던 화학농의 도입에 편지 한 통, 새마을운동의 21세기적 해석에 편지 한 통, ‘핸드폰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했던 경제관료들 얘기로 편지 한 통, 이런 식으로 할 생각이다.

 

결국 작업은 50개의 주제를 추리는 일과, 편지를 잘 쓰는 일, 이렇게 두 단계로 구성될 것이다. 작업이 성공하면, 50개의 편지를 읽은 후에 농업경제학 교과서 한 권을 숙독한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편지의 형식상 표, 공식, 그래프, 이런 건 안 들어간다. 아들에게 편지 쓰면서 그래프 그리는 똘아이가 있을까 싶다.

 

하여 1차 작업은 50개의 주제를 고르고, 그 안에서 스토리가 발생할 수 있도록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일.

 

제일 큰 관건은, 내가 알거나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이 시기에 필요한 얘기로 주제를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하여..

 

주제 50개를 고르는 일은 좀 더 공개적으로 블로그를 통해서.

 

꼭 선정되지 않더라도 뭔가 생각에 도움이 되신 분들은, 출간되면 책에 짧은 편지라도 적은 편지본으로 후사 (비밀댓글로 주소, 전번, 연락처 남겨주셔야 나중에 발송 가능합니다..)

 

출판사는 반비, 에디터는 '문화로 먹고 살기' 같이 했던 김희진씨..

 

(호박꽃, 어느 빛 좋은 9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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