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그 이후

작년부터 거시 경제에 관한 책을 한 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현실을 돌아보면 영 마땅치가 않다. 현 정부는, 제일 이상한 건 인사인 것 같다. 공직도 일종의 경쟁인데, 내용 보다는 사교를 잘 하는 사람들이 먼저 밀치고 들어가는 것 같다. 결국은 어깨 싸움이 창궐하게 되었다. 그걸 보수 쪽쪽에서는 그걸 일종의 주류 세력의 교체라고 보는 것 같다. 현실은 택도 없다. 경력이 진보였던 것과 진보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은 좀 다른 얘기인데.. 막상 현실 정책으로 들어가면 변화는 그냥 마음 속에 혹은 ‘답안지’ 속에만 있는 것 같고,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경우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직장 민주주의 같은, 하나하나 조직의 운용 방식에 대한 변화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내 소망 속에만 있는 일이고. 

그래서 결국은 거시 경제에 대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보는 건 접고, 10대들을 위한 경제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어차피 10대들에 책들을 계속 준비하는 중이라, 그 연장선 속에서 미래 세대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해보는 걸로. 

코로나가 한국을 선진국 한 가운데로 밀어 넣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극우파의 전면화는 확실히 선진국 현상이다. 선진국식의 극우파는 한국에서 미분화된 형태로 보수를 전체적으로 극우 쪽으로 끌어가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분화가 벌어지게 되었다. 전광훈이 황당한 인간이기는 한데, 아직 르뺑과 같은 정말로 유로 의회를 장악할 정도의 매력 있고 말 잘 하는 그런 선진국형 극우파와는 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종교 현상을 떼고 본격적으로 노선을 들고 나와야 선진국형 극우가 아닐까 싶다. 

전광훈의 매력은 제한적이고, 지나치게 음모론적이다. 그래서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이 사건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는 것은, 보수 내에서 분화 같은 게 빨라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극우파 현상은 민족주의와 함께 납세 거부 같은 좀 더 현실주의 이슈 같은 것과 함께 생긴다. 그런 게 선진국 현상이다. 전광훈과 태극기의 극우화가 제한적인 것은, 성조기 심지어 일장기까지 8.15 집회에 들고나오는, 그런 제한적 민족주의로는 20대에게 확장성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워너비 이런 느낌 보다는 에비! 

스위스에서 극우파 정당이 형성될 때, 그 핵심 축 중의 하나가 과속 단속 카메라에 대한 거부운동이었다. 그냥 편안하게 운전 좀 할 수 있게 놔두시라.. 우스워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게 전국적인 시민 운동 같은 것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극우파 정당에 합류하면서 메인 스트림이 되었다. 엔지니어, 의사, 이런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에비, 이런 느낌 보다는 워너비 느낌이 강하다. 강한 민족주의에 현실적인 공감대 그리고 개인적으로 갖춘 매력들.. 

이 정도 되면 중도좌, 중도우가 마음으로 연합해서, 우리 최소한 극우파의 집권은 막자, 이런 게 생겨난다. 내가 보는 심화된 민주주의의 미래는 그런 거다. 선진국이 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단계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평화에 대한 위기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민주당 심지어 정의당이 제시하는 의제도 과거적 이제다.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20년에 걸쳐서 누적된 사회적 의제는 여전히 불평등 가득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현실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주제 자체로는 과거적 방식이다. 미래적 방식의 질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질문을 해보자.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걸 80년대에는 70년대 유신 시대의 눈으로 대답을 했다. 2000년대에는 80년대의 눈으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 지금은? 

좁게 보면 전광훈 넓게 보면 여전히 MB에 대한 혐오에 대한 방식으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쁜 넘들 싹 다 몰아내고..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책을 쓴 적이 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은 여전히 세월호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제주 배편은 아직 없다. 화물선 한 대가 움직이고 있다. 세월호 정도 큰 사건을 거쳤으면 연안 여객 전체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뭔가 했을 것 같지만.. 마음만 그렇고, 그 자리에 다시 중고 배가 준비되는 중이다. 이것도 몇 번이나 문제가 있어서, 그래도 좀 덜 중고로 해야 할 거 아니냐, 이 정도도 충분히 안전하다, 이러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풀면 된다. 우리가 중진국 시대를 거치면서 생겨난 방식은, 문제는 풀지 않고, 문제가 된 사람만 혼내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맨날 ‘인재’라고 한다. 인재라고 하는 말처럼 과거적 방식의 단어가 또 없을 정도다. 분명히 어떤 놈이 졸거나 잘 못 했을 거야, 그 놈을 혼내주자! 

말만 많았지, 이런 과거적 방식이 ‘k방역’이라는 되도 않는 신조어를 가지고 국뽕으로 몰아가는 흐름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세월호처럼 큰 사건에서도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하고, 그냥 내깔려두는 나라.. 불행히도 그게 우리의 현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면 뭐가 좀 바뀌었을까? “똑바로 하란 말이야”, 이런 소리친 것 말고는, 적어도 세월호에서는 무슨 변화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선진국이라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 살아가는 건 다 거기서 거기다. 그렇지만 시스템을 정비해서 확률을 줄이는 것과, 왕창 화내고, 혼내주고, “또 그러면 죽어” 그렇게 협박하고 지나가는 것은 좀 다르다. 

혼내 주는 걸로 문제가 풀리면, 중국은 벌써 선진국이다. 장관이고 뭐고, 문제 생기면 사형이다. 중국이 덩치는 커졌지만, 그 시스템을 선진국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진국 그 이후, 그 질문은 다시 한 번 세월호에 던져진 질문과도 같다. 배에서 생긴 문제인데, 왜 배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 많은 문제가 이렇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지독할 정도의 돌려막기 인사는 좀 그렇다.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해야지, 친한 사람만 배치한다고 일이 풀리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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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뭘 하는지, 아예 보지를 말아야지. 수명 줄겠다. 오늘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mou 얘기를 들었다. 안 들을 걸, 괜히 들었다. 앞으로는 누가 뭔가 얘기를 한다고 하면, "하지마, 안 들어", 이렇게 말하는 습관을 익혀야겠다.

다음 주에는 세상 없어도 주초반에 농업 경제학 끝내야지, 그러고 있는데, 일정표를 보니, 오매나야.

월요일에는 박사들 모여서 세미나 비슷한 거 한다고 해서 대전 가기로 한 게 있고. 화요일에는 방송국 인터뷰. 뭐지? 참, 노회찬 2주기라고 해준다고 한 게 이었지.. 주초라고 해봐야 수요일 하루 밖에 시간이 안 난다. 된장.

경제의 대안이나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은.. 내년 하반기에 쓰기로 한 10대를 위한 경제학 책에 몰아넣기로 오늘 마음을 먹었다. 하나 하나, 이거 아니다, 이 방향 틀렸다, 그러기에도 그냥 지치는 일이다. 그거 보다는 10대들과 미래 세상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는 일이 더 보람찰 것 같다.

원래는 그 자리에 거시경제에 대한 얘기가 떡허니 있었는데.. 귀찮다, 내 얘기를 누가 듣겠나 싶어.

그 자리에 들어간 10대용 경제학책에 미래 가치를 최대한 담아서 정성스럽게 한 번 써보는 걸로.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봐야 나만 손해다. 나만 없으면 좋겠다고 하는 공무원 몇 사람 얘기 듣고..

힘들고 아파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문득.

가늘고 길게, 이게 원래 내 삶의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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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넘어가면서 이제 내가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이 부쩍 든다. 이제 아주 살살 산다.

당인리 이후로, 책에 대해서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의무감으로 책을 쓰는 것도 줄이려고 한다. 쓰는 건 재밌게 할 수 있지만, 파는 건 하나도 재밌지 않다.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고개 숙이는 것도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안 팔려도 쓰는 과정을 내가 즐길 수 있는 책, 그런 몇 권만 남기려고 한다.

그런 책은.. 뭐, 별로 없다.

젠더 문제, 우울증 문제, 그런 것들이 해볼만한 작업 리스트로 올라가 있다.

농업 경제학 하면서, 정말 힘을 너무 많이 뺐다. '최소한의 농업'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그 최소한도 안 하는 시기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귀추에 눈을 기울인다. 돌아버리겠네.. 깊이 있는 내용은 없는데.

남은 시간, 우리 시대의 문제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생활 경제에 가까운 내용으로..

보수는 다음 정권도 어림 없을 것 같다. 민주당 정권이 조금 더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 정의당이 점프할 수 있는 발판이라도 만드는 것, 그 정도가 이 시즘의 내 입장 아닐까 싶다.

이재영 살아있을 때, 우리가 나이 먹고 할 일이 없으면 '한국 공산당'을 같이 만들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하면서 인생의 가장 행복한 '공상'의 시기를 그와 나누었다. 공산당 얘기하면서 즐거울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가 이재영이다. 그는 50도 되기 전에 벌써 먼저 떠났다.

공산당 만들 것도 아니고, 딱히 뭐 해보고 싶은 일도 이제는 없다.

원혜영과 저녁 먹기로 되어 있다. 그도 이제는 은퇴다.

원혜영이 보좌관들과 우리 집 앞에서 소주 먹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냥 왔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데, 신경이 안 쓰일 리가 없다. 결국 야당 시절, 민주당 도와주기로 하고.. 뭉탱이로 시간이 한 번 지나갔다.

돌아보니, 삶이란 짧다. 금방 지나간다.

박사 과정 때, 경제학, 인류학, 심리학, 세 개의 통합학위를 준비했었다. 지도교수가 동구 붕괴 이후, 짤렸다.. 나도 망했다. 학교앞 카페에서 생맥주 한 잔 마시면서, 그 얘기를 들었다.

아, 하늘이 노랗다..

아무도 안 읽는 박사 논문이지만, 논문 한 장이 철학 얘기고, 논문 한 장이 심리학 얘기였다. 그 시절의 흔적이 박사 논문에 좀 남아있다.

2년 후 출간으로 '한국 자본주의와 신경증'이라는 책을 준비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지는 않은데, 신경증에 대해서는 좀 할 얘기가 있다..

한국에 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돌아버린 상태로 버틴다는 것과 같다. 한국 자본주의 속성이 그와 같다.

돌아버리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자식들에게는 그런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그것도 너무 큰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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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토건..

코로나로 제일 먼저 튀어나올 게 결국은 토건일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의료민영화가 먼저 튀어나왔다. 솔직히 놀랬다. 삼성 파이팅!

원격 진료, 원격 진료, 비대면 진료, 말은 많지만 영어로는 telemedecine, 다 똑같다. who가 그렇게 분류한다.

야구 보다 보면 두산 야구에 놀란다. 어떻게 되든, 결국은 두산이 우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코리안 시리즈에서 우승한다. 정말 특별한 일이 생기면, 2등 한다.

롯데 야구에 놀라지는 않았다. 제 자리 찾아갈 거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보면서 환호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아프다.

코로나 1국면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실익을 놓고 보면 결국 삼성 승.

삼성이 기재부와 청와대에 이렇게 방대하고 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던. 이건 매수 문제 정도가 아니다.

의제 제기 능력은 물론이고, 의제 보존 능력은 조선일보는 쨉시도 안 된다.

몇 년 전에 삼성 사장단에 발제 좀 해달라는 부탁을 내가 왜 물리쳤던가!

뒤늦게 아뿔싸!

뭐, 난 늘 옆에 줄에 서서, 결국은 친구들에게 목 날라갈 인생이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나중에 내 목을 칠 사람들은 적이 아닐 것 같다. 내가 추천하고, 내가 소개하고, 내가 보증한 사람들일 것 같다.

보수신문 기자들이, 요즘 소문으로는 목 날라갈 사람 1번이라고 나한테 넌즈시 얘기해준다. 뭐, 별 수 없다.

삼성 만세!

이렇게 강력한 세력을 한국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대법원도, 검찰도, 삼성 앞에서는 껌이다.

코로나 국면이 그걸 보여주었다.

삼성에 밀려서 잠시 주춤한 토건이 드디어 전면으로 등장.

이로서 코로나 제2 국면 돌입. 역시 한국 정부는 '재난 자본주의'를 노선으로 정립, 이제는 내면화 중임.

총선에서 대승한 민주당의 1호 법안은 아니고, 1호 법안 바로 뒤에서 '꼽사리'로 예타 완화 법안이 올라간댄다.

나이스 샷, 토건의 로비력.

삼성에 밀려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국회 민주당의 대승을 기뻐한 세력이 토건이었다니.

줄줄이, 겨우겨우 막아내는 케이블카 신설과 국립공원에 놀이시설 넣고, 완전 테마파크로 만드는 제도 개선들이 기다리고 있다.

2004년 탄핵 이후, 탄돌이들도 몇 달 눈치 보다가 토건세력으로 돌변했는데..

이번에는 180석 가서 그런지, 민주 세력의 토건화가 전보다 더 빠르다.

잠시 눈치보던 것도 안 하고, 바로 예타 완화로 들어간다.

나이스 샷, 토건 자본.

코로나 본격 2국면 돌입.

2국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운송자본들이 대거 돈 타가는 일들이 벌어질 거고..

삼성과 토건에 밀린 기타 나머지 회사들, 심지어 현대차 같은 데도 현금 타가는 순간이면 3국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 세력은 뭐하고?

느그들은 'K방역' 열심히 홍보하시고.. 오 예, 나이스 샷!

중간에 남은 떡밥은 남북 화해로 상징되는 대북 사업.. 아마 민주세력은 여기로 몰려갈 거야, 그 동안에 다른 자본들이 남은 예산들 마저 털어가고.

농민의 난은 없고, 자본의 난만 기다리고 있는..

이러니 이 시점에서 동학 농민전쟁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 감탄.

삼성이 해처먹고, 토건이 해처먹고, 대한항공이 해처먹고, 나란히 나란히, 줄이 참 길기도 하다.

코로나 1국면에서는 '비대면 진료', 삼성 완승, 끝.

2국면의 시장은 민주당발 재난 자본주의 예타 완화. 이것도 사실상 토건 승리로, 거의 마무리 중.

누가 경제가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했던가. 그 말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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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에서 하는 코로나 발표는 자료 없이 할려고 했는데, 주최한 사람이 하도 간곡하게 부탁해서 결국 원고를 쓰기로.

어지간하면 안 하는데, 매번 책 나오면 몇 권씩 사서 돌려주는 선배라.. 당인리도 나오자마자 몇 권 돌린. 꾸벅. 네, 해드려야죠.

코로나 관련된 것은 가능하면 글 형태로 당분간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올 연말쯤 되면 지금 하는 많은 말들이 다 우스워질 것 같아서 그렇다.

나는 12월 전에는 기본 포지션을 잡지 않기로 했다.

지공 중에서도 극한의 지공인 셈인데.. 아직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솔직히.. 거의 모르는 상황.

그래서 나는 지공을 선택했다.

만약 연말인데, 이미 상황이 종료면? 그러면 좋은 거다. 문제 될 거 아무 것도 없다.

책이든 글이든, 필요해서 쓰는 거지, 쓰기 위해서 쓰는 거.. 이제 그렇게 할 나이도 넘었고, 아직까지도 그렇게 한 적은 없다.

12월쯤 되야, 잘 해야 절반 정도 지난 것인데,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다 안 듯이 판단하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기는 한데.. 그건 그 사람들이 잘 나고 뛰어나서 그런 거고.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온도 함수의 영향력, 이것도 아직 모른다.

이걸 모르는데, 나머지 예측은 사실 하나마나한 예측이다.

오늘 읽은 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초기 예측에서 많은 의학자들이 이건 독감 보다 약간 심한 거라고 판단하면서, 유럽 대부분의 대응에 오류가 생긴.

애널리스트 글들도 심심해서 몇 개 봤는데..

대부분 택도 아닌.

얼마 전에 kdi 원장 볼 일이 있었다. 가장 긍정적인 플러스 성장률 발표한 직후였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언론에서 제일 긍정적인 것만 다루어서 연구진들이 지금 당황하고 있다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잘 하는 게 딱 한 가지다.

모를 때, 과감하게 나는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

지금의 20대에 대해서 언론에서 물어보면,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 그걸 얘기해준다. 그 정도면 자기가 만난 사람 중에는 가장 많이 아는 것 같다고, 그것만이라도 정식 인터뷰해보자고..

몰라요, 아직은 몰라요. 그건 과학적으로 알 수 있는 분석의 특징 범위를 넘어서요..

내가 침착하게 코로나를 살펴보려고 하는 것은..

모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렇다. 그래도 모르면? 그건 내가 다룰 수 없는 변수다. 그 때는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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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오래 전에 미루어놓았던 팬데믹 문제를 올해는 다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분자생물학 공부를 좀 해야할 것 같고, 그 핑계가 필요했다. 

내가 그동안 한 건 시간 설정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만든 것이다. 

1. 올해 끝나는 시나리오는 없고, 가장 최근에 정리한 기본 시나리오가 내년에도 끝나지 않는 것이다. 

2. 내년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기술적 근거와 경제적 근거들이 좀 있다. 생물학자와 의사들 몇 분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내 말이 틀리다고 하는 사람은 아직 못 만났다. 더 길게 갈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좀 있었다. 

3. 트럼프가 뭐라뭐라 한다. 그가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에 준 돈이 360억 원 정도다. 그 수준에서 일이 진행되고, 그게 제일 큰 돈이다. 환상은 없다. 

4.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올해 연말이 되면 좀 이상한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지금 판단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5. 나는 내 형편에 맞게, 12월에 최종 판단을 하려고 한다. 데이타도 그 때 기준으로 보면 된다. 지금 하는 많은 전망치들은 그 시점에서는 택도 없는 예측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6. 멀리 떨어져서 보니까, 한국의 코로나 대응 1단계가 끝나고, 2단계 권력투쟁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이 기회에 자신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 

7. 이런 걸 포함해서 나오미 클라인은 '재난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캐트리나가 미국을 덥쳤을 때, 그렇게 했단다. 우리도 IMF 때 그렇게 했다. 박근혜도 세월호 이후 해경을 없앴다.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8. 1단계가 지난 지금, 한국에는 재난 자본주의와 '면피', 두 가지가 작동한다. 가볍게 면피라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정치다. 

9. 경제를 이유로 완화를 얘기하는데, 엄밀하게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 열었다 다시 닿았다,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제로서도 도움 안 된다. 기간을 넓게 잡고, 안정적인 보상과 대책을 만드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경제 주체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10. 학교를 1주일 단위씩 개학을 늦추다가, 더는 어쩔 수 없다고 여는 것은, 면피가 작동하는 정치 논리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몇 달 간격의 사이클이 나타나게 된다. 이걸 잘 처리하면 최고의 정치집단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정도로까지 유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면피다. 

11. 비대면 진료는,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에 의한 '재난 자본주의'다. 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할 줄은 몰랐다. 다른 것도 더 할 거다. 

12. 기재부 윈! 교육부 패. 

13. 여기까지가 코로나 1국면의 최종 상황인 것 같다. 

14. 세컨 웨이브를 외국에서는 9월~10월로 보는데, 우리의 경우는 6월~7월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개학 이후 1주일지, 개학 2주일지, 그런 우연적 요소에 의한 마이크로 요소들만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5. 열었다 닫았다, 면피와 회피가 반복되면서 한국이 뉴욕처럼 될 거다. 잘 하면 일본처럼.. 

16. 친구들한테, 유서부터 써 놓으라고 했다. 

니들 다 술 처먹고 담배 피잖아..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살아서 2년 후 봄을 볼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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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 _출발

1.
'88만 원 세대' 쓰기도 전에 리스트에 올라가 있던 책 중의 하나가 '판데믹 경제'였다. 좀 유래가 있다. 수리생물학 공부할 때 migration 모델과 epidemic 모델 같은 것을 워낙 재밌게 보기도 했고.. 또 친했던 친구 한 명이 보건경제학을 전공해서, 이래저래 옆에서 좀 줏어들은 얘기들이 있기도 했고. 하여간 한미 FTA 논쟁을 하면서 제약 회사 문제 같은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했고. 

2008년 정도에는 '괴물의 탄생'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에 판데믹 문제 한 번 다루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좀 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쓰지는 못했다. 바빠졌다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도 좀 있고, 분자생물학 공부가 엄두가 안 났다. 90년대 중반에 분자생물학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좀 열심히 해둘 걸.. 결국 접었다. 

지난 가을이다. 그 시절 생각이 문뜩 나면서, 올해는 좀 짬을 내서 판데믹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이유를 찾으려면 몇 가지 계기가 있기는 한데, 전체적으로는 '문득' 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바이러스도 좀 살펴보고, 최근 흐름 같은 것들도 좀 봤다. 마침 김탁환 선생의 "살아야겠다", 메르스를 다룬 소설도 그 즈음에 읽었다. 

하여.. 

바이러스를 어떻게 다룰지, 언제 쓸지, 전체적인 지형도를 살피던 중에 코로나가 덜컥 터져 나왔다. 마침 또 그 때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뭐뭐 있었는지, 그러던 중이기도 했다.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다. 

2.
그 뒤의 일은 사람들이 아는 그대로다. 

아마 청와대 말고는 서울시나 총리실 등 어지간한 데에는 대부분 조언도 해주고, 자문도 해주게 되었다. 계기가 된 게.. 

1차 휴지기에 들어갔을 때, 대통령과 총리가 이젠 좀 경제활동으로 복귀해야.. 그런 얘기할 때, "바이러스는 이제 딱 자리 잡았다", 이렇게 분석을 했었다. 이제 시작인데 뭔 말? 그 직후에 바이러스 폭풍이 불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 건.. 우리나라에서 경제 하는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정도, 몰라도 이 정도로 모를 줄 몰랐다. 

알고도 사람들이 겁 먹을까봐 이렇게 얘기하느냐, 아니면 정말 모르느냐.. 나는 그들을 좀 만나봤다. 모른다. 나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경제관료들은 '재난 자본주의', 정석대로 움직였다. 재난을 핑계로 자기들 하고 싶은 숙원 사업들을 해결하는.. 정말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 

악마가 악의가 있을까? Pure evil, 순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지난 몇 달, 정말로 나는 악마를 본 것 같다. 

야, 정말 이렇게 하다가 구한말에 조선이 일본에게 넘어갔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은 의외로 순진무구, 순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난 그걸 본 거 같다. 

3.
steady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어른이 되고나서 그렇게 되었다. 빨리 움직여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지공이 진짜 중요할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책을 써야한다고 그러기는 하는데,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4대강 때나 FTA처럼 시급하게 책을 쓴 적이 나도 있다. 당장 급하게 움직일 때, 빠르게 책을 써서 대응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11월까지 충분하게 전개되는 과정도 보고, 자료도 들여다볼 만큼 충분히 들여다보고, 그 후에 쓰기 시작할 생각이다. 만약 다 끝나면? 안 쓰면 그만이다. 내가 이미 쓴 책만 37권이다. 별 의미도 없이 그 수치 하나를 더 늘리는 일에는 아무 관심 없다. 

11월까지 봐도, 아직 전반전도 끝나기 전일 것이다. 그 때까지 어디가 버텼고, 누가 아직 시스템을 움직이고 있는가, 충분히 볼 수 있다. 애 둘 키우면서 살다 보니, 나도 초조함 같은 것들과는 좀 거리가 먼 인간이 되었다. 

'애프터 코로나', 다들 이 얘기를 한다. 지나친 속공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한 발이라도 먼저, 그건 과거적 방식이다. 한 발이라도 늦게, 그러는 수밖에 없다. 

11월이면 과연 백악관은 워싱턴에 있을까? 모를 일이다. 청와대는 서울에? 그것도 모를 일이다. 

처음에 1학기 내에 방학은 어렵다고 봤다. 어쩌구 저쩌구, 1학기 방학은 여전히 쉽지 않다. 준비 된 게 거의 없다. 여는 건 자기들 마음이지만, 결국 닫게 될 거라고 봤다. 

트럼프가 깨방정을 떨 때, 역시 터는 건 트럼프야, 재밌게 보기는 했다. 여름이 지날 때까지 백악관이 지금 그 자리에서 미국을 지휘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이 과정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독일의 메르켈 그리고 뉴욕 거버너 쿠오모. 매일 밤마다 쿠오모의 특강을 봤다. 

우와. 내 인생을 정말 반성했다. 난 너무 초조하게 살았고, 머리만 많이 쓰려고 하면서 살았다. 

한 달간 쿠오모를 보면서,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더 따뜻하게, 더 사랑하고, 더 많은 감정을 품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가 빨리 열자고 난리 칠 때에, 쿠오모가 차분차분, 매일 설명을 하면서 한 얘기가.. steady라는 단어 하나를 말한 셈이다.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이순신과 원균의 관계와 비슷하다. 과정이야 어떻든, 원균은 전멸했다. 

지금 빨리빨리, 전멸로 가는 길이다. 

 어려운 것은 맞지만, 전멸은 위험하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대부분 속공 스타일이었다. 남들보다 먼저 보고, 먼저 분석하고, 먼저 대응하고.. 생각해보니 내 삶은 그렇게 속공을 사랑하는 삶이었다. 

나도 50이 넘었다. 7살, 9살, 두 아이와 산다. 내가 빨리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지공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는 지공으로 대하는 수밖에 없는, 매우 강력한 바이러스다. 

그리고 나는 이제 기다리는 일을 아주 잘 하는 스타일로 변했다. 물론 무턱대고 기다리지는 않지만, 초조해서 먼저 움직이는 나이는 지났다. 

11월까지 충분히 보고, 그 상태에서 차분하게 분석해도 된다. 

'포스트 코로나'니 '뉴노멀'이니, 다 입방정이다. 뉴노멀은 2008년에 나온 용어다. 그렇게 V자로 반등하면서 저성장 기조의 새로운 균형을 염두에 둔 단어인데.. 

아직 노멀이니 뉴노멀이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11월까지 과연 몇 나라가 정부 꼴을 유지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4번에서 5번 정도의 빅 웨이브를 올해가 가기 전에 겪게 될 것 같다. 그 중에 픽크 웨이브가 하나냐 두개냐, 그런 논의가 한참인데, 뉴노멀은.. 그야말로 cnn 같은 얘기다. 아직 멀었다.

내가 뉴노멀 같은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은, 지금 뭐라뭐라 하는 말의 대부분이 9월이 가기 전에 뒤집힐 것 같아서 그렇다. 그건 내가 해도 마찬가지다. 나라고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다고..

사람 능력은 다 거기서 거기다. 다 비슷해도 결과의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시점을 잡는 방식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거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지공이다. 극한의 지공을 보여주고 싶다. St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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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지공..

낸책, 낼책 2020. 4. 29. 22:30

steady라는 단어가 있다.

동구가 붕괴한 이후 지도교수가 결국 박사 논문을 지도할 자격을 유지하지 못했다. 건강이 안 좋다나.. 그렇게 헤매던 시절, steady라는 단어를 보았다. 결국 그걸로 박사 논문을 썼다. steady state에 관한 걸 싹 다 뒤졌다.

현대식 용어로는 sustainable로 표현된다. 불어로는 durable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여전히 steady라는 단어가 좋다.

이 steady라는 단어를 가장 감명깊게 본 것은 영화 '반지의 제왕'이었다.

미나스트리스 성을 뚫고 들어오려는 우르크하이의 나무 기둥 뒤의 문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간달프가 말했다.

"Steady, steady, steady.."

뭐.. 이 장면을 뜻깊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겠지만, 나는 steady라는 단어의 용법에 대해서 가장 감명 깊었다.

나에게 혼자 말한다.

steady, steady..

혼자 일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steady.. 이게 어렵다. 속으로는 "right now!", 이 목소리가 막 터져나오려고 할 때, steady.. 나를 가라앉힌다.

마흔을 넘으면서 확실히 나도 캐릭터가 변했다. 30대까지는 속공 스타일이었는데, 확실하게 지공으로 변했다. 나는 먼저 움직이지 않고, 주위를 다 보고, 뒤늦게 움직인다. 별 상관 없다. 먼저 한다고 해서 터치다운 하는 게 아니라, 별의별 삽질을 다 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미루고, 미루는 스타일로 지난 10년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내려진 결정은 뒤집지 않는다.

물론 늘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예기치 못한 일로 정말로 괴멸적 타격을 받고, 전멸에 가까운, 그래서 싹 망하는 일도 있다. 할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 그렇다.

작년 10월쯤, 아마 그 어디쯤인거 같다. 예전에 판데믹 책 준비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접었던 게 생각이 났다. 메르스 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만 봤다. 김탁환 선생의 책 '살아야겠다'가 그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특별한 생각 없이, 올해는 적당한 때에 판데믹 얘기를 다시 한 번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떠듬떠듬하며, 뭘 더 공부해야 그래도 의미 있는 책을 만들지 막 그러던 중이었다. 코로나 19가 그러던 와중에 터졌다.

당연히 생각해놓은 시나리오들이 좀 있으니까, 기준에 맞게 데이타를 소팅하고, 이번 바이러스의 성향 분석 같은 걸 좀 해봤다.

역대 최강이다..

그 다음부터는 기계적인 패턴 분석이다.

요즘 다시 steady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중이다. 아직 덜 드러난 것들이 있다. 좀 더 봐야 한다.

아주 옛날에 steady라는 단어를 처음 보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솔로 모델 같은 데에서 종종 보던 건데,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그 단어를 봤더니, 아주 기분 묘했다. 그건 세이 책에도 있고, 리카도 책에도 있고, 아주 다른 해석으로 존 스튜어트 밀 책에도 있다.. (이 구절은 아주 유명해졌다.)

이번에는 극한의 지공을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기다리고 기다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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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 얘기..

낸책, 낼책 2020. 2. 29. 15:37

올해 안에 적당한 때 시간을 내서 판데믹에 대한 얘기 하나 만들어보기로 했다. STEM 형태로. 어차피 분자 생물학 공부하기로 한 거,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저강도의 장기간 판데믹, 이런 문제는 지금까지 많이 다루어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학으로 보는 판데믹의 기술적 요소, 이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유전자 변이와 뮤턴트 얘기, 언젠가는 한번 다룰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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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진이 어서 툭 튀어나왔다. 황석영 선생, 조국 선배랑 같이 '우리는 유권자다' 북 콘서트 했을 때인 것 같다. 인생무상이 느껴지는 게.. 저 시절에는 황석영 선생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술을 마셨던 것 같고, 조국 선배랑은 거의 매일 만났었다.

그 책을 진행한 출판사 대표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이 시절에 행사 때 뵙고 못 뵈었는데.. 그 이후의 얘기가 책으로 나온 게 강창래 선생의 '오늘은 매울지도 몰라'. 눈물 나는 얘기다.

산다는 게 뭔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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