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책 <공정한 경쟁> 읽었다.

일단 데이타 미스.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oecd 평균 보다 많이 낮고, 일본보다도 낮다. 공무원 집단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건, 일반적인 견해기는 하다. 권력으로 보면 그렇지만, 고용으로 보면 좀 다른..

20대 보수를 한국에서 만나는 것은 좀 생소한 일이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흔한 일이다. 우리는 이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20대 극우도 만나게 될 것이다.

파리에서 했던 대학원 시절에는 스킨 헤드 친구도 있었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기는 했지만, 공부 엄청 잘 했다. 로그 함수에 대해서 기똥차게 설명을 해서, 많이 배웠다.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오가는 20대 엘리트 중에서 저항심에 머리 미는 친구들을 90년대에 종종 봤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유럽식 20대 극우도 나오게 될 것이다.

이준석 열풍은 더 커질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청년 정치 혹은 586에 대한 반발만이 이준석 현상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영리 병원에서 대학 자율성까지,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꼭 보수 아니더라도 진보들도 사석에서 종종 하는 얘기다. 한국의 폐쇄적인 관료 행태와 제도의 경직성, 정파와 상관 없이 다 하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이준석 현상은 '멀정한 보수' 1세대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이승만은 물론이고, 박정희까지, 보수라고 하기에는 좀 하자 있던 시대라는 게, 이준석의 얘기다. 군바리들하고는 같이 놀기 싫다.. 이게 이준석의 정체성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박근혜하고도 기꺼이 결별을 한 거고.

하자 있는 보수 혹은 이상한 보수들의 나라에서, 이준석은 '멀쩡한 보수' 1세대 운동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이 이상한 게 아니라, 인간이 이상한 것, 그게 오랫동안 한국 사회가 보수를 봤던 눈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그런 얘기가 나왔을 것 같고.

전두환에게 돌 던질 수 있는 보수, 그게 이준석 현상의 밑에 깔려 있지 않나 싶다. 사석에서 '홍어' 얘기하는 좀 옛날 보수와는 결이 다른.

무능해 보이는 586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 + 멀쩡한 보수 현상에 대해서, 이 정도면 나도 이들과 함께..

이 두 개가 이준석 돌풍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한국의 보수는 '반북 보수'와 '경제 보수', 이 두 가지였는데, 이것과도 결이 다른 '멀쩡한 보수'가 등장한 것.. 요렇게 보인다.

외국의 보수와 좀 다른 것은 젠더에 대한 역사적 시각의 결여.. 요건 이준석의 특징이기도 하고, 이 시대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그게 이준석이라는 범선이 바람을 타고 항해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한데, 이게 결국 엘리트주의를 선호하는 이준석식 보수의 확장성의 한계 혹은 궁극의 한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치인으로서의 유승민은 경제 정책도 좀 오락가락했고, 사드 논의와 함께 '강력한 국방', 여기저기 좀 왔다갔다 했었다.

그에 비하면 이준석은 좀 더 '단단한 보수 + 마일드 여혐' 정도인 것 같다. 여혐에 '마일드'라는 수식어를 달아주어야 하는 것은, 그냥 무지막지하게 여성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 그런 선까지 확 가지는 않는다.

mbc에서 한 tv 토론 일부 봤다. '멀쩡한 보수'라는 이미지가 아주 강했고, 그 옆에 선 사람들이 뭔가 하자 있는 인간들이라는 이미지를 주게 되었다.

이준석 현상, 생각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것 같다. 그 인간의 매력 때문에 표를 주어도 창피하지 않은 보수, 한국에서는 어쩌면 처음이지 않나 싶다.

mb는 창피하지만 "일은 잘 하잖아", 이런 수식어가 필요했다. 박근혜에게 찍는 게 얼핏 손이 안 가지만, "선거의 여왕"이래잖아, 요렇게 수식했다. 둘 다 물건은 하자 있지만, 대안은 없어, 요런 시대였다.

이준석의 견해에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것들이 좀 있기는 하다. 대담집이니, 일단 넘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건 표준적인 보수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표준 코드 같은 것에 가깝다.

해고를 쉽게 해, 그러면 "유 어 파이어드", 트럼프 산업을 만나게 될 것이다.. 표현만 좀 다르지, 한국 보수들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게 보수를 표방한 이준석의 흠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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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되는 일도 없고, 정신만 산만해서.. 우울증 올까봐, 싼 만년필 하나 샀다. 크로스를 업글하고 싶은데, 지금처럼 책 팔려서는 택도 없고. 라미는 예전 학생들이 선물해준 건데, 빨간색 모나미 잉크 넣어서 쓴다. 빨간색은 모나미가 제일 예쁘다. (구하기 너무 어렵다.) 사인할 때 빨간색으로 할 수가 없어서, 오렌지색 쓸 만년필이 하나 필요하다는 개수작으로.. 크로스는 녹색 넣어서 쓴다. 가끔 방송에서 보니까, 너무 재수 없어 보여서 얘는 그냥 집에서만 쓰는 걸로. 그리하야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잃어버려도 눈물 안 나고, 오렌지색 잉크에 어울릴 "새" 만년필이 꼭 필요했다는. 난 꼭 필요해서 산 것이지, 괜히 산 건 아니다. 마침 orange indien 잉크가 놀고 있고. (노는 잉크가 서른 병이 넘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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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나치 초기 역사를 다시 한 번 공부할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나치는 파시즘=극우파, 이런 공식으로 풀지만, 나치라는 이름 자체가 national + socialism에서 나왔다는 거.. 그 전에는 인종주의에 기반한 극우파 같은 것은 아예 없었었다. 간만에 '장강의 밤'에 대한 자료도 다 찾아봤다. 히틀러의 친위 쿠데타로 나치 안에 있던 좌파 계열들 한꺼번에 숙청한 대학살극.

경제사 공부하면서 대충대충 보고 넘어간 나치 역사를 막상 다시 들여다보려니까 뭐부터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좀 막막하다..

예전에 프랑크푸르트 학파 공부하거나, 사회심리학 공부할 때 히틀러 얘기가 엄청 나오기는 했는데.. 욕부터 하고 시작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유럽 사람들은 히틀러가 힘을 갖게 되는 과정을 다 상식적으로 알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좀 아리까리하기도 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무너진 것도, 단결을 못해서 그렇다, 전두환 시절에는 그렇게 배웠었다. 그런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이래저래 내 눈에는 딱 극우파인데, "나는 극우파 아니다"는 사람들 보면서.. '장검의 밤'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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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책 e북으로 사려고 하다가 잠시 멈춰섰다. 내가 이 책까지 봐야하나? 이준석 관련된 인터뷰 부탁이 와서, 해준다고는 했는데.. 참 난감하다.

이준석 얘기는 보수들이 자기들끼리 해도 될텐데, 나같은 사람까지 와서 부탁을 다..

별 수 없이 책을 보기는 해야할 것 같다. 국민의 힘 당대표 임기를 보기 위해서 진짜 간만에 국민의 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당규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없고, 결국 당헌을 들여다봤다. 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국민의 힘이 대선에서 이긴다면, 이준석이 여당 대표가 된다. 우와.. 보통 일 아니다.

이준석 마지막 본 게 2년 전 일이었나?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날 행사에서 박형준도 봤던 것 같은데..

e북은 있으면 생큐, 그냥 사는데, 아직 고민이다.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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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집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만화는 신비 아파트다. 

월요일, 금요일이 tv 보는 날이다. 신바 아파트 극장판 보고 싶다고 큰 애가 난리를 쳐서, 숙제 열심히 하면 사준다고 했다. 며칠 열심히 숙제 하더니, 오늘치까지 다 했다고 보여 달라고 한다. 

애들핱테 약속 잘 못 하면 빚쟁이 된다. 잘 생각해보고 약속을 해야 하는.. 

결국 사줬다. 둘째는 몇 주 전부터 활하고 화살 사달라고 한다.. 이것도 결국 사주게 될 것 같은. (있던 거 부숴진지 좀 된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우리 집 애들은 ‘부자 아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만의 선물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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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 독자 티타임..

책 나오면 매번 약소하게 티타임 한 번씩 했었습니다. 팬데믹 경제학 새로 나와서, 아주 간소하게 할까 합니다. 문예출판사 회의실에서 할 예정인데, 열 분 내외로..

6월 19일 토요일 오후 세 시

문예 출판사 회의실 (홍대역 근처)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6길 30 신원빌딩 4층
  (서울 마포구 동교동 203-2 신원빌딩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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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가 인기가 바닥은 커녕, 거의 무명 수준, 아니 맛탱이 간 늙은이 수준이지만.. 한 때는 인기가 아주 좋았던 적이 있었드랬다.

요즘은 거의 파리 날리는 블로그지만, 한 때 수천 명씩 와서 복닥거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에 만 명 정도가 같이 움직이면서 책을 사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 번에 만 명이 움직이면, 어떤 책이든지 나올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사회과학에서 만 명이 움직이면, 비록 소수라도 정말로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내 책도 만 권 팔기 힘든 처지라서,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괜히 그딴 짓 하면, 책 팔려고 별 짓을 다 한다고, 돌 맞아 죽기 딱 좋다.

2년만 지나면 둘째가 3학년 중반 정도 되어서, 애들끼리 알아서 학교 오고 가고 하는 건 할 수 있게 된다.

나이 처먹으면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조금씩 생각해보다가 예전에 책 사는 사람들 만 명이 뭉쳐 다니면 어떨까, 30대에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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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그나 나나 다 빌빌거리고 있던 시절, 20대 후반의 이준석을 처음 만났었다. 그때는 그가 이렇게 한국 사회의 핵이 될 거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한 가지는 알겠다. 21세기 들어와서도 한국의 '압축성장'의 그 스피드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여전히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속성이 변하지 않았다.

지금 같아서는 이준석이 당대표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그냥 대선 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 개인이 이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눌렸던 에너지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폭발하면서 힘을 만드는 거 아닌가 싶다.

크게 보면, 촛불집회를 만들었던 힘이 두 개로 나뉘어서, 하나는 이준석에게 모였고, 또 다른 힘은 지리멸렬. 지난 대선이 촛불집회에 이은 박근혜 하야로 격동칠 줄 누가 알았겠나.

한국은 몇 번의 급격한 변화를 더 겪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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