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이 한참 피어있다. 노란색이 워낙 많아서, 안하던 짓을 해보았다.
삶이라는 것은, 그냥 아름답거나, 그냥 추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은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그 속에서 한 가지 속성을 드러내는 일, 그게 학자들이 주로 하는 일이다.
요즘 송도 신도시와 새로 분양되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다.
아파트 분양할 때, 이것저것 사기치는 얘기들을 업자들이 많이 한다.
그 최고의 결정판, 어떻게 보면 한국판 디버블링의 클라이막스에 송도 신도시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해운대가 그 클라이막스가 될 거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 송도에서 벌어지는 사기극에 비하면 해운대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일단 10년만 참고 견디면, 송도가 분당도 되고, 일산도 된다는데...
요코하마에 가보지 않았다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요코하마의 크고 작은 신도시를 채우기 위해서 요코하마가 했던 눈물나는 노력들.
그런 뉴스들을 모아서 계속해서 추이를 보고, 가격 지표 같은 것을 찾아보고, 유사한 다른 나라의 도시들에 대해서 점검을 하고...
그리고 내 생각을 정한다. 그리고 다른 뉴스가 있으면 다시 업데이트 하고.
송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속으로 해주고 싶은 얘기가... 목동을 보라. 목동 아파트 가격 내려가는 것이, 그보다 열등지인 다른 모든 아파트들의 미래가 아니겠나 싶다.
동경에서 얼마 전부터 은행에서 그냥 살기면 하면 지원금을 주기 시작한다고 들었다.
스톡으로 은행에서 붙잡고 있는 집들은 사람이 안 살면 금방 황폐해진다. 달리 스톡을 처분할 길도 없고, 그렇다고 가까운 시간 내에 대대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없고.
결국 은행에서, 큰 돈은 아니더라도 그냥 살아주기만 해도 돈을 주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 동경에서 본 게 그런 거다.
송도, 정말 택도 없는 얘기이다. 평당 가격으로 비교해보든, 거리로 비교해보든, 성공했다고 치고 단지가 살만한 순간이 되는 시간을 놓고 봐도, 택도 없는 가격이다. 밑바닥을 쳤다고 업자들이 말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택도 없다.
그렇지만 다만 가격을 놓고 송도의 업자 마케팅이 한국 버블의 클라이막스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10년을 잊고 지내면..."
사람이 살아야 얼마나 살겠는가. 삶에서 10년은 그냥 처박아놓고 버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양이들을 본다.
엄마 고양이는 벌써 나와 두 번의 겨울을 같이 났다.
평균적 길고양이의 수명으로 치면, 아무리 내가 애지중지 키우더라도, 이번 겨울을 나기가 확률적으로 어렵다.
가을이 되면, 아들 고양이와 엄마 고양이, 중성화수술을 해주고, 새로 이사가는 집으로 데리고 갈까, 고민이 많다.
엄마 고양이는, 이번 여름과 이번 가을이, 어쩌면 살아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파트 투기를 위해서 인생의 10년을 포기하라...
이 정도면 이제 업자들의 투기 충동질이 거의 막장까지 온 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테제 하나를 바꿨다.
한국의 디버블링은 해운대에서 시작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 송도에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이런 계산을 막 하고 있다가 엄마 고양이를 보았다.
생명의 아름다움, 삶의 존귀함,
그런 얘기를 혹시라도 송도에 가서 10년을 참고 버티면 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길고양이 한 마리라도 보살피다보면, 투기꾼들이 말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배울 수 있을 듯 싶다.
고양이가 웃는다.
그 웃음은 나에게 평온을 준다.
송도의 10년, 그건 아무에게도 어떤 평온도 주지 못한다.
송도의 평당 1,200, 길고양이 한 마리 만큼의 가치도 없는 수치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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